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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세대’ MG밴드

문제 청소년에서 뮤지션으로 거듭나다

글 : 유슬기 TOPCLASS 기자  / 사진 : 장은주 

‘○○’을 하는 순간만큼은 모든 것을 잊을 수 있다. 새로운 세계로 나를 데려다준다. 마음은 붕붕 뜨고, 하늘을 나는 느낌도 든다. 그 느낌을 잊을 수 없어서 또 찾게 된다. 아이들에게 첫 ‘○○’은 본드였다. 지금은 ‘밴드’가 됐다.
부천은 본드 중독 청소년이 유독 많은 도시다. 전국 14~18세 약물범죄의 50%가 여기서 일어난다. 중독률이 높으니 재범률도 높다. 재범을 막으려면 중독을 막아야 한다. 중독은 중독으로만 치료할 수 있다. 본드를 끊은 뒤 아이들의 빈자리를 채워준 것은 ‘음악’이었다.

“무대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감동이 있거든요. 이전의 재미들을 잊게 됐죠. 무대 위에 올라갈 때 말고 나머지 시간은 다 안 좋아요. 연습을 정말 많이 해야 하거든요(웃음).”(보컬 전한빈)

“처음에는 제 주장이 좀 강했어요. 그런데 밴드를 하면서 맞춰가는 법을 배웠어요. 내가 추구하는 방향이 맞다고 생각해서 그걸 고집했는데, 그게 아니었던 거죠.”(기타 명희승)

“힘들기는 한데 연습하다 보면 서로 합이 맞는 순간이 있어요. 그때가 진짜 좋아요. 이제는 저희가 가려고 하는 방향이 같으니까요.”(베이스 김힘찬)

이들이 가려는 방향은 한 가지다. MG밴드가 그랬듯, 길을 잃은 청소년들에게 하나의 촛불이 되어주는 것. 또 한 명의 보컬인 박소연양이 ‘내 속엔 내가 어쩔 수 없는 어둠, 무성한 가시나무 숲 같네~(‘가시나무’ 중)’라는 노래를 부를 때나, 이제는 대학생이 된 전한빈군이 자신이 3년 전 재판받았던 인천지법에서 ‘보호관찰소녀격려음악회’ 무대에 설 때의 감동은 여느 밴드와 다르다. ‘같은 상처를 지닌’ 이들의 존재 자체가 보는 이들의 마음을 움직인다.


중독은 중독으로만 치료할 수 있다

MG밴드는 2010년 한 교회의 성탄 콘서트에 초청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MG는 Miracle Generation의 약자, ‘기적의 세대’라는 뜻으로 6명의 멤버가 각각 보컬・키보드・드럼・베이스・기타 등을 맡고 있다. 시작은 9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6년 부천 예수마을교회의 명성진 목사는 어느 날 트럭 아래에 잠든 아이 둘을 발견했다. ‘차가 출발하면 아이들은 어떻게 되나’ 싶어 아찔했다고 한다. 교회의 한 예배실을 아이들을 위한 공간으로 만들었다. 부천의 문제(?) 청소년들이 하나 둘씩 모여들었다. 갈 곳이 없어 왔다가도, 다시 뛰쳐나가는 아이들을 보면서 이들에게 마음을 쏟을 것이 필요하다는 걸 알았다. 악기를 구입하고, 전문가들을 섭외했다. 명 목사의 뜻에 동참해 자발적으로 모인 선생님들에게 트레이닝을 받았다. 선생님들은 항상 말했다. “너에겐 정말 재능이 있어.” MG밴드 아이들은 그 말에 ‘속아’ 여기까지 왔다고 하지만 누구보다 그 말을 믿었기 때문에 하루 9시간의 연습도 버틸 수 있었다. 밴드 멤버들은 지금도 매주 모여 합주시간을 갖는다.

“처음에는 한빈이가 밴드에서 기타도 치고 노래도 부르는 걸 보면서 흥미를 느꼈어요. 어느 날 예배를 마치고 목사님이 드럼에 재능이 보인다고 하셔서 드러머가 됐죠. 드럼 때문에 울기도 했어요. 너무 안 늘어서요. 목사님의 거짓말에 속아 여기까지 온 거죠(웃음).”(드러머 장영배)

목사님의 말이 거짓말이든 참말이든, 아이들에게는 그 한마디가 필요했다. ‘관심 끄세요’ ‘상관 말아요’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지만, 정말로 관심을 끄고 아무도 상관하지 않을까 봐 두려웠다고 했다.

