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결혼식 올려주는 사회적 기업 ‘대지를 위한 바느질’ 이경재 대표

환경과 지역경제를 생각하는 결혼식, 특별하지 않나요?

글 : 시정민 TOPCLASS 기자  / 사진 : 김선아 

호화 결혼식이 많은 요즘, 비교적 저렴한 비용에 환경을 생각하는 이른바 ‘에코웨딩’이 각광받고 있다. 재활용이 가능한 친환경 소재 드레스와 부케, 청첩장에서 피로연 음식까지 친환경에 초점을 맞춘 에코웨딩은 영국의 윌리엄 왕자 결혼식을 비롯해 가수 이효리와 이상순씨 결혼식에서도 선보이며 화제가 됐다.
최근 젊은 층을 중심으로 친환경 웨딩을 선호하는 커플들이 늘고 있는 가운데 천연 소재인 옥수수 전분과 한지를 웨딩드레스에 접목시켜 친환경 드레스를 만들고, 결혼식 전체를 친환경적으로 만들어주는 곳이 있다. 사회적 기업 ‘대지를 위한 바느질’이다.

서울 성북동 ‘대지를 위한 바느질’은 입구에 큰 바늘 모형의 간판이 있어 멀리서도 한눈에 띄었다. 사무실에 들어서니 옥수수 전분과 한지를 소재로 만든 웨딩드레스가 전시되어 있었다. 첫눈에는 일반 웨딩드레스같아 보이는데, 원피스에 롱스커트를 덧붙였다. 스커트를 떼어내면 피로연 때 입을 수 있는 드레스로 변신한다. 하나로 두 벌의 효과를 낼 수 있는 실용적인 드레스. 결혼식이 끝난 후에는 취향에 따라 일상복이나 파티용 의상으로 수선해 입을 수도 있다. 이경재 대표가 천연 소재인 옥수수 전분, 한지를 소재로 친환경 웨딩드레스를 만들게 된 계기는 디자인대학원 재학 당시 교수님에게 땅에 묻으면 자연 분해되어 지구 환경에 해를 끼치지 않는 옥수수 비닐에 대한 얘기를 듣고서였다.

“옥수수 전분을 소재로 만든 옥수수 원단, 한지로 만든 한지 원단, 쐐기풀로 만든 쐐기풀 원단은 땅에 묻으면 미생물에 의해 한 달 정도 만에 자연 분해돼 거름이 되어 땅으로 돌아가는 무해한 성분입니다. 일반 합성섬유는 그렇지 않죠. 제가 만든 옷이 자연과 사람에게 아무런 해가 없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디자인을 하려니 원료와 소재가 우선 순위가 됐어요. 특히 패션에서는 디자인이나 브랜드로 설득하는 경우가 많은데 사회적인 것, 환경적인 가치에 대한 제안까지 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마침 2005년 일본 도쿄에서 열렸던 친환경 박람회에 참석했다가 우연히 옥수수실을 발견했다. 광택이 도는 게 웨딩드레스를 만들기에도 손색이 없겠다 싶어 옥수수실로 16벌의 웨딩드레스를 만들어 개인전을 열었다.

“흔하지 않은 소재인 만큼 신경 쓸 부분이 많아 작업이 쉽지는 않았지만 반응이 좋았어요. 사람들도 친환경 소재에 관심이 많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죠.”


개인전 이후 그의 블로그를 통해 친환경 웨딩드레스를 만들어달라는 예비신부들의 주문이 끊이지 않으면서 자연스레 2008년 친환경 드레스사업을 시작했다. 웨딩드레스 외에도 부케, 꽃 장식, 피로연까지 친환경으로 만들어달라는 요청이 들어오면서 에코웨딩의 범위는 넓어졌다. 콩기름으로 인쇄한 청첩장, 결혼식이 끝난 후 화분에 옮겨 심을 수 있도록 뿌리째 만든 웨딩부케, 꽃 장식도 허브 화분이나 제철 과일로 대신해 하객 답례품으로 활용했다. 피로연 음식도 유기농 재료를 활용해 친환경 메뉴로 준비한다.

