청소년 인문학 서점 인디고서원 허아람 대표

영혼이 숨 쉴 수 있는 건강한 공간

‘인디고서원’은 2004년에 문을 연 ‘청소년을 위한 인문학 서점’이다. 부산시 수영구에서 학원가로 가장 유명한 골목에 있다. 허아람 대표는 “아이들이 숨을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고 싶었다”고 했다. 《빨강머리 앤》에서 영감을 받아 지은 인디고서원은 허아람 대표가 청소년들의 상상력을 자극할 수 있는 공간이 될 수 있도록 공들여 만든 곳이다. 설립 목적과 독특한 외관이 사람들의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다. 서원 뒷마당에도 작지만 예쁜 가게가 하나 있다. 인디고서원이 운영하는 착한 식당 ‘에코토피아’이다. 설립한 지 10년 만에 드디어 정착지를 찾은 이곳은 남녀노소 구분 없이 요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 됐다.
허아람(46) 대표는 어렸을 때부터 책을 좋아했다. 대학교 전공도 문학을 선택했다. 그는 스무 살 때부터 27년째 책을 읽고 토론하는 인문학 강의 ‘아람샘’을 진행하고 있다. 시작은 독일에서 살다 온 초등학생들에게 그림책과 동화책을 이용하여 한글 교육을 하는 것이었다. 그의 강의가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면서 수강을 희망하는 학생이 점점 많아졌다. 자연스럽게 강의를 위한 공간이 필요해졌다.


직접 취재하고 글 쓰는 청소년들


그는 2004년에 42m²(13평)의 작은 건물을 짓고 ‘인디고서원’이라고 이름 붙였다. 한 해 100명이 넘는 청소년이 이곳을 거쳐 갔다. 청소년들이 더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인문학을 공부할 수 있도록 인디고서원은 2007년에 4층짜리 건물을 지어 자리를 옮겼다.

지하 1층부터 지상 3층까지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시설들로 가득하다. 지하 1층에는 커다란 스크린이 설치돼 있다. 토론회를 위해 함께 영화를 볼 때나 작은 콘서트 등의 행사가 있을 때 사용하는 공간이다. 지상 1층에는 어린이를 위한 서점이, 2층에는 청소년과 어른을 위한 서점이 있다. 현재 인디고서원에는 모두 5만여 종의 책이 있다. 직원 세 명이 매일 신간 중 좋은 책들을 골라 들여오고, 한 달에 한 번 ‘청소년을 위한 추천 도서 목록’을 작성하기 위해 회의를 한다.

“인디고서원에는 청소들에게 새로운 사고를 할 수 있게 하거나 소외된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하는 책들이 많아요. 그렇다보니 대형 서점들의 베스트셀러 코너에 있는 책들을 여기에서는 찾을 수 없어요.” (이윤영 사무국장)

인디고서원을 다니는 청소년들은 직접 글을 쓰기도 한다. 지난 4월 그들이 직접 만드는 계간지 《인디고잉》의 50호가 발행되었다. ‘알파고와 인공 지능’과 같은 최신 이슈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밝히는 칼럼도 있고, 영화와 책을 함께 보고 감상을 다룬 기사도 있다.

2010년부터는 《인디고잉》 국제판도 발행하기 시작했다. 한국, 네팔, 스웨덴, 영국의 지식인들이 함께 만드는 인문학 잡지다. 허 대표가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인터뷰한 학자들에게 글을 기고 받아서 모은 형태다. 영어로 되어 있으며 매호 1만 부 정도를 판매하고 있다. 지상 3층은 긴 테이블이 있는 회의실인데, 이곳 역시 여행 서적이나 인문학자들의 저서들로 가득하다.


인디고서원의 모든 직원은 청소년 때 이곳에서 강의를 듣거나 공부를 했다. 그래서인지 허 대표는 인디고서원의 ‘협업 능력’은 세계 1위라고 말했다.

“공동체에서 함께 일할 때 가장 중요한 건 협업 능력이라고 생각해요. 모든 직원이 내 제자이기 때문에 생각이 굉장히 잘 통해요. 20년을 함께 일한 제자도 있어요. 공부만 하는 스승과 제자 사이가 아니에요. 이제는 식구가 됐죠.”

그는 청소년들을 위한 강의만 하는 것이 아니다. 지난 3년간 인디고서원에서 그가 가장 집중한 것은 ‘청년 프로젝트’다.

“세월호 참사 이후 3년간 언론 인터뷰를 모두 거부했어요. 우리 사회 전체가 슬픔에 젖어 있는데 제가 아무리 행복, 희망, 긍정의 마음으로 일을 한다 해도 과연 이것이 의미가 있을까 하는 회의적인 생각이 들었어요. 우울감에 빠져 있다가 다시 일어서기로 결심한 건 그래도 미래 사회를 위한 중요한 씨앗들을 길러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앞으로 이 힘든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는 20대가 자기성찰에만 빠져 있어서는 안 돼요. 이제는 행동으로 나서야죠. 3년간 ‘나와 함께 이 사회를 개선하자’라고 끊임없이 말했던 것 같아요.”


