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밥상’ 차리는 (주)벌집 이승환 대표

따뜻한 밥 한 끼로 위안을 드리고 싶어요

글 : 유슬기 TOPCLASS 기자  / 사진 : 김선아 

《돈키호테》를 쓴 세르반테스는 이렇게 말했다.
“빵만 있다면 웬만한 슬픔은 견딜 수 있다”고. 그렇다면 슬픔에 빠진 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건 ‘따뜻한 밥 한 끼’인지 모른다. 개그맨에서 사업가로 변신한 후 연신 이웃을 위한 밥상을 차리고 있는 이승환을 만났다.

사진제공 : 희망밥상
홍대에서 맛집 ‘홍대연가’를 운영하던 윤장조씨는 외식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승승장구하던 CEO였다. 하루는 한강공원에서 청년들과 농구를 하다가 갑자기 쓰러졌다. MRI 촬영 결과는 뇌종양. 조금만 더 늦었다면 수술도 어려울 뻔했다는 말에 아내 고명숙씨는 눈시울을 붉혔다. 장조씨는 만약 다시 건강해진다면 하고 싶은 일들을 ‘버킷 리스트’에 적었다. 가장 후회가 되는 건 아이들에게 늘 바쁜 아빠, 칭찬에 인색한 아빠였다는 점이었다. 아들 자민・수민이의 ‘헬리콥터 맘’이었던 엄마도 바뀌었다. 아이들을 믿고 기다려주기로 했다. 재활치료를 받고 늘 곁에서 힘이 되어준 가족을 위해 앞치마를 둘렀다. 윤장조씨가 선물한 요리는 ‘감자 후루룩 수프’, 영혼까지 따뜻하게 데워주는 수프를 먹으며 함께 건강하게 살아보자는 의미다.


요리는 혼자 하면 노동, 함께 하면 놀이


윤장조씨의 사연은 이승환, 토니오 셰프가 함께 지은 《아빠가 차려주는 만원의 희망밥상》 중 다섯 번째 이야기다. 쿠킹 도네이션 북으로 제작된 이 책은 구입비 전액이 적십자사에 기부된다. 책에는 8가지 밥상과 8개의 레시피가 담겨 있는데, 원칙이 있다. 첫째, 냉장고 안에 있는 재료로 만들 수 있어야 한다. 둘째, 모든 재료의 가격이 1만원을 넘지 않아야 한다. 한국인 남편과 몽골인 아내, 새터민 신혼 부부, 다문화 가정 삼남매 등의 사연이 담긴 이 책은 주인공들에게는 한 끼의 따뜻한 식사를, 읽는 이들에게는 딱 그만큼의 이웃 사랑을 선물했다.

“밥상을 여덟 번 차리면서 저도 변했어요. 실은 저도 사업하느라 바빠서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많이 못 보냈거든요.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면 가장으로서 할 일을 다한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니더라고요. 같이 밥상에 앉아서 음식을 먹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었어요.”

강서구에 위치한 (주)벌집 사무실에서 만난 이승환 대표는 목이 쉬어 있었다. 감기에라도 걸렸는가 했더니, 매일 강연을 하느라 그렇다고 한다. 전에는 개그맨으로 불렸지만 지금은 ‘기업인’이라는 소개가 더 익숙하다. 그와 떼어놓을 수 없는 또 하나의 이름은 ‘찾아가는 희망밥상’이다. 밥상에서 희망을 발견한 건 그도 마찬가지다. KBS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 갈갈이 삼형제의 느끼남으로 인기 절정에 오른 뒤 사업가로 전업했다. 2002년 교육사업 등 의욕적으로 추진한 일들이 빛을 보지 못하고 빚만 남겨 자기 발로 한강 다리에 오르기도 했다.


지금은 “제가 수영선수 출신이라 뛰어내려도 죽지는 않을 것 같았다”고 농담을 던지지만, 당시에는 끝이 보이지 않는 캄캄한 날들이었다. 2005년 지인 두 명과 공동출자한 벌집삼겹살이 이른바 대박이 나면서 재기에 성공해 현재는 한국과 일본을 넘나들며 수백 개의 가맹점을 이끌고 있다.

“《희망밥상》을 쓰기 전에 쓴 책이 《사람 부자 만들기》예요. 결국 돈이 아니라 사람을 남겨야 사업이 일어나더라고요. 저는 이걸 ‘인(人)테크’라고 불러요. 기업체든 학교든 강연에 가면 가장 강조하는 부분이기도 하고요.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도 믿었던 사람 때문이지만, 결국 다시 일어서는 것도 사람 때문이거든요.”

