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과 사람들 김승일 대표

전통시장 살리기에 뛰어든 청년장사꾼 출신 시장문화기획자

글 : 최선희 TOPCLASS 기자  / 사진 : 김도균 

예비 사회적기업인 ‘시장과 사람들’ 김승일(38) 대표의 이름 앞에는 ‘시장문화기획자’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대형 마트에 밀려 점점 쇠락해가는 전통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는 것이 그의 역할. 시장문화기획이라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고 있는 그는 시장 상인 출신이라는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수원 못골시장에서 6년간 장사를 했어요. 어머니가 못골시장에서 오랫동안 식당을 운영하셨기 때문에 고향 같은 곳이죠. 제가 여기서 장사를 시작하게 된 데는 사연이 있어요. 대학 졸업을 앞두고 덜컥 아빠가 되는 바람에 4학년 2학기 때 결혼을 했거든요(웃음). 생계를 위해 빨리 뭔가를 해야 하는 상황이었죠. 어머니 식당 일을 도와드리다 야채가게를 냈고, 나중에 분식집으로 바꾸었어요. 지금은 가족들이 운영하고 있습니다.”


패기만만한 30대 초반 청년장사꾼이었던 그는 제법 수완을 발휘했다. 장사가 잘돼 맞은편에 있던 분식집까지 인수해 한동안 두 가게를 운영하기도 했다. 그는 분식집도 남다르게 꾸몄다. 대학가에서나 볼 수 있을 것 같은 깔끔한 인테리어로 고객들의 눈길을 끌었고, 아버지・어머니 같은 시장 상인들이 고단한 몸을 잠시 쉴 수 있도록 안쪽에 작은 공간도 만들었다.

시장에 새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그를 눈여겨보던 당시 못골시장 상인회장은 그에게 재무 업무를 맡겼다. 상인회 임원 대부분이 50대 이상인 다른 시장과 달리 40대가 주축이었던 못골시장 상인회 운영진은 그의 영입을 계기로 적극적으로 시장 활성화 방안을 찾았다. 당시 못골시장은 정부의 전통시장 활성화 정책에 따라 낡은 시설을 대대적으로 개선하고, 햇빛과 비를 피할 수 있는 아케이드를 만드는 등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고객이 크게 늘지 않아 상인들의 시름이 깊어가고 있었다.


문전성시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시장문화기획에 눈떠


그 무렵 ‘문전성시’(‘문화를 통한 전통시장 활성화 시범사업’의 줄임말) 프로젝트 담당자들이 답사차 못골시장을 방문했다. 문전성시 프로젝트란 문화관광부가 전통시장을 지역 문화 공간이자 관광지로 조성해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겠다는 취지로 2008년부터 추진한 사업이다. 못골시장 상인회는 이들에게 시장 상황을 자세히 소개하며 프로젝트 유치에 공을 들였고, 첫 사업지로 선정됐다. 재무 담당에서 총무로 승진(?)한 그는 외부 전문가와 상인회를 잇는 가교이자 실무 책임자로 프로젝트의 성공을 이끌었다.

“다양한 활동을 했어요. 밴드와 합창단을 만들고, ‘못골 온에어’라는 라디오방송도 시작했지요. 시장 이야기를 전하는 신문 <못골시장 이야기>도 창간했고요. 이 모든 것이 상인들의 자발적이고 주체적인 참여로 진행됐어요. 하루 종일 가게만 지키는 단조로운 삶을 살던 상인들에게는 놀랍고 색다른 경험이었죠. 그 안에서 새로운 자신을 발견했다는 분이 많아요. 상인들 간 유대도 더욱 강화되었어요.”

즐거운 변화는 고객들에게도 그대로 전달됐다. 어느새 ‘친절하고, 볼거리 많은 시장’이라는 입소문이 났다. ‘지저분하고 불친절하다’는 기존의 이미지를 벗은 시장은 다시금 사람들로 북적였다.


시장의 부흥 과정을 온몸으로 체험한 그는 2012년 ‘시장과 사람들’을 만들어 시장문화기획자로 전업했다. 아직 생소한 직업이지만 많은 사람이 이 일에 뛰어들어 더 많은 전통시장을 변화시켜주기 바라는 마음으로 올초 책(《나는 시장문화를 판다》)도 펴냈다. ‘전통시장 개조 분투기’라는 부제처럼, 그동안 전통시장에 문화를 입히기 위해 고군분투한 과정을 담았다.

그는 그동안 중소기업청이 주관하는 ‘마포나루 상권 활성화 사업’을 시작으로 ‘공주산성시장’ ‘조원시장’ ‘평창시장’ ‘양평 물맑은시장’ 등 다양한 시장 활성화 사업에 참여했다. 요즘은 서울 강동구에 있는 길동시장에서 주로 시간을 보낸다.

서울시가 길동・신창・신원・영천・정릉 등 5개 전통시장에 대해 올 8월부터 3년간 시행하는 ‘신시장 모델 사업’에서 길동시장 사업단장을 맡았기 때문이다.


시장 변화는 상인에서 시작


“길동시장은 낡고 오래된 골목형 시장이에요. 예전 못골시장의 모습과 비슷하더라고요. 문전성시가 전통시장에 문화 콘텐츠를 접목해 관광 자원으로서의 시장을 만드는 개념이라면, 신시장 모델 사업은 지역 자원을 시장과 연계해 지역을 재생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사전조사를 해보니 강동구에는 도시농업을 하는 사람이 많아 이들을 자원으로 활용하면 재미있는 콘텐츠를 많이 만들 수 있을 것 같아요. 3년 후 어떤 모습으로 바뀔지 저도 궁금합니다.”

그는 “전통시장의 활성화는 어느 한 가지 요소만으로 성과를 내기 어렵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상인의 변화이고, 그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이 바로 시장문화기획자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전통시장을 살리기 위한 네 가지 요소는 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 커뮤니티 (community), 콘텐츠(contents), 컬처(culture)입니다. 소통을 통해 공동체를 만들고, 다양한 공동체 활동 위에 자연스럽게 콘텐츠와 문화가 만들어지는 식이죠. 어떤 경우든 문화기획자 중심이면 그 사업은 실패합니다. 상인이 먼저 변하고, 과감하게 발상을 전환해 새로운 문화가 생기면 시장을 찾은 사람들이 보고, 즐기게 됩니다. 시장이 저마다 고유한 개성과 문화를 만들어 사람들의 발길을 향하게 하는 것, 그것이 시장문화기획의 궁극적인 목표입니다.”

풍부한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시장문화기획이라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해나가고 있는 김승일 대표. 지금 그의 꿈은 고사 상태에 빠진 전국의 수많은 전통시장을 제2, 제3의 못골시장으로 만드는 것이다.
  • 2014년 0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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