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갭이어 안시준 대표

미래를 준비하는 시간, 갭이어

글 : 오주현 인턴기자(이화여대 졸)  / 사진 : 김선아 

모든 것이 빠르게 지나가는 사회에 쉼표를 찍고 싶어 하는 회사가 있다. 갭이어 문화를 한국에 전파하고자 하는 한국갭이어다. 국립국어원에 따르면 ‘갭이어(gap year)’란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바로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쉬면서 다양한 경험을 쌓는 한 해다. 잠시 학업을 중단하고 창조의 시간을 갖는 것으로 봉사・여행・진로 탐색・교육・인턴・창업 등의 활동을 직접 체험하고, 이를 통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설정하는 시간을 말한다. 1960년대 영국에서 처음 시작되었고, 이후 아일랜드에서 ‘전환 학년제’라는 이름으로 제도적으로 도입해 큰 성공을 이루었다. 이후 우수한 학생들의 대학 중도 포기가 심각한 사회문제였던 미국과 캐나다의 여러 대학에서 갭이어 제도를 도입하면서 대학 중도 포기율이 줄었다. 현재 영국・아일랜드를 비롯해 호주・뉴질랜드・미국・유럽・캐나다 등지에서도 갭이어 제도를 도입해 성공적으로 실행하고 있다. ‘take a gap year(갭이어를 가져)!’라는 문장도 관용어로 자주 쓰이고 있다.


1년쯤 멈춰도 괜찮아요


2012년 설립한 한국갭이어는 갭이어 문화를 소개하는 스타트업 기업으로 장기간 봉사활동, 인턴, 여행, 진로, 교육과 같은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제공한다. 한국갭이어 안시준 대표는 대학 졸업 후 바로 이 회사를 만들었다. 대학생을 비롯해 이직자, 직장인, 고등학생들이 한국갭이어를 찾는다.

“대학생 때 많은 활동을 했습니다. 대외활동을 비롯해 여행도 많이 다녔죠. 저는 이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사회적으로는 당연한 것이 아니었어요.”

안시준 대표는 직업이라는 옷을 사기 위해 세계 무전여행을 떠났다. 국내에서 시작해 일본, 세계로 여행지를 늘려갔다. 돈 없이 여행을 떠나면 밥을 먹기 위해 또 살기 위해 많은 사람과 이야기를 할 것이고, 그 속에서 분명 얻는 것이 있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여행을 통해 가장 먼저 느낀 것은 선택과 책임이었습니다. 여행을 떠나면 온전히 나의 판단으로 선택하고 그 결과는 온전히 내가 책임을 져야 합니다. 인생에서도 마찬가지고요. 여행뿐 아니라 자기 스스로 무언가를 이루면서 보내는 시간은 인생을 알게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여행을 하면서 외국 청년들에게 “what are you doing now?”라고 물으면 당연하게 “I’m taking a gap year!”라고 답했다. 이 모습은 안 대표에게 영감을 주었다. 한국 청년들도 ‘취직은 어떡하려고 하니, 학업은 어떡하려고 하니’라는 근심 어린 시선 대신 사회적으로 응원을 받으며 자신의 인생을 설계할 시간을 가지길 바랐다. 여행을 다니면서 만난 사람 중 자신만의 꿈이 확실한 사람들의 공통점은 ‘갭이어’를 가졌던 것이다. 한국으로 돌아와 청와대 정책자문위원으로 활동하며 갭이어를 하나의 제도로 만들고자 했으나 여건이 따라주지 않았다. 그럼에도 갭이어를 전파하고자 한 꿈을 포기할 수 없어 ‘한국갭이어’를 차렸다.

“옷을 살 때 우리는 인터넷으로 살지, 백화점에서 살지, 쇼핑몰에서 살지 고민합니다. 그다음은 여러 옷집을 돌아다니며 옷들을 입어보죠. 옷을 사는 데 적어도 2시간은 넘게 걸립니다. 그런데 우리는 평생 우리가 입을 ‘직업’이라는 옷을 고르는 데는 시간을 투자하지 않아요. 부모가 이 브랜드를 입었으니까 자식에게도 이 브랜드를 추천하고, 사회적으로 이 옷을 입었을 때 보기 좋으니까 입으라고 강요하죠. 자신에게 알레르기가 있는 천으로 만들어진 옷인데도요. ‘직업’을 고르는 데는 옷을 살 때보다 더 많은 시간과 고민이 필요합니다.”

