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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 경쟁률 ‘800대 1’, 참신한 소재와 탄탄한 구성력으로 승부

직업의 세계 / 웹툰 작가

만화책이 화면 속으로 들어왔다. 만화방에 가지 않아도 된다. 책장을 넘기지 않아도 스크롤 하나면 충분하다. 바야흐로 웹툰(Web Toon)의 시대다.

사진제공 : 와이랩(Ylab)
참고자료 : 워크넷블로그(http://blog.job.go.kr)
웹툰은 웹(온라인)에서 즐길 수 있는 만화를 뜻한다. 출판물의 스캔 본이 아니라 온라인 구독만을 목적으로 제작된 만화다. 제공되는 웹툰 중 상당수는 무료이기 때문에 기쁨은 배가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포털사이트 네이버·다음·네이트 등과 함께 전문 플랫폼 올레마켓, 레진코믹스 등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신선한 소재와 탄탄한 구성을 갖췄다면 웹툰의 영역은 확장된다. 인기를 끌었던 웹툰이 영화나 드라마로 제작됐고 화제와 흥행을 동시에 잡았다. 강풀 작가의 《이웃 사람》, Hun 작가의 《은밀하게 위대하게》, 기안84 작가의 《패션왕》, 윤태호 작가의 《미생》 《이끼》 등이 큰 사랑을 받았다.

모든 것의 뒤에는 펜과 태블릿(컴퓨터에 연결해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입력장치)을 쥔 웹툰 작가가 있다. 유망직종으로 떠오른 웹툰 작가, 그 기회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나이, 학력이나 직업에 상관없이 도전 가능하다. 작가가 되는 길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첫째, 가장 대중적인 방법으로 포털사이트의 웹툰 코너를 통해 데뷔하는 것이다. 네이버(Naver)의 경우 ‘도전 만화-베스트 도전 만화-네이버 웹툰’의 과정을 거친다. ‘도전 만화’ 코너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창작 만화 게시판이다. 이곳에 올린 만화 중 인기 작품들은 조회 수와 별점 등을 고려해 ‘베스트 도전만화’로 승격된다. 유사한 과정을 한 번 더 거치면 비로소 ‘네이버 웹툰’에 정식으로 연재할 수 있다. 다음(Daum) 역시 ‘웹툰 리그’ 코너에서 시작해 데뷔로 이어진다. 네이버의 경우 한 달 평균 36편만 승격된다(4월 기준). 그중 정식 연재 계약까지 가려면 평균 ‘800대 1’의 경쟁률을 뚫어야 한다.

둘째, 스카우트 제의를 받고 작가로 데뷔할 수 있다. 인기 블로그나 유머 사이트 등에 게재한 만화가 인기를 끌면 포털사이트에서 제의하기도 한다. ‘병맛 만화’로 알려진 이말년 작가의 경우 인터넷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에 그림을 올리다가 네이버에 〈이말년 시리즈〉를 연재할 수 있었다. 《역전 야매 요리》의 정다정 작가도 자신의 블로그에 요리 사진을 올리던 도중 네이버에 정식 연재했다.

마지막은 각종 공모전 입상을 통해 작가가 되는 방법이다. 최근 더 나은 작가를 발굴하기 위해 각종 웹툰 플랫폼에서는 공모전을 개최하고 있다. 입상자는 상금과 함께 정식 연재의 기회를 얻는다.

한국만화영상진흥원과 네이버가 함께하는 ‘대학만화 최강자전’의 경우 연재 경험이 없는 대학생과 만화학과 교수가 한 팀을 이뤄 매년 다른 팀들과 경합을 벌인다.

그림 자체에 대한 실력을 쌓고 싶다면 전문교육기관에 들어갈 수 있다. 서울예술실용전문학교(웹툰창작학과)나 서울IT전문학교(만화예술학과) 등에서는 기본 드로잉부터 작품창작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교육을 받을 수 있다.

수입은 천차만별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원고료는 포털 기준으로 신인 작가(월 120만~200만원), 중급 작가(월 280만~320만원), A급 작가(월 500만~600만원)냐에 따라 편차가 크다. 여기에 광고나 드라마ㆍ광고 판권(5000만~1억원)을 고려하면 일부 작가들이 받는 대우는 ‘스타’급인 셈이다.