“아픔이라기보다는 공허함이 많았어요. 지금 잘해주는 이 사람들도 언젠가는 떠날 거라고 생각했어요. 2012년 ‘세상을 품은 아이들’에 들어왔을 때도 속으로는 너무 좋았어요. 근데 내가 끼면 안 되는 자리가 아닐까 싶었어요. 많이 도망 다녔고, 가겠다고 하고는 안 가는 날도 많았죠. 밀어내도 목사님이 계속 찾아오시더라고요. 나를 찾아주는 사람이 있다는 게 속으로는 참 고마웠어요.”(래퍼 겸 보컬 이재명)

지금은 이 역할을 MG밴드가 한다. 서러운 마음에 공동체 안에 들어왔다가도 다시 세상 밖으로 뛰쳐나가는 아이들이 정작 나가면 갈 곳은 ‘뻔하다’는 걸 이들은 안다.

“애들 찾는 게 제 전문인데요. 보통은 다 부천에 있는 아이들이에요. 친구나 후배들한테 연락을 하면 어디에 있는지 추적이 돼요. 그쪽 부근에서 차로 돌아다니다가 노래방이나 PC방을 가봐요. CCTV를 확인하면 동선이 다 나오거든요. 정작 만나면, 도망갈 것 같은데 울어요. ‘내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면서요. 그럼 꿀밤 한 대 때리고 데리고 오죠.”(보컬 전한빈)

“다가가기 어렵지는 않아요. 어떤 마음인지 아니까요. 오히려 공부 잘하는 친구들이 더 어려워요. 전 오히려 ‘마음껏 놀아보라’고 해요. 그래야 돌아올 수 있으니까요. 그게 꼭 나쁜 것만은 아니에요. 지금의 저를 봐도 그래요. 오히려 방황을 안 해본 친구들이 오히려 어른이 되어서 사고 칠 수 있어요.”(드러머 전영배)


‘나쁜’ 게 아니고 ‘아픈’ 거다


밴드 멤버들은 ‘세상을 품은 아이들’에서 두 번의 캠프를 다녀왔다. 한 번은 치유를 위해 떠난 ‘몽골캠프’였고, 두 번째는 나눔을 위해 떠난 ‘캄보디아캠프’였다.

“저는 게임을 굉장히 많이 했는데요. (몽골에) 가서는 게임을 못하니까 사람들과 많이 어울렸어요. 공동체 생활도 지루했는데 사람을 사귀는 법도 배웠고요. 마음이 뭉쳐야 활동이 가능하거든요. ‘나도 이렇게 사람들과 잘 어울릴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죠.”(베이스 김힘찬)

“저는 남의 눈치를 많이 보고, 남의 시선을 의식해 그대로 따라가는 편이었어요. 몽골에서는 처음으로 저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어요. 다녀와서는 밝아졌어요. 엄청 조금이긴 하지만요(웃음). 예전엔 감추는 게 많았다면 이젠 조금씩 저를 드러내고 있어요.”(보컬 박소영)

이렇게 ‘힐링캠프’를 다녀오면, 이번에는 치유된 아이들이 ‘나눔캠프’를 간다. 캄보디아에는 한국보다 훨씬 많은 청소년들이 중독에 시달린다. 꿈은 멀리, 약물은 가까이에 있는 아이들을 MG밴드가 찾아간다. 캄보디아에는 정식 음악 수업과정이 없다. 이들이 연주를 시작하면 초점 없던 아이들의 눈에 반짝 불이 켜진다.

“목사님이 항상 그러셨어요. ‘나쁜’ 아이들이 아니라 ‘아픈’ 아이들이라고요. 그땐 몰랐는데 무척이나 소심하던 제가 지금은 무대에 서는 걸 보면 마음이 치유되고 있는 것 같아요. 공연이 끝난 뒤에 ‘너무 잘봤다’고 말씀해주시면 뭉클하기도 하고요.”(보컬 박소영)

“단순해요. 누군가가 나를 찾고, 기다린다는 사실 자체가 좋아요.”(보컬 전한빈)

밴드의 멤버들은 모두 스무 살이다. 이 중 다섯 멤버는 올해 실용음악과에 진학했다. 제 발로 걸어 나온 학교인데, 제 발로 찾아 들어갔다. 인천 ‘희망콘서트’, 수원 ‘토크콘서트’ 등 이들을 찾아주는 곳이라면 어디든 간다. 이뿐 아니다.

‘세상을 품은 아이들’에서 아이들에게 본드를 팔지 말아달라, 본드에 환각작용을 일으키는 성분을 넣지 말아달라고 호소한 덕분에 기술표준원의 행정지도가 나왔고, 인천지역 청소년 본드 관련 재판 건수도 6분의 1로 떨어졌다.

그럼에도 여전히 세상을 품는 건 아픈 일이다. ‘가해자이면서 피해자인 척하지 마라’ 등은 이들에게 가장 아픈 악플이다. 그럼에도 묵묵히 악기를 연주하고, 희망을 노래한다. 이들의 메시지는 ‘이제 저흰 좋은 사람이 되었어요’라는 자랑이 아니라,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온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노래이기 때문이다.
  • 2015년 0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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