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병 뚜껑에 자동요일표시 넣어 ‘365안심약병’ 만든
황재일 약사

약 복용 시기 헷갈림을 방지하는 ‘똑똑한 약병’ 출시

글 : 시정민 TOPCLASS 기자  / 사진 : 김선아 

약을 매일 복용해야 하는 사람, 약을 꼭 챙겨 먹어야 하지만 여행이나 출장 등으로 복용 시간을 잘 잊어버리는 사람들에게 희소식이 있다. 약을 언제 먹었는지 뚜껑을 열 때 기록을 남기는 ‘365안심약병(Smart medi cap)’이 그것이다. 365안심약병은 자동요일표시 기능이 포함되어 있어 사용자가 약 복용을 위해 뚜껑을 열면 ‘딸깍’ 소리와 함께 뚜껑에 표시된 요일이 자동으로 바뀐다. 요일을 확인하며 약을 복용할 수 있어 불규칙하게 복용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이 약병은 알록달록한 색깔의 캡슐 약 모양으로 세계 3대 디자인 어워드 가운데 하나인 ‘2014 독일 iF디자인 어워드’ 패키지 부문에서 골드 어워드를 수상해 화제가 됐다.


부정확한 약 복용 문제 해결하려고 발명


365안심약병은 한 약사의 오랜 고민 끝에 만들어졌다. 혈압, 당뇨약을 복용 중인 할머니는 약사와 실랑이를 한다. 아침 약은 벌써 며칠 전에 다 먹고 없는데 똑같이 타간 저녁 약은 아직 많이 남았다며 왜 아침 약을 덜 주었느냐고 약사를 나무란다.

“아침 약은 비교적 잘 드시고 저녁 약 복용을 많이 잊으셨네요”라고 말씀드려도 “내가 얼마나 열심히 약을 먹는데 약 먹는 걸 잊어버렸다고 그래?” 하며 도리어 역정을 낸다. 비단 이 할머니의 이야기만이 아니다. 비타민제, 영양제 등 자신도 모르게 약 복용을 잊을 때가 있다.

인천에서 14년째 약국을 운영하고 있는 황재일 약사는 오래전부터 부정확한 약 복용 문제의 심각성을 느끼며 고민했다.

“장기간 약을 복용해야 할 경우 복용할 날짜를 잊어 조제기간보다 늦게 약국을 찾는 경우가 많아요. 특히 만성질환자의 경우 약을 거르면 효과가 떨어집니다. 약을 먹었는지 혼동돼 중복해서 먹으면 과량복용으로 부작용이 생기고, 중증환자가 약을 거르면 심각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죠.”

그는 2012년부터 1년 동안 틈틈이 365안심약병을 만드는 데 필요한 정보를 모았다. 각종 논문과 세계 각지에서 쓰고 있는 약병과 실제 환자들의 불편 사례들을 분석했다.

“우리나라 대학병원의 의약품 복용 건수 분석에 따르면 관절염, 당뇨병, 고혈압 등 국내 만성질환자의 30%가 정해진 시간, 방법에 따라 약 복용을 지키지 못하고 있다는 통계가 있는데, 대부분 약 먹는 것을 잊어버렸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고령화로 인한 의료와 복지재정은 전 세계 공통적인 문제이기도 해요. 세계보건기구도 복약 순응도를 개선하는 것이 새로운 치료법의 개발보다 인류 건강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강조하는 만큼 사용법이 간단하고 저렴한 복약보조용 약통개발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어요.”


그는 약 복용 사실을 잊지 않기 위해서는 복용 후 무엇이든 표시가 남으면 좋겠다는 것에 착안해 요일 표시를 넣어 복용 사실을 알 수 있는 365안심약병을 개발했다.

365안심약병은 50cc 용량으로 일반 알약 크기 기준으로 한 달분이 들어간다. 한 손에 쏙 들어오는 크기로 휴대하기에도 좋다. 멀리서도 눈에 잘 띄도록 알록달록한 컬러와 약 캡슐 모양으로 디자인했다.

약병의 기능뿐 아니라 안전에도 신경 썼다. 약의 최대 적인 습기를 방지하기 위해 약통의 뚜껑 안쪽에 방습제를 부착했다.

“약병은 습기, 온도, 밀폐가 중요합니다. 약을 꺼낼 때마다 방습제가 나와 불편하기도 하지만 손에 닿아 약통의 내부가 오염될 위험성이 있습니다.”

그는 365안심약병이 약 복용 여부를 착각해 생기는 중복복용으로 인한 약물 사고를 예방하고, 꾸준히 약 복용을 할 수 있도록 이끌어 만성질환자의 치료에 보탬이 되고 싶다고 한다.


‘독일 2014 iF디자인 어워드’ 패키지 부문 골드 어워드 수상


지난해 8월 특허출원한 365안심약병은 2013 대한민국 발명특허대전에서는 특별상을, 세계 3대 디자인 어워드 중 하나인 독일 2014 iF디자인 어워드 패키지 부문에서는 골드 어워드를 수상했다. 특히 패키지 부문은 지금까지 국내에서 수상한 기록이 총 2건에 불과해 365안심약병의 수상은 이례적이었다고 한다. 현재는 미국과 유럽 등 해외에 특허출원 및 상표출원 중이다. 365안심약병은 약국과 온라인몰 1300K, 텐바이텐 등에서 판매되고 있다.

과학자를 꿈꿨던 어린 시절부터 그는 무엇인가를 만드는 것을 좋아해 주변에서 무모한 도전이라는 얘길 들으면서도 안심약병을 만드는 데 큰 걱정은 하지 않았다.

“충북 제천의 구석진 시골에서 살았어요. 장난감이 많지 않아 놀잇거리를 직접 다 만들어서 놀았죠. 나뭇가지를 잘라서 활을 만들거나 나무를 베어다 긴 칼을 만들었어요. 조그만 물레방아를 만들어 시냇물에 설치해보기도 했죠. 워낙 만드는 걸 좋아했기 때문에 ‘약사가 느끼는 고충, 환자가 느끼는 불편함을 덜어줄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아이디어를 고민하는 시간이 즐거웠어요.”

365안심약병을 사용 중인 사람들의 피드백은 언제나 반갑고 고맙다.

어느 40대 주부는 식구들이 365안심약통을 쓰면서 비타민제, 영양제 등을 잊지 않고 잘 챙겨 먹어 좋다는 사연, 갑상선 약을 매일 복용해야 하는 엄마를 위해 딸이 안심약병을 선물했다는 사연, 비싼 영양제를 구매했는데 반도 못 먹고 유통기한이 지나 버린 적이 있는데 안심약병을 사용하면서 꾸준히 챙겨 먹게 됐다는 사연 등. 그는 안심약병이 많은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있어 행복하다고 했다.

그의 목표는 전 세계 의약품 용기에 365안심약병 뚜껑의 기능을 넣어 정확한 약 복용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if디자인 어워드를 통해 러시아, 유럽, 미국 등에서 제품 문의가 끊이지 않고 있어요. 365안심약병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사용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유행에 맞춰 잠깐 쓰이는 게 아니라 10년, 20년 후에도 꾸준히 사용됐으면 좋겠어요. 안심약병 외에도 약사로서 사명감을 갖고 실생활에 불편함을 해소하는 다양한 제품을 개발하고 싶습니다.”
  • 2014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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