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난민 되다》 출판한 젊은 미디어 ‘미스핏츠’

동아시아 청년들의 주거 고민 취재기

글 : 이재인 인턴 기자(고려대 4학년)  / 사진 : 김선아 

사진제공 : 코난북스
사진은 왼쪽부터 미스핏츠 활동부원 양나은 씨, 편집장 이수련 씨, 창립멤버 구현모 씨.
“다음 학기에 당장 살 곳이 없다.” 수많은 20대가 주거 문제로 고통받는다. 대학교 기숙사는 출신 지역, 학점 등의 조건에 부합하지 않아 들어가지 못하는 학생들이 많다. 직장이나 학교 주변의 원룸은 깨끗하지도, 넓지도 않은 시설에 가격은 터무니없이 비싸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경제력이 없는 20대, 특히 수도권 대학생들은 취업, 학점, 인간관계보다 더 고민이 되는 것이 주거 문제다. 20대를 말하는 젊은 미디어 ‘미스핏츠’가 이 문제에 집중하게 된 이유다.

우리나라 대학생들의 개인적 경험에서 출발한 청년 주거 문제는 일본, 홍콩, 대만에서도 비슷한 양상으로 나타났다. 국내와 해외 취재를 통해 아시아 국가의 보편적인 문제인 20대 주거 문제에 관한 생생한 관찰과 인터뷰를 할 수 있었다.

이 내용을 엮어 2015년 12월 단행본 《청년, 난민 되다》(코난북스)를 발간했다. 미스핏츠의 창립 멤버 구현모(필명 지켜본다), 편집장 이수련(필명 수련), 활동부원 양나은(필명 요정) 씨를 만났다.


‘20대의, 20대에 의한, 20대를 위한’

미스핏츠(MIS FITS). 직역하면 ‘세상에 맞지 않는 사람들’이다. ‘맞다’는 여기서 ‘어울리다, 속하다’라고 해석할 수 있다. 2014년 대학생들이 만든 언론사 미스핏츠는 사회에서 목소리를 내기 힘든 ‘소수’의 관점으로 세상을 보려 한다. ‘소수’는 돈이 없는 대학생일 수도 있고, 서류 전형에서 열 번 넘게 떨어진 취업 준비생일 수도 있다.

진지하지 않아도 상관없다. 청년들의 주체가 되어 목소리를 내는 것이라면 킬링타임용 영상이라도 의미 있다.

“저희는 20대를 중심으로 한 글이라면 어떤 것이든 환영해요. 기존 언론에서 많이 다뤄서 식상해진 주제만 아니면 괜찮아요.” (이수련)


글쓰기 좋아하는 대학생 3명이 시작한 미스핏츠가 수십 명이 활동하는 조직이 되기까지는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처음 미스핏츠를 만들었을 때는 이렇게 잘 될 거라고 상상도 못 했죠. 그런데 어느 순간 저희가 제작한 카드뉴스를 대형 언론사에서 스크랩해 가는 걸 보면서 ‘어쩌면 규모가 커질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구현모)

이들은 차별화된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2년 동안 끊임없이 노력했다. 같은 현상이라도 기존의 언론과는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고 글을 쓰려 했고, 20대들이 궁금해하지만 TV에서 볼 수 없던 영상을 제작했다. 막걸리, 초콜릿 우유, 소주 등 하나의 음식을 주제로 여러 브랜드의 제품을 시음하고 적나라하게 평가하는 영상인 ‘블라인드 테스트’ 시리즈는 회당 1000회가 넘는 조회 수를 기록하며 큰 호응을 얻었다. 미스핏츠가 생긴 지 불과 3개월여 됐을 때 장기 프로젝트를 기획하게 된 것도 차별화된 콘텐츠에 대한 욕심 때문이었다.

“저희만의 정체성을 갖기 위해서는 직접 취재한 내용을 바탕으로 한 콘텐츠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20대를 둘러싸고 있는 여러 사회적 문제 가운데 멤버 모두가 공감했던 게 ‘주거 문제’였어요. 찾아보니까 다른 나라에서도 우리만큼 청년 주거 문제가 심각했어요. 방송이나 기사에서는 이 주제를 구체적으로 다루지 않은 걸 확인하고 취재 계획을 세웠죠.” (구현모)

미스핏츠는 청년 주거 문제를 연구하는 이 프로젝트를 ‘청춘의 집’이라고 이름 붙였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돈’ 문제가 가장 고민이었다. 평범한 대학생이었던 미스핏츠 멤버들은 2014년 12월 22일부터 5주간 ‘다음 스토리 펀딩’에서 모금을 했다. 최종 모금액은 344만 원으로 목표(2100만 원)에는 훨씬 못 미쳤지만, 주변에서 돕겠다는 연락을 받아 계속 진행할 수 있었다.

