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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프 스타일링’ 전파하는 헤어디자이너 차홍

개업 3년 만에 미용업계 선두권 진입

글 : 하주희 월간조선 기자  / 사진 : 김선아 

문제 하나. 전국에 치킨집이 더 많을까, 미용실이 더 많을까. 정답은 미용실이다. 통계청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2011년 기준으로 전국에 치킨집은 2만9000여 곳, 미용실은 8만2000여 곳이 있다. 인구 600명당 미용실 한 곳이 있는 셈이다. 연간 미용실 이용횟수에 일정 부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레드오션(Red Ocean)’이다.
대형 미용실이 밀집해 있는 서울 강남 일대에서는 주말이면 소리없는 전쟁이 벌어진다. 아는 사람에게만 보이는 전쟁이다. 한국사회적경영연구원에서 집계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기준으로 강남구에만 917곳의 미용실이 있다. 결혼식장에 들어설 신부들은 식전 단장을 위해 골목 곳곳에 있는 미용실, 속칭 ‘메이크업샵’으로 새벽부터 줄을 지어 들어서고, 오후가 되면 결혼식 때 어느 미용실을 선택할지 ‘고르기’ 위해 ‘미용실 투어’를 다니는 여성들로 붐빈다. 이들을 잡기 위해 미용실들은 홍보전에 총력을 기울인다. 미용실들이 결혼시장에까지 손을 뻗친 것이다.

포화상태인 것 같은 미용업계에서 비교적 빠른 시간에 자리를 잡은 곳이 있다. 2011년 문을 연 후 불과 3년 만에 3개 지점을 열며 업계 선두그룹으로 진입한 ‘차홍아르더’가 그 주인공이다. 그 비결은 무엇일까. 성장을 이끈 차홍 원장의 나이는 불과 서른셋, 그를 만나러 갔다.



직원들을 업계 최고로 대우

‘차홍아르더’ 학동점은 대로변이 아니라 골목 안쪽에 마치 가정집 같은 모습으로 자리해 있었다. 주변과 잘 어울리는 수수하고 모던한 외양의 2층짜리 건물에는 자그마한 정원이 딸려 있다. 재벌가 사람들이나 연예인과의 인연을 내세워 자신을 알리기보다, 일반인들이 쉽게 스스로 자신을 꾸밀 수 있는 방법을 알리며 유명세를 얻은 차홍 원장의 이력과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 원장은 티비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 스타일링하는 방법을 알리며 대중적으로 유명해졌다. 《차홍의 셀프 동안 헤어법》이라는 책까지 내고, 홈쇼핑에 자신의 이름을 딴 헤어 스타일링 제품을 론칭하기도 했다.

경쟁이 치열한 시장에서 살아남은 비결을 묻자, 차 원장은 “직원들에 대한 투자”라고 얘기했다.

“미용실은 사람들이 예상하는 것보다 숫자가 정말 많아요. 종사자 수와 미용실 모두 점점 더 늘어나는 추세고요. 헤어디자이너가 되기 위한 자격증을 따는 게 아주 쉽지는 않지만 어렵지도 않거든요. 저는 사업을 시작할 때부터 직원들에게 투자를 많이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이쪽은 이직률이 높아요. 조금만 이름이 알려지면 이 미용실에서 저 미용실로 더 좋은 대우와 함께 스카우트되어서 옮기는 경우가 있고요, 인간관계에서 비롯되는 문제 때문에 그만두는 사람도 있어요. 헤어디자이너라는 게 자격증만 딴다고 되는 게 아니거든요. 도제식으로 훈련을 받아야 하는데, 이런 방식에 적응을 못 하는 거죠.”

어느 미용실의 매출이 제일 높은지 통계를 내는 것은 사실상 거의 불가능하다. 미용실 스스로 매출을 공개하지 않을뿐더러, 미용실과 소속 헤어디자이너가 계약을 맺고 인센티브 방식으로 매출을 나눠 가지는 업계 특유의 정산 방식 때문이다. 그저 업계 내에서 서로 추측을 할 뿐이다.



