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 만드는 사람들’ 김희철 대표

빚 고민? 상담으로 해결해드립니다

글 : 유슬기 TOPCLASS 기자  / 사진 : 이성원 

빚을 지면 가장 먼저 나타나는 현상, 말문이 막힌다. 친구에게 돈 문제를 이야기하면 연락이 끊기고 가족들에게 밝히면 가정이 깨진다.
‘희망 만드는 사람들(이하 희만사)’은 이야기를 들어주겠다고 한다. 빚진 사람들의 빛이 되어주고 있는 김희철 대표를 만났다.
학자금 대출로 공부하고, 대출 받아 결혼한 뒤, 대출금으로 집을 구한다. ‘빚 권하는 사회’에서 빚지지 않고 살아가기는 쉽지 않지만, 막상 빚지고 나면 상환은 더 쉽지 않다. 가계부채 1000조 시대인 만큼 누구도 빚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실제로 지난 한 해에만 가계대출이 68조원을 기록했다. 전화 한 통, 클릭 한 번이면 돈 빌려주겠다는 곳은 수두룩한데, 해결해주는 곳은 없다. 빚이 쌓이면 사람의 인지 상태는 소주 2병을 마신 상태와 비슷하다고 한다. 정상적인 의사결정이 힘들다. 신용등급은 떨어지고, 돈 갚으라는 문자는 쏟아지는데 돈 구할 곳은 없고, 더는 빌릴 수도 없다. 그럴 때 자칫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도 있다. ‘이코노사이드(Econocide・경제문제로 인한 자살)’ 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벼랑에 몰린 이들이 늘고 있다. 김희철 대표는 그런 순간에 “부디 희만사의 문을 두드리라”고 말한다. 두드리라, 그러면 열린다. 일단 눈물샘부터 열린다는 게 그의 말이다.

“저희는 상담을 먼저 하고 일을 진행합니다. 병원이라고 생각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병원이 병을 고치려고 만든 곳이잖아요. 저희는 빚을 치료해주는 곳이죠. 응급환자는 무료로 해드리고요. 저희에게 오시는 분들의 85%는 무료환자라는 게 문제지만요(웃음).”


빚진 사람이 죄인인가요?


‘희만사’의 사무실은 금융회사들의 마천루가 하늘 높이 솟아 있는 강남구 역삼동에 있다. 역삼역 1번 출구에서 도보로 8분 거리에 흰 건물 하나가 보인다. 빌딩숲에선 보이지 않는 낮은 건물 5층에 ‘희만사’가 있다.

김희철 대표는 은행에서만 30년을 근무했다. 주로 VVIP들의 재정을 관리해주는 PB로 근무했다. 대구은행 부행장 시절, 보건복지부와 함께 금융소외층을 위한 사업을 시작했다. 그 일이 계기가 되어 지금 희만사 대표가 됐다. 그는 “VVIP의 PB와 금융소외층의 PB는 대동소이하다”고 말한다. ‘돈고민’을 해결해주고, ‘맞춤형 미래계획’을 세워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상담사 대부분이 재무설계사들이에요. 진정한 파이낸셜 플래닝은 미래의 재정계획을 세워주는 거거든요. 설계의 본질은 영업이나 판매가 아니라 상담이에요. 이때 어렸을 때의 환경이나 평소의 소비 습관을 살피는 게 굉장히 중요해요. 그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부채문제 해결이 쉽지 않습니다. 빚이 어디서 시작됐는지 원인을 봐야 하거든요. 많은 사람이 혼동하는데, 가난한 사람과 빚진 사람은 다른 개념입니다.”

어릴 적에 부모님이 빚으로 자주 다투는 걸 본 사람은 자신의 재정문제를 절대 가족에게 알리지 않는다. 그러다 보면 일이 커진다. 속수무책이 되었을 때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다. 희만사의 제1목표는 ‘돈을 갚는 것’이 아니라 ‘가정을 지키는 것’이다.

“은행에 근무하면서 대출을 받는 경우도 있어요. 명품을 좋아하더라고요. 씀씀이가 크고요. 그런 분들은 자존감이 낮아요. 빚에 시달리는 30대 초반 여성들을 보면 물질로 자신을 과시하는 경우가 있어요. 그 부분에 대해 심리치료를 하면 소비도 달라져요. 부채문제가 해결되죠.”

개인의 문제를 살피는 동시에 제도적인 문제점도 지적한다. 빚진 사람이 바로 ‘금융소외층’이 되는 이유는 금융구조 바깥으로 밀려나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청년이 1000만원이 필요하다고 하면, 제1금융권에서는 대출 받기가 어려워요. 캐피탈, 저축은행 이런 쪽을 찾게 되죠. 그렇게 1000만원을 빚지면 금리가 25%예요. 금방 금융노예가 됩니다. 죽기 살기로 일해도 이 빚을 갚기가 쉽지 않죠. 처음 등급이 잘못 매겨진 거죠.”

실제로 신용이 불량인 사람은 능력이 부족하거나 무분별한 소비를 하는 사람일 거라 생각하기 쉽다. 김희철 대표는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고 한다. 잘못된 생활습관을 가졌다고 모두가 병에 걸리는 건 아니다.

“무엇보다 일단 병에 걸리면 낫게 해줘야죠. 병원이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빚문제는 다 개인이 해결하라고 해요. 개인의 무능력으로 돌린단 말이죠. 병은 사실 신의 영역이에요. 그런데 금융은 인간이 만든 영역이니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다고 봐요.”

