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식권 서비스 앱 ‘식권대장’ 개발한 벤디스 조정호 대표

종이 식권이 사라지는 그날까지!

글 : 오주현 기자  / 사진 : 김선아 

사진제공 : 벤디스
점심시간이 기다려지는 건 학생이나 직장인이나 마찬가지다. 구내 식당이 있다면 간단하게 점심을 해결할 수 있지만, 식당이 없으면 복잡해진다. 회사에서 받은 식권을 가지고 가맹음식점으로 향한다. 식사를 하고 식권을 낸다. 또는 법인카드를 낸다. 그리고 영수증에 “○○팀 △△△ 몇 시 몇 분”이라고 적어 회사에 영수증을 제출한다. 가맹음식점은 식권이나 법인카드를 받아 장부에 적는다. 회사는 한 달 동안 식권이나 법인카드 영수증을 모아서 정산한다. 이런 복잡한 절차를 버리고 모바일로 간단하게 결제하는 시스템을 만든 앱이 있다. 종이 식권과 장부를 모바일로 옮겨온 ‘식권대장’이다.

고객과 업체에 멀티 벤더(multi-vendor)와 같은 멀티 마케팅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이 되겠다는 뜻의 벤디스(VENDYS)는 ‘식권대장’ 앱을 만든 기업이다. 기업과 로컬푸드점, 직원을 연결해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식권대장 앱을 이용하면 직원들이 회사에서 받은 포인트를 이용해 회사 주변의 가맹음식점에서 쓸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포인트로 기프티콘도 구매할 수 있어 원한다면 스타벅스, 커피빈, 버거킹, KFC 등 각종 프랜차이즈 음식점에서 점심을 해결할 수도 있다. 포인트는 회사의 방침에 따라 매달 혹은 매일 직원에게 지급된다. 여기에 우리나라 문화에 맞추어 여럿이 함께 식사할 때 각자의 포인트를 한 사람에게 몰아줌으로써 전체 식대를 한 사람이 결제할 수 있도록 한 ‘함께결제’ 기능과 직원이 개인적으로 포인트를 충전한 후 회사 지급 포인트와 통합해 사용할 수 있는 기능인 ‘통합포인트’ 기능도 탑재해 있다.


IT 스타트업에 뛰어든 고시 준비생


벤디스를 창업한 조정호 대표는 법학을 전공한 사법고시 준비생이었다. IT 업계에 대해서는 경험이 없는 그가 창업에 뛰어든다고 하자 주변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3년 동안 신림동 고시촌에 있었습니다. 공부를 하다 보니 이미 세상에 나와 있는 판례를 외울 게 아니라 직접 세상에 나가서 제 힘으로 무언가를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사시를 포기하는 데는 미련이 없었습니다.”

창업을 하겠다고 마음먹은 후 조정호 대표는 학교 친구들과 주말마다 시내의 한 프랜차이즈 카페에 모여서 아이디어를 나눴다. 그러다 문득 ‘왜 우리는 이 카페에만 올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그 이유는 계열사의 모든 포인트를 통합 적립할 수 있는 카드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대학 근처에 정말 맛있는 음식점은 대기업 프랜차이즈가 아닌 골목에 있는 작은 떡볶이집, 밥집이잖아요. 그런데 이런 로컬 음식점들은 포인트 교류라는 시스템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분들에게도 포인트를 교류할 수 있게 시스템을 만들어준다면 학교 근처의 작은 맛집이 더 커질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에서 창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조정호 대표는 2014년 벤디스를 창업하기까지 3~4년간 창업하고 실패하는 경험을 했다. 맨 처음 시작한 것은 2011년 적립 쿠폰을 모바일화하는 로컬서비스 적립기업이었다. 하지만 잘되지 않았고, 2012년에는 프랜차이즈 위주로 되어 있는 모바일 상품권을 학교 앞에 있는 학생들이 자주 가는 로컬 음식점들로 확대하는 로컬모바일 상품권 기업을 창업했다. 가맹점 150호점까지 계약했지만 더 보완할 점이 필요했다. 당시 한 대형 IT회사가 판교로 사옥을 이전하면서 임직원이 쓸 수 있는 회사 전용상품권 시스템을 만들어달라고 요청했다. 제안은 진행되지 못했지만 ‘식권대장’을 떠올리는 계기가 되었다.

