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주메뉴

  • cover styory
  • focus
  • lifestyle
  • culture
  • human
  • community
    • 손글씨
    • 1등기업인물
    • 나도한마디
    • 기사제보
  • subscription

‘한국의 레스터 시티’를 꿈꾼다

아마추어 축구팀 STV FC 이끄는 문홍 감독

2002년 한·일월드컵 한국과 스페인의 8강전에서 한국 팀의 마지막 페널티킥에 양 팀의 운명이 갈렸다. 홍명보 선수가 찬 공이 골대 안으로 빨려 들어가는 순간, 한 소년의 꿈이 바뀌었다. ‘나도 사람들을 흥분시키는 멋진 축구 선수가 될 테야.’ 열세 살이 된 소년은 혈혈단신, 영국으로 축구 유학을 떠났다. 축구선수가 되고 싶었던 소년은 스물여섯의 청년이 됐고 어릴 적 자신처럼 축구를 꿈꾸는 사람들을 위한 드림팀을 만들었다. 축구 유학 1세대 문홍(26)씨의 이야기다. 그는 지난해 11월 아마추어 축구팀 STV(Share The Vision) FC를 창단해 팀을 이끌고 있다.
“너, 정말 버틸 수 있겠어?”

초등학교 시절, 왜소한 체격에 체력까지 약했던 문홍씨가 축구를 하겠다고 했을 때 부모의 반대는 당연했다.

“축구부는 거의 대부분 합숙 생활을 해요. 그런데 당시에 축구부에서 숙소로 사용하던 컨테이너에 불이 나서 학생들이 죽는 안타까운 사고가 있었어요. 게다가 그때는 선수를 때리는 일도 비일비재했죠. 부모님이 축구는 절대 안 된다고 하셨어요.”

부모의 강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축구에 대한 열망은 쉽게 식지 않았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순천초등학교 축구부 합숙에 참가했어요. 부모님께서 어디 버틸 수 있나 해보라고 보내주셨죠. 중간에 포기할 거라 생각하셨나 봐요.”

“축구를 하고 싶다”는 말이 빈말이 아니었음을 온몸으로 증명해내자 부모는 강한 반대의 뜻을 꺾었다.

“그래도 축구 선수가 되는 건 끝까지 반대하셨어요. 축구와 관련된 일을 하라고 하셨죠. 그래서 영국 유학을 보내신 것 같아요.”

다른 스포츠와 마찬가지로 축구 역시 엘리트 교육이 지배하는 세계다. 운동과 공부를 병행하는 것은 힘들다. 한 번 공을 차기 시작하면 다른 길은 사라진다. 축구 명문교 입학, 국가대표 선발, 프로 입단의 길만 남는다.


열세 살의 한국인 유학생


문씨는 축구 유학 1세대다. 열세 살 어린 나이에 혈혈단신 영국행 비행기를 탔다. 영어도 전혀 못했다. 학교에 갔더니 ‘아시아 원숭이’라고 놀림감이 됐다. 집에 다시 가고 싶었다. 하지만 되돌아가기엔 너무 멀리 왔다.

“영국은 축구의 나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제가 만약 몸집도 좋고 축구도 잘했다면 그렇게 놀림받지 않았을 거예요.”

우리나라 학제로 치면 고등학교 2학년 때 프로구단이 운영하는 필턴칼리지(Filton College)에 들어가 본격적으로 축구를 시작했다. 필턴칼리지는 예체능 분야를 특화한 전문 학교다. 열여덟 살이 되던 해에는 잉글랜드 칼리지 축구협회(ECFA)에서 선발한 칼리지 대표팀 선수로 뽑혔다. 아시아인 선수로는 최초였다. AFC윔블던, 알더샷FC, 세튼 유나이티드 등에서 경험을 쌓았다. 축구선수로서 앞으로 나아갈 일만 남은 줄 알았다. 그런데 뜻밖의 상황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

“워크퍼밋(취업비자)이라는 비자가 있어야 프로구단에 입단할 수 있는데 비자 발급을 거부당했어요. 한 4년 정도 축구를 못 했는데 그렇게 괴로울 수가 없었어요.”

영국에서 10년 이상 거주한 사람에게 주어지는 영주권 신청을 했으나 이마저 거부당하고 말았다. 영국에서 프로 선수로 뛸 수 있는 가능성이 사라졌다.


웃음이 사라진 축구

“우리나라로 돌아와 프로구단 입단 테스트를 받았어요. 그런데 여기서 축구를 하면 즐겁지가 않은 거예요. 한 번도 재미있었던 적이 없었어요.”

하루에도 두 시간씩 서너 차례 진행되는 훈련에 몸은 혹사당했다. 즐거운 축구가 아니라 힘든 축구일 수밖에 없었다. “프로선수가 돼도 1, 2년 차 때는 기숙사 생활을 해야 하는 경우가 있어요. 시합에 지면 외박도 못 해요. 다 큰 어른인데 애들 취급을 받는 거예요. 이런 것 때문에 축구 못 하겠다고 하면 누군가는 그래요. 너는 (축구가) 간절하지 않아서라고요. 전 이게 간절함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이건 철학의 문제예요.”

