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두희 멋쟁이 사자처럼 대표

코딩은 아이디어를 현실로 바꾸는 기술

서울대학교에 재학 중이던 2006년 모교 전산원 해킹으로 프로그램 보안 문제를 제기해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들고 ‘천재 해커’라는 별칭을 얻은 프로그래머 이두희 씨는 2013년 대학 프로그래밍 동아리 ‘멋쟁이 사자처럼’을 만들었다. 벌써 4년째, 전국의 비전공 대학생들에게 코딩을 가르치는 교육봉사에 푹 빠져 있는 그에게 ‘코딩을 배우는 이유와 진짜 매력’을 물었다.
“소프트웨어가 세상을 집어삼킬 것이다.”

넷스케이프의 개발자이자 마크 저커버그의 멘토로 이름 높은 벤처투자가 마크 앤드리슨은 지난 2011년 〈월스트리트저널〉에서 이같이 공언했다. 그리고 현재 그의 말은 현실이 되었다. 이제 “모든 사람이 코딩을 배워야 한다”고 외치는 사람은 스티브 잡스뿐만이 아니다. IT기기 없는 생활을 상상하기도 어렵고, 필요한 프로그램은 직접 만들어 사용하는 시대가 이미 시작됐다. 전문가들은 코딩(컴퓨터 언어로 프로그램을 작성하는 일)을 현재와 미래를 살기 위해 가장 필요한 기술이라고 입을 모은다. 코딩을 배우면 어떤 변화를 기대할 수 있을까.


코딩 실력보다 창의적 아이디어가 중요

지난 3월, ‘멋쟁이 사자처럼’의 4기 회원 모집이 있었다. 전국 대학에서 지원한 학생 수는 5000여 명(1000명 선발)으로 지난해 지원자 수 3800명(500명 선발)을 훌쩍 뛰어넘었다. 대학생들의 코딩에 대한 높은 관심을 체감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처럼 코딩을 배우려는 학생들의 뜨거운 욕구는 소프트웨어 창업 열풍의 한 단면은 아닐까. 이두희 대표는 “그렇지 않다”고 단언한다. 실제로 “(멋쟁이 사자처럼) 회원 중 단지 창업을 목표로 코딩에 접근하는 학생은 10~20%의 소수”에 불과하다. 그보다는 “어느 분야의 지식과도 융합해 시너지 효과를 높이는 매력 때문”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코딩을 배우면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구현할 수 있어요. 업무 또는 관심 분야에서 평소 개선하고 싶었던 부분을 직접 프로그램으로 만들어 해결할 수 있죠. 만약 직장 상사가 2만 페이지의 서류를 주고 특정 내용의 검색을 지시했다고 가정해볼게요. 기존에 프로그램이 있는 게 아니라면, 자신이 원하는 기능을 몇 시간 안에 프로그램으로 만들어 효과적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어요. 또 기발한 아이디어를 애플리케이션으로 개발해 많은 사람과 공유할 수도 있죠.”

지난해 메르스 사태 당시 이두희 대표는 친구와 함께 메르스 확산 경로를 확인할 수 있는 ‘메르스 맵(Mers Map)’ 사이트를 만들었다. 정보가 미흡해 공포가 빠르게 확산되는 상황을 막아보자는 생각으로 2시간 만에 만든 이 사이트는 오픈하고 순식간에 500만 명이 방문하는 기록을 세웠다. 코딩은 이처럼 짧은 시간에 많은 사람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좋은 영향을 미치는 창의적인 일도 가능케 한다.

그가 말하는 코딩의 또 다른 매력은 배우기 어렵지 않다는 것이다. 천재 해커라는 별칭과 달리 컴퓨터공학을 전공으로 선택했을 때 그는 절대로 ‘천재’ 가 아니었다. 컴퓨터에 대한 관심도 없이 입학했고, 2학년 때까지 성적표는 대부분 D로 채워졌다. 적성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해 전과를 하고 싶었지만 낮은 학점 탓에 그마저도 어려웠다. 결국 2학년 겨울방학 그는 마지막 승부수를 띄웠다. 코딩과 관련된 책을 선택해 읽고 또 읽었다. 표지에 손때가 묻을 때쯤, 그는 비로소 코딩을 알게 되었다. 이제 제대로 해볼 만하다는 자신감도 붙었다. 정확히 60일 만에 찾아온 변화였다.


90일만 투자하세요


‘60일이면 코딩의 기본을 배울 수 있다’는 경험은 비전공자가 석 달 안에 코딩을 배우고 직접 프로그램을 만드는 멋쟁이 사자처럼 동아리의 탄생을 가능케 했다.

2013년 그는 컴퓨터공학 박사과정을 중단했다. 세상을 움직이는 IT기술은 대부분 기업에서 나오고, 학교는 더 이상 기술을 리드하는 곳이 아니라고 판단했을 때 대학에 남아야 할 이유를 찾을 수 없었던 것이다.