‘당신 잘못이 아니다’ ‘잠시 병에 걸린 거고, 치료할 수 있다. 희망을 가져라’는 말만 해줘도 사람들이 흐느끼기 시작한다. 김 대표는 이를 “크리넥스 한통 상담”이라고 말한다. 스스로를 죄인이라 생각했던 사람들은 ‘인간’으로 대해주는 ‘희만사’에서 다시 시작해볼 용기를 찾는다.

“돈이 아니라 대화가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을 구제해요. 아무도 그런 이야기를 들어주지도 않고, 다 네 책임이라고 하니까요. ‘당신 잘못이 아니다’라고만 해도 뻥 터져요. 그렇게 한번 풀고 나면 눈빛이 달라져요. 살 힘을 얻죠. 빚진 사람이 죄인은 아니거든요.”


가난 구제는 나라도 못한다고요?


김희철 대표는 ‘희만사’가 만능은 아니라고 한다. 특히 일이 없어 소득이 없는 경우 고민이 된다. 일자리를 구하는 게 우선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하는 데도 빚이 줄지 않는 ‘워킹푸어’나 대출 받은 집 때문에 고통받는 ‘하우스푸어’는 해결책을 찾기 위해 고심한다.

“‘프라이빗 뱅킹 포 디 워킹푸어(Private Banking for The Working poor)’를 하는 거죠. PB가 그 사람이 하는 일, 가치관, 가족계획, 미래를 설계해주는 거거든요. 워킹푸어를 위한 PB도 마찬가지예요. 다만 자산의 종류가 다른 거죠. 플러스 자산이냐, 마이너스 자산이냐. 원리는 사실 같아요. ‘돈고민 상담’이에요. 상류층은 어떻게 지킬 것인가, 중산층은 어떻게 모을 것인가, 하류층은 어떻게 벗어날 것인가가 고민이죠. 각자에 맞게 접근해야 해요. 예를 들면 점심 먹었을 때 중산층은 ‘맛있게’ 먹었느냐고 해요. 하류층은 ‘배불리’ 먹었느냐고 하고요, 상류층은 ‘그 집 분위기 어때?’를 봐요. 돈이라고 다 같은 돈이 아닙니다.”

PB가 필요한 사람은 VVIP만이 아니다. 김희철 대표에게는 모두가 굉장히 중요한 사람(Very Important Person)이다.

“전문가의 90%는 상위 10%를 위해 일해요. 나머지를 위해 연구해주는 전문가가 없어요. 그 구조만 바꿔도 사회가 한층 밝아지지 않을까요? 저는 버블 상승기에 PB를 했기 때문에 상류층, 상위 VIP 마케팅에 눈을 떴어요. 그런데 지금은 저성장기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소득이 적은 사람들을 위한 PB가 더 필요합니다. 앞으로는 가치 싸움이에요.”

은행에 다니던 시절 그가 관리했던 것이 돈이라면, 희만사에서 그가 관리하는 것은 가치다.

“돈은 그대로 있어요. 돈이 죄 짓는 건 없어요. 그걸 ‘어떤 제도에서 어떻게 이용하느냐’가 문제예요. 신용평가가 ‘돈이 되는 사람인가, 안 되는 사람인가’로 매겨지면 안 돼요. 사람을 등급 매겨서 통계를 내는 순간 대출금리가 20~30%는 높아져요. 그 사람의 가치를 봐주는 게 우선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제도권 안으로 돌아올 수 있거든요.”

빚을 진 사람들의 경우 자존감이 낮아진다. ‘가치 없는 사람’ 취급을 받기 때문이다. 특히 빚독촉에 시달리면 더욱 갈 곳이 없다. 김희철 대표는 이 경우에도 “당당하게 대응하라”고 말한다.

“추심에 쫓기는 경우는 오히려 해결이 쉬워요. 그건 명백한 불법이니까요. 얼마 전에도 이런 일이 있었어요. 사채를 썼는데 불시에 나타나서 일수를 받는 사람이 있었어요. 안 내면 와서 협박을 하는 거예요. 그런 사람이 다섯 명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돈을 줄 테니 공원에서 만나자고 약속을 하고 형사랑 같이 나가서 나타나는 족족 체포했어요.”

재밌는 사실은 ‘희만사’는 사회적 기업이나 상담기관이 아니라 엄연한 ‘대부업체’라는 것이다. 말로만 ‘해결’을 말하는 게 아니라 실제로 갚을 길이 없는 사람을 위해 돈을 대출해주기도 한다. 물론 ‘떼일 각오’를 하고 말이다. 덕분에 자본금은 거의 깎아먹었지만, 그렇다고 문을 닫을 생각은 없다.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더 많아서다.

“앞으로 PB가 해야 할 일은 밸류 케어(Value Care)예요. 삶의 가치를 찾아주어야 합니다. 개인도, 가정도 구조조정이 필요합니다. 희만사가 입소문이 나면서 요즘은 중산층 사람이 많이 찾아와요. 누구도 빚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거죠. 빚을 정리해야 하는데 체면이나 관계 때문에 어쩔 줄을 몰라요. 그럴 때가 아니에요. 빚을 해결하려면 집을 줄이고, 생활 규모를 줄일 각오를 해야 해요. 체면보다 중요한 게 가정이고, 삶의 가치니까요.”
  • 2015년 0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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