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기획사 ‘최게바라’ 최윤현 대표

따뜻하고 유쾌한 사회를 만들고 싶어요

글 : 시정민 TOPCLASS 기자  / 사진 : 김선아 

사회를 좀 더 따뜻하고 유쾌하게 바꾸고 싶은 바람을 담아 다양한 방식으로 문화기획을 하고 있는 ‘최게바라 기획사’.
이름만 들어도 웃음이 픽 나오는 회사 이름은 유쾌한 혁명가를 꿈꾸는 최윤현 대표의 성인 ‘최’와 쿠바의 혁명가 ‘체 게바라’의 ‘게바라’를 합쳐 만들었다,
‘또라이들’의 집합소

인터뷰를 하기 위해 찾은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의 한 골목에 위치한 ‘또라이 양성소’. 이곳은 최게바라 기획사가 운영하는 복합문화공간이다. 입구에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공간이니 망설이지 말고 들어오세요”란 문구와 함께 “꿈꾸는 청춘들만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란 입간판이 크게 걸려 있다. 또라이 양성소에 들어서니 여러 사람이 개인작업을 하고 있었다. 이곳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는 입장료 없이 학업, 작업 등을 할 수 있는 자유개방형 카페 겸 사무공간으로 사용되고, 오후 7시부터 이튿날 오전 2시까지는 또라이 안주와 맥주를 마실 수 있는 펍으로 변신한다. 남북청년토크쇼, 또라이 올림픽, 청년불꽃쇼 등 다양한 행사가 열리기도 한다. 안주 이름마저 또라이 안주다. 최게바라 기획사의 최윤현 대표가 생각하는 ‘또라이’는 과연 어떤 의미일까.

“사회에선 내가 좋아하는 일, 즐기면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내는 청년들을 오히려 또라이 취급하는 것 같아요. 취업준비에 한창이던 대학 4학년 때 어릴 때부터 꼭 가보고 싶었던 남미여행을 다녀왔어요. 주위에선 ‘또라이 아니냐’고 했죠. 그 여행을 통해 그동안 내비게이션처럼 정해진 대로, 수동적으로 살아왔다는 걸 깨달았어요. 뭘 잘하고 좋아하는지 깊이 고민할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는데 말이죠. 저는 사람을 만나 이야기하고, 일 벌리는 것을 좋아해요. 위축돼 있는 사회 분위기에서 탈피해 자유롭게 대화하며 청년들이 즐길 수 있는 곳을 만들고 싶어 2013년 최게바라 기획사를 만들었어요. ‘다름’을 ‘틀리다’고 표현하는 사회 속에 움츠려 있는 청년들의 열정을 꺼내 보여주는 이들을 가리켜 ‘또라이’라고 정의했죠.”

최게바라 기획사에서 기획하는 프로젝트는 사회 문제를 담아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수 있도록 메시지를 던진다. 대표 프로젝트로 남북청년토크, 참웨딩, 청년불꽃쇼, 또라이 올림픽 등이 있다.

남북청년토크쇼는 50여 명의 남북 청년들이 만나 하나의 주제를 놓고 얘기하며 사고의 벽을 허문다. “북한에도 관심병사가 있어요?” 같은 질문이 튀어나오기도 하고, 연애, 취업 같은 고민을 털어놓기도 한다. 영국 공영방송 BBC가 취재해가더니 통일부 홈페이지에도 이들 영상이 오르고 있다.

한창 기획사 설립을 준비하던 때 그는 한 행사에서 우연히 20대 새터민의 솔직한 얘기를 들었다. 새터민들이 참여하는 행사에는 뻔한 이야기만 한다는 것이다. 우리도 20대 젊은이인데 진짜 우리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새터민 친구는 제게 어떤 음악을 좋아하고, 어떤 영화를 좋아하는지, 취미는 무엇인지 궁금하지 않느냐고 물었어요. 뜨끔했죠. 그래서 북한 출신 청춘들이 함께하는 이벤트를 만들기로 결심했어요.”


2013년 4월 시작한 남북청년토크쇼는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지방에서 올라와 겪는 상경기부터 연애, 자취하며 느끼는 이야기 등으로 공감대를 형성해갔다.

토크쇼 외에도 남북 청년들이 몸으로 부딪치며 즐기는 ‘남북청년운동회’, 술 한 잔씩 기울이며 진솔한 대화를 나누는 ‘남북청년한잔’, 임진각까지 자전거를 탔던 ‘남북청년자전거 타기’ 등 다양한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다음 달엔 남북청년 농활을 갈 계획이다.

