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김의 교육 실천하는 다애다문화학교 이희용 교장

우리 시대 ‘교육 나그네’를 향한 헌신

글 : 이채희 인턴기자(연세대 3학년)  / 사진 : 김선아 

말끔하게 정장을 차려입은 직장인들을 쉽게 볼 수 있는 강남구 논현동. 고층 빌딩이 즐비한 이곳에서 책가방을 둘러메고 등교하는 학생들의 모습을 상상하기는 쉽지 않다. ‘설마 이런 곳에 학교가 있을까’ 하는 생각으로 주변을 맴돌다가 지도를 몇 번 확인한 후 들어선 강남YMCA 건물 3층에 다애다문화학교가 자리 잡고 있다. 그곳에서 50여 명의 다문화 청소년들을 사랑과 섬김으로 보살피는 이희용 교장을 만났다.
사회의 인재로 키워야죠

다애다문화학교(이하 다애학교)는 한국어 능력이 부족해 학교 수업에 적응하지 못하는 다문화 가정 학생들의 공교육 적응을 돕는 ‘서울시 위탁형 대안학교’다. 중학교 교육과정을 가르치며, 학력을 인정받으므로 졸업 후 고등학교 진학이 가능하다. 학생들은 한국의 언어와 문화를 교육받고 공동체에서 타인과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적응력을 배운다. 자신의 정체성을 잃지 않도록 모국의 언어와 역사도 교육받는다.

“우리나라에서 초・중등 교육을 받는 다문화 가정의 학생 수는 약 6만7000명에 이릅니다. 전체 학생의 1% 정도에 해당하죠. 전국의 어느 학교에 가도 다문화 학생 한두 명을 만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다문화 학생들은 이제 우리 사회에서 소수 인원이 아닙니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이들을 위한 정책을 만들고 시행해야 할 때임을 보여주는 근거죠.”

유엔은 1948년 세계인권선언을 통해 ‘교육받을 권리’를 인권으로 명시하고 있다. 이희용 교장 역시 교육을 복지나 시혜의 차원이 아닌 “인간답게 살 권리”라고 강조한다. 그는 교육이 개인의 특기 적성을 찾아주고 건강한 사회의 일원이 되도록 돕는 것이란 소신을 가지고 있다.


“저는 우리 학교 학생들을 사회에 이바지할 수 있는 인재로 보고 있어요. 우리 아이들이 국가 자격증을 지닌 전문 인력으로 성장하길 바랍니다. 그래서 직업 체험 교육을 하고 있는데, 아이들이 원하는 현장은 어떤 곳이든 갑니다. 이 과정에서 아이들은 스스로 좋아하는 분야를 찾을 수 있어요. 예전에는 아이들이 네일아티스트, 미용사가 되고 싶어 했는데, 요즘은 은행원의 인기가 가장 높아요. 은행으로 직업 체험을 갔을 때, 아이들 눈에 은행원들이 예쁘고 멋있어 보였나 봐요(웃음).”

다애학교는 일반 학교로부터 다문화 학생의 교육을 위탁받는다. 이곳이 일반 학교와 구분되는 가장 큰 차이는 끊임없이 지역사회의 여러 기관과 네트워크를 형성한다는 점이다.

“우리 학교가 강남에 있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강남의 훌륭한 사회적 인프라 덕분에 이곳에서는 지역사회와 끊임없이 교류할 수 있어요. 아이들이 경찰서, 호텔, 은행, 백화점과 같은 기관에서 직업 체험을 할 수 있는 것도 사회적 네트워크가 활성화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런 교육이 시내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 점에서 현재 일반 학교들은 사회와 동떨어진 섬처럼 보여서 안타까워요.”


다애학교 학생 중에는 중국 국적의 부모를 둔 아이들이 가장 많지만, 베트남・필리핀・이란・ 우즈베키스탄 등 그 뿌리가 다양하다. 이란 가정의 아이들은 종교적인 이유 때문에 난민 신분으로 학교에 다닌다. 다문화 학생들은 한국 교육 환경에서 많은 어려움에 부딪힌다.

