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단종된 갤로퍼를 재탄생시킨
‘모헤닉 게라지스’ 김태성 대표

단종된 차에 왜 그렇게 돈을 들이느냐고요?

글 : 이경후 인턴기자(연세대 4)  / 사진 : 김선아 

옛 차를 현대식으로 재탄생시키는 국내 첫 리빌드(rebuild) 자동차회사 ‘모헤닉 게라지스’. 이곳 김태성 대표가 선택한 중고차는 ‘질주하는 말’이란 뜻을 가진 갤로퍼다.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았던 현대차 ‘갤로퍼’는 2003년을 끝으로 단종됐다. 그러나 10년이 지난 지금, 수제차로 새롭게 태어나고 있다. 수제차는 사업성이 없다는 업계 예상을 깨고 벌써 내년 출시예약까지 완료됐다.

파주의 ‘모헤닉 게라지스’ 공업사에 도착하니 중고 갤로퍼가 일렬로 길게 늘어서 있다. 공업사 안쪽에선 정비사들이 중고 갤로퍼 분해 작업을 하느라 분주한데, 김태성 대표도 옆에서 돕고 있다. “안녕하세요. 오시느라 힘드셨죠?” 40대로 보이지 않는 젊은 외모와 세련된 패션의 그가 기자를 반갑게 맞이했다. 출고를 기다리는 완성된 차와 가지런히 정리된 각종 부품들에서 ‘모헤닉’만의 강점으로 꼽혀온 꼼꼼함이 묻어 나온다.

법적인 문제(소형자동차정비업 2급 공업사 허가)로 필요했던 이곳 약 400㎡(120평) 규모의 파주 ‘모헤닉 게라지스’는 예약자들의 계약금 등으로 지난 2013년 12월 문을 열었다. 모헤닉은 김태성 대표가 캠핑카를 구매한 것이 계기가 되어 탄생했다. 2012년 캠핑카를 사려던 그는 캠핑카 중 마음에 드는 차종이 없어 갤로퍼를 잘 꾸미기로 결심했다. 이때 공업사 정비사들과 자신의 생각이 달라 어려움을 겪었던 그는 그런 과정 끝에 완성한 차 이야기를 블로그와 카페에 올렸다. 그것을 보고 그에게 작업을 부탁하는 사람들이 생겨나기 시작했고, 입소문이 나면서 그는 2013년 봄, 모헤닉이란 이름으로 이 일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제 필요에 의해서 수제차를 만들었다가 주변의 반응이 좋아서 했기 때문에 두렵진 않았어요.”


그는 젊은 시절 하이텔 클럽 엘란 모임을 주최했고, 아우디 TT클럽으로 유명한 KATT카페를 개설했을 정도로 자동차에 관심이 많았다. 그러나 당시엔 직업이 따로 있었기에 취미생활로만 여겼다. 그는 현재 갤로퍼만을 고집하면서 갤로퍼의 원형인 일본차 미쓰비시의 ‘파제로’ 1세대 모델로 디자인을 복원한다.

“캠핑카로 갤로퍼를 선택한 건 순전히 디자인 때문이었고, 재조립을 하게 된 건 저의 스토리 때문이었어요. 미니멀리즘이 잘 반영된 디자인에 스토리가 더해진 거죠. 저희는 지금도 작업하면서 스토리를 많이 남깁니다.”

모헤닉이 차 마니아들의 호응을 이끌어낼 수 있었던 것은 그의 강한 예술적 소신 때문이다. 애초 100만~300만원 정도 하는 중고차에 2000만원 이상씩 투자한다고 했을 때 모두 말렸다고 한다.

그는 과거에도 가구업체 디자이너 및 대표, 사진작가, 메이크업 아티스트 등을 하며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개척했다. 홍익대 목조형가구학과 재학시절 입시교육을 했던 화실을 졸업 후 디자인 스튜디오로 바꾸어 ‘더 디자인’이란 가구업체로 만들었다. 이때 생산한 가구는 일반 가구의 5배에 이르는 가격이었지만 ‘내가 만족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겠다’는 전략이 성공하면서 제법 큰 회사로 성장했다. 그러나 중국에서 저렴한 모조품들이 수입되면서 실패를 경험했다.

그다음, 그는 자신이 촬영한 인물 사진들을 담은 잡지 <헤니하우스>를 창간했다. 넉 달간 학원을 다니며 메이크업을 배워 모델에게 직접 메이크업도 해줬는데, 유명모델 혜박과도 작업했다. 그러나 상업광고를 싣지 않겠다는 고집 때문에 창간 6개월 만에 자금 압박으로 휴간에 들어갔다. 다재다능하다고 하자 그는 이렇게 답했다.

“여러 일을 한 것 같지만 어차피 하나예요. 창작물을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다른 게 없죠. 우리나라는 디자이너를 여러 분야로 분류하지만 사실 그런 구분은 필요 없다고 생각해요. 모헤닉도 기술적인 접근이 아니라 디자인적인 접근을 했기 때문에 각광받을 수 있었죠. 대상만 바뀌었을 뿐 같은 일을 해왔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현재 모헤닉에 집중하느라 사진 작업 등 다른 작품계획을 못 하고 있다.

“여건이 되면 사진작업은 계속하려고 해요. 해야 할 일이 많다 보니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어요.”

그에게 가장 행복한 순간은 자신이 만드는 무언가가 결과물이 나오려 할 때와 여자친구인 김윤정씨가 곁에 있을 때다. 그는 자신의 결과물이 아직 완성도가 부족하다고 아쉬워한다. 외국에선 중고차를 리빌드한 수제차가 기본 1억원에서 수억원을 호가하는데, 모헤닉의 올해 출고가는 2200만원. 내년에는 기본 출고가를 3200만원으로 조정해 조금 더 돈을 들여 완성도를 높이고 싶다고 했다.

“작년에 가격을 공시했을 때 사람들이 의아해했어요. 중고 갤로퍼에 그만한 돈을 들이는 게 말이 되느냐는 거였죠. 그런데 2~3개월 만에 예약이 마감됐어요. 그만큼 차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거지요.”


그는 모헤닉이 한국의 ‘카로체리아’가 되었으면 한다. 카로체리아란 이탈리아에서 ‘마차를 만드는 공방’으로, 자동차 디자인 전문 용역회사를 뜻한다. 그는 모헤닉을 한국의 수제차를 만드는 브랜드로 성장시킬 계획이다.

“소수의 마니아층을 타깃으로 양산차들이 못하는 작업을 할 거예요. 그러는 동안 수제차에 대한 분위기가 만들어지지 않을까 싶어요. 그걸 시작하는 게 목표입니다.”

그는 자신의 목표치에서 10퍼센트 정도 온 것 같다고 했다. 최소한 5년 정도 묵묵히 발전해나간다면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 같다고도 했다. 현재 번외작업으로 포니2와 앨란에 대한 작업도 준비 중이다.

“문화가 전체적으로 다양해졌으면 좋겠어요. 차뿐 아니라 사람들이 생각하는 기준이 경직돼 있다는 것이 아쉽죠. ‘별로 좋아하진 않지만 저런 차도 있구나’ 하면서 다양성을 받아들인다면 더 멋진 사회가 될 거예요.”
  • 2014년 0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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