“먼저 회사들이 많은 상권에 나가보았습니다. 모든 회사가 종이 식권을 이용하고 있었습니다. ‘앱 카드가 만들어지고 포인트 적립도 스마트폰으로 하는 세상인데 왜 식권은 바뀌지 않을까’라는 의문이 생겼습니다.”

한 식당 사장님께 여쭤보니 70년 전부터 식당을 운영해왔지만 식권은 발전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그 누구도 시도하지 않은 시장인 ‘식권’에 발을 디딘 순간이었다.

“계속 불편을 감수하면서 종이 식권을 쓴 이유는 별다른 해결책이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그 해결책을 찾아봐야겠다고 생각하고 2013년 여름부터 6개월 동안 시장조사를 한 후 2014년 1월에 벤디스를 열었습니다.”

‘식권대장’ 서비스를 보도자료를 통해 언론에 알린 뒤 기업에서 연락이 오기 시작했다. 현재 ‘식권대장’의 고객사 34개 중 90% 이상이 기업에서 먼저 문의가 온 경우다. 반면 회사 주변의 가맹음식점은 ‘식권대장’을 받아들이는 데 더 시간이 걸렸다.

“칼국숫집을 하는 할머니가 계셨어요. 식당을 찾아가 ‘어머니, 식권을 모바일로 바꿀 거예요’라고 말씀드렸더니 ‘난 이거 쓸 줄 몰라. 손에 종이 식권을 쌓아놔야 안심이 되는데 모바일로 옮기면 너희가 조작하는지 안 하는지 내가 어떻게 알아?’라고 하셨죠. 욕도 많이 먹고 거절도 많이 당했습니다. 끈질긴 설득 끝에 한 달만 써보자고 하셨어요.”

정확히 한 달 뒤 찾아갔을 때 할머니는 당신이 수기로 표시해놓으셨다며 따져보자고 말씀하셨다. 그 결과 할머니가 써놓은 장부에 두 개 정도 누락분이 있었다. 그다음부터 할머니는 식권대장 앱을 아주 만족해하면서 사용하고 있다.


우리가 직접 만드는 시장과 서비스

왼쪽부터 한선호 개발이사, 장성진 재무이사, 장준영 사업전략이사, 신재윤 영업팀장, 조정호 대표.
벤디스를 만드는 과정에서 조정호 대표는 그동안 창업에 실패했던 경험이 자양분이 되었다고 했다.

“창업에 필요한 체력을 키워준 것 같습니다. 스타트업을 운영하다 보면 당장 수익이 안 나기도 하고 외부 요인으로 위기를 맞을 때도 있는데 지난 3년 동안 창업하고 실패하는 과정을 겪으면서 저만의 중심 잡는 법을 배웠습니다.”

지난 2월 벤디스에 투자한 한 회사는 조정호 대표에게 “대표님이 만약 도서관에서 공부만 하면서 사업 아이템을 찾았다면 투자하지 않았을 겁니다. 본인 스스로 3~4년 동안 발로 현장을 뛰면서 시장에서 필요한 게 무엇인지 느끼고 그것을 앱으로 실현했기 때문에 투자하는 겁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현장에서 실패하고 구르며 경험했기에 기업에 이런 니즈가 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벤디스 직원들은 소위 ‘고스펙’이다. 4명의 이사들은 금융권, 회계법인 등 안정된 직장을 등지고 벤디스에 합류했다. 회계법인에서 근무하다 벤디스로 옮긴 장성진 재무이사는 “우리가 만들어간다는 것에 대한 희열이 있다. 회계법인에서 쌓을 수 있는 커리어, 연봉을 포기했지만 내가 성장할 수 있는 회사는 이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벤디스는 한 회사가 만들어지고 임직원들에게 식대를 줘야 할 때 제일 처음으로 떠올리는 회사가 되는 것이 목표다.

“기존에 없던 방식을 대한민국 최초로 만들고 있습니다. 식권대장이 트렌드로 자리 잡고 시장선점으로 이어진다면 ‘식권’에 대해서는 ‘식권대장’이 최초로 역사를 쓰는 거죠. 종이 식권과 장부가 없어지는 그날까지 식권대장은 발전해나갈 겁니다.”
  • 2015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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