실천하는 인문주의자들의 공동체

인디고서원이 새 건물을 짓기 전에 사용하던 공간은 이제 작은 식당이 되었다. 2007년에 시작했지만 운영상의 어려움 때문에 네 번이나 이사를 다니다가 10년 만에 인디고서원 뒷마당에 정착하게 된 ‘에코토피아’다. 청소년들이 직접 이름을 짓고 기획하여 설립했다. 생태주의를 뜻하는 ‘ecology’와 이상향을 뜻하는 ‘utopia’를 합친 말인 에코토피아는 이 공간이 추구하는 것을 온전히 담는 단어다. 이들이 말하는 유토피아란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이 없는 ‘더불어 사는 세상’이다.

이곳의 인테리어는 전체적으로 따뜻한 느낌을 준다. 벽은 채도가 낮은 노란색으로 상아색에 가까운데, 연두색 나무 의자와 잘 어울리면서 눈을 편안하게 한다. 나무로 만든 책상이나 책장 같은 가구는 딱딱하기보다는 차분해 보인다. 책장에는 인디고서원에서 선정하거나 직접 제작한 책으로 가득 차 있고, 에코토피아에서 진행하는 여러 강의 프로그램을 설명하는 책자들이 직접 만든 빵이나 케이크류와 함께 카운터 앞에 비치돼 식당을 방문하는 손님들이 쉽게 볼 수 있다.

메뉴는 비윤리적으로 생산되는 육류의 소비를 지양하기 위해 채식 요리로 가득 채웠다. 로컬 푸드나 유기농 재료 등을 사용하여 신선함과 정성을 담았고 후식으로는 공정무역으로 거래되고 친환경적으로 재배된 커피와 차를 판매한다. 대표 메뉴는 두부와 채소로 만든 ‘두부 스테이크’와 피망, 버섯, 달걀 토핑이 올라간 ‘에코 카레’다.

에코토피아 식당 내부.
이곳은 설립 때부터 꾸준히 네팔의 청소년들에게 수익금을 전달했다. 산 속에 있는 작은 학교에 도서관을 짓기 위해 노력했고, 지난해에는 전액을 네팔 지진 피해자들을 위한 긴급 구호금으로 전환하기도 했다.

작지만 편안하고 따뜻한 느낌으로 가득한 이 공간은 식당의 기능만 하지 않는다. 식사를 하고 차를 마시면서 책이나 영화에 대한 생각을 공유하는 ‘토론의 장’이 되기도 한다. 어떤 주제로 토론을 진행하는지는 프로그램에 따라 다르다.

에코토피아 김수연 매니저가 강의하는 ‘영화관 옆 심야식당’은 영화를 보고 감상을 이야기하는 시간과 영화 속 음식을 만들어보는 강의가 번갈아 진행된다. 영화는 인디고서원 지하 1층에 있는 공연장에서 빔 프로젝터를 설치하여 본다. 모든 강의 시작 전에는 영화와 어울리는 차를 함께 마시며 안부 인사를 한다. 영화 관람 후에는 김 매니저를 중심으로 동그랗게 모여 앉아 영화 내용과 등장한 음식 등에 대한 감상을 돌아가며 말한다. 음식을 만드는 시간에는 에코토피아에서 미리 준비된 재료들을 이용하며 조리법을 배운다.

김 매니저는 대학에서 식품공학을 공부한 후 일본으로 디저트 유학을 다녀온 파티시에다. 음식 사진과 그림이 가득한 책과 영화만 찾아서 보다가 프로그램을 만들게 됐다. 지금은 에코토피아의 음식도 만들고 일주일에 한 번 강의도 진행한다. 원래 일회성이었던 강의가 수강생들의 성원으로 두 반으로 나누어 운영하는 인기 프로그램이 됐다.

“얼마 전 한 수강생이 ‘요리를 해 먹는 즐거움에 빠져서 그에 어울리는 예쁜 커피 잔을 샀어요. 제가 만든 음식으로 가족 식사 후 가지는 티타임은 제 삶의 작은 행복이 됐어요’라는 말을 하셨던 게 기억에 남아요. 사람들이 지루한 일상을 조금이나마 개선할 수 있는 즐거움을 찾을 때 가장 보람을 느껴요.”
  • 2016년 0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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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건의 글이 있습니다. 작성일순 | 찬성순 | 반대순
  John Choi   ( 2016-05-27 ) 찬성 : 51 반대 : 49
You have established a great work by yourself. Congratulation to your performance. Do your best to satisfy yourself. God bless you and Seoy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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