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커스컴퍼니 박선욱 대표

증강현실 기술로 눈에 보이는 것, 그 이상을 볼 수 있습니다

글 : 최선희 TOPCLASS 기자  / 사진 : 김선아 

가수의 사진에 휴대폰을 갖다 대면 그의 공연 영상이 나오고, 대선 후보들의 포스터를 비추면 선거 공약이나 연설을 들을 수 있다. 관광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안내책자도 휴대폰 카메라로 인식시키는 순간 모든 콘텐츠가 휴대폰 화면에 그대로 옮겨진다. 미래 세계를 그린 영화 속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 실현 가능한 것은 ‘증강현실(AR·Augmented Reality)’이라는 새로운 기술 덕분이다.

증강현실 기술은 디지털 기기의 카메라에 어떤 형상이나 이미지를 인식하게 한 뒤 그 이미지 안에 미리 연동시켜둔 콘텐츠를 보여주는 것으로, 영상·그래픽·게임·사운드 등 다양한 형식으로 재생된다. 이 기술을 통해 인쇄물을 기반으로 한 온라인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것은 물론 상품 안내책자에서 곧바로 온라인 매장으로 이동할 수도 있다. 이처럼 실제 눈에 보이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정보를 볼 수 있다는 뜻에서 ‘증강현실’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증강현실이 차세대 IT 기술로 각광받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는 서커스컴퍼니가 이 분야 선두주자로 꼽힌다. 서커스컴퍼니는 특히 문화예술 관련 콘텐츠를 증강현실 기술과 접목시켜 주목을 받고 있다. 2년 전 창업한 박선욱 대표는 “증강현실 기술은 잡지, 관광 안내 책자, 상품 안내 책자 같은 인쇄물은 물론 제품 포장지, 광고, 의류, 방송 등 폭넓게 적용할 수 있다”며, “이미 우리 회사에서는 다양한 형태로 서비스하고 있다”고 말했다.

“창업 후 처음 만든 것이 한류 스타 장근석씨의 달력이었어요. 벽걸이용과 탁상용 두 가지로 제작했는데, 겉보기에는 일반적인 스타 화보 달력과 다를 바 없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카메라를 갖다 대면 장근석씨의 공연 영상, 팬들에게 전하는 영상 메시지 등이 재생됩니다. 달력의 장마다 모두 다른 콘텐츠가 숨어 있어 팬들 사이에서 인기가 대단했어요. 서버를 통해 확인해보니 해가 바뀐 지금도 많은 분이 보고 있더라고요. 이후 슈퍼주니어의 책자도 만들었고, 국내에서 발행되는 한류 잡지에도 서비스를 하고 있어요. 잡지를 인식시키면 그 달의 표지 모델이 독자들에게 전하는 영상 인사도 들을 수 있습니다.”

서커스컴퍼니가 제공하고 있는 증강현실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서커스 AR’이라는 애플리케이션을 실행해야 한다. ‘서커스 AR’은 구글 플레이스토어나 iOS 앱스토어에서 무료로 다운로드할 수 있다.

“증강현실이 보편화되려면 쉽고 재미있어야 한다”고 강조한 그는 지폐를 꺼내 보였다. 누구나 일상에서 증강현실을 체험해볼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지폐에 이 기술을 넣었다는 것.

‘서커스 AR’ 앱을 다운로드해 실행시킨 뒤 1000원권, 5000원권, 1만원권, 5만원권 지폐에 비추면 지폐에 따라 다른 캐릭터와 함께 노래가 나온다. 증강현실을 이해하는 가장 빠른 방법이다.


구글 같은 회사로 키우는 것이 목표


첨단기술을 선보이는 회사를 만들었지만 그는 엔지니어 출신이 아니다. 컴퓨터 관련 잡지사의 유통·마케팅 담당을 거쳐 보험 영업을 했고, 이후 자격증을 취득해 증권회사로 자리를 옮겨 주식이나 펀드, 파생상품을 판매했다.

“증권사에 다니고 있을 때 지인에게 한 회사를 소개받았어요. 금융 관련 컨설팅을 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가봤더니 증강현실 기술 서비스를 하고 있더라고요. 한 번도 접하지 않았던 기술이라 마냥 신기했어요. 그래서 공부를 하기 시작했지요. 증강현실의 원천 기술은 4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비행기 조종사들의 가상 훈련을 위해 만든 프로그램에서 유래된 것으로, 최근 몇 년 새 ‘증강현실’이라는 이름으로 산업계 전반에 퍼져나가게 된 거더라고요. 증강현실 서비스를 하는 회사가 몇 군데 있었는데 콘텐츠에 돈을 별로 안 쓰고 있었어요.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증강현실로 구현되는 영상과 이미지, 사운드가 매력적이어야 하는데 개발자들이 정작 콘텐츠에 공을 많이 들이지 않는 걸 보고 제가 직접 뛰어들었지요. 기술이 이미 일반화된 시점에서는 콘텐츠로 승부해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새로운 기술에 매료된 그는 적지 않은 연봉을 받던 금융회사를 그만두고 애플리케이션 개발에 매달렸다. 개발자와 손잡고 7개월간의 노력 끝에 지난해 11월 ‘서커스AR’을 출시했다. 앱 개발과 별도로 ‘단순하면서 재미있는’ 콘텐츠 개발에도 힘을 쏟았다.

서커스컴퍼니가 한 커피숍과 함께 만들고 있는 뮤직 카드는 단순한 쿠폰처럼 보이지만 가수 사진에 서커스AR 앱을 실행시키면 뮤직비디오가 재생된다. 콘텐츠의 차별화를 위해 유튜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동영상이 아닌, 새로운 작품을 직접 제작해 서비스한다. 제휴를 맺은 휴게소 안내책자에 카메라를 비추면 인근 관광지·맛집 정보가 주르르 등장하고, 아이들의 지루함을 달래줄 게임도 담겨 있다.


글로벌 가방 브랜드의 상품 안내 책자는 당초 국내용으로 제작했지만 증강현실 기술을 본 회장의 지시에 따라 홍콩・대만에도 배포됐다. 이 중 마음에 드는 가방을 비추면 상세한 제품 정보와 함께 온라인 매장으로 연결돼 그 자리에서 구입도 가능하다.

최근 증강현실 기술을 이용한 마케팅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지면서 지역 홍보가 절실한 지방자치단체, 독특한 형태의 광고를 원하는 기업, 한류 스타가 소속된 엔터테인먼트 업체 등을 중심으로 서커스컴퍼니를 찾는 곳이 많아졌다. 그는 “앞으로 증강현실 시장은 점점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며, “다른 기술과 결합해 얼마나 좋은 콘텐츠를 서비스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제 꿈은 구글 같은 회사를 만드는 겁니다. 검색엔진으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무엇이라고 정의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사업을 하고 있잖아요. 회사 이름을 서커스컴퍼니라고 지은 건 보는 사람에게 재미와 감동을 주되, 그 뒤에서 단원들은 좋은 공연을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서커스단 같은 회사가 되자는 뜻이었어요. 저희도 증강현실 서비스로 시작해 기존에 없던 재미있는 서비스를 선보이는 회사가 되고 싶어요. 어떤 방향으로 갈지 지금은 알 수 없지만 세계를 무대로, 폭넓은 분야로 진출하고 싶습니다.”
  • 2014년 0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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