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에 식수 펌프 기증하는 김인경 음악감독

“공연에 오는 것만으로 수천 명의 인생을 바꿀 수 있어요”

글 : 하주희 월간조선 기자  / 사진 : 김선아 

상상해본다. 시원한 물 한 잔 대신 마른침으로 목을 축이며 시작하는 아침을, 건조한 공기 속을 걷다 두통이 올 것 같은 목마름에 주저앉아야 하는 한낮을, 비가 오는 꿈을 바라며 잠을 청하는 저녁을. 아프리카의 식수 부족 지역에 살고 있는 누군가가 오늘도 보냈을 하루다.
김인경 음악감독이 이끄는 소울챔버오케스트라는 뜻을 함께하는 클래식 연주자들이 모인 비영리 음악단체다. 1년에 한 번 모여 공연을 하고, 수익금 전액은 구호단체 월드비전을 통해 아프리카에 ‘식수 펌프’를 설치하는 데 쓰인다. 식수 펌프 1대를 설치하는 데 드는 비용은 1만2000달러, 우리 돈으로 약 1500만원이다. 소울챔버오케스트라는 지금까지 5회 공연을 열어 총 14대의 식수 펌프를 보급했다. 올해는 2월 7일 예술의전당에서 공연을 연다.

시작은 책 한 권 때문이었다. 김 감독은 “내 생각을 바꾼 책”이라고 했다.

“7년 전쯤이었어요. 한비야씨가 쓴 《그건 사랑이었네》를 읽는데, 아프리카 아이들 이야기가 나와요. 아이들이 다 쓴 엔진오일 통을 들고 두세 시간을 걸어가 물을 길어온다는 거예요. 물을 길어오면 하루가 다 끝나는데, 그나마 떠온 물도 깨끗하지 않은 물이라는 대목을 읽으며 마음이 아팠어요.”


책을 읽은 김 감독은 월드비전 홈페이지를 접속했다. 무작정 게시판에 “나는 첼로를 전공한 클래식 연주자인데, 재능 기부를 해서 아이들을 돕고 싶다”는 글을 남겼다. 마침 음악을 전공한 월드비전 직원이 글을 봤고, 자선음악회 기획으로 이어졌다.

우여곡절 끝에 현악기 연주자 11명이 모여 ‘스트링(string)’이 결성됐다. 한 해, 두 해 공연을 거듭하며 점점 연주자가 늘었고, 이름을 ‘챔버 오케스트라’로 바꿨다. 챔버오케스트라는 15~30여 명 규모의 실내 관현악단을 뜻한다.


올해는 70명이 모여 공연을 하지만 여전히 이름은 챔버 오케스트라다.

“단원이 50명이 넘었으니 이제 ‘오케스트라’로 이름을 바꿔도 될 정도로 규모가 커졌어요. 그렇지만 이름을 자주 바꾸는 건 좋지 않은 것 같아 원래 이름을 고수하고 있어요. 연주자와 게스트를 섭외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에요. 2월에 공연하는 이유는 이때가 클래식 공연의 비수기이기 때문이에요. 연말에 공연을 하면 수익금을 모금하기엔 좋지만 개런티를 받지 않고 참여해주는 연주자의 스케줄을 맞출 수가 없어요.

저희 연주자들 중 절반 이상이 대학에서 강의하는 분들이에요. 비영리 공연이지만 공연 수준이 높다고 자부하는 이유입니다. 이번 공연에는 뮤지컬 배우인 김소현・손준호 부부가 출연해서 뮤지컬 갈라 공연을 보여줍니다.”


식수 펌프 1대 설치하는 데 왜 그렇게 돈이 많이 들까 궁금했다.

“공연 때는 식수 펌프라는 단어 대신 부드럽게 ‘우물’이라고 표현해요. 공연에 오신 분들이 그러세요. ‘아니 무슨 우물 파는 데 돈이 그렇게 많이 들지?’ 그런데 식수 펌프가 가격대별로 네 가지 종류가 있대요. 사실 같은 돈으로 많은 펌프를 설치하려면 제일 싼 걸로 하면 되는데, 그런 식수 펌프는 너무 얕게 파서 만드는 거라 1~2년이면 물이 안 나온다고 하더라고요. 저희가 보급하는 펌프는 지반을 150m 정도 파내려가서 설치하는 펌프예요. 이것도 가장 좋은 펌프는 아니에요. 수도관까지 갖춘 준상수도시설 같은 펌프가 제일 좋은 펌프인데 이건 너무 비싸다고 해요. 이번 공연에는 식수 펌프를 어떻게 설치하는지 아예 동영상으로 보여드릴 예정이에요.”