2010년 사회적 기업으로 선정된 ‘대지를 위한 바느질’은 지난해 연말 서울 성북구의 혁신사업 모델로 선정, 지원을 받게 되었는데, 그는 지역경제에 도움이 되고 마을 주민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마을 결혼식’을 기획했다.


“최근 결혼문화가 소비적인 형태로 바뀐 것 같아요. 웨딩컨설팅을 하는 기업에선 식장, 스튜디오 촬영, 메이크업, 한복, 드레스를 패키지로 묶어 진행하는데, 변경하거나 빼고 싶은 항목이 있어도 가격은 동일하게 받기도 하죠. 사진촬영과 메이크업, 드레스 등 결혼준비를 동네에서 해결하면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실제로 지난겨울 서울 성북구에서 세 커플이 마을결혼식을 치렀다. 그들은 성북구에 있는 사진관, 미용실, 한복집을 이용하고, 피로연 음식은 성북구의 맛집으로 이름난 떡집, 만둣집, 전집 등에서 공수해왔다. 결혼식장은 성북구청 강당을 빌렸는데, 기존의 웨딩홀 못지않게 아름답게 꾸몄다. 마을에서 호떡을 파는 아저씨, 바리스타 등이 참여해 하객들에게 호떡도 부쳐주고 커피도 내려줘 그야말로 마을 주민이 함께하는 마을잔치가 되었다. 그가 이 일을 하는 데는 3년간의 귀농생활이 밑바탕이 됐다. 대학원 진학 전 그는 1년간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강원도 횡성 신대리라는 작은 마을에서 마을 총무 일을 하며 농부들과 함께 생활했었다.

“귀농생활을 하면서 자연에 해가 되지 않는 친환경적인 삶을 살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친환경 결혼식이 단순히 환경 문제만을 제기하는 게 아니라, 기존 결혼식의 문제점을 인식시키며 결혼의 의미를 다시 찾아가게 하고 싶습니다.”


그는 합성원단을 주로 사용하는 병원 유니폼을 면의 대안섬유로 각광받고 있는 쐐기풀 원단으로 만들어주기도 했다.

“병원 유니폼 디자인을 의뢰받았는데, 병원 유니폼이니 만큼 건강하게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싶어 친환경 병원 유니폼에 대한 제안서를 만들었어요.”


그는 친환경 소재에 대해 알려주기 위해 섬유평가연구소 등에 가서 각종 자료와 논문을 찾아 무려 여섯 차례나 프레젠테이션을 했고, 그 결과 기존 유니폼보다 가격이 5배나 비싼 데도 승낙을 얻어 병원 유니폼을 제작했다. 요즘은 메디컬 박람회에 들고 나갈 친환경 소재 병원 유니폼을 준비하느라 분주하다. 그 연장선상에서 성북구에 있는 영세 봉제공장의 네트워크도 구상 중이다.

“성북구에는 봉제공장도 많고 대학도 많아요. 새 학기에는 대학의 학과나 동아리에서 과 점퍼를 비롯해 많은 양의 점퍼를 만들거든요. 지역의 영세한 봉제공장들을 연결해 네트워크를 만든 후 비수기 때 주문하면 직거래라 중국제보다 품질은 좋으면서도 가격 또한 합리적으로 책정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스페인 바스크 지방의 몬드라곤 협동조합처럼 지역 내 소상공인들과 네트워크를 만들어나가고 싶어요.”

성북구청 강당에서 치른 마을결혼식.
그는 올해 성북구에서 80커플의 마을결혼식을 올려주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마을결혼식이 다른 지역으로도 확산되도록 마을웨딩지원센터도 만들 생각이다.

“환경을 염두에 두고 친환경 결혼식을 하겠다고 찾아오는 분도 있지만 ‘우리 결혼식은 뭔가 특별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찾아오는 분도 있어요. 결혼식을 올린 후 사소한 일에도 환경을 생각하게 되면서, 작은 생활 습관들이 하나하나 바뀌어간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 정말 보람을 느낍니다.”
  • 2014년 0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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