계획도 없이 시작된 백수생활 중 그는 코딩 교육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코딩에 대한 학생들의 니즈를 파악한 것도 아니었고, 아르바이트를 하겠다는 생각도 아니었다. 단지 “비전공자들이 코딩을 배우면 어떤 새로운 일들이 생길까”라는 호기심 때문이었다.

‘이왕 백수생활을 할 거면 멋지게 해보자’는 생각에 백수의 왕 사자를 넣은 이름도 짓고, 넓은 서울대 캠퍼스에 달랑 9장의 무료 교육 안내장을 붙였다. 그런데 무려 200명이 연락을 해왔고, 고심 끝에 30명의 학생을 선발했다. 커리큘럼은 오로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구성했다. 무조건 재미있어야 한다는 게 그의 원칙이었다.

“코딩을 배울 때 대부분 어디에 사용되는지도 모르는 기능을 먼저 배우게 돼요. 그런데 이게 참 지루하거든요. 흥미를 끌려면 처음부터 목표가 있어야 하고, 그 목표가 ‘자신의 이야기’에서 시작할 때 사람들은 재미를 느낍니다.”

그래서 그가 생각한 첫 과제가 바로 개인 홈페이지 만들기다. 먼저 만들고 싶은 홈페이지를 구상하고, 필요한 기술을 익히고 나면 남다른 변화를 주고 싶은 욕구가 커지고, 학생들은 자신의 창의적 아이디어를 구현해 줄 새로운 기능에 목말라 하게 된다. 30~40일간 홈페이지를 만들고 나면 본격적으로 코딩을 공부하는 그룹이 구성된다. 하지만, 좋은 프로그램과 애플리케이션은 코딩 실력만으로 만들 수 없다. 중요한 것은 바로 창의적 사고다. 때문에 그는 수업과 별도로 일주일에 3~4시간은 반드시 아이디어 개발을 위한 그룹 회의를 갖도록 한다. 코딩과 아이디어 개발이 서로 톱니바퀴처럼 맞아 순환하는 구조가 바로 이두희식 코딩 배우기의 핵심이다.

그는 “전공자들은 코딩을 하며 서버의 반응 속도를 줄이는 데 열광하지만, 비전공자들은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문제를 해결하며 희열을 느낀다”고 말한다. 실제로 멋쟁이 사자처럼 출신 중에는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서비스를 개발해 투자자를 유치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카드 추천 서비스 ‘뱅크샐러드’, 온라인 프로그래밍 교육 ‘코드라이언’, 축구 기록 관리 시스템 ‘비프로’, 자기소개서 솔루션 ‘자소설닷컴’ 등 종류도 다양하다. 비전공자이지만 굵직한 IT기업에 취업을 하기도 한다. 인구론(인문계 졸업자 90%는 논다)이란 말도 있지만, 인문학 지식과 새로운 문물에 대한 탐색의 습관이 코딩과 만났을 때 보다 많은 기회와 만날 수 있는 것은 분명하다.


배워서 남 주는 이유

2015년 9월에 열린 멋쟁이 사자처럼 3기 해커톤 현장. 전체 학생 512명 중 수업을 완료한 380명이 참석해 열띤 경연을 펼쳤다. 이날 선보인 ‘강남엄마ʼ ‘고소미닷컴ʼ 등은 실제 창업으로 연결되었다.
이두희 대표는 현재 스타트업 ‘클래스팅’의 연구원이다. 단지 회사의 철학이 좋아 먼저 전화를 걸어 “일하고 싶다”고 제안했다.

글로벌 대학생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클래스메이트’를 만들고, 게임전문 MCN(Multi Channel Network) 콩두컴퍼니를 공동 창업하며 끊임없이 세간의 관심을 받았고, 활발한 방송활동으로 인기도 얻었지만 그는 ‘그냥 개발자’가 천직이라고 말한다. “오로지 컴퓨터와 마주앉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인내의 시간조차 매력적”이라는 그는 요즘 오랫동안 꿈꿨던 멋쟁이 사자처럼의 글로벌 진출로 한창 신이 나 있다. 멋쟁이 사자처럼은 3월 일본과 호주를 시작으로, 8월 미국의 대학에서 동아리 활동을 시작한다. 세계 최고의 대학 하버드와 MIT의 학생들이 자신이 개발한 커리큘럼으로 코딩을 배운다는 생각만으로도 그는 설레고 기쁘다.

“(멋쟁이 사자처럼) 사업화 제안이 정말 많아요. 솔직히 유혹적이죠. 하지만 비즈니스가 되면 무료 수업을 할 수 없고, 많은 학생들이 돈 때문에 배움을 포기할 겁니다. ICT 산업의 미래를 위해서도 배움의 생태계는 지켜져야 해요.”

퇴근 후 시간을 내어 교육 내용을 업그레이드하고, 동영상을 제작하는 등 많은 노력을 쏟아야 하지만, 그는 학생들이 가끔 보내주는 모바일 기프티콘으로 커피 한 잔을 마시고, 감사 이메일을 확인하며 큰 행복을 느낀다. 그가 여전히 학생들의 곁을 지키는 이유다.
  • 2016년 0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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