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버킷리스트 릴레이] 작가 한젬마

오늘이 내 인생의 마지막 날

‘버킷리스트’라는 단어 ‘Kick the Bucket’은 중세시대 자살할 때 목에 밧줄을 감고 양동이를 차버리는 행위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그 어원을 생각하며 죽기 전 꼭 하고 싶은 절실함을 담아 떠올려보고자 한다.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내가 늘 가슴에 품고 다니며 종종 떠올리는 글귀다. 이 글귀를 떠올릴 때마다 나를 조급하게 하는, 절실하고 무거운 과제가 있다.

주변
정리를
하고
싶다!’


만약 곧 죽는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나는 최대한 증거 소멸과 주변 정리 작전에 돌입할 듯하다. 남겨두면 부끄러울 것들, 남에게 보이고 싶지 않은 것들을 정리할 것이다. 버리지 못하고 욕심으로 쟁여두고 있는 것들을 나눌 것이며, 나로 인해 독을 품고 있을 법한, 내가 알면서도 무시하고 있는 인간관계의 화해와 회복을 서두를 것이다.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살자’고 되뇌지만, 매일 밤 오늘이 마지막이면 안 되는 이유를 가득 품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아직 정리할 게 많으니까, 오늘도 너무 많은 것을 벌여놓았으니까 말이다.

기획이고 창작이랍시고 많은 일을 벌이고 만들고 쌓아가고 있으니 인생이 늘 무겁고 부담스럽다. 늘 오늘이 마지막이면 안 되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미술을 전공하고 설치미술가로 활동하면서 온갖 재료들을 버리지 못하고 쌓아뒀다. 오다가다 남들이 버린 것도 재활용과 창작의 소재가 될 듯해 줍고 모으다 보니, 오만 작업 공구와 도구를 포함해 팔리지 않은 작품까지 내 삶이 차지한 면적과 무게가 엄청나다.

게다가 최근엔 문화기획과 교수가 되어 ‘기획’에 더욱 박차를 가하다 보니 벌이는 게 일이 되어 삶은 점점 무게를 더해간다. 생이 창작인지 발산인지 배설인지가 조심스럽기만 한데 이때 버킷리스트 작성 기회가 주어진 것은 하늘이 내린 해독제이며, 소화제가 아닌가 싶다.

나는 지금 버킷리스트를 더 작성해선 안 된다. 지금 가지고 있는 리스트를 최대한 정리해야 한다! 업이 죽을 때까지 벌이고 기획과 창작을 해야 하는 사람이다 보니 되려 절제와 통제가 절실하다. 하지만 동선과 공간만큼은 하나로 통합하고 싶었다. 집, 작업실, 사무실이 함께 있는 것이 꿈이었는데 그것은 서울 땅에서 사치임을 알았다. 집 근처에 작업실 겸 사무실을 두어 거리를 좁혔고, 사방에 흩어져 있던 짐들(창고의 작품, 주변 지인들에게 맡겨놓았던 짐들)을 집결시키는 데 성공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이 통합은 마치 흩어진 원고를 모아둔 원고조각 상자 같기만 하다. 과연 쓸 수 있는 것들인지 분류하고 정리해 어떻게 꿰어낼 수 있을지 고민하고 싶다.

버릴 것은 버리고, 소용 있는 것들은 어떻게 정의 내리고 의미를 담아낼 수 있을지 생각하면서 남은 삶을 채워나가고 싶다. 이런 과정이 나의 버킷리스트이길 희망한다.

다음 버킷리스트는 개그맨 이동우가 이어갑니다.
  • 2014년 0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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