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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 지친 이들에게 ‘작은 일탈’을 선사

직업의 세계 / 파티플래너

글 : 오주현 기자  / 사진 : 김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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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 ‘와일드플라워 린넨 코리아’
참고자료 : 워크넷, 커리어넷
★ 생일 파티, 크리스마스 파티, 핼러윈 파티, 웨딩 파티, 기업 파티 등 파티는 매일 같은 일상에 작은 일탈을 선사한다. 특히 연말이면 각종 파티로 온 세상이 분주하다. 친척·친구 등 소규모 모임에서부터 동창회·결혼피로연·생일축하연·행사·기념회 등 대규모 모임까지를 일컫는 파티는 사람과 사람 사이를 친밀하게 만들어준다.

★ 파티플래너는 효과적인 파티를 진행하기 위해 기획·운영·연출·홍보 등 파티의 전체 과정을 총괄하는 사람을 말한다. 각 파티의 성격에 따라 진행 과정은 달라지지만, 일반적인 과정은 다섯 단계로 나뉜다. 의뢰인과 파티의 주제 및 구성에 대해 논의한 후 제안서를 만든다. 승인이 떨어지면 파티 장소를 정하고 예산과 음식, 일정 등 세부계획을 세운다. 조명, 음향, 무대 등 특수효과팀을 선정해 협업하고 장식에 필요한 소품을 구입한다. 초청대상자의 참석 여부를 확인해 초대장을 보낸다. 파티 당일 사전 준비사항을 점검해 파티를 진행한다. 파티가 끝난 후 마무리하고, 초청자 리스트 등의 결과보고서를 제출한다.
파티플래너는 파티의 총책임자이자 기획연출자다. 파티 현장의 돌발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위기관리 능력과 순발력, 판단력이 요구되며, 공간연출 감각과 창의력도 필요하다. 다양한 사람들과 협업하여 파티를 완성해야 하기 때문에 사람들을 배려하는 자세를 지녀야 한다. 책임감이 강하고 꼼꼼한 성격을 가진 사람에게 적합하다.

★ 파티플래너는 전공과 상관없이 활동하는 사람도 있지만 음식, 음악, 패션, 미술, 실내디자인 등 파티와 관련된 분야를 전공한 사람이 많다. 하지만 전공보다 중요한 것은 사교성과 공간 연출 감각이다. 파티플래너는 음악, 음식, 패션, 마케팅 등 폭넓은 분야의 기술을 필요로 하므로 다양한 능력을 갖추고 있는 것이 좋다. 대학의 이벤트 혹은 홍보 관련 학과에서 교육을 받을 수 있다. 인천문예실용전문학교, 서울연희전문학교, 한국문화예술직업전문학교 등 대부분의 전문학교에서 전공학과를 만들어 교육하고 있다. 파티플래너과에서는 테이블 코디네이션, 플라워 디자인, 푸드 스타일링을 비롯해 파티 스타일링, 전시기획 및 공간연출 , 마케팅 등 이론과 실습을 병행하는 수업을 진행한다. 대학 평생교육원이나 사설학원에서도 관련 강좌를 수강할 수 있다. 파티를 주관하는 회사에서 아르바이트나 인턴으로 일하며 실무 경험을 쌓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특히 파티 관련 아르바이트를 통한 실무 경험은 취업 시 유리하다. 상시 채용이 이뤄지므로 꾸준한 관심이 필요하다.
워크넷에서 집계한 파티플래너의 평균 연봉은 약 3200만원이지만 개인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새내기 파티플래너일 때는 큰돈을 벌 수 없지만 실력이 쌓이고 업계에서 유명해질수록 수입은 높아진다.

★ 2014년 워크넷 전망 결과에 따르면 향후 5년간 파티플래너의 고용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가활동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파티문화도 점차 대중화되고, 이에 따라 파티산업도 확대될 것이다. ‘와일드플라워 린넨 코리아’의 비키 정 대표는 파티의 개념이 대중화됐다고 말한다. 서양에서 유학하며 파티문화를 즐기고 돌아온 사람들 혹은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파티문화를 접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파티에 대한 경계가 점점 사라지는 추세다. 한국 사람들에게 익숙지 않던 ‘파티’ 문화가 조금씩 대중 속으로 다가가고 있다.



‘와일드플라워 린넨 코리아’ 비키 정 대표

“배용준 결혼식, 맥앤로건 패션쇼가 제 손끝에서 완성됐죠”


‘와일드플라워 린넨 코리아’의 수석 디자이너이자 대표인 비키 정을 한 행사장에서 만났다. 이날 행사에는 1만 송이의 에콰도르 붉은 장미가 동원됐다. 쇼가 시작되자 사람들은 화려한 무대에 감탄했다. ‘와일드플라워 린넨 코리아’는 한국계 미국인 영송마틴이 미국에서 창업한 ‘와일드플라워 린넨’의 한국지사다. ‘와일드플라워 린넨’은 백악관 파티, 유럽 왕실 연회, 할리우드 스타들의 파티를 진행하며 미국과 유럽에서 인정받고 있는 유명한 파티 기획회사다. 2013년 6월에 론칭한 한국지사는 배용준·박수진의 결혼식, 컬리너리아트 파티, 영국대사관에서 열린 영국로펌 한국지사 론칭 파티 등 다양한 파티를 기획하고 진행해왔다.

