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원 후원 위해 〈Who am I 콘서트〉 기획한
배우 이건명·길성원

아이들에게 필요한 건 관심이에요

글 : 유슬기 TOPCLASS 기자  / 사진 : 김선아 

해마다 10만 명 정도의 청소년 범죄가 일어난다.
그중 5%인 5000명 정도는 소년부에 회부돼 재판을 받는다. 소년원행 판결은 아이들에게도 가장 중한 벌이다. 이 아이들을 위해 팔을 걷어붙인 사람들이 있다.
배우 길성원과 이건명이다.

사진제공 : 후엠아이 콘서트
삼성동에 있는 올림푸스홀에서는 한 달에 한 번 공연이 열린다. 뮤지컬 배우가 출연해 노래를 들려주고, 살아온 이야기를 나누는 〈후엠아이(Who am I) 콘서트〉다. 공연의 수익금은 소년원 아이들을 교육하고 후원하는 데 쓰인다. 동갑내기인 두 사람은 올해 〈후엠아이 콘서트〉를 재정비했다. 공연의 진행은 이건명이, 무대 아래의 기획과 준비 그리고 아이들 교육은 길성원이 담당한다. 인터뷰 전날인 1월 27일에는 마침 아이들의 공연이 있었다. 자신이 쓴 편지를 무대에 올라와 직접 낭독하는 시간이었다. 두 사람은 그 편지 한편 한편을 들으면서 ‘포기하지 않고 여기까지 오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포기하지 않고 오기를 잘했구나

“어제 한 친구가 편지에 이렇게 썼어요. 모든 게 끝났다고 느꼈고 포기하고 싶었는데, 마술사 선생님의 마술을 보고 삶의 동기 부여가 됐대요. 그래서 그 마술사 선생님께 편지를 썼어요. ‘선생님, 제가 편지를 써서 놀라셨죠?’라면서요. 마술 하나가 아이를 바꾼 거예요. 저도 어릴 적에 〈아가씨와 건달들〉이라는 뮤지컬 한 편을 보고 지금 이 자리에 있게 된 거거든요. 누구에게나 그런 순간이 올 수 있어요. 그런데 그 한 번의 기회를 누가 주느냐 하는 거죠.”(이건명)

소년원에 갇힌 아이들은 스스로 그런 기회를 만들기 어렵다. 그래서 배우들이 찾아가기로 했다. 두 사람은 “배우들이 타인의 삶에 관심이 많고, 정이 많다”고 했다. 더구나 자신들이 가진 재능으로 아이들을 도울 수 있다니 금상첨화다.

“저희가 2년 전쯤 양준모, 이은율 배우와 함께 뮤지컬 콘서트를 준비했어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로 재능은 있지만 기회가 없는 친구들을 도와주자고요. 그때 생각해낸 게 토크콘서트예요. 문화의 힘은 자기 자신에 대해 알게 되는 거거든요. 그래서 이름이 ‘후엠아이’가 됐어요. 뮤지컬 배우 중에 어려운 순간을 잘 이겨낸 분이 많아요. 그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관객들에게도 좋은 메시지를 줄 수 있을 거라 생각했고요.”(길성원)

이 콘서트를 무대에 올리기 위해 꼬박 6개월이 걸렸다. 늘 섭외를 받고 무대에 서던 배우들이 직접 섭외를 하고, 대관을 하고, 무대를 만들었다.

“매 공연을 새로 만들어요. 어떤 배우를 초대하느냐에 따라 그 사람에게 맞는 콘셉트를 정하죠. 스태프들도 자원하신 분들이에요. 처음에는 저희 팬들이 구경하러 오셨다가 미흡한(?) 점이 많은 걸 보고는 팔을 걷어붙이셨어요. 2년이 지난 지금도 그 멤버들이 공연을 도와주고 계시고요.”(길성원)

스무 번째 〈후엠아이 콘서트〉 공연 모습.
〈후엠아이 콘서트〉의 강점은 배우가 진행하는 콘서트라는 점이다. 이미 공연을 하면서 함께 부대낀 이들이 출연하기 때문에 친밀한 분위기에서 수다를 떨 수 있다. 이들의 편안한 대화를 듣는 것만도 관객에게는 신선한 경험이다. ‘이 배우들이 무대 아래에서는 이런 모습이구나’라는 걸 엿볼 수 있는.