외식사업이 번창하면서 지금까지 하고 있는 일은 ‘밥상기부’다. 어려운 가정과 단체를 직접 초청해 음식을 대접한다. 주 메뉴는 ‘고기’, “갈비나 삼겹살이야말로 가족과 함께 외식하는 느낌이 나기 때문”이다. ‘행사’의 추억이 아닌 ‘외식의 추억’이 남길 바라는 그의 마음이 담겼다. 사실 음식마다 추억이 있다. 그에게 가장 진한 추억이 담긴 음식은 어머니가 만들어주시던 ‘참기름 간장비빔밥’이다.

“워낙 밖에서 뛰어노는 걸 좋아해서 엄마가 몇 번이고 ‘승환아, 들어와서 밥 먹어’라고 부르셔야 들어갔어요. 어머니가 따뜻한 밥에 왜간장, 참기름을 넣고 슥슥 비벼주시던 밥을 지금도 잊지 못해요.”


나 한입 너 한입, 음식은 나눠야 제맛

그가 운영하고 있는 쇼핑몰 (www.희망밥상.com)에서는 가끔 이벤트가 열린다. 물건 하나를 구입하면 하나는 어려운 이웃에게 전달되는 프로그램이다. 내가 구입한 같은 메뉴가 적십자사를 통해 내 이웃에게 전달된다. ‘이승환’이 아닌 구입자의 이름으로다. 이 이야기는 카카오 스토리를 통해서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지난 10월 ‘희망밥상 나눔 이벤트’에 참여한 이들은 강원도 원주시의 기초수급 가정이나 차상위 가정을 후원했다.

“‘소비자의 이름으로 한 끼 식사를 대접한다’는 게 처음 생각이었어요. 기부가 번거로운 일이 아니라 ‘클릭 한 번’으로도 가능하거든요. 의미 있는 일에 동참하면 기분이 얼마나 좋은데요.”

아무리 기부가 좋아도 음식의 핵심은 맛, 쇼핑몰에서 유통되는 물품은 더욱 철저히 관리한다. 최근에는 친환경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어 친환경 저농약 제품을 위주로 판매하고 있다.

“저희가 유통하는 제품은 대부분 중간단계가 거의 없어요. 중간 마진이 없으니까 소비자에게 더 많이 돌려드릴 수 있죠. 돼지도 농장에서 직접 길러요. 최근에는 친환경에 대한 관심이 많아서 항생제를 전혀 쓰지 않아요. 대신 돼지한테 봉침(벌침)을 놔요. 면역력을 길러주려고요.”

2013년 연말, 72시간 생방송을 진행했다.
이때 14억원을 모아 적십자에 기부했다.
벌써 13만3848명의 친구가 함께하는 이승환의 희망밥상 카카오 스토리(bulzipshop)에는 매일 새로운 소식이 올라온다.

때로는 귤잼, 귤스무디, 귤샐러드 같은 제철 음식으로 만든 건강 레시피를 올리기도 하고, 구입한 물품의 배송현황을 실시간으로 공지하기도 한다. 그가 요즘 관심을 갖는 분야는 창업이다. 사업가의 눈으로 보기에도 요즘 청년들이 창업을 하기란 쉽지 않다. 직장생활 몇 년으로 모을 수 있는 돈은 정해져 있는데, 딱 1000만원으로 시작할 수 있는 사업은 없을까 궁리하다 생각해낸 게 ‘치즈 등갈비’와 ‘서서 먹는 맥주’다.

“사회문제가 저와 동떨어져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청년실업이 심각하다는데 문제가 있으면 돌파구를 생각해야죠. 저는 좀 더 먼저 시작했으니까 조금 더 도움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새로운 사업을 시작했어요.”

늘 새로운 일을 시작하느라 바쁘지만 연말에는 더욱 바빠진다. 크리스마스 즈음에는 72시간 동안 자지도, 먹지도 않고 희망풍차를 돌리는 〈Serious Request〉를 진행한다. 2박3일 동안 생방송으로 이웃을 위한 기부금을 모으는 행사다. 이들의 부스는 명동 한복판에 세워질 예정이다. 밥상을 나누기 위해 ‘자기의 밥상을 물린’ 이들을 12월 21~24일, 명동에 가면 만날 수 있다.
  • 2014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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