파티플래너가 된 마케터
나는 하고 싶은 게 많았다. 20대에는 여성 CEO가 되어 무역을 하고 싶었다. 감정과 느낌을 표현하는 아티스트나 디자이너가 되고 싶기도 했다.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후 대학원에 진학해 마케팅으로 석사학위를 땄다. 대학원에서 만난 남편과 결혼하고 아이가 생겼다. 엄마로서의 행복한 일상과 커리어에 대해 고민하던 시기에 공간디자인을 배우기 시작했다. 어느 날 우연히 미국에서 진행된 ‘와일드플라워 린넨’의 파티 이미지를 보았다. 두 달 동안 잠을 못 잘 정도로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 한 장의 이미지가 나를 파티의 세계로 이끌었다. 한국에 ‘와일드플라워 린넨’을 들여오고 싶어 몇 달 동안 회사로 이메일을 여러 번 보냈다. 한국에 들어올 일이 있던 영송마틴 대표에게 연락이 왔고, 두 번을 만난 뒤 그는 사업계획서를 보내보라고 했다. 두 번째 미팅 전에 영송마틴 대표의 이야기가 KBS 〈글로벌 성공시대〉에 방영되어 한국에 있는 여러 사람에게 알려졌고 대기업 등에서 여러 제안이 들어왔다고 한다. 제안자 중 개인은 나뿐이었다. 운이 좋았다. 영송마틴 대표의 수제자가 되어 1년 동안 많은 것을 배웠고, 그는 지금도 여전히 나의 가장 큰 조력자다. 지금 나는 20대 때 꿈꾸던 모든 것을 하고 있다. 여성 CEO로서 회사 경영과 마케팅을 하고 있고, 기업행사 이벤트에서는 마케팅 전공을 살려 이벤트를 기획하고 있으며, ‘와일드플라워 린넨’을 통해 자연스레 미국 제품들을 수입하기도 하고, 우리 제품을 중국에 수출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공간 연출 디자이너로 활동하면서 감성을 표현하고 있다.

1만 송이의 붉은 장미로 꾸민 2016 S/S 서울패션위크 맥앤로건(MAG&LOGAN) 무대.
의뢰인의 마음을 읽다
파티는 기획 단계부터 중요하다. 먼저 의뢰인과 5번 이상 미팅을 한다. 개인 파티인지, 엔터테인먼트 소속사 파티인지, 비즈니스 론칭 파티인지 성격을 확실히 파악한다. 왜 파티를 하고 싶은지, 파티가 끝난 후 얻고자 하는 ‘end image’가 무엇인지 물어본다. 그 후에도 전화나 이메일로 꾸준히 의견을 나눈다. 콘셉트가 정해진 후에는 공간을 제안하거나 의뢰인으로부터 지정받은 공간에 가서 조사한다. 공간에 어울리는 주제를 잡은 후 디테일을 고민한다. 좋아하는 컬러, 좋아하는 느낌 혹은 절대 안 되는 컬러나 주제를 물어보며 의뢰인의 취향을 파악한다. 디자인을 고민하고 결정하는 데는 1~2개월 정도 걸린다. 전체 프로그램을 짤 때는 의뢰인에게 꼭 넣었으면 하는 프로그램을 듣고 나서 살을 붙여서 제안한다. 이벤트에 따라서 6개월 전부터 준비하는 경우도 있고, 프로젝트형은 1년이 걸리기도 한다.

세계적인 스타 셰프 7인의 요리를 한자리에서 즐기는 컬리너리아트 행사 현장.
‘화려한 파티’의 진짜 현장
때로는 촉박한 시간 동안 파티를 완성하기도 한다. 2013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싸이더스HQ’의 애프터 파티를 진행했다. 이날 파티의 주제는 ‘블랙스완’. 칵테일 테이블, DJ 박스, 천장에 검은 깃털 장식과 은색 스팽글을 달아 조명을 반짝이게 해 주제를 표현했다. 이날 파티 시작은 밤 9시였는데 같은 공간에서 다른 행사가 있어 단 4시간 안에 공간을 연출해야 했다. 파티가 진행되는 동안은 내내 긴장의 연속이다. 매달아놓은 조명이나 초가 떨어지지는 않을지, 초가 옮겨 붙어 화재가 일어나진 않을지, 게스트들이 제 시간에 다 도착할 수 있을지, 케이터링은 제 시간에 올지 머릿속이 복잡하다. 파티에 필요한 공간, 음향, 연주, MC 모두가 최상의 컨디션을 발휘해야 멋진 파티가 완성된다. 몇 날 며칠 밤을 새워서 만들어낸 파티에서 누군가가 즐거운 일을 하고 이 파티로 인해서 무언가를 얻어간다면 몇 날이고 밤을 새울 수 있다.

