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 ‘2014 올해의 교육기관상’ 수상 ‘약속의 연필’
애덤 브라운 대표

세계 모든 아이들이 교육받을 수 있는 그날까지 학교를 세울 겁니다

사진제공 : 북하우스
2014년 노벨평화상은 목숨을 걸고 탈레반에 저항하며 여성을 포함해 모든 아동이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주창해온 파키스탄의 10대 소녀 말랄라 유사프자이와 인도의 카일라시 사티아르티에게 돌아갔다. 미국 청년 애덤 브라운(Adam Braun)이 설립한 비영리단체 ‘약속의 연필(Pencils of Promise)’은 실제로 전 세계 모든 아이들이 교육받을 수 있도록 학교를 세우고, 교사를 훈련하고,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제공한다. UN으로부터 ‘2014 올해의 교육기관상’을 받은 ‘약속의 연필’ CEO 애덤 브라운과 이메일 인터뷰를 했다. 그가 낸 책 《연필 하나로 가슴 뛰는 세계를 만나다(The Promise of a Pencil)》는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최근 한국에서도 번역 출간됐다. 그에게 ‘약속의 연필’의 사명과 역할,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물었다.

“‘약속의 연필’은 모든 아이가 교육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학교를 세우고, 훈련 프로그램을 만들고, 글로벌 공동체를 형성하지요.

현재 세계에는 5800만 명의 어린이가 전혀 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질 좋은 교육을 받지 못하는 어린이까지 합하면 그 수가 더 늘어나고요. 우리는 이런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행동합니다. 2015년 말까지 학교 500곳을 세우고, 1000명의 선생님을 훈련하고, 1만 명의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고, 1만 명의 학생들을 우리 프로그램으로 교육하는 게 우선 목표입니다.”

‘약속의 연필’이 설립된 것은 2008년 10월, 애덤 브라운이 미국 컨설팅회사인 베인 앤드 컴퍼니(Bain & Company)에서 일하고 있을 때, 스물다섯 생일을 앞두고 있을 때였다. 당시 그는 아이비리그인 브라운대학 졸업 후 연봉 높은 회사에서 일하며 밤마다 파티를 벌이는,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의 마음은 어쩐지 텅 빈 것 같았다. ‘약속의 연필’은 9개월 사외연수 기간을 활용해 만든 비영리단체. 궤도에 올린 다음에는 회사로 복귀할 생각이었다. 그는 왜 비영리단체를 만들겠다고 생각했을까?

“대학시절 ‘선상대학 프로그램’으로 세계를 여행할 때였어요. 나라마다 한 아이씩 붙잡고 ‘온 세상을 통틀어 뭐든 가질 수 있다면 뭘 제일 갖고 싶으냐’고 물었습니다. 구걸하는 인도 아이에게 물었더니 ‘연필’이라고 딱 잘라 대답하더라고요. 아무것도 없는 아이가 제일 원하는 게 연필이라니. 주변에 물어보니 학교에 다녀본 적이 없는 아이라고 했습니다. 다른 아이들이 연필로 글을 쓰는 것을 보고 부러워했겠지요. 그 아이에게 연필은 새로운 세상으로 나가는 하나의 열쇠, 상징이었습니다.”

아이들에게 연필은 새로운 세상으로 나가는 하나의 열쇠, 상징이다.
그 후로도 가난한 나라들을 배낭여행했던 그는 만나는 사람마다 ‘세상에서 제일 갖고 싶은 게 뭔지’ 물었다. 대답은 거의 똑같이 ‘아이 교육’이었다.

“과테말라에서 만난 한 40대 중반의 남성이 자신의 마을로 저를 초대했어요. 독학으로 영어를 익혔는데 발음이 좋지 않다며 ‘당신에게 영어를 배워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싶다’고 했죠. 그 마을을 찾았더니 구식 녹음기에 대고 큰 소리로 성경을 읽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그는 또 내가 말할 때마다 한 단어씩 중얼중얼 따라 했습니다. 적선은 필요 없어요. 당신이 떠난 후 우리 아이들과 동네 사람들에게 영어를 가르쳐줄 거예요’라면서. 가난한 사람들에게 구호품을 나눠주는 일로는 의존성만 키울 뿐입니다. 무엇보다 그들이 자립하게 도와주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죠.”

대학 졸업 후 바로 이 일을 하고 싶었지만 부모님이나 주변 사람들은 “먼저 잘나가는 회사에 취직해 돈을 많이 번 다음, 더 좋은 세상을 만드는 데 그 돈을 쓰라”고 충고했다. 마침 사외연수 기회가 생기자 회사를 그만두지 않고도 의미 있는 일을 당장 시작할 수 있다는 생각에 눈이 번쩍 뜨였다.

일단 사업자 등록과 홈페이지 (www.pencilsofpromise.org) 도메인 등록부터 했다. 그와 뜻을 같이하는 각 분야 친구들이 자원봉사자로 합류했고, 소셜미디어를 활용하고 핼러윈파티, 가면무도회 등 행사로 기금을 모으면서 라오스에 첫 학교를 세울 수 있었다.

