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벤처 ‘마리몬드’ 윤홍조 대표

꽃으로 피어난 우리의 할머니들

글 : 이상범 인턴기자(성균관대 3학년)  / 사진 : 김선아 

꽃으로 가득하다. 휴대폰 케이스, 가방, 노트, 텀블러 등 모든 제품에는 형형색색의 꽃들이 만개해 눈길을 사로잡는다.
모두 돌아가신 위안부 할머니들의 작품. 지난 1월에는 인기 아이돌 ‘수지’가 이곳의 휴대폰 케이스를 들고 공항 패션을 선보여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존귀함의 회복을 목표로 삼는다는 패션 브랜드 ‘마리몬드(Marymond)’의 윤홍조(30) 대표를 만나 얘기를 들었다.
마리몬드는 두 단어의 합성어다. ‘마리(Mary)’는 나비를 뜻하는 라틴어 ‘마리포사(Mariposa)’에서, ‘몬드(Mond)’는 빈센트 반 고흐의 작품 ‘꽃피는 아몬드 나무(Almond Blossom)’에서 따왔다.

“위안부 할머니들에 대해 ‘못다 핀 꽃’이라고 규정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 꽃이 늦게나마 활짝 필 수 있도록 도와드리고 싶었어요. 못다 핀 꽃에 나비라는 존재가 앉았을 때 꽃은 만개한다는 의미로 마리몬드라는 이름을 지었습니다. 마리몬드에는 생명의 회복, 희망의 뜻도 들어 있어요.”

마리몬드가 출시하는 제품은 대부분 두 할머니의 압화(꽃과 잎을 눌러서 말린 그림) 작품을 바탕으로 한다. 고 심달연(1927~2010, 경북 칠곡), 김순악(1928~2010, 경북 경산) 할머니의 작품 속 꽃들은 패턴화 과정을 거쳐 우리 생활 속에 찾아왔다.

고려대학교 경영학과에 재학하며 남들처럼 안정된 직장을 가지려던 윤 대표는 군 제대 후 학회 활동에 참여하면서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당시 그가 몸담았던 곳은 ‘인액터스(Enactus)’, 대학생들이 지역사회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비즈니스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단체였다.

“처음 배치된 곳이 경기도 광주에 있는 나눔의 집이었습니다.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이 모여 살고 있는 곳이었죠. 그때 저는 관련 비정부기구(NGO) 단체들이 지속 가능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수익 모델을 만들어야 했어요. 친구들과 팔찌를 만들었고, 지금의 마리몬드까지 오게 됐어요.”

이후 그는 ‘희움더클래식’이라는 이름의 사업을 시작했고, 지난해 3월 마리몬드로 이름을 바꿨다.


존귀함을 회복하는 것이 목표


그는 창업 당시에도 사업에 대한 확신이 있었다고 했다. 마리몬드가 추구하는 가치에 많은 사람이 공감해줄 거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결국 자신감은 통했다.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이 주관하는 소셜벤처 육성사업에 선정돼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었어요. 1년 동안 인큐베이팅(신생기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각종 인프라와 함께 전문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받고 본격적으로 사업을 진행했죠. 당시 함께 지낸 예비 사회적 기업가들에게도 참 많이 배웠습니다. ‘두손컴퍼니(친환경 옷걸이로 노숙자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소셜벤처)’의 박찬재 대표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창업 당시 걱정이 많으셨던 부모님도 이제는 든든한 지원군이다. 최근에는 수원에서 서울로 출근하는 그를 위해 온 가족이 회사 근처로 이사했다.

현재 185명의 위안부 할머니들이 별세했다. 생존해 계신 할머니는 총 53명(2015년 4월 기준)이다. 날이 바뀔 때마다 줄어드는 숫자를 보며 윤 대표는 고심했다. 숫자의 의미가 널리 기억되길 바랐기 때문이다. ‘Thanks 캠페인’을 시작했다. 마리몬드는 ‘Thanks for your meaningful action’ 등의 문구가 들어간 심플하고 세련된 티셔츠를 판매했다. 2013년 가을 시작한 이 캠페인은 지난해 겨울까지 약 1억원의 기부금을 모았다. 사람들(참여인원 7768명)이 보내준 응원의 힘이다.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알리는 데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도움을 드리고 싶었습니다. 누적 매출의 7분의 1 정도를 기부했어요. 후원금은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 건립과 할머니들의 생활・복지를 위해 쓰이고 있습니다.”


