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장병 대상 ‘청춘 인문강좌’ 진행하는
강영안 인문학대중화운영위원회 위원장

군대와 인문정신의 만남

글 : 임현선 기자  / 사진 : 원동현 

지난 8년간 학교가 아닌 지역사회에서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인문학 강좌를 진행해온 인문학대중화운영위원회가 9월부터 군장병과 청년들을 대상으로 ‘청춘 인문강좌’를 진행한다. ‘상명하달식 문화’에 익숙한 군대라는 조직과 비판적 사고를 키우는 인문정신이 어떻게 조화를 이룰 수 있을지 궁금했다. 강영안 인문학대중화운영위원회 위원장을 만나 청춘 인문강좌를 기획한 계기를 들었다.
강영안(64) 위원장은 벨기에 루벤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하고 암스테르담 자유대학에서 칸트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서른넷에 교수가 된 뒤, 만 30년 동안 강단에서 철학을 가르쳤다. 현재 서강대 철학과 명예교수이자 고신대 이사장을 맡고 있다. 강 위원장은 국방부 주최로 지난해 11월 열린 ‘군 장성 인문학 강좌’에 강사로 참여하면서 군인 인문교육과 인연을 맺었다.

1박 2일 과정으로 진행한 인문학 강좌에는 육・해・공군 고위 장성 400명이 참여했다. 강 위원장은 소크라테스 대화법과 인문교육을 통해 노숙자를 주체적인 시민으로 변화시키는 데 성공한 미국의 클레멘트코스에 대해 강의했다.

“군 장성 앞에서 인문학 강의를 한 건 처음이었어요. 모두 굉장한 열의를 갖고 열린 마음으로 강의를 듣더군요. 한 군사령관이 인상 깊은 이야기를 했습니다. ‘요즘 군인들은 명령한다고 무조건 따르지 않는다. 왜 그런 명령을 내렸는지 정확히 이해해야 따른다’고 하더군요. 무조건적인 상명하달 방식이 지배하는 군대는 더 강해질 수 없다고 인식하고 있었어요. 진정한 이해에서 우러나온 용기와 실행이 진짜 강한 군대를 만든다고 깨닫기 시작한 거죠. 그래서 인권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군대의 자발적인 변화라기보다는 우리 사회가 민주화되고 사고방식이 바뀌면서 군대 내 의식 변화에 영향을 줬다고 생각해요.”

강 위원장은 “군대가 한 인간으로서, 더 나아가 한 국가의 시민으로서 제대로 살 수 있도록 배우는 소중한 인생학교가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렇게 되려면 수준 높은 인문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올해 9월부터 12월까지 진행하는 군장병 인문강좌도 이런 취지에서 기획되었다. 우선 육군・공군・육군 3사관학교 생도들을 대상으로 특강 형식으로 인문강좌를 진행하고 추이를 보면서 점차 군인 대상 인문강좌를 확산할 계획이다.


건강한 공동체를 위해 꼭 필요한 공부

강영안 위원장이 정의하는 인문학은 ‘사람의 무늬’를 공부하는 학문이다.

“인문(人文)은 사람과 무늬를 뜻하는 한자어예요. 사람은 여러 방법으로 무늬를 만듭니다. 무늬는 몸짓이나 말이 될 수 있어요. 몸짓이 발전하면 무용이나 연극이 되고, 말이 발전하면 시・노래가 될 수 있죠. 말이 논리를 갖게 되면 철학이 됩니다. 자신과 타인의 이야기를 표현하는 여러 방식이 있어요. 그런 표현들이 무늬인 셈이죠. 목소리, 호소, 요청 이런 것들에 귀 기울이고 반응하고 응답하는 삶이 인문학 공부의 목적입니다.”

강 위원장은 철학・문학・역사를 공부하면 무감각해질 수 없다고 했다. 소리가 나면 소리를 듣게 되고 생각하게 되고 몸이 움직이고 행동하게 된다는 것이다. 특히 고통의 호소, 억울함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보고, 듣고, 응답하는 그런 삶의 모습을 인문학을 통해 행사할 수 있다고 했다.

“인문학의 출발점은 자기 인식, 자기 발견, 나 자신에 대한 앎이에요. 인문학은 내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하는 주체 학문이죠. 그런데 나를 되돌아볼수록 타자의 존재, 타자가 나에게 갖는 의미를 크게 깨닫게 됩니다. 남을 이해하는 능력이 생기죠. 여기서 공감, 배려라는 개념이 나옵니다. 독립적이고 자유로운 개체로서 남과 더불어 살아가는 것을 추구하게 되죠. 비판적 사고는 이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허위와 거짓을 발견하고 그로부터 벗어날 힘을 줍니다. 개인의 자유를 내세우기보다 타인과 함께 좋은 공동체를 형성하는 자유를 향해 나가게 하죠. 인문학은 건강한 시민사회, 건강한 한 국가에 기여하는 학문입니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 인문학은 기업이나 지역사회 등 학교 밖에서 각광받고 있다. ‘학문의 전당’인 대학에서 인문학은 강 위원장의 지적처럼 찬밥신세다. 취업률이 낮다는 이유로 인문 학과를 없앤 대학도 적지 않다.

“인문학적 소양과 훈련이 가장 필요한 사람은 청년입니다. 인문학은 묻고 고민하게 만들고 심지어 어떤 경우는 좌절에 이르게 합니다. 그런데도 인문학은 다시 일어나서 걷게 합니다. 그 과정을 경험한 것과 경험하지 않은 것의 차이는 큽니다. 좌절을 두려워하지 않길 바랍니다. 인문학을 공부하고 있다면 훨씬 성숙해진 자신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될 테니까요.”
  • 2015년 0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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