“비자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아요. 중국 노동자인 부모를 따라 한국으로 들어온 학생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부모가 비자 만료로 자국으로 돌아가게 되자 아이들도 한국에서 떠나야 한다는 말을 들었어요. 출입국을 찾아가서 물어보니 아이들이 유학 비자를 받으면 계속 공부할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한 몽골 아이는 몸이 아파 치료가 필요한 상황에서 비자가 만료됐습니다. 어쩔 수 없이 자국으로 돌아가야 했죠. 몽골 대사관에 전화했더니 아이의 교육을 위한 사유서를 보내달라고 하더군요. 필요한 조처를 해서 두 아이 모두 학교를 무사히 졸업했습니다. 의지의 문제예요. 공부하고 싶어 하는 아이들을 무슨 일이 있어도 교육하겠다는 의지만 있다면 모두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이죠.”

다애학교는 아이들의 정서적 지원을 위해 원어민 멘토링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아이들은 모국어로 전문가들과 대화하면서 심리적 어려움을 극복해나간다. ‘사랑은 기적을 부른다’는 말이 이곳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이희용 교장과 교직원들의 헌신에 힘입어 아이들은 심리적 상처를 치유하고, 다양한 직업 교육을 받으며 밝은 미래를 꿈꿀 수 있다. 2011년 개교 이후 단 한 명도 누락 없이 학교를 졸업해 고등학교에 진학했다. 전기 분야 전문가를 양성하는 고등학교에 입학한 몽골 출신의 한 졸업생은 ‘전기 천재’라는 말을 들을 만큼 그 학교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런 소식들이 들려올 때마다 이희용 교장은 교육자로서 보람을 느낀다.


십시일반으로 운영하는 사랑의 학교


이희용 교장은 서울대 지리교육과를 졸업한 후, 일반 고등학교에서 26년 동안 근무했다. EBS에서 14년 동안 강의를 하며 입시 전문가로 이름을 날렸고, 각종 시험의 출제위원으로 선발될 만큼 능력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그는 “입시 위주의 교육이 진행되는 학교에서 주목받지 못하는 학생들에 대한 미안함이 있었다”고 했다. 공부에 뜻이 없는 아이들이 대학 진학 대신 자신의 꿈을 펼쳐나가는 데 도움이 되고자 직업반 담임을 자청한 적도 있었다.

이 교장이 소외당한 자들의 처지를 더욱 깊이 이해하게 된 것은 2008년, 불의의 사고를 겪고 난 이후였다. 학교에서 청소도구를 나르다가 다리에 엄청난 통증을 느껴 찾아간 병원에서 ‘마미증후군’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자칫하면 하반신 마비가 진행될 수도 있는 위기였다. 수술을 받고 2년간 재활 치료를 하는 동안, 성경의 한 구절이 그의 심금을 울렸다.

“‘네가 밭에서 곡식을 벨 때 그 한 뭇을 밭에 잊어버렸거든 다시 가서 취하지 말고 나그네를 위해 남겨두라’는 구절을 읽고 이 시대의 나그네가 다문화 청소년들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들을 위한 학교를 세워야겠다고 결심했어요.”


현재 다애학교는 주변의 많은 기관으로부터 도움을 받고 있다. 학교와 같은 건물에 있는 다애교회의 신도들로부터 임대료와 인건비를 지원받고 있으며, 주한 외교관 부인들의 모임은 학생들의 아침 식사비를 후원하고 있다. 이민자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외국계 은행은 학생들의 학원 교육비를 지원하고 있다.

“저는 사랑의 교육학을 지향합니다. 학생들의 특기를 발견해주고 그들이 우리 사회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거죠. 다문화 학생들을 위한 교육도 마찬가지예요. 외국인이라고 무조건 배척하면 안 됩니다. 이 아이들이 먹고살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줘야 합니다. 다문화 청소년들은 우리 사회를 위해 기여할 수 있는 역량이 있어요. 우리 사회가 0.1% 정도만 아량을 베푼다면 주변에 희망을 품은 아이들이 더 늘어나는 겁니다. 우리가 사는 곳이 더 나은 세상이 되는 거죠.”
  • 2015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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