아파트가 즐비한 홍콩 주거 단지의 모습
구현모 씨는 청춘의 집 프로젝트가 “처음부터 끝까지 위기였다”고 말했다. 우선 인력이 턱없이 부족했다. 청춘의 집 프로젝트를 처음 기획할 때 미스핏츠의 멤버는 9명이었다. 한국에는 두 명만 남아 콘텐츠를 관리했다.

“저희는 카드뉴스를 매일 발행하는데 하나 만드는 데 시간이 꽤 걸려서 두 명이 할 수가 없었어요. 해외팀은 밖에서는 취재하고 숙소에서는 카드뉴스를 만드느라 고생했죠.” (구현모)

시간의 여유도 없었다. 미스핏츠는 국내 취재 후 2016년 2월 한 달 동안 대만, 일본, 홍콩 3개국으로 취재를 갔다. 인구 밀집도가 높고 산업화 후 부동산 시장의 거품이 심한 우리나라와 비슷한 점이 많은 나라들이었다.

“해외 취재를 위해 SNS와 각 나라의 한인 커뮤니티에서 취재원을 탐색했어요. 대만 같은 경우에는 ‘새둥지운동’이라는 주거 시위 때문에 만들어진 페이스북 페이지가 있어서 그것을 통해 현지인들에게 연락했어요. 기약 없이 상대방의 답변을 기다리는데 초조하고 불안했죠.” (구현모)


사는 모습은 닮았지만, 대응 방식은 다른 청년들

2014년 새둥지운동을 하는 대만 청년들
해외 취재에서 그들은 단순히 관찰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직접 주거의 어려움을 체험하며 자세한 경험담을 담았다. 특히 일본에서는 우리나라의 PC방과 비슷하지만 숙박이 가능한 ‘넷카페’의 1인실에서 하루를 보내며 특별한 시도를 했다.

“일본 넷카페에서 시도한 영상 생중계가 기억에 남아요. 페이스북 ‘라이브 비디오’를 통해 최근 경제력이 없는 일본 청년들이 많이 선택하는 넷카페의 환경을 생생하게 담을 수 있었거든요. 실시간으로 질문을 올려주시는 분들의 궁금증도 해결해 드렸죠. 방의 넓이를 알려드리기 위해 샌드위치로 길이를 재보기도 하고, 방음이 안 돼서 실제로 옆방 소리가 다 들리는 것도 확인했어요.” (구현모)

이들은 해외 취재를 한 이유를 “우리와 닮은 곳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서였다”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청년 주거난에 대응하는 방식은 나라마다 달랐다. 대만에서는 ‘새둥지운동’이라는 청년 시위가 일어나고, 일본에서는 ‘넷카페’나 ‘셰어 하우스’ 등 새로운 주거 형태가 등장하고, 홍콩에서는 좋은 대학을 나온 젊은 인재들이 나라를 떠나는 ‘탈홍콩’ 현상이 발생하고 있었다.


이 문제에 대한 우리나라 20대들의 노력은 책 결론부에 구체적으로 서술되어 있다. 대학교의 여러 학생회가 기숙사를 확대하거나 장학금을 확충하려는 모습이다. 또 ‘공유 주택’이라는 개념을 해결 방법으로 제안하기도 한다. 그러나 ‘당장 갈 곳이 없는 20대’에게 속 시원한 답이 되는 내용은 아니었다.

“당장 사회 구조적인 변화를 가져올 방안은 없다고 생각해요. 그래도 책에 ‘해결의 실마리’라는 부분이 있는 이유는 20대들이 주거 문제에 대해 여러 의견을 지속해서 내는 게 문제 해결을 위해 조금씩 다가가는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양나은)

미스핏츠 멤버들은 실제로 청년들이 겪고 있는 취업, 주거, 등록금 등의 사회문제가 피상적으로 일부분만 보도되고 있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그들은 청년들의 주체가 되어 20대의 목소리를 다양한 방식으로 내려 한다. 글과 영상을 올리는 온라인 활동만큼 오프라인 활동도 활발하게 하고 있다. 지난 2월에는 정치인들과 대학생들이 같은 주제에 대해 의견을 내어 토론하고 반박하는 자리인 청년 포럼을 열었다. 앞으로도 기성세대와 20대가 서로의 의견을 공유할 수 있는 토론회를 활성화하기 위해 다양한 행사를 지속해서 열 계획이다. ‘20대의, 20대에 의한, 20대를 위한’ 미디어가 되겠다는 그들의 다짐은 미스핏츠 창립 당시처럼 여전히 견고했다.
  • 2016년 0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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