“한 마을에 널찍한 교실 하나와 화장실을 갖춘 유치원을 지었습니다. 주민들의 주인의식을 이끌어내기 위해 총비용의 10%는 원자재나 육체노동 형식으로 마을에서 조달하는 조건이었죠. 저도 오전에는 일꾼들과 함께 일하고, 오후에는 아이들과 강물에서 헤엄치고 낚시도 하며 놀았습니다. 정말 행복하면서도 보람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브라운대 졸업해 베인 앤드 컴퍼니 다니던 중 삶의 방향 전환



‘약속의 연필’은 지금까지 라오스·과테말라·니카라과·가나의 여러 마을에 251개의 학교를 세웠다.
사외연수 기간이 끝나 회사로 복귀한 그는 얼마 후 퇴직을 결정, 비영리단체 대표로 새 삶을 시작했다. 어마어마한 연봉을 약속하는 스카우트 제의도, CEO로 영입하겠다는 제안도 거절했다.

돈을 벌면서 의미 있는 일도 할 수 있지 않을까 고민했지만, 두 가지 모두에 열정을 바칠 수는 없을 것 같았다. 안정된 자리를 박차고 험한 길을 선택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번뇌하는 그의 눈에 뉴욕의 낙서화가가 써놓은 글귀 ‘Become Your Dream(네 꿈이 되어라)’이 들어왔고, 이후 그 글귀는 그의 삶에 이정표가 되었다. 그는 돈이 아니라 꿈을 좇았고, 그 후 놀라운 일들이 일어났다. 최고의 웹디자인 업체가 무료로 홈페이지를 제작해주는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이 헌신적인 도움을 주는가 하면, 거액의 후원자들도 나타났다. 그의 강연을 들은 이들이 SNS 등을 통해 홍보해주고, 현지에서 도움을 주는 이들도 속속 생겨났다. 팝스타 저스틴 비버가 모금활동에 적극 도움을 주기도 했다. 오랫동안 연락이 끊겼던 어릴 적 친구가 “소셜미디어를 통해 발전과정을 지켜보고 있었다”며 나타나서는 브랜드 구축을 돕고, 선상대학 프로그램에 함께 참여했던 친구가 사진작가를 소개해줘 현지 사진을 근사하게 촬영할 수 있었다. 그 가운데 그가 처음 꿈꾸었던 것보다 많은 일들이 이루어졌다. 현재까지 라오스・과테말라・니카라과・가나의 여러 마을에 251개의 학교가 세워졌다.

100개 학교를 돌파하는 데 4년 남짓 걸렸으니 갈수록 가속도가 붙고 있다. 그에게 이 일을 하면서 가장 기쁠 때가 언제인지 물었다.

“학교가 문을 열 때 그 마을에 머물면서 마을사람들과 기쁨을 함께하는 것보다 좋은 게 없습니다. 교육을 받을 수 있게 된 아이들이 얼마나 좋아하는지 몰라요. 가나에서 한 학교가 개교할 때 장면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다섯 살에서 열다섯 살까지 주황색 교복을 입은 학생 100여 명이 미친 듯이 춤을 추었죠. 제가 나타나자 아이들은 기쁨의 환호성을 지르며 가운데로 저를 끌고 갔고, 우리는 작열하는 태양 아래 온몸이 젖도록 춤을 추며 그날을 자축했습니다.”


비영리단체를 단기간에 이만큼 성장시킨 데는 최고의 컨설팅회사에서 훈련받은 덕도 있지 않을까?

“인도주의적인 이상에서 비롯되었지만 성공적인 기업처럼 운영되는 단체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비영리(non-profit)’대신 ‘for-purpose(목적 지향적)’이란 말로 저희 단체를 표현합니다. 필수적인 비즈니스 기술은 베인에서 익혔죠.”

‘약속의 연필’은 한 아이를 교육하는 데 25달러, 교실 하나 짓는 데 1만 달러, 학교 한 채를 짓는 데 2만5000달러가 든다고 한눈에 들어오게 설명하고, 온라인으로도 쉽게 기부할 수 있게 해놓았다. 온라인 성금은 전액 학교사업에 투자하는 게 원칙. 재무제표도 누구나 쉽게 찾아볼 수 있게 공개했다.

“사람들이 자선단체를 믿지 못하는 이유가 자신의 후원금이 어디에 쓰이는지 모르기 때문이더라고요. 우리는 완벽한 투명성으로 신뢰를 구축하면서 차별화 전략을 썼습니다.”

한국의 청년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는지 물었다.

“당신 삶의 목표를 찾아 그것을 이룰 때까지 끊임없이 노력하세요. 당신이 열정을 갖고 있는 일에 대해 누구든 ‘넌 할 수 없어’라고 말하게 놔두지 마세요. 꿈은 크게 갖되 당장 지금부터 차근차근 진전시킬 일부터 찾아보세요.”
  • 2014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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