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타이 권금영 대표

내 아이의 그림으로 만드는, 세상에 하나뿐인 넥타이

글 : 최선희 TOPCLASS 기자  / 사진 : 김선아 

어린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은 막 연필을 쥐기 시작한 아이들이 삐뚤빼뚤 그린 그림 하나에도 감동하기 마련이다. 다른 사람의 눈에는 낙서인지 그림인지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지만 부모들에게는 그 어떤 명화보다 소중하고 가치 있다. 아이의 그림을 넥타이로 제작해주는 독특한 사업을 시작한 그림타이 권금영 대표는 부모들의 이런 마음에서 창업 아이디어를 얻었다.

“어느 날, 제가 서너 살 때 그린 그림을 아버지가 가지고 계신 걸 알았어요. 그림이라고 할 수도 없는 수준인데 20년 가까운 세월 동안 간직하고 있다는 게 신기했어요. 한편으론 아버지의 마음이 느껴져 고맙기도 했고요. 그래서 아이들이 있는 집이라면 어디나 있을 법한, 이 순진무구한 그림을 실용적인 디자인으로 만들어 오래 소장할 수 있게 하자는 생각을 한 거죠.”

동덕여대 디지털공예과 2학년을 마치고 휴학 중인 그는 지난해 여성벤처협회 주관 창업경진대회에서 입상한 것을 계기로 1인 기업인 ‘그림타이’를 설립했다. 넥타이 제작 시스템을 갖추고, 홈페이지를 구축하느라 실제로 고객과 만난 것은 지난 5월부터다.

“창업 과정에 어려움이 없었는지” 묻자 그는 “너무 많았고,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고 답했다.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튀어나온 단호한 대답에서 그간의 마음고생이 느껴졌다. “그중에서도 넥타이를 만들어줄 공장을 찾는 게 가장 힘들었다”고 했다.

국내에 넥타이를 만든다고 알려진 곳은 거의 다 찾아다녔지만 모두 퇴짜를 맞았다. 보통 1000장 단위로 제품을 생산하는 공장에서 10장도 안 되는 적은 물량을, 그것도 띄엄띄엄 들어오는 일을 맡으려는 곳은 없었다. 문전박대를 당하고 나와 펑펑 운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


결국 그의 사정을 들은 지도교수가 텍스타일 디자이너들의 작품을 많이 제작하는 업체를 연결해 주었다.

“좋은 원단, 좋은 기술로 만들어 품질은 뛰어나지만 그만큼 생산 단가가 높은 게 흠이에요. 주문도 꽤 많아 밤새워 일하는데도 남는 게 별로 없어요(웃음). 그래서 요즘은 제조 원가를 낮추고, 수익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내 아이의 그림으로 만드는, 세상에 단 하나뿐인 그림타이는 온라인 주문 제작 형태로 만들어진다. 우선 그림을 스캔하거나 카메라로 찍어 그림타이 홈페이지에 올린다. 다음 단계로 넥타이·스카프 등 제작하고 싶은 상품을 선택한 뒤 색상을 고른다. 소재는 100% 고급 천연 실크다.

이후 과정은 권 대표의 몫이다. 그는 그림을 넥타이나 스카프에 맞는 패턴으로 디자인한다. 21개월짜리 아기의 어설픈 낙서도 그의 손을 거치면 훌륭한 넥타이 문양이 된다. 철저한 맞춤형이라 실제 제작에 들어가기 전 고객과 충분히 소통하며 수정 과정을 거친다. 가격은 넥타이 한 장당 12만9000원. 제품이 완성되기까지는 보통 10일이 걸린다.

그림타이를 찾는 고객은 매우 다양하다. 어린 아이를 둔 30대 부부가 주고객이지만 “선생님께 선물하려고 용돈을 모았다”는 학생들도 있고, “학창 시절 은사님에게 귀한 선물을 드리고 싶다”며 주문하는 중장년층도 있다. 한 대기업에서는 중요한 행사에 참석하는 외국 손님들을 위한 선물로 스카프를 대량 주문하기도 했다.

“홈페이지에 올라온 후기를 보면 훈훈한 얘기들이 많아요. 넥타이를 선물 받은 아버지가 10년 만에 손을 잡아주었다는 20대 딸, 디자이너가 되고 싶어 하는 딸의 첫 작품이 이 넥타이가 되었다며 흐뭇해하는 젊은 아빠 등 넥타이 하나가 가족을 따뜻하게 이어준 사연이 많아 뿌듯해요. 아직 돈을 많이 벌지는 못하지만 이런 데서 보람을 느끼고,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다짐을 합니다.”


수익금의 일부 기부, ‘행복의 선순환’ 만들고 싶어

기업의 사회 환원에도 관심이 많은 그는 매출의 일부를 보육원이나 저소득층 아이들을 위해 쓴다. 대학 입학 후 어려운 환경의 아이들에게 미술을 가르치고, 함께 놀아주는 등 봉사활동을 꾸준히 해온 그는 이 아이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를 고민했다고 한다. 자동차 디자이너가 되고 싶었던 그가 창업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창업 이후 정신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지금도 주말이면 보육원을 찾는다. 그의 봉사활동에는 친고모이자 《달님은 알지요》로 유명한 동화작가 권문희씨가 동행한다. 두 사람이 함께하는 그림 교육과 동화 읽기는 아이들 사이에서 인기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다.


요즘은 이 아이들의 그림을 넥타이로 만들어 파는 방법도 구상 중이다. 아이들은 자신의 그림이 상품화되고 팔리는 데서 자신감을 얻고, 그 수익금은 아이들을 위해 쓰이고, 넥타이를 구입한 사람은 착한 소비를 하게 되는, ‘행복의 선순환’을 그는 꿈꾼다.

청소년들에게 우리의 아픈 역사를 일깨워주기 위해 중·고교생을 대상으로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한 그림대회를 열고 그 그림을 넥타이로 만드는 프로젝트도 계획하고 있다. 그 수익금은 위안부 할머니 돕기에 쓸 예정이다. 그는 “그림은 누구나 그릴 수 있기 때문에 협업할 수 있는 분야가 아주 많다”며 즐거워했다.

“부모님은 제가 밤새워 일하는 게 안쓰럽다고, 대기업에 취업한 친구들 얘기하며 부러워하시죠. 그런데 저는 생각이 달라요.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을 벌어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쓰는 사람들이 제일 부러워요. 제가 원하는 삶이기도 하고요. 지금 하고 있는 일이 그 시작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힘들지만 행복합니다.”

권 대표는 “넥타이·스카프뿐만 아니라 헤어밴드・머리핀・보타이 등 다양한 아이템으로 확대하고 있다”며, “그림타이를 잘 키워 저소득층 아이들에게 큰 힘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 2014년 0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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