“섭외가 제일 어려워요. 섭외만 되면 일 다 한 것 같아요. 차라리 제가 후배였으면 좋겠어요. 그럼 “형~” 하고 매달리면 되거든요. 근데 이제 뮤지컬계에 제가 ‘형~’ 할 사람이 몇 없어요. 아무래도 후배들한테는 제가 선배니까 (섭외가) 명령으로 들릴까 걱정이 되죠. 다행히 저희 취지에 공감하는 분들은 기꺼이 동참해줘요. 심지어 ‘나는 왜 안 불러?’ 하면 ‘기다려, 불러줄게(웃음)’라고 해요.”(이건명)

“저희 공연은 게스트들도 준비할 게 많아요. 노래는 물론이고, 내 인생의 시나 이야기를 준비해야 하거든요. 그러다 보니 사전 인터뷰도 긴 편이에요. 처음엔 당황하다가 막상 마치고 나면 배우들도 너무 좋았다고 해요.”(길성원)

이건명과 길성원은 사전 인터뷰에 거의 참여한다. 초대 손님에 대해 숙지하고 콘서트에 가면 “더 재미있다”고 했다. 실제로 열아홉 번째 콘서트에 초대됐던 강태을, 김승대는 이건명과 뮤지컬 〈그날들〉을 함께 공연한 후배들이고, 스무 번째 콘서트를 함께한 손준호, 조순창 역시 막역한 동생들이다.


나의 ‘Who am I’의 순간

“많은 사람이 좋은 일을 하고 싶어 하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라요. 〈후엠아이 콘서트〉는 그런 고민을 하는 분들께는 하나의 통로예요. 사람에게는 누군가를 도와주고 싶어 하는 마음이 있거든요. 살다 보니 나누면 정말 따뜻해져요. 회가 거듭될수록 점점 어깨가 무겁다기보다는 점점 더 잘하고 싶죠.”(이건명)

두 사람의 공통점은 그들도 어려운 시절을 지나왔다는 점이다. 충분한 지원을 받을 형편이 못 돼 스스로 길을 개척해야 했다. 무대에 서고 싶어 간절히 기다리던 시절을 떠올리면, 지금 아이들을 보는 마음이 남 일 같지 않다.

“제가 마흔이라는 나이를 훌쩍 넘고 보니까 어린 시절의 기억이 아주 흐릿해진 줄 알았어요. 그런데 아이들을 만나면 그때 그 시절이 선명하게 기억이 나요. 어려울 때는 손을 내밀어주는 한 사람이 필요하거든요. 그때 저의 ‘롱타임어고(long time ago)의 후엠아이의 순간’을 돌아보죠. 아이들의 공연을 보면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너희들이 다시 삶을 생각할 수 있다면 우리도 다시 해볼게’라는 다짐이죠.”(이건명)

“가기 전까지는 고민이 되는데, 갔다 오면 잘했다 싶어요. 아이 낳는 거랑 비슷해요. 하기 전에는 너무 힘들고 고생스러운데 낳고 나면 예뻐서 또 낳고 키우잖아요. 누군가의 인생이 변화한다는 건 두렵기도 한 일인데, 행복한 일이기도 해요. 보통 아이들이 인생을 다시 새롭게 시작하기가 어렵거든요. 그런데 공연을 준비해본 아이들은 검정고시를 보려고 노력해요. 보통 소년원 아이들은 자격증 따고 나오는 게 목표거든요. 그런데 다른 꿈을 꾸게 되는 거죠.”(길성원)

왼쪽부터 초대손님 손준호, MC 이건명, 배우 조순창.
이들이 아이들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는 이들에게 필요한 건 경제적 지원뿐 아니라 관심이라는 걸 알아서다. 아이들은 야단맞더라도 관심을 보여주는 걸 좋아한다. 혼나고 난 뒤에도 슬금슬금 노래 연습을 하면서 다가온다. 늘 오던 선생님이 안 오면 다시는 못 보는 것인가 궁금해한다. 그런 아이들에게 한번 준 마음을 쉽게 거둘 수는 없었다.

“아이들이 화가 많고 울분이 많아요. 수업을 하다 보면 그게 드러나요. 특히 공연이 임박해서 긴장이 되면 그런 감정이 터져 나와요. 그런데 그런 경험이 도움이 돼요. 한 번이라도 그 감정의 분출에 대해서 교육을 받아볼 기회를 얻게 되거든요. 누구나 자기 자신을 보여주고 싶어 해요. 또 잘 보여주고 싶어 해요. 뮤지컬이라는 기회가 좋은 게 그 안에서 춤도 추고 노래도 부를 수 있으니까요.”(길성원)

아이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더 친밀해진다면 해주고 싶은 이야기도 있다.

“아직은 섣부른 듯해서 직접적으로 이야기는 못 했어요. 대신 편지로 썼어요. 힘들고 아팠던 기억이 다 자양분이 됐다. 그건 비단 배우뿐 아니라 인간이라면 누구나 그런 경험이 자신을 깊어지게 만든다….”(이건명)
  • 2015년 0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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