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개국 애플 앱스토어 교육부문 1위, ‘에누마’ 이수인 대표

‘수포자’도 수학에 흥미를 갖게 하는 신기한 앱 토도수학(Todo Math)

글 : 김미량 객원기자  / 사진 : 프리실러 소아레스 

“중학생 때 저도 ‘수포자’(수학을 포기하는 학생)였어요. 《수학의 정석》을 보고 그냥 질려버렸죠.”
세계 20개국의 애플 앱스토어 교육부문 1위 어플리케이션 ‘토도수학(Todo Math)’을 개발한 에누마(enuma)의 이수인(38) 대표. 그는 최근 교육계의 뜨거운 논란이 되고 있는 ‘수포자’들의 고통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수학을 지독히 싫어하던 그가 수학을 못하는 아이들을 위해 찾은 솔루션, 토도수학은 서비스 1년 만에 다운로드 150만 건을 기록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토도수학의 비밀, 이 대표는 그 답을 ‘게임’에서 찾았다.

사진제공 : 에누마
공부 못하는 아이도 행복할 수 있을까

“이 아이가 앞으로 겪을 어려움 중에는 학습장애도 있을 수 있습니다.”

낯선 미국의 병원에서 예정보다 일찍 세상에 나와버린 아들을 인큐베이터에 맡기자마자 의사에게 들은 한마디는 말 그대로 청천벽력이었다.

당시 미국 버클리 대학에서 컴퓨터공학 박사과정에 있던 남편 이건호씨(Chief Engineer)와 이수인 대표는 서울대학교 동기다. 미술을 전공한 이 대표는 남편과 동아리에서 만나, 졸업 후 엔씨소프트에서 각각 게임기획자와 테크니컬 디렉터로 함께 일했다.

“어릴 적 부모님은 늘 ‘공부를 잘해서 좋은 대학에 가면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 말씀하셨고, 저도 그런 줄 알았어요. 남편은 고등학교 때 세계 정보올림피아드 대회에서 금메달을 받고 서울대에서 석사를 마친 수재예요. 우리 부부는 ‘공부를 못하는 아이들이 어떻게 하면 행복해질 수 있는지’에 대해서 배운 적도, 생각해본 적도 없다는 사실을 바로 그날 깨달았습니다.”

수업을 이해하지 못해 교실에서 멍하니 시간을 보내야 하는 아이들에게 학교생활은 무척 괴로울 것이라는 생각이 가슴을 아프게 때렸다. 아들이 인큐베이터에서 보낸 2개월 동안 부부는 이 낯선 깨달음에 대한 답을 찾고 싶었다. 어느 날 우연히 아들의 주치의에게 “장애와 자폐 등 학습에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에게 ‘게임을 만드는 기술’ 이 참 필요하다” 는 말을 들었을 때, 그는 비로소 가야 할 길을 찾은 듯 기뻤다.

“건강한 사람들의 재미를 위한 게임 개발에는 멋진 기술을 사용하고 엄청난 돈을 투자하면서, 정작 장애 등 학습이 어려운 아이들을 위한 분야에는 기술도 돈도 관심이 없더군요. 그래서 결심했습니다. 어떤 이유 때문이든 학습에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을 위한 디지털 기반의 학습 툴을 제대로 만들어보자고요.”


‘정답 맞히는 성공 경험’이 쌓여야 공부에 흥미

남편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은 이 대표의 첫 도전은 엔씨소프트의 사회공헌 프로그램과 연계한 프로젝트로 진행됐다. 게임 전문가들이 만든 ‘장애아를 위한 학습 앱’은 반응이 무척 좋았다. 그리고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을 때 실리콘밸리의 유명한 VC(밴처캐피털) 마누 쿠마르(Manu Kumar・K9벤처스)가 이 대표에게 연락을 해왔다.

“당신들은 이 분야 최고의 기술과 아이디어를 갖고 있어요. 창업을 한다면 내가 첫 번째 수표를 써주겠습니다.”

마누 쿠마르는 이미 투자를 결심한 듯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망설였다.

“저는 한마디로 공부를 잘 못하는 아이들을 위한 학습 앱을 개발하겠다는 분명한 의지가 있었어요. 하지만 교육시장에서 공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한 상품에는 투자자들의 관심이 없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었죠. 때문에 제 뜻에 동의하지 않으면 함께 일할 수 없다고 선언했습니다.”

표정은 당당했지만, 쿵쿵 뛰는 심박동 사이로 ‘돈을 안 준다고 하겠지?’라는 생각이 비집고 올라왔다. 하지만 놀랍게도 마누 쿠마르는 “나는 준비됐다”는 말과 함께 지원을 약속했다.


자신이 있었다. 최고 프로그래머인 남편이 박사학위를 딴 후 공동 창업자로 합류했고, 생생한 피드백은 물론, 끊임없이 동기를 부여해줄 사랑하는 아들도 곁에 있었다. 이 대표에게 가족은 “완벽한 하나의 팀”이었다.