“한 새터민 친구가 자전거타기를 하고 온 후 한국에 온 지 3년이 돼가는데 오늘만큼 행복한 적이 없었다며 고맙다고 하는데 제가 더 찡했어요.

정치나 경제에 등장하는 어려운 통일이 아닌 ‘쉬운 통일’은 ‘함께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통일은 미래의 일이고, 미래는 청년의 일이기 때문에 청년들이 가까워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함께 이뤄나가는 일 역시 ‘쉬운 통일’을 실천하는 것 중 하나가 아닐까요.”

매달 진행하는 ‘청년불꽃쇼’에는 80명 이상의 청년들이 모인다. 문화예술 각 분야에서 도전정신을 불태우고 있는 청년 CEO 등을 초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다. 누구든 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마음에 활활 타오르는 불꽃 하나씩 가지고 갔으면 하는 마음으로 청년불꽃쇼라고 이름 지었다.

“불꽃쇼에 오신 많은 분들이 꿈을 찾아 도전하는 이야기를 통해 ‘나도 할 수 있다. 해보자’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합니다.”


결혼문화 바꾸는 ‘참웨딩’ 프로젝트

최 대표는 결혼비용으로 고민하는 청춘들의 고민을 덜어주고, 허례허식에 치우친 결혼문화를 바꾸고 싶어 ‘참웨딩’이라는 프로젝트도 기획했다.

“누군가는 유쾌하고 재밌는 결혼식을, 또 어떤 이는 감동을 주는 결혼식을 원할 수 있어요. 그런데 지금의 결혼식은 마치 공장에서 찍어내듯 비슷한데 비용도 많이 듭니다. 소비적이고 지루한 결혼식 문화를 경제적이면서도 신랑 신부의 취향과 관심을 담은 스토리가 있는 소규모 결혼식으로 만들어보고 싶었습니다.”

최게바라가 기획한 결혼식은 신랑, 신부의 상황에 맞춰 치러진다. 100명 이하의 소규모 결혼식만을 유치하기 때문에 식장은 지역 내 유휴공간을 보유한 경제주체들과 협력해 저렴한 가격으로 이용한다. 행사에 필요한 장비는 사회적 기업 등을 통해 조달한다. 지난해 6월에는 어려운 경제상황으로 결혼식을 하지 못했던 한 노부부를 위해 ‘마침내 열리는 따뜻한 결혼식’을 기획했다. 이들의 사연을 전해 들은 한 웨딩업체에서 드레스와 턱시도를 협찬해주었고, 메이크업아티스트와 사진작가가 화장과 웨딩사진을 담당해주었다. 한 인디밴드는 축가로 세레나데를 부르는 등 결혼식은 재능기부로 이뤄졌다. 또한 sns를 통해 소식을 접하고 자발적으로 참여한 120여 명의 청년들은 노부부에게 전하는 축하편지를 작성해 결혼을 축복했다.

“제게 가장 중요한 삶의 원동력은 언제나 ‘하고 싶다’는 마음이에요. 또 힘든 시절을 겪고 지금의 우리를 있게 해준 부모님 세대에 무언가 보답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어요. 노부부에게 뜻 깊은 결혼식 선물이 된 만큼 저도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됐습니다.”

결혼식의 참 의미를 회복하는 것을 목표로 한 참웨딩 프로젝트는 2013 고용노동부 주관 소셜벤처대회에서 아이디어 대상을 받기도 했다.


이런 프로젝트를 만들어 활동하는 사이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각 지역자치 단체에서조차 최게바라에서 기획하면 젊은 감각으로 재미있게 잘해낸다며 이런저런 행사를 맡기기 시작했다. 작년엔 서울시 자원봉사센터 페스티벌, 서울시 인권콘서트, 문화관광부가 주관한 한중일 청소년 국제 교류회 등의 행사 기획을 맡았다. 기존의 딱딱한 행사를 탈피해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색깔은 지키되 젊은 감각으로 재해석했다. 요즘에는 8월에 있을 경기도 시흥시가 주관하는 ‘갯골축제’ 준비에 한창이다.

그를 움직이게 하는 건 바로 ‘하다 보면’ 정신이라고 한다. “기획한 일을 실행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실행하다 보면 뭔가 보이고, 주변에서 함께하는 사람도 생기게 돼요.” 그 역시 1년여 홀로 활동했지만 지금은 14명의 직원들과 함께하고 있다. 그의 꿈은 대한민국 청년들이 행복해지는 것, 청년들과 함께 새로운 문화를 만드는 것이다.

“청년은 아프거나 흔들리는 존재가 아닙니다. 어떠한 상황도 이겨낼 수 있는 폭발적인 힘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 2015년 0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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