주한영국대사관에서 열린 영국 로펌회사 한국지사 론칭 파티 현장.
체력과 협업 능력은 필수
파티플래너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체력과 협업력이다. 회사에 신입직원이 면접을 보러오면 맨 처음에 항상 “체력 좋으세요?”라고 물어본다. 파티라고 해서 화려하기만 할 것이라는 환상을 가지고 왔다가 엄청난 노동량에 질려 금방 그만두는 사람도 많다. 1주일에
한 번씩은 밤샘작업을 하고 온 종일 서서 일하는 데다 온몸에 페인트를 묻히고 돌아다닌다. 그래서 업계 사람들은 파티플래너를 ‘막노동’이라고 말한다. 평상복은 항상 작업복에 운동화 차림이다. 어제도 밤을 꼴딱 새웠다. 손톱에는 검은색 페인트가 잔뜩 묻어 있다. 사다리를 타는 것은 예삿일이고 조명과 촛불을 천장에 매다느라 종일 위만 쳐다보고 있기도 한다. 체력과 동시에 필요한 것이 협업력이다. 파티는 혼자 만드는 것이 아니다. 조명팀, 연주팀, 연출팀 등이 힘을 합쳐서 함께 공간을 연출하는 것이다. 최고의 파티를 만들려면 모든 팀의 힘을 끌어내는 역할을 해야 한다. 파티플래너는 인사도 잘해야 하고, 주변을 잘 챙겨야 하고, 사람들을 이끄는 카리스마도 있어야 한다.


‘금반지의 본질은 금이 아닌 구멍’
상상력이 파티를 만든다. 매번 다른 이벤트를 기획하고 준비해야 하는 파티플래너에게 상상력은 필수다. 웨딩파티를 준비할 때 가장 중점을 두는 것은 ‘감동’이다. 기업행사는 ‘마케팅’이다. 과거에는 파티를 기획하는 데 영감을 얻기 위해 하루에 몇 백 장씩 이미지를 봤다. 《금반지의 본질은 금이 아니라 구멍이다》라는 책에서 “영감은 날것에서 받아야 한다”는 구절을 읽고 크게 공감했다. ‘나에게 날것이란 무엇인가’ 고민한 결과 ‘자연’이었다. 기존에 만들어진 이미지를 보면서 파티를 기획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에서 영감을 많이 받는다. 며칠 전 운전하면서 나무가 터널을 만드는 길을 지나가게 되었다. 그 밑에 나뭇잎이 많이 떨어져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웨딩파티를 준비할 때 버진로드를 저렇게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인상적인 자연의 모습을 보면 메모를 해두었다 그 후 파티 디자인을 기획할 때 활용한다.

배용준·박수진 결혼식 준비를 하고 있는 ‘와일드플라워 린넨 코리아’의 비키 정 대표.
놓칠 수 없는 ‘첫 경험’
처음 경험한 파티는 미국 샌디에이고에서의 웨딩 애프터파티였다. 신부와 신부 아버지가 나와서 춤을 추는데 부부 동반으로 온 하객들이 그 모습을 보고 눈물을 흘리며 서로를 쓰다듬었다. 그 후 파티를 기획할 때 파티에 온 사람이 파티를 즐기는 것뿐만 아니라 감동할 수 있게 하려고 한다. ‘와일드플라워 린넨 코리아’를 론칭한 후 지난 2년 동안 하루 3~4시간씩 잠자며 일했다. 자연스레 가족들과 같이 보내는 시간이 줄어 가족에게는 늘 미안한 마음이다. 요즘은 되도록 저녁 미팅은 잡지 않고 빨리 퇴근하려고 한다. 지방 이벤트엔 크게 방해가 되지 않는다면 두 아이를 동행해 일하는 엄마의 모습을 보여준다. 한 달에 한 번 쉬기도 어렵고 항상 머릿속에서 일에 관한 이미지들이 떠다니지만, 나는 이 직업이 굉장히 좋다. 나이 들면서 ‘처음으로 할 수 있는 경험’이 점점 없어진다. 반면 파티플래너는 첫 경험이 많다. 의뢰인이 계속 바뀌고 콘셉트가 계속 바뀌기 때문이다. 아시아인들에게 한국의 이벤트도 뛰어나다는 것을 인정받는 회사로 만들기 위해 오늘도 행복한 마음으로 작업복을 입는다.
  • 2015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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