시장이 지속적으로 커지면서 웹툰 작가들을 위한 전문 에이전시도 생겨났다. 누룩미디어(강풀ㆍ윤태호 등 소속)와 와이랩(김풍ㆍ기안84ㆍ무적핑크 등 소속)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작가의 매니지먼트뿐만 아니라 만화 콘텐츠의 사업화(영화/공연/게임화 등)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KT 경제경영연구소는 웹툰이 창출하는 국내 시장 규모가 2015년 4200억원에서 2018년 8800억원으로 2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 육성책과 플랫폼 성장 등으로 웹툰 생태계의 저변이 확대된 것이다. 수출도 활발하다. 지난 4월 다음카카오는 인기 웹툰 40여 편을 ‘U17’ ‘큐큐닷컴’ 등 중국 주요 웹툰 플랫폼을 통해 선보인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웹툰의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웹툰 《조선왕조실톡》 연재하는 작가 무적핑크

“조선왕조실록은 아버지와 아들의 이야기”

조선 초, 수라간 상궁이 고민에 빠졌다. 세종이 고기 없이는 밥을 먹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의 아버지 태종은 아들에게 꼭 고기를 먹이라고 명했다. 세종은 “궁중 잔칫상의 고기가 아랫사람들 것보다 부실하다”며 담당자를 문초하기도 했다. 이는 모두 정사(正使)에 기록된 사실이다. 성군 세종대왕은 비만과 성인병에 시달리던 지독한 고기 애호가였다.
작가 무적핑크(본명 변지민ㆍ26)는 기존의 것을 새롭게 조명하는 데 탁월함을 발휘한다. 그는 《실질객관동화》에서 동화를 현대 감성으로 해석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작년 겨울부터 연재 중인 《조선왕조실톡》에서는 사실에 픽션을 추가한 메신저 형태의 웹툰으로 연일 관심을 받고 있다(작가는 항상 마지막에 정사와 야사를 구분해준다). 역사 속 흥미로운 사실들은 그를 만나 21세기형 ‘썰’로 태어난다.



만화책을 좋아했던 소녀
어릴 적 마니아들과 다르게 늘 유명한 만화만 좋아했다. 원피스, 슬램덩크, 나루토를 즐겨봤다. 원피스는 지금도 사 모으고 있다. 어머니는 중학교 미술 교사였고, 작은 외할아버지는 화가였다. 자연스럽게 그림을 그릴 수 있는 환경이었다. 그러나 그때까지도 그림을 직업으로 생각해본 적은 없었다. 평범하게 학창시절을 보내다 디자인을 전공할 생각으로 입시를 준비했다. 만화를 좋아했지만, 공부가 가장 중요했던 말 그대로 범생이었다. 목표는 서울대학교! 수능 당일, 사회탐구 답안을 밀려 쓰는 바람에 시험을 망치고 말았다. 손장난 한 번에 18년간의 모든 노력이 날아간 것이다. 인생 한 방이라고 생각하며 많은 걸 느꼈다. 그리고 2008년 봄, 고려대 미대에 입학했다. 사발식에도 참여하고 동아리 활동도 열심히 하며 한 학기를 보냈지만 스스로 어정쩡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지금 생각하면 대학생활 자체가 당황스러웠던 것 같다. 쉼표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휴학을 결심했다. 얼마 후 상담도 할 겸 고등학교 은사님을 찾아갔다. 9월 초였다. 학교 가사실에서는 수능 접수를 하고 있었다. 무작정 등록해버렸다. 서울대 디자인학과 수시 특별전형에도 지원했다. 합격을 기대하지는 않았다. 다만 한 번 더 떨어지면 좋은 약이 될 것 같았다. 마음을 비우고 면접을 봤다. 결과는 합격, 2009년 나는 서울대생이 되어 있었다.