현재 역사관 건립은 ‘정신대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에서, 생활・복지 기금은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에서 담당하고 있다.

지난해 여름부터 마리몬드는 할머니들을 위해 또 다른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바로 ‘꽃할머니’다.

“할머니들에게 각자 어울리는 꽃을 부여해드리는 휴먼브랜딩 프로젝트입니다. 마리몬드 아티스트인 두 할머니의 이야기만 전달되는 게 안타까웠어요. 모든 분이 꽃다운 이야기를 가지고 계시거든요. 증언집이나 각종 기사를 통해 할머니들의 인생, 성격 등을 공부했어요. 그에 맞는 꽃을 선정해드리고 있죠. 앞으로는 이 꽃들을 통해 다양한 아트워크(Artwork)를 시도해볼 생각입니다.”

꽃할머니 이야기는 마리몬드 홈페이지 (www.marymond.com)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할머니들이 바라보는 마리몬드는 어땠을지 궁금했다. 그는 웃으며 말했다.

“마리몬드 식구들과 찾아갈 때마다 그저 몇 번 놀러온 애들이라고 생각하세요. 손자・손녀처럼 봐주시는 거죠. 저희는 그게 더 감사하고요. 또 마리몬드 제품들이 예쁘다고, 많이 좋아하세요. 앞으로도 지금처럼 할머니들을 지원하고 싶어요.”


이 시대 어머니들을 재조명


윤 대표가 존귀함을 찾아주려는 대상은 위안부 할머니에서 그치지 않았다. 그는 ‘우리 시대 어머니들’을 재조명하고 싶다고 했다.

“어머니의 대단함을 잘 모르는 것 같아요. 왜 어머니의 존재를 당연하게 인식할까요? 앞으로는 여자로서 살아온 그들의 인생을 들어볼 생각이에요. 매달 한 명의 어머니를 선정해서 인터뷰를 하고, 영상도 만들고, 직접 작품을 만들 기회도 드리고 싶어요.”

지난 3월 8일 여성의날, 마리몬드는 소셜 액티비티 플랫폼 ‘프렌트립’과 함께 마라톤 대회를 열었다. 반응은 뜨거웠다. 오는 6월에는 대규모 야간 마라톤을 계획하고 있다. 마리몬드가 추구하는 ‘인권’의 가치가 생활 전반에 전해진다.

“우리의 최종 목표는 파리나 런던에 매장을 오픈하는 거예요. 국적을 불문하고 모든 여성이 쉬어 갈 수 있는 공간 말이에요. 그곳에서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전하고 싶어요. 모든 이의 일상에 지속적으로 스며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마리몬드는 그들의 생각에 공감하고 동참하는 이들을 ‘마리몬더’라고 부른다. 얼마 지나지 않아 파리나 런던 매장에서는 마리몬더들이 자신만의 꽃을 찾을 것 같다.
  • 2015년 05월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보내기
  • 목록
  • 프린트
나도 한마디는 로그인 후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더 볼만한 기사

10개더보기
상호 :㈜조선뉴스프레스 / 등록번호 : 서울, 자00349 / 등록일자 : 2011년 7월 25일 / 제호 : 톱클래스 뉴스서비스 / 발행인 : ㈜조선뉴스프레스 이동한
편집인 : 이동한 / 발행소 : 서울시 마포구 상암산로 34, 13층(상암동, 디지털큐브빌딩) Tel : 02)724-6875 / 발행일자 : 2017년 3월 29일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민희 / 통신판매신고번호 : 2015-서울마포-0073호 / 사업자등록번호 : 104-81-59006
Copyright ⓒ topclass.chosun.com All Rights Reserved.

조선뉴스프레스 | 광고안내 | 기사제보 | 독자센터 | 개인정보 취급방침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