한국갭이어의 프로그램은 크게 네 가지로 이루어져 있다. 해외에서 머물며 갭이어를 보내는 글로벌 스토리, 국내외 기업·국제기구 등 원하는 곳에서 활동하는 인턴 프로그램, 단순한 봉사를 넘어서서 자신의 미래를 생각할 기회를 얻는 봉사 프로그램, 젊었을 때 또는 어렸을 때 실행하지 못한 꿈들을 실행하는 예술 프로그램이 있다.


갭이어를 시작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홈페이지에서 프로그램을 살펴본 후 원하는 프로그램을 신청한다. 장인과 함께하는 예술 프로그램은 포트폴리오를 요구하지만, 그 외의 프로그램은 요구사항이 없다. 신청이 완료되면 한국갭이어와 1차 미팅 후 갭이어를 보낼 곳과 스카이프를 통해 2차 미팅을 하고 오리엔테이션을 받는다. 프로그램 기간은 2주에서 6개월 사이로 이루어져 있는데, 보통 2~3개월 프로그램을 많이 선택한다. 가격은 무료로 이용 가능한 프로그램에서부터 300만원이 넘는 프로그램까지 다양하므로 사이트를 참고하는 것이 좋다.

안시준 대표를 포함해 총 11명의 갭이어 직원들은 수많은 회의를 통해 프로그램을 생각하고 조사한 후 후보군을 좁힌다. 그리고 실제로 가서 체험 및 탐방을 하고 갭이어 자체적으로 만든 체크리스트를 반영해 통과되면 업무협약을 맺는다. 그 후 한국으로 돌아와 마케팅을 재구성해 프로그램을 만든다.

“1년 중 3분의 1은 해외에 머뭅니다. 체력적으로 매우 힘들어요(웃음). 갭이어 프로그램을 위해서 숙소, 픽업, 식사까지 좋은 수준에서 만들어야 하니까 이 부분이 항상 어렵죠. 그래도 갭이어를 통해 인생이 바뀌었다는 분들을 보면 힘이 납니다.”


꿈은 과거에서 찾을 수 있어요


한국갭이어가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협약을 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스토리텔링’이다. 조건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의 모습을 묘사한다. 하루 16시간씩 공부해서 대학에 들어가는데 전공 학과에 만족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75%에 달하고, 어렵게 취업을 해도 30%가 1년 안에 이직한다는 현실을 이야기해준다. 이런 스토리를 들었을 때 외국 프로그램 회사의 공감이 높고 협약 성공률이 높다.

한국갭이어는 상품만 파는 것이 목표가 아니므로 어떻게 갭이어를 가져야 하는지 컨설팅을 해준다. 청년들이 조금이라도 꿈에 가까이 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이들의 비전이기 때문이다.


“보통 꿈을 얘기하면 미래만 떠올립니다. 그러나 저는 과거를 돌아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만약 꿈이 없는 분이 있다면 또는 꿈을 만들어가는 분이 있다면 본인의 과거를 돌아봤으면 좋겠습니다. 그러고 나서 사랑이 모자란다면 봉사활동을, 새로운 것을 원하고 꿈을 찾고 싶다면 여행을, 또 표현하는 것이 부족하다면 인턴십 프로그램을 통해 성취감을 느껴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문화를 만드는 것은 힘들다. 대중에게서 자연스럽게 요구가 나와서 만들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 한국갭이어는 하나의 시스템을 넘어서 문화를 만들고자 한다.

“제가 꿈꾸는 미래는요. 제가 테라스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는데 엄마랑 아이가 걸어가는 거예요. 그때 아이가 ‘엄마, 나 갭이어 가질래’라고 말했을 때 엄마가 ‘응, 그래. 갭이어 가져’라고 대답하는 모습입니다(웃음). 아이가 ‘갭이어’ 가지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부모들의 모습이요.”
  • 2015년 0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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