옻칠 이용한 생활용품 브랜드,
‘하이픈 프로젝트’ 문채훈 대표

전통 공예와 현대 미술의 조화

글 : 오주현 인턴기자(이화여대 졸)  / 사진 : 김선아 

하이픈은 낱말과 낱말이 합쳐질 때 가운데에 들어가면서 그 낱말을 하나로 묶어준다. ‘전통과 현재’를 또 ‘소재와 제품’을 하나로 묶어준다는 의미를 지닌 ‘하이픈 프로젝트’. 전통공예인 옻칠을 활용한 제품을 만드는 브랜드다. 2013년에 시작해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에서 전시하고, ‘2014 서울리빙디자인페어’에서 ‘눈에 띄는 제품상’을 수상하며 업계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라이프스타일 제품으로 구두주걱·연필꽂이·명함꽂이·스마트폰 케이스, 테이블웨어 제품으로 트레이·잔·술잔· 디저트 세트 (잔, 티스푼, 트레이 세트)를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오프라인 숍은 따로 없고 라이프스타일 관련 온라인 숍이나 편집숍에서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

‘하이픈 프로젝트’의 문채훈 대표는 이화여대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하고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문 대표는 대학원 졸업 후 디자이너로 일을 하다 우연히 취미로 옻칠을 배우게 되었다.

물푸레나무· 옻칠· 천연오일·유기로 만든 잔담 디저트 세트.
“어릴 적부터 전통적인 것을 좋아했어요. TV에 꽃신 만드는 장인이 나온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그걸 집중해서 굉장히 재미있게 보고는 했었죠. 자연스럽게 전통의 매력에 빠져들었어요.”

옻칠은 옻나무 표면에 상처를 냈을 때 나무가 자기 몸을 보호하고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흘리는 수액을 말한다. 이 수액은 나무 안에 계속 저장되어 있던 것이 아니라 상처가 나는 순간 만들어진다. 그 수액을 한 방울 한 방울씩 채취해 우리나라 전통공예에서 쓰는 귀한 재료다. 흔히 사람들은 암갈색의 어두운 옻칠만을 떠올리지만, 여기에 색이 있는 돌가루를 섞으면 다양한 색을 띠게 할 수 있다.

옻칠은 색칠하는 과정부터 쓰이는 과정, 폐기되기까지 환경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않는 천연소재다.

코엑스에서 열린 ‘2013 공예트렌드페어’.
관리만 잘한다면 1000년, 1만년까지 쓸 수 있는 강한 내구성을 지녔다. 특히 어떤 소재와도 만남이 가능하고, 어떤 제품에도 입힐 수 있어 다양한 곳에 쓸 수 있다.

“오래도록 내려온 것들, 기억된 것들은 분명히 좋은 점이 있기 때문에 전해져 온 것이죠. 그 좋은 점을 재발견하고 그것을 우리가 사는 이 시대에서도 가치 있도록 만들고 싶었어요. 그저 장식해놓고 바라만 보는 것은 테이블웨어나 생활용품으로서 가치가 없잖아요. 좋은 재료로 만든 우리 문화를 식기류라면 식탁에서, 라이프스타일 제품이라면 일상생활에서 소비하고 싶었습니다.”


‘코리안 럭셔리’를 지향

3D 프린팅과 옻칠을 결합한 ‘소반’. 청주국제공예공모전에서 수상한 작품이다.
하이픈 프로젝트의 작품들은 그렇다고 대놓고(?) 한국적이지는 않다. ‘어딘가 모르게 한국적’이라는 표현이 더 잘 어울린다. 전통공예와 모던한 것이 잘 조화를 이루고 있다. 가장 잘 팔리는 찻잔과 트레이, 유기 숟가락 세트의 경우 안쪽 면은 유기로 한국다움을 살렸고, 바깥 면은 나뭇결을 살리고 오일을 칠해 현대적인 감각을 입혔다.

“옻칠을 가르쳐주신 선생님이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전통을 바꿔도 됩니다. 삼국시대, 고려, 조선시대마다 도자기는 있었지만 형식은 다릅니다. 시대에 맞게 변형해서 오래 유지되도록 하는 것, 그게 바로 전통입니다.’ 저도 전통을 우리 시대에 맞게 바꿔서 지켜내고 싶었습니다.”

흑단나무· 옻칠· 흙· 금으로 만든 ‘6square(연필꽂이)’, 단풍나무와 흑단나무·옻칠·흙·금을 입혀 만든 ‘구두주걱’.
하이픈 프로젝트는 ‘코리안 럭셔리’를 지향한다. 비싼 소재로 비싼 제품을 만드는 고급 개념이 아닌, 오랫동안 우리에게 전해 내려오는 것들을 지켜나가고자 하는 것이다.

“전통옻칠방식에 대한 노하우는 마스터 경지에 오른 장인들이 갖고 있어요. 저는 전통 방식을 이어가는 것이 아니라 소재를 현대적으로 새롭게 활용하고 싶어요. 여러 가지 실험을 통해 옻칠하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고 있습니다.”

물푸레 나무· 옻칠· 천연오일로 만든 ‘잔담 술잔’과 호두나무· 옻칠· 흙으로 만든 트레이.
하이픈 프로젝트는 새로운 옻칠 방법으로 지난해 특허를 받았다. 전통공예는 보통 장인에 의해서 전수된다. 한 장인이 평생을 바쳐 한 소재를 꿰뚫고 있고, 그 후 다른 한 사람에게 전해진다. 그러다 보니 소재끼리의 융합은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

“한국에는 좋은 소재가 정말 많거든요. 그런데 그 소재들이 합쳐진 제품은 드물어요. 저는 ‘뜨내기’이기 때문에 소재끼리의 결합을 잘 만들어낼 수 있지 않을까요(웃음).”

문채훈 대표는 옻칠뿐만 아니라 한지・유기 등 여러 소재에 대해 공부해서 그것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풀어내고 싶다고 말했다. 북유럽풍 원목 탁자에 어우러져 있는 전통 옻칠 찻잔. 평범한 사무실 책상에 놓여 있는 옻칠 명함꽂이 등 우리 생활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는 전통. 그것이 바로 하이픈 프로젝트가 꿈꾸는 모습이다.
  • 2014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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