이들이 주목한 분야는 수학이었다. 디지털 기술이 이미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는 언어 학습영역에 비해 수학은 크게 뒤처져 있었고, 게임기술과 접목하기도 쉬웠다. 그리고 무엇보다 어릴 적 “수학이 정말 싫었던” 이 대표의 경험이 크게 작용했다.

‘수포자’ 문제는 최근 미국에서도 중요하게 다뤄지는 이슈다. 수학의 난이도를 크게 높인 미국 정부의 의지가 반영되면서 미국의 초등학교들도 수학교육으로 골머리를 앓는 중이다.

수학을 처음 접하고 좌절을 경험한 아이들에게 무조건 더 많은 문제를 연습하라고 강요하는 교육 방식은 ‘수포자’를 양산하는 지름길이라는 게 이 대표의 생각이다.

초창기 토도수학을 개발할 때의 일이다. 함께 참여했던 수학교육 전문가에게 무심코 “아이들이 정해진 시간보다 문제를 너무 빨리 풀면 다음엔 어떡하지?”라고 물었다. 그러자 그는 당연한 듯 “문제를 더 줘야지? 그게 보상이야”라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이 대표는 깜짝 놀랐다. 수포자였던 자신의 경험에서 비춰보면 ‘문제를 더 주는 것’은 상이 아니라 벌이었기 때문이다. 그 순간 깨달았다. 수학을 잘하는 사람이 아이들을 가르칠 때 흔히 범할 수 있는 실수, 그것은 바로 ‘학습이 어려운 아이들에 대한 이해의 부족’이었다.

“문제를 못 풀었을 때 어떤 아이는 ‘꼭 풀고야 말겠어’라며 악착같이 도전을 하고, 또 어떤 아이는 ‘난 못해, 싫어’라며 회피하죠. 전자는 주로 수학을 잘하는 아이고, 후자는 수학을 못하는 아이입니다. 세상엔 이처럼 서로 다른 두 종류의 아이들이 있어요.”

노력의 부족이 아닌 다른 성향에 대한 이해, 토도수학의 관점은 바로 여기에서 시작한다.


해외 투자자로부터 47억원 유치

미국 버클리 본사 직원들. 20명의 직원 중 교육학 석사가 6명이다. 맨 뒷줄 강아지 인형을 안고 있는 이가 이수인 대표의 남편 이건호 Chief Engineer다.
토도수학은 유치원부터 초등학교 2학년 수준의 커리큘럼을 담고 있다. 하지만 3~4세 아이부터 특수학교의 경우 중학생도 활용할 수 있도록 아주 쉬운 단계에서 시작해 다양한 장치를 통해 레벨을 끌어올리도록 구성되어 있다. 손가락으로 숫자 쓰기, 수의 개념, 배수, 수식 등을 재밌는 방식으로 풀어나가며 자연스럽게 수학을 익히는데, 단계를 정복할 때마다 아이들은 즉각적이고 강력한 피드백을 통해 게임 특유의 재미를 만끽한다.

“못 푸니까 싫고, 싫으니까 안 해서 수학을 더 못하게 되는 경로를 끊어야 해요.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정답을 맞히는 경험’을 주는 겁니다. 아주 쉬운 문제라도 성공하면 재미가 있고, 반복적으로 경험하면 자신감이 되죠. 이 자신감이 바로 실패해도 포기하지 않고 더 어려운 문제에 도전하게 만드는 힘입니다.”

2013년 6월 세상에 나온 토도수학에 대한 반응은 놀랄 만큼 뜨겁다. 가장 유저가 많은 중국에서는 세 살 아이가 토도수학에 빠져 있다며 부모가 메일을 보내온다. 미국의 약 1200개 초등학교에서는 토도수학을 교재로 시범운용 중이고, 애플은 자사 매장의 제품에 토도수학을 깔아놓았다. iOS를 기반으로 한 탓에 아직 한국 유저는 많지 않지만, 올해 하반기 안드로이드 버전이 출시되면 한국시장의 성장도 크게 기대된다.

에누마는 최근 소프트뱅크벤처스와 중국의 대표적인 학원업체 TAL에듀케이션그룹, 그리고 기존의 투자자인 미국의 K9벤처스 등으로부터 400만달러(약 47억원)의 투자를 받았다. 변화를 시도하고 앞으로 나아갈 준비를 마친 셈이다.

“얼마 전 사명을 ‘로코모티브랩스’에서 ‘에누마’로 바꿨어요. 하나하나 이름을 불러 센다는 ‘이뉴머레이션(enumeration)’의 의미 그대로, 다양한 배경의 아이들 한명 한명이 학습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기회를 제공하자는 에누마 전 팀원들의 뜻을 담았죠. 토도수학이 존재하는 이유입니다.”
  • 2015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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