지난 7월 상암동 노을공원에 차홍 원장과 직원들이 모여 닥나무를 심는 자원봉사 활동을 했다.
헤어디자이너들에게는 매출을 미용실과 어떤 비율로 나눠 가지는가가 상당히 중요하다. 실력과 명성을 가늠할 수 있는 잣대이기도 하다. 좀 더 좋은 조건을 제의하는 곳으로 옮겨가는 경우가 많은 이유다. 헤어디자이너를 따라 손님들도 미용실을 옮기는 경우가 많다.

차홍 원장은 직원들이 ‘이익과 관계 없는 일’에도 적극적으로 나서도록 장려한다. 정기적으로 자원봉사 활동을 나가고, 모여서 공부도 한다. 매년 상암동 노을공원에 가서 닥나무를 심고, 장애아동들이 사는 승가원을 찾아 미용을 해주는 식이다. 유적지나 박물관으로 답사도 간다. 예술적인 안목을 기르기 위해서란다.

“미용실 같은 서비스 업종의 핵심은 결국, 기술과 노하우가 풍부한 직원들이 얼마나 많이 일하고 있는가라고 생각해요. 저희는 직원들에게 업계 최고의 대우를 해주고 있어요. 소문이 나서인지 해마다 공개채용을 하면 경쟁률이 7대 1, 8대 1가량 돼요. 하지만 저는 그것보다 장기근속자가 많다는 점이 더 자랑스러워요. 2011년 문을 연 이후 지금까지 그만둔 직원이 한 명도 없어요.”

장애를 가진 아동들이 모여 사는 시설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직원들.
지난 8월 차홍 원장은 방송을 통해 공개적으로 직원을 채용하는 프로그램인 ‘꿈의 기업 입사 프로젝트 스카우트’에 출연했다.

최종 선발된 고등학생 1명은 뷰티디렉터로 정식 입사했다. 면접을 볼 때 어떤 점을 주로 보는지 물었다.

“좀 이상한 얘기인지도 모르겠지만, 꿈을 크게 가지면 쉽게 상처받는다고 생각해요. 면접에 나와 ‘최고가 되겠습니다’ 이렇게 말하는 사람은 안 뽑아요. 이런 친구는 금방 지쳐 나가떨어지더라고요. ‘사람들을 아름답게 꾸며주고 싶어요’라고 말하는 친구들을 뽑아요.”


늘 공부하는 원장님

차 원장 본인의 경험에서 비롯된 생각일까. 차 원장은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대학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고모가 운영하던 미용실에서 일을 하기 시작했다.

“어릴 때는 내가 뭘 좋아하는지 잘 몰랐어요. 여러 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죠. 만두공장에서도 일하고 옷가게에서 옷도 팔고, 신발도 팔고… 그러다가 우연히 미용실에서 일하면서 저의 재능을 찾은 거죠. 돌아보니 중요한 건 ‘열정’인 것 같아요. 아, 이게 나한테 맞는 일인 것 같다, 싶은 걸 찾으면 다른 건 다 포기해야 돼요. 그런 후에 흔들리지 않고 나아가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미용실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온다. 어떤 손님이 와도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차 원장은 헤어디자이너로 일하던 초기부터 신문・잡지를 비롯해 다양한 책을 읽었다. 심지어 관상과 손금도 공부했다. 차홍 원장의 목표는 무엇일까.

“세 가지 목표가 있어요. 대중이 좀 더 쉽게 셀프 스타일링을 할 수 있도록 더 많이 연구해서 전파하고 싶어요.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영국과 미국에서처럼 셀프 스타일링이 중요한 트렌드가 될 거라고 생각해요. 두 번째는 아카데미를 잘 꾸려나가는 거예요. 장기적으로 볼 때 직원들의 끊임없는 재교육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아카데미에서 견습 직원들을 훈련시키고 전 직원이 함께 모여 디자인이나 예술을 공부할 수 있는 자리도 마련하고 있어요. 아카데미가 좀 더 성장하면 차홍아르더만이 아닌 외부 사람에게도 교육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7년 안에 파리와 런던에 차홍아르더 지점을 내는 게 목표예요.”

아르더(Ardor)는 영어로 ‘열정’을 뜻한다. 미용실을 연 지 3년 만에 미용업계 선두권에 진입하고, 이제는 7년 안에 유럽의 중심으로 진출하겠다는 목표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차홍 원장과 잘 어울리는 단어라는 생각이 들었다.
  • 2014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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