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동창들이 만든 인터뷰 중심 커뮤니티 ‘썰타임’

유명인부터 평범한 이웃까지 누구든 인터뷰한다

글 : 류동연 인턴기자(서강대 4)  / 사진 : 하지영 

“일반적인 인터뷰는 기자가 질문하고 데스크가 그 기사를 수정하면서 독자와 인터뷰이 사이 대화가 왜곡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중간자를 없앴죠.
독자와 인터뷰이가 직접 대화할 수 있는 공간이 바로 썰타임입니다.”
지난해 9월 고등학교 동창 이우창·윤석희·이한결이 모여 문을 연 썰타임은 새로운 형식의 인터뷰 중심 커뮤니티다. 시스템은 간단하다. 누군가 자신의 경험이나 지식을 공유하고 싶으면 자신을 간략하게 소개하는 글을 올린다. 그러면 다른 사용자들이 인터뷰어가 되어 그에게 묻고 싶은 질문들을 댓글로 단다. 인터뷰이가 되는 글 작성자는 자신이 미리 공지한 시간에 재댓글을 달며 답변한다. 국내외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에서 유행하는 AMA(Ask Me Anything) 형식에 착안하여 만들어졌다.

“저희가 생각하는 기초적인 가치는 열림과 평등이에요. 인터넷이 정보의 바다라고들 하지만, 돈이 많고 인맥이 좋은 사람과 그렇지 않는 사람은 얻을 수 있는 정보의 질이 다르잖아요. 그 불균형을 해소하고 싶었습니다. 어떤 장벽도 없는 커뮤니티를 통해 모두가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죠. 그 정보는 직업적인 경험이나 지식이 될 수도 있고, 그냥 삶에 대한 이야기일 수도 있죠.”

그동안 많은 인터뷰이들이 썰타임에 참여했다. 곽경택 영화감독, 김동성 전 쇼트트랙 국가대표 등 유명인사는 물론, 작곡가, 프로그래머, 트럭 운전사, 의사, 전시기획가, 교수, 사회적기업가, 외국대학 유학생, 카페 주인 등 그 직종도 다용하다. 육식주의자, 자동차애호가, 동성애자, 탈북대학생 등 자신의 삶을 나눈 이도 많았다. 운영진은 이들을 섭외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섰다. 지인들을 끌어들이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어떤 대상이 궁금해지면 무작정 메일이나 트위터 멘션을 보냈다. 사회복지사를 만나기 위해 용산구청에서 직접 명단을 구하기도 했고, 길거리에서 즉흥적으로 개 조련사를 섭외하기도 했다. 성공률은 5% 남짓. 하지만 그들의 노력 덕택에 썰타임은 다양한 인터뷰를 진행할 수 있었다.

“지난해 겨울 택시기사라는 직업이 갑자기 궁금해졌어요. 트위터로 검색해서 서른 명 넘는 분들에게 연락을 했죠. 그중 다행히 한 분과 연락이 닿아서 앤썰타임(인터뷰)을 했어요. 그 분이 비전택시대학의 정태성 총장님이었죠. 특히 그 인터뷰는 기성언론과 차별화되어서 좋았어요. ‘누구나 자신의 이야기를 자유롭게 할 수 있다’는 저희의 가치에 부합하는 인터뷰였거든요.”


운영진은 플랫폼만 관리할 뿐, 질문하는 것도 답변하는 것도 모두 사용자의 몫이다. 따라서 썰타임에서 오가는 말들은 솔직하다. 너무 솔직해서 홍역을 치를 때도 종종 있다. 고 박은지 노동당 부대표, 강의석 시민운동가, 김상훈 자유대학생연합 대표 등 정치적 인사가 참여한 경우 말 한마디 한마디가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하지만 그들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다양한 견해의 사람들이 모이면 갈등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 썰타임은 어떤 이의 목소리를 증폭시켜주는 언론의 기능에 충실할 뿐이다.