엄격한 분위기와 시스템은 축구 자체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프리미어리그나 스페인리그를 보면 팀 마다 뚜렷한 스타일이 있거든요. 예를 들어 FC바르셀로나는 예쁜 축구, 레알 마드리드는 빠른 역습의 축구라고 하죠. 그런데 K리그의 열두 팀을 보면 다 똑같아요. 어렸을 때부터 엄격한 시스템 아래에서 틀에 박힌 축구를 하다보면 자유롭고 창의적인 축구가 나올 수 없는 거죠.”

운동에만 집중하는 교육도 문제다.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20년 가까이 축구만 하다 보면 국가대표로 가는 길 외에는 존재하지 않게 된다.

“영국에서는 운동을 하면서 지도자 코스를 이수하는 것이 거의 필수처럼 돼 있어요. 제가 공부했던 필턴칼리지의 경우에는 축구를 전공하면 운동만 하는 게 아니라 운동을 그만뒀을 때를 대비해 관련 분야도 공부해요. 학교 동기들을 보면 선수를 그만뒀더라도 자신이 뛰던 팀에서 마사지나 재활치료 스태프로 일하는 등 축구의 테두리 안에서 살아가고 있어요. 우리나라처럼 축구하다 그만두면 좀 과장되게 말해서 식당 알바 외에 할 게 없는 현실과는 대조적이죠.”


두 번의 좌절, 그리고 새로운 희망 STV FC

STV FC의 훈련은 일주일에 단 두 차례. 그럼에도 불구하고 급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은 ‘축구를 하고 싶다’는 선수들의 열망과 문홍 감독의 ‘효율적 훈련’에 있다.
국내 구단의 입단을 포기하고 유럽 구단을 물색하기 시작했다. 100번 넘게 지원한 끝에 스웨덴 4부 리그의 산빅스IK에 입단할 수 있었다. 하지만 입단 3개월 만에 몸에 무리가 왔다.

“골반과 무릎이 안 좋았어요. 축구 선수로서의 삶은 끝이구나 생각했어요. 영국에서 프로의 꿈이 무산됐을 때와는 달리 담담하게 받아들였어요.”

스웨덴에서 선수 생활을 정리할 즈음 유럽축구연맹(UEFA) 지도자 코스에 합격해 다시 영국으로 건너갔다.

“유럽축구연맹 지도자 코스에 지원하기 위해서는 자격 조건이 필요하거든요. 저한테는 이미 C급 자격증이 있었고 스웨덴에서 활동할 때 스웨덴 유소년 팀을 지도한 경험이 있어서 B급 지도자 코스에 합격할 수 있었죠. 한국인 중에서는 제가 최연소예요.”

지난해 11월, 문씨는 아마추어 축구팀 STV FC를 창단했다. 18세부터 35세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선수 33명과 스태프 14명으로 구성된 팀이다. 나이, 성별, 직업 모두 다른 이들 47명의 유일한 공통점은 축구를 꿈꾼다는 것. 엘리트 축구가 지배하는 한국 축구계에서 이들의 존재는 돌연변이다. 평일 낮에는 생업에 종사하고 매주 화·목 이틀, 그것도 저녁 단 몇 시간만 훈련하기 때문이다. 8번의 훈련 후 치른 K3리그 팀과의 경기에서 비록 졌지만 대등한 경기를 펼쳤다는 평가를 받았다.

“요즘 축구 팬들 사이에서 가장 화제는 2015~16 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우승을 차지한 레스터 시티 풋볼 클럽이에요. 하부 리그에서 시작해 팀 창단 132년 만에 처음으로 최상위 리그의 우승컵을 거머쥐었죠. 리그 강등 위기에 처했던 팀이 보여준 ‘언더독의 반란’에 전 세계 축구 팬이 열광하고 있어요. 우리 팀이 수년 내에 ‘한국의 레스터 시티’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게 될 겁니다. 첫 번째 목표는 2년 내에 K3리그 진입입니다.”

문씨와의 인터뷰가 이루어진 지난 5월 5일은 STV FC와 전직 선수들로 구성된 FC핵과의 경기가 열린 날이었다. 그날 밤 STV FC의 블로그에 승전보가 떴다. “이제는 이기는 습관, STV FC, FC핵에 2-0 완승.”
  • 2016년 06월호
  • 페이스북
  • 트위터
  • 목록
  • 프린트
나도 한마디는 로그인 후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하단메뉴

상호 :㈜조선뉴스프레스 / 등록번호 : 서울, 자00349 / 등록일자 : 2011년 7월 25일 / 제호 : 톱클래스 뉴스서비스 / 발행인 : ㈜조선뉴스프레스 김창기
편집인 : 김창기 / 발행소 : 서울시 마포구 상암산로 34, 13층(상암동, 디지털큐브빌딩) Tel : 02)724-6875 / 발행일자 : 2017년 3월 29일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성동 / 통신판매신고번호 : 2015-서울마포-0073호 / 사업자등록번호 : 104-81-59006
Copyright ⓒ topclass.chosun.com All Rights Reserved.

조선뉴스프레스 | 광고안내 | 기사제보 | 독자센터 | 개인정보 취급방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