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규모 창업재단 디캠프(D.CAMP) 이나리 센터장

‘닷컴버블’보다 더 큰 변화의 물결이 온다

글 : 박소영 TOPCLASS 기자  / 사진 : 김선아 

은행권청년창업재단은 2012년 전국은행연합회가 설립한 국내 최대 규모의 창업재단이다. 이 재단은 창업 생태계 활성화와 청년 일자리 창출을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이를 위해 약 4000억원 규모의 투자와 다양한 창업지원 활동을 편다. 그 중심에 ‘D.CAMP(이하 디캠프)’라는 이름의 국내 최초·최대 창업 생태계 허브가 있다. 재단이 투자, 네트워킹, 액셀러레이팅(보육) 등 각종 창업 생태계 지원 활동을 위해 만든 온·오프라인 플랫폼이다. 디캠프는 개관한 지 이제 1년을 조금 넘겼지만, 창업 생태계의 중심지 역할을 부족함 없이 해내고 있다. 이런 디캠프의 탄생을 이끈 사람은 이나리 기업가정신센터장이다. 이 센터장은 중앙일보에서 IT·재계팀장과 논설위원을 지내며 산업 전반의 흐름을 읽어왔고, 지금은 그 경험을 살려 일하고 있다.


한국 창업 생태계의 허브


재단의 투자 범위는 매우 넓다. 정부가 주도하는 성장사다리펀드(중소·벤처기업의 창업과 성장을 돕는 펀드) 사업에 출자하는 것은 물론, 각종 스타트업(초기 벤처기업) 전문 펀드의 주요 투자자로도 참여한다. 그러나 이보다 중요한 것은 창업을 하는 이들에게 ‘네트워크 플랫폼’을 제공하는 것이다. 유망 스타트업과 다국적 인재를 이어주는 것(D.MATCH)은 물론, 창업가와 글로벌 투자자의 만남을 통한 해외 진출 프로그램(D.GLOBAL)도 운영한다. 한마디로 창업 생태계의 관문 역할을 하는 셈이다.

그간 디캠프가 이룬 성과는 다양한 수치가 말해준다. 5월 한 달 동안에만 디캠프에서는 190여 개 프로그램이 열렸고, 여기에 5000여 명의 국내외 창업자, 투자자들이 참석했다. 그중 디캠프가 직접 기획한 프로그램은 10개 남짓. 나머지는 외부 주체들이 디캠프 안으로 가지고 들어온 것이다. 주체는 구글, 아마존 같은 글로벌 기업부터 삼성, KT 등 대기업, 유수의 스타트업, 투자회사, 정부기관, 커뮤니티까지 다양하다. 디캠프는 이들을 위해 공간을 무료 개방한다. 디캠프에 회원 가입한 사람은 벌써 6000명이 넘었다.


뉴스에서나 볼 수 있는 세계적 유명인사가 디캠프를 찾기도 한다. 6월에는 유튜브 창업자 스티브 첸과 폭스콘 창업자 테리 궈가 한국의 창업 생태계를 공부하기 위해 디캠프를 찾았다. 이들은 ‘한국의 혁신이 일어나는 곳’으로 주저 없이 디캠프를 꼽는다. 오는 11월 디캠프는 40여 개국 창업계 리더들이 참석하는 국제회의인 ‘스타트업 네이션스 서밋 2014’를 열 예정이다.

디캠프가 이렇게 승승장구하는 뒤에는 이나리 센터장이 있다. 이 센터장은 2년 전 재단 합류 직후부터 디캠프 개관을 준비했다. “적절한 입지를 물색하는 동시에 창업 생태계를 움직이는 주요 인사들을 만났어요. 그들에게 의견도 묻고, 디캠프 오픈 이후 이런저런 역할을 해주십사 부탁도 했죠. 지난해 3월 개관 직전에는 국내 스타트업들을 이끌고 세계 최대 창조산업 컨퍼런스인 SXSW(South by Southwest)2013에 참가해 분위기를 띄웠습니다. ‘Geeks from Gangnam’이란 브랜드의 네트워크 파티를 열어 주목을 받기도 했어요. 덕분에 국내외에 디캠프를 크게 알릴 수 있었죠.”


기업가는 가슴 뛰는 일로 세상을 바꾸는 사람


이나리 센터장은 2년 전 이른바 ‘잘나가는’ 직장을 그만두고 디캠프로 자리를 옮겼다. 그동안 쌓아온 기자로서의 커리어도 포기했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이유는 분명했다. “세상의 변화를 감지했기 때문”이다.

“1997년 일었던 ‘닷컴버블’보다 더 큰 변화의 물결이 세상을 덮칠 거라는 예감이 들었죠. 그 변화의 중심에는 창업가가 있었어요. 저도 이 혁명을 보고만 있을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기여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기자로서는 한계가 있었어요.”

그는 디캠프가 개관하기까지 치열하게 준비했다. 한국 창업 생태계의 부족한 점을 보완해 디캠프를 ‘완전히 새로운 공간’으로 만들어야 했다. “지원보다는 투자를, 교육보다는 멘토링을, 사무실보다는 네트워크를 제공하는 곳이 돼야 했어요.”


무엇보다 중요한 건 디캠프가 창업 생태계의 허브가 될 수 있도록 ‘코워킹(Co-working) 스페이스’를 만드는 일이었다. 건물 위치 선정 하나도 쉽게 할 수 없었다. “창업가와 투자자들이 제 집 드나들 듯 할 수 있는 곳에 디캠프를 만들고 싶었어요. 설문조사를 했더니 테헤란로가 좋다는 대답이 압도적이더라고요. 투자자들은 대개 차를 몰고 다니니 주차 시설도 편리해야 했죠.”

아무리 훌륭한 리더라 해도 조직을 혼자서 이끌 수는 없다. 한마음이 돼 이 센터장을 도운 것은 디캠프의 멤버들이었다. 그는 저마다 스토리가 있는 인재들을 디캠프로 영입했다.


“조직이 ‘쿨’한지 아닌지는 일하는 사람을 보면 알 수 있어요. 함께 일할 사람도 신중하게 뽑았죠. 모두 자기 영역에서 뭔가를 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에요. 맨 처음 뽑은 직원은 세계 최대 지식 컨퍼런스인 TED를 한국에 처음 도입한 사람이고, 두 번째 직원은 대기업에서 마케팅 팀장으로 일하던 친구였어요. 세 번째는 한국 코워킹 스페이스의 원조라 할 만한 공간을 직접 꾸리던 분이고요. 무려 6개월 동안 삼고초려 했죠(웃음). 이후 영입한 사람들 모두 쉽게 만나기 힘든 인재들입니다.”

이들이 고액 연봉을 포기하고, 기존 커리어를 접고, 운영하던 사업체까지 정리하며 디캠프에 온 이유는 무엇일까. 이나리 센터장의 말에 해답이 있었다. “세상이 어디로 가는지 보이니까요. 지금은 좋은 학벌 하나로 성공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에요. 가슴 뛰는 일을 하며 세상의 변화에 기여하는 사람이 인정받는 시대죠. 당연하게 생각하던 걸 돌아보고, 작은 혁신이라도 실천하는 것, 이게 바로 기업가 정신이에요. 전 국민이 창업할 필요는 없지만, 기업가 정신은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가 내민 명함 속 ‘기업가정신센터장’이라는 직함이 새삼 눈에 들어왔다.
  • 2014년 0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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