“우리 사회는 아직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데 굉장히 소극적이죠. 자기규율이 심해요. 자랑할 수도, 치부를 드러낼 수도 있는데, 주위의 시선 때문에 말을 하지 않고. 그런 문화 때문에 많은 사용자들이 인터뷰어는 될지언정 인터뷰이는 되지 않으려 해요. 하지만 누구보다 모바일 게임을 잘한다는 것도 충분히 자랑거리고, 만약 자신이 평발이나 탈모라면 솔직히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재미있는 주제잖아요. 꼭 좋은 직장을 다니거나 대단한 경험을 해야만 이야기할 자격이 있는 것은 아니에요. 별거 아닌 이야기를 공유하는 사용자들이 조금씩 늘고 있고, 그러다 보면 사회가 결국 변하지 않을까 싶어요. 썰타임이 그 변화에 작게나마 일조하고 싶습니다.”

썰타임에서는 굳이 로그인을 하지 않아도 댓글을 달거나 투표를 할 수 있다. 그들이 익명성을 얼마나 중시하는지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기존의, 특히 한국에서의 대화는 나이나 직급에 따라 결정되는 상하관계로 인해 평등한 대화가 이루어지기 쉽지 않다. 익명성은 이런 질서에 대항하는 상징적인 가치다. 사회적으로 미리 규정되는 권위를 탈피하고 모두가 동등한 입장에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물론 익명성에 따른 부작용도 만만치 않죠. 하지만 청와대 신문고를 보면 실명제로 바꾼다고 해서 그런 문제들이 해결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웃음). 저희는 편안하게 말할 수 있다 보니 즉흥적이고 신선한 질문을 하고, 그 결과 좋은 인터뷰가 가능해지죠. 그래서 저희는 최소한의 정화 장치만 남겨놓고 최대한 익명성을 존중하고 지지하려 합니다.”


썰타임은 진화 중이다. 시스템 자체가 수익성을 내기 어려운 모델이기 때문에 새로운 연계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는데, 올해 내로 선보일 예정이다. 또 올해 초 중국 전역을 자전거로 여행 중인 사진가를 섭외해 운영진이 직접 번역을 도우며 앤썰타임을 진행했던 것에서 더 나아가, 한영변환 장치를 도입하여 외국인이 가지고 있는 경험이나 지식을 손쉽게 접하게 만들 생각이다. 편리한 접근을 위해 앱 제작도 고려 중이다.

“처음 목표에 맞게 다가가고 있느냐고 자문한다면 70점 정도 주고 싶습니다. 막 시작했고 아직 부족한 점이 더 많지만, 정보의 공유와 확대에 항상 신경 쓰거든요.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다양한 사람과 함께하며 긍정적인 사회변화를 만들어가겠습니다.”

썰타임은 가변적이다. 혹자에겐 언론으로서의 권위를 지닌 웹진으로 인식되지만, 혹자에겐 여러 인터넷 커뮤니티 중 하나일 수 있다. 썰타임은 사용자가 보는 대로 정의된다. 중요한 것은 그 핵심이 소통이라는 점이다. 사이트에 적힌, ‘좌우의 대립을 뛰어넘는 대화, 상하의 간극을 가로지르는 정보, 시대정신을 아우르는 관점, 그 관점을 파격하는 새로운 생각… 그러한 대화가 오가는 재미있고, 유익하고, 안전한 공간 = 썰타임’이라는 공식처럼 그들은 다양한 사람이 모인 공동체 속 활발한 소통을 꿈꾼다.

“미국에 레딧(Reddit)이라는 비슷한 사이트가 있는데 거기서 오바마가 이런 형식의 인터뷰를 진행했어요. 요즘 박근혜 대통령을 두고 불통이라는 소리가 많은데, 대국민토론회 여러 번 하는 것보다 앤썰타임 한 번 하는 게 국정을 확 바꿀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요? 한번 참여해주세요!(웃음)”
  • 2014년 0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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