무작정 시작한 첫 작품
처녀작인 《실질객관동화》는 서울대 합격자 발표가 나기 며칠 전 탄생했다. 그때는 아무 생각이 없었다. 심지어 왜 만화를 그렸는지도 모르겠다. 당시 마음에서 뭔가 폭발했다고 느꼈는데 그것 때문이었나 보다. 청개구리 같다. 이유 없이 시작했지만 그래서 진심이 담겼다. 《실질객관동화》가 네이버에서 인기를 끌면서 지금의 《조선왕조실톡》까지 이어졌다. 부모님은 여전히 언제 그만둘 거냐고 물어보신다. 그 걱정을 잘 안다. 웹툰 작가는 프리랜서 중에서도 프리랜서 아닌가. 4대 보험도 안 되는 을이다. 왠지 골방에서 신문지 깔아놓고 라면 먹을 것 같은 이미지다. 다행히 지금은 작품이 흥행에 성공했지만, 언제까지 갈지 모르는 행운이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이미 연재는 시작됐으니 말이다.


조선왕조실록 공부하며 역사 인식에 변화
단행본 《왕과 아들》을 읽은 적이 있다. 충격적이었다. 나에게 역사는 그저 ‘태정태세문단세…’로 이어지고, 구휼과 대동법 등만 알면 되는 이야기였다. 역사는 숭고하고 어렵고 고정불변했다. 왕들이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일 거라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다. 책을 읽고 나서야 역사가 가족사라는 걸 깨달았다. 아들은 아버지를 존경하는 한편 증오하고, 또 그들은 어쩔 수 없이 닮을 것이다. 역사는 흘렀다. 그런 생각이 들자 이야기들을 대화체로 엮어보고 싶었다. 매화 연재를 준비하며 역사 공부를 많이 한다. 조선왕조실록 외에도 다양한 역사책과 논문을 참고한다. 꾸준히 탐구한 덕분에 시대별로 나눈 아이템은 충분히 쌓여 있다.


댓글 확인 안 하는 이유
작업할 때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리얼(Real)’이다. 메신저로 대화하는 상황이면 어떤 말을 할 것인지 매번 고민한다. ‘고마워’ 대신 ‘ㄱㅅ’를 쓰고, ‘알겠습니다’ 대신 ‘ㅇㅇ’라고 할 것 같았다. 왕과 하는 채팅이라면 예의를 더 보태는 식이다. 또 역사다 보니 설명이 지루할 수 있어 늘 자기검열을 하고 있다. 연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편차가 매우 크다. 소스가 미리 있으면 반나절 만에도 끝내지만 그렇지 않으면 이틀도 걸린다. 그리는 동안에는 애정과 집착이 심한 편이다. 단어 하나에도 신경을 곤두세운다. 그런데도 한 화가 끝나면 출가시키는 느낌이다. 나머지는 받아들이는 독자들의 몫이기 때문이다. 그런 맥락에서 댓글도 잘 확인하지 않는다. 악플 하나를 보면 충격을 희석하기 위해 선플을 다섯 개는 봐야 한다는데 에너지 낭비 아닌가. 작품 연재에만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싶다.


최종 목표는 나만의 가상현실 만들기
사람은 누구나 모르는 걸 알려는 욕심이 있다. 그런데 역사에 관해서는 친절한 교재가 많지 않다. 그래서 많이 좋아하는 것 같다. 또 에피소드 웹툰인 데다 메신저 형식으로 만들어지니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다. 50대 독자가 많은 점도 놀랍다. 60대, 70대 분도 SNS를 통해 메시지를 보내주신다. “잘 보고 있‘읍’니다”라고.
요즘은 무엇보다 매력적인 인물을 발굴해 쉽게 전달하고자 한다. 원하던 대로 그려낼 때, 호평을 받을 때, 작업하며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때, 급여가 들어올 때 즐겁다. 어디에 방점을 찍느냐에 따라 웹툰 작가의 매력은 다르다. 먼 미래에는 가상현실 속에 나만의 국가를 만들어서 여왕처럼 살아보고 싶다. 진짜 꿈이다. 그곳에서 통용되는 화폐도 만들고 집도 짓겠다. 나의 이야기 속에서 살아보면 재밌지 않을까.

  • 2015년 0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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