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험가 제임스 후퍼

위험은 배움의 기회, 두려워할 필요가 없어요

글 : 시정민 TOPCLASS 기자  / 사진 : 김선아 

한 TV 프로그램에서 영국 대표로 이름을 알린 제임스 후퍼. 그는 2006년 열아홉 살 때 친구 롭과 함께 에베레스트 정상에 오른 영국 최연소 등반가이자 북극에서 남극까지 무동력으로 4만2000km의 폴투폴(pole to pole) 탐험에 성공한 모험가다. 2008년 내셔널지오그래픽의 올해의 모험가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는 지난 9월 본격적으로 모험을 시작하게 된 계기부터 에베레스트 등반에 이르는 극한의 환경 속에서 도전을 이어갈 수 있었던 원동력과 체험기를 담은 《원 마일 클로저》(다산책방)라는 에세이를 발간했다.

사진제공 : JNS매니지먼트
제임스 후퍼는 한 TV 프로그램에서 꿈을 좇는 한국의 청년들에게 ‘3스텝스’란 조언을 하여 큰 화제가 됐다. 작은 실천을 하나씩 이루는 사이 어느새 꿈이 이루어진 것을 깨닫게 된다는 것, 위험은 배움의 기회이니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는 것, 또 보다 많은 사람이 나를 도울 수 있도록 꿈에 대해 얘기하라는 것이었다. 성공의 정의는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자신에게 맞는 성공을 찾아 도전하라는 응원도 잊지 않았다. 그의 조언은 그가 탐험하면서 느낀 것에서 비롯됐다. 제임스 후퍼의 도전은 성공과 실패의 순간들로 채워져 있다. 최연소 나이에 에베레스트 정상에 오르고, 무동력 탐험에 성공한 기록보다 중요한 것은 그 과정을 겪으며 느낀 경험, 그와 함께했던 사람들에 대한 깨달음이었다.


열아홉 살에 에베레스트 등정

그는 중학교 시절 자전거 동아리에 가입하면서 모험을 시작했다. 자신감이 없는 성격이었지만 그곳에서 만난 친구들과 늘 칭찬해주는 선생님 덕분에 짧은 거리부터 영국의 먼 지방까지 라이딩을 할 수 있었다.

“자전거를 타며 내가 이런 것도 할 수 있구나, 다른 도전도 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게 조금씩 도전을 하며 에베레스트 등반을 계획하게 됐습니다.”

그가 크고 작은 모험을 할 때마다 그의 곁에는 롭 건틀렛이라는 단짝 친구이자 모험 파트너가 있었다. 그들은 처음 모험가를 꿈꾸던 열다섯 살 때부터 마라톤・사이클링・산악 등 힘든 여정을 함께해왔다.

최연소 영국인으로 에베레스트에 올랐을 때도, 북극에서 남극까지 무동력 종단에 성공했을 때도 제임스 옆에는 변함없이 롭이 있었다. 그는 롭과 함께 에베레스트 정상을 오르기 위해 3년간 준비했다. 암벽등반을 배우며 필요한 장비를 사기 위해 밤낮으로 아르바이트를 하고, 스폰서도 직접 발로 뛰며 구했다.

“실내 등반센터에서 정기적으로 배우며 영국 남부 해안가에 있는 절벽부터 암벽등반을 시작했어요. 바위틈에 작은 쇠고리를 박는 것을 반복하며 로프를 연결하고 절벽의 맨 윗부분까지 올라갔죠. 이후엔 무시무시한 짐승의 송곳니처럼 뾰족한 산봉우리가 있는 네팔의 아마다블람, 알프스 등반에 도전했어요.”

그는 마치 한 계단씩 오르듯 차근차근 준비했다. 에베레스트를 오르기 위해 무리한 시도나 어마어마한 도전은 하지 않았다고 한다.

에베레스트 정상에 선 제임스 후퍼(왼쪽)와 친구 롭.
2006년 3년간의 준비를 마치고 그들이 에베레스트 정상에 오르던 날은 가장 위험한 날이었다. 정상이 가까워지면 산소부족으로 체력저하를 느낄 수밖에 없다. 정상에 올랐다 내려오는 길에 체력 저하로 죽음을 맞는 경우 또한 많다.

“정상에 오르기 며칠 전 베이스캠프에서 사귄 친구의 시신을 보고는 충격이 컸어요. 극한의 공포감이 들 때마다 가족, 스폰서, 우리를 응원해주는 사람들을 생각하며 버텄죠. 무엇보다 롭과 함께였기에 해낼 수 있을 거란 믿음을 갖게 됐고요.”

에베레스트 등반 이후 그들은 새로운 도전을 갈망했다. 북극에서 남극까지 4만2000km에 이르는 거리를 무동력으로 이동하는 폴투폴 도전을 하기로 했다. 극한의 추위 속에서 몇 백 kg이나 되는 썰매를 끌고, 사막에서는 수백 km의 사이클링을 하고, 높은 파도에 보트가 완전히 뒤집히는 등 위험한 상황의 연속이었다.

