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동물 그래픽 아카이브전> 여는
성실그래픽스 김남성 대표

사라질 위기에 처한 동물들을 기억합시다

글 : 이경후 인턴기자(연세대 4)  / 사진 : 김선아 

멸종위기동물들의 모습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전시회가 인천 국립생물자연관에서 8월 24일까지 열린다. 이 전시회를 주최한 ‘성실화랑’은 동물보호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성실그래픽스가 만든 브랜드. 성실그래픽스 김남성 대표를 만나 멸종위기동물에 관심을 두게 된 계기와 동물보호 활동에 관해 들어보았다.
홍대 부근에 위치한 성실화랑에 들어서면, 흔히 알고 있는 황제펭귄・족제비부터 잘 알려지지 않은 래서판다까지 총 44종의 동물 그림이 전시돼 있다. 가방·머그컵·액자·휴대폰 케이스 등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있는 물건들에 그림을 새겨놓기도 했다. 독특한 점은 그림마다 조그만 빨간 딱지가 붙어 있는데, 멸종위기동물 등급을 표시해놓은 것이다. 멸종위기동물은 ‘EX(절멸)’부터 ‘LC(관심 필요)’까지 총 7가지 등급으로 나뉜다.

“저희 그림을 멸종위기동물 그래픽 아카이브라고 부릅니다. 기록보관소란 뜻의 아카이브란 단어를 사용한 건 처음에 동물도감으로 만들려고 했기 때문이에요. 사라질지도 모르는 동물들의 모습을 기록하고 멸종위기란 사실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책으로 만들면 많은 사람이 볼 수 없을 것 같았어요. 제품에 동물들의 그림을 프린트하면 많은 사람이 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죠.”


멸종위기동물을 그림으로 재생


그동안 멸종위기동물을 그려 상품화한 경우는 많았다. 그러나 북극곰과 펭귄 정도였고, 다른 멸종위기동물들은 거의 다뤄지지 않았다. 김남성 대표는 “사람들이 무표정한 동물의 모습을 실제 모습과 비슷하게 그린 점을 독특하게 여기시는 것 같아요. 저희 그림 콘셉트는 영정사진이 없던 시절 그리던 초상화거든요. 그래서 다른 그림과 달리 과장되지 않아요”라고 말한다.

그는 과거 홍익대 목조형가구학과를 졸업하고 게임회사를 다니던 그래픽디자이너였다. 그러나 자신의 이름을 건 디자인을 하고 싶어 2009년 회사를 그만두고, 2010년 12월 경복궁 근처에 그래픽디자인회사 ‘성실그래픽스’를 차렸다. ‘성실그래픽스’만의 콘텐츠를 고민하던 그는 회사 직원들이 모두 동물을 좋아하는 것에 착안해 동물을 그리기 시작했다.

“동물 자료를 찾다가 세계자연보전연맹에서 만든 멸종위기동물 목록을 발견했어요. 이거다 싶었죠. 그래서 그 후로 계속 멸종위기동물을 그렸어요. 멸종위기 동물을 30마리 정도 그렸을 때 브랜드를 만들기로 했죠.”


2012년 7월 그는 성실화랑을 론칭했다. 현재까지 멸종위기동물 44종을 그렸고, 액자와 휴대폰 케이스 등으로 상품화했다. 주 고객은 소비능력을 갖추었으면서 착한 소비를 하기에 적합한 30대 초반 여성들이다. 성실화랑은 상품을 판매하면서 동물보호 활동에도 기여했다.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해 아이패드로 그들의 멸종위기동물 그림을 볼 수 있도록 했으며, 멸종위기동물 소식과 멸종위기동물과 관련한 자체 웹툰 <오늘, 내일> 20화를 성실화랑 블로그와 페이스북에 꾸준히 게재했다.

성실화랑의 멸종위기동물 알리기 캠페인은 오프라인 전시를 통해서도 활발히 이뤄졌다. 첫 전시는 2013년 4월 13일부터 두 달간 서울대공원 동물원에서 진행한 <멸종위기동물 그래픽 아카이브전>이다. 동물원 방문객 수는 200만 명을 넘었고, 전시 이벤트에 참여한 사람도 약 1000명에 달했다.

“당시 많은 사람이 멸종위기동물을 접할 수 있어 보람 있었어요. 코알라 같은 경우 당연히 동물원에 있을 거라고 생각하잖아요. 그런데 서울동물원에서 볼 수 없거든요. 많은 사람이 ‘익숙한 동물이라 멸종위기인지 몰랐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멸종위기에 처한 동물들이 적지 않다는 점에 놀라기도 했고요.”


동물 캐릭터 사업 수익금 일부는 동물보호 단체에 기부


2013년 11월에는 제1회 동물실험반대 엑스포에 참가해 영국계 화장품회사 ‘러쉬’와 함께 동물실험 반대를 주제로 설치미술과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실험용 토끼에 대한 학대를 반대하며 ‘토끼에게 새 생명을’이란 주제로 설치미술을 제작했다. 전시장 입구에 울타리로 토끼장을 만들어 그 안에 토끼 모양 저금통 1000개를 가득 쌓아놓고 사람들이 오면 제한된 시간에 저금통에 토끼를 그리게 했다. ‘저금통에 토끼를 그리는 행위를, 토끼에게 새 생명을 주는 것’처럼 진행한 일종의 퍼포먼스였다.

지난 4월 5~13일에는 미술가를 꿈꾸는 시각장애인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위한 행사를 삼청동 ‘우리들의 눈 갤러리’에서 진행했다. 멸종위기동물 그래픽 아카이브 제품을 전시했는데, 여기서 거둔 판매수익금의 50%를 시각장애인 아동들을 위해 기부했다.

멸종위기동물과 관련한 활동을 하다 보면 아쉬운 점은 없을까. “멸종위기동물들의 목록을 보면 많은 동물명에 ‘일본’이 들어가요. 동물 이름은 주로 발견한 사람이 짓는데요. 과거 우리나라가 동물 관련 활동이 적었어요. 상품과 관련해서는 멸종위기동물 중에서도 귀엽고 예쁜 동물이 더 인기를 끌어요. 상대적으로 그렇지 않은 동물들은 주목받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죠.”


성실화랑은 수익의 일부를 멸종위기동물을 위해 사용한다. 서울대공원 동물원의 멸종위기동물을 위한 공식 후원사로 동물원에 무상으로 캐릭터 라이선스를 공급했다. 한국야생동물보호협회 회원과 환경재단 직원들에게 2만6000원 상당의 성실화랑 캔버스 에코백 170개를 증정하기도 했다. 연말에는 전체 수익금 중 일정금액을 동물보호와 관련한 일에 기부한다.

“우연한 기회에 시작한 일이지만, 제가 좋아하고 잘하는 그래픽디자인으로 멸종위기동물 보호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어서 기쁩니다. 이젠 어류나 파충류를 포함해 멸종위기동물을 더 많이 그려서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어요.”
  • 2014년 0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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