수익금으로 아프리카 니제르에 식수 펌프 설치


2012년에는 펌프가 설치된 마을을 찾아가 공연도 열었다. “직접 현장을 보고 오니 마음가짐이 달라지더라”고 김 감독은 표현했다.

“현악기 연주자들과 스와질랜드에 갔어요. 막연히 호기심을 안고 갔는데, 막상 가서 보니 마음이 너무 아팠어요. 마을에 어른이 없어요. 어른이 되기도 전에 에이즈로 일찍 사망하는 거예요. 엄마 없이 아이들끼리 풀을 뜯어서 끓여먹고 살아요. 하루 종일 물을 뜨러 다니고요. 이 아이들에게 물만이라도 충분하다면 아이들의 삶이 얼마나 달라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학교도 갈 수 있고 병에도 안 걸려요. 펌프는 마을과 마을 중간에 놔요. 많은 사람이 이용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래요. 1대를 몇 천 명이 이용하는 경우도 있으니, 연주자들이 몇 달만 고생하면 몇 천 명의 삶을 바꿀 수 있는 거예요. 그러니 공연 준비할 때는 ‘내가 미쳤지, 내가 이걸 왜 시작했지’ 하다가도 공연 후에 아프리카에서 현지 사진이 도착하면 ‘내가 할 수밖에 없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자선 공연을 시작한 후 김 감독은 물론 가족들의 생활에도 조금씩 변화가 생겼단다. 김 감독의 아버지는 김대중 정부 시절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낸 김중권 전 민주당 대표다. 아버지가 도움을 주는지 묻자 김 감독은 웃음을 터뜨렸다.

“공연 때마다 어머니가 아버지의 등을 떠밀어요. 나가서 표 좀 팔고오라고, 그런데 막상 당신의 딸이 하는 일이라 그런지 어디에 얘기를 잘 못하시더라고요. 우리나라 클래식 공연문화가 아쉽게도 유료 티켓을 구매하는 게 아니라, 초대권 받아서 가는 문화로 정착이 됐잖아요. 그런 이유도 있는 것 같고요. 제가 이 일에 참여하고 나서부터 제 아들들이 조금씩 변하는 것 같아요. 아이가 한번은 적금통장을 들고 와서 돈을 다 인출해달라고 하더라고요. 왜 그러냐고 했더니, 학교에서 어려운 아이들을 위해 기부를 하는데 보태고 싶다고 하더군요. 여동생도 조카의 돌잔치를 간소하게 치르고, 대신 조카 이름으로 식수 펌프 1대를 기증했어요. 그런데 그런 분들이 생각보다 많더라고요. 신혼여행 안 가고 그 돈으로 펌프를 기증한 분들 사례도 들었어요.”


소울챔버오케스트라의 목표는 식수 펌프 100대를 설치하는 것이다.

“월드비전에서 50년 장기 계획을 가지고 식수 펌프를 설치하고 있어요. 식수 문제가 심각한 지역부터 우선적으로 진행하는 식이에요. 올해 공연 수익금으로는 아프리카 니제르에 식수 펌프를 설치할 예정입니다. 니제르는 전 세계에서 가장 더운 나라 중 한 곳이래요. 1억원을 들이면 6대가량 설치할 수 있어요. 식수 펌프 6대면 한 개의 부락이 물 문제에서 벗어날 수 있고요. 티켓을 구매해 공연을 보러 오시는 것만으로 수천 명, 수만 명의 삶을 바꿀 수 있는 기회가 될 거예요.”
  • 2015년 0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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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건의 글이 있습니다. 작성일순 | 찬성순 | 반대순
  김종헌   ( 2015-03-29 ) 찬성 : 55 반대 : 67
정말 감동적인 일을 하시네요. 저도 머잖아 동참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김감독님 그리고 여러 단원들 꾸준히 활동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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