“가장 무서운 건 날씨 같은 환경적 요인보다 두려움, 외로움, 의심 등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감정들이었어요. 두려운 감정들을 이겨냈을 때 한계를 뛰어넘는 것 같았죠.”

그는 이뿐 아니라 2011년 한라산에서 남산까지 조정, 세일링, 마라톤, 사이클만으로 100시간 완주를 목표로 도전해 99시간 30분이라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제2의 고향인 한국에서 재밌는 일을 할 수 있는 기회였고, 내가 있는 어느 곳에서도 모험을 할 수 있으리라는 확신을 갖게 됐습니다.”

힘들고 어려운 순간이 많았지만 계속 도전하는 이유는 “모험하면서 새롭게 경험하고 배우는 게 많기 때문”이라고 한다.

“물론 두려움은 있죠. 그러나 높은 산을 오를 때 마주하는 위험이 아닐지라도 우리는 살아가면서 위험한 순간들을 경험하잖아요. 위험은 인생의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위험이 없다면 우리의 삶은 아마 훨씬 더 빈곤하지 않을까요. 위험을 줄이려는 바람, 그리고 극복하는 과정에서 스스로를 더욱 발전시키고, 배우려 노력하게 되는 것 같아요.”


행복을 찾는 법


그는 어릴 때부터 쌍둥이처럼 늘 곁에 있던 롭과 2009년 스물두 살 겨울, 헤어져야 했다. 알프스의 몽블랑 등반 중 롭이 목숨을 잃은 것이다. 제임스는 하루아침에 세상에서 가장 의지하던 친구를 잃었다. 롭의 죽음은 헤어 나오기 힘든 충격이었다. 하지만 그는 절망에 빠져 허우적대는 대신, 도전자 롭 건틀렛의 이름을 널리 알리고 그의 도전 정신을 많은 사람과 공유하고 싶었다. 이런 도전 정신이 사회에 좋은 영향을 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원 마일 클로저〉라는 자전거 기부 라이딩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그가 롭과 모험하며 깨달은 것 중 하나는 ‘한 걸음씩 목표를 향해 도전하면 무엇이든 이룰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캠페인 이름도 ‘원 마일 클로저’라고 지었다.

“프로젝트의 목표는 세 가지였어요. 하나는 롭의 도전 정신과 모험의 즐거움을 알리는 것, 두 번째는 저희도 학교에서 좋은 선생님을 만난 덕분에 많은 걸 배울 수 있었던 것처럼 캠페인 기부금으로 다른 이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주는 것, 세 번째는 모험을 처음 해보는 사람들에게 경험해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었죠.”

2009년 영국을 시작으로 2012년 프랑스, 2014년 체코에 이어 지난 9월 한국에서 진행했다. 전남 여수를 시작으로 서울까지 약 1000km에 이르는 거리를 약 일주일 동안 50여 명의 청년들과 함께 〈원 마일 클로저〉 캠페인을 펼쳤다.

그는 캠페인 기부금을 친구 롭의 이름으로 2011년 부터 아프리카 우간다에 있는 나랑고에 기부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망고나무 그늘 아래에서 수업했지만 지금은 10개의 교실, 3개의 기숙사를 지었다. 3명으로 시작했던 인원도 지금은 730명으로 늘었고, 우간다 내 상위 30% 안에 드는 학교가 됐다. 갈수록 학생이 많아져 앞으로 더 교실을 지을 계획이다. 한국에서 ‘진짜 나’를 찾았다는 그가 한국에 오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어릴 때 늘 자신감이 없었어요. 게다가 도전 정신이 뛰어난 롭의 그늘에 가려져 혼자 무얼 할 수 있을까 싶었는데 롭이 죽은 후 완전히 새로운 곳에서 다시 시작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어요. 마침 한국에서 유학했던 친한 형에게 한국 얘기를 전해 들으며 관심을 가졌어요.”

그는 2011년 경희대학교 지리학과에 입학했다.

“영국에 있을 땐 크고 작은 모험을 하면서도 정작 내가 추구하는 가치는 무엇인지, 나는 누구인지 여유를 갖고 생각할 기회가 없었어요. 한국에 와서야 비로소 여유를 갖고 저를 돌아볼 수 있었습니다.”

호주 울릉공 대학교에서 지리학 박사과정에 있는 그는 10월 연구 조사차 남극으로 떠난다.

바다를 항해하고, 빙하에서 연구에 필요한 샘플을 구하기 위해서다.

“이전 모험들이 개인적인 경험에 그쳤다면 이번에는 과학적인 연구로 결과물을 얻어 사회에 보탬이 되는 정보를 만들고 싶습니다. 누구든 작은 것이라도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모험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설령 중간에 그만두더라도 실패가 아니라는 것을 기억했으면 좋겠어요. 다음 도약을 위한 리허설일 뿐이니까요.”
  • 2015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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