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없던 휴대용 디제잉 기기
만든 제이디사운드 김희찬 대표

글 : 박소영 TOPCLASS 기자  / 사진 : 김선아 

세상에 없는 것을 만들고 싶었던 제이디사운드 김희찬 대표의 바람은 GoDJ를 통해 이뤄졌다. GoDJ는 신개념 디제잉 기기. 턴테이블・믹서・ 앰프와 같은 전문 오디오 장비의 모든 기능을 한 곳에 통합해 만든 제품이다. 디제잉 기기라고 하면 클럽에서나 볼 수 있는 덩치 큰 기계를 떠올리기 쉽지만 GoDJ는 조금 다르다. 스마트폰 두 개를 합쳐놓은 정도의 크기에, 무게도 300g밖에 나가지 않는다. 누구나 쉽게 들고 다니면서 음악을 즐길 수 있다는 얘기다. GoDJ는 미국・영국・일본・싱가포르・말레이시아 등 세계 각지에서 판매된다.

“Get your crayon! 아직도 꿀리지 않아. Yes, I’m a pretty boy.”

김 대표가 GoDJ를 작동해 지드래곤의 ‘크레용’을 재생하자 제이디사운드 사무실은 클럽처럼 변했다. 김 대표는 곡 사이사이에 비트를 만들어 삽입하곤, 클럽 DJ들의 전매특허인 ‘스크래치’ 퍼포먼스까지 선보였다. ‘크레용’의 클럽 버전을 듣는 듯한 착각마저 들었다.

GoDJ는 디제잉에 필요한 기본적인 기능은 물론, 두 곡을 즉석에서 편곡할 때 곡의 비트를 자동으로 맞춰주는 기능까지 갖추고 있었다.

“GoDJ 개발에 관심을 가진 건 4~5년 전이었어요. 당시 오디오 기기를 다루는 반도체 회사에 다니고 있었죠. 클럽 문화가 대중화되고, 디제잉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도 커지고 있는데 디제잉 기기는 예전 그대로인 채 발전이 없더라고요. LP가 CD가 되고, CD가 mp3가 되는 세상인데 DJ들은 아직도 CD를 가지고 다니거든요. ‘그렇다면 내가 한번 만들어보자’ 하는 생각이 들었죠.”


김 대표는 중진공 청년창업사관학교의 문을 두드렸고, GoDJ를 만들기 위한 준비에 돌입했다. DJ는 물론, 전문 작곡가들을 찾아다니며 정보를 얻고 장비 연구도 계속했다. 그러나 제작 과정은 그야말로 난관의 연속이었다.

기기를 손에 쥘 수 있을 정도의 크기로 줄이려면 하드웨어 관련기술은 물론, 소프트웨어 기술도 필요했던 것이다. 오디오 기기를 다루는 반도체 회사에서 오랜 기간 경력을 쌓아온 김 대표였지만 쉽지 않았다. 제이디사운드는 여러 번의 시행착오를 겪은 끝에 GoDJ 시제품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때마침 라스베이거스에서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가 열렸어요. 지인이 운영하는 부스 한구석을 빌려 GoDJ를 전시했는데 반응이 아주 좋았죠. 희망이 보이더라고요. 문제는 그 이후였어요. 한국에 돌아와 양산 자금을 구하려고 대기업과 벤처캐피털을 찾아다녔는데, 반응이 좋지 않았어요. 이걸 누가 사겠느냐고 묻는 사람이 많더라고요. 국내에서는 제조업이라고 하면 투자회사들의 반응이 안 좋아요. 관심을 받기 힘들죠. 디제잉 기기나 카메라 같은 고가 장비의 경우, 크기가 작을수록 값싸게 보는 경향도 있고요.”

그러나 기회는 계속해서 찾아왔다. 지난해 3월 KOTRA의 지원을 받아 참가한 전시회에서 미국 몬스터그룹의 로열 리 사장을 만난 것이다.

“그분에게 우리 제품을 20초만 봐달라고 했어요. 그런데 그게 다음날 한 시간짜리 미팅으로 이어졌고, 그 한 시간이 4시간짜리 미팅으로 이어졌죠. 끝내는 세계 배급 계약까지 체결하게 됐어요.”


몬스터그룹은 ‘비츠바이닥터드레’ 헤드폰을 만든 세계적인 음향기기 전문회사. GoDJ는 몬스터그룹의 배급 라인을 통해 미국·유럽·캐나다 등 전 세계에 수출된다. “GoDJ가 몬스터 브랜드를 달고 나가 팔리는 거죠. 그런데 OEM과는 다른 형태의 계약이에요. OEM의 경우 납품만 하지만 저희는 저희 스스로도 외부 판매 채널을 가질 수 있거든요. 미국시장에서는 몬스터그룹이 직접 판매하지만 일본이나 다른 채널에는 독자적인 이름으로 수출하고요.”

최근에는 국내 판매량도 늘기 시작했다. 모 케이블 채널에서 GoDJ가 소개된 이후 주문량이 4~5배나 증가한 것이다.

“관심을 가져주시니 즐겁죠. 최근엔 중동 시장에서도 반응이 와요. 중동은 외부 활동이 적고 폐쇄적인 분위기가 강해서 집 안에서 파티를 많이 하거든요. 그래서 저희 제품이 인기가 좋은 것 같아요.”

김희찬 대표는 이 사업을 하면서 새로운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어서 좋았다고 했다. 실제로 그의 사무실 한쪽 벽면에는 그가 유명 인사들과 함께 찍은 사진이 진열돼 있다. 스티비 원더는 제이디사운드의 GoDJ를 사용해본 후 엄지손가락을 치켜올렸다고 한다.

“눈이 보이지 않는 사람을 위한 편의 기능을 더 넣어달라”는 부탁도 잊지 않았다.


인터뷰를 마치며 김 대표에게 창업을 꿈꾸는 미래의 청년 CEO들에게 조언을 해달라고 부탁했다.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제조업 분야 창업은 특히 쉽지 않습니다. 신생 기업이 아이디어와 제품 하나만 가지고 뛰어들었다가 마케팅에서 한계를 느끼는 경우가 많거든요.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세계 곳곳에서 열리는 전시회나 박람회를 직접 다니며 마케팅 파워의 부족분을 커버해나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제이디사운드의 최종 목표는 세계시장에 새로운 플랫폼을 공급하는 글로벌 뮤직기업이 되는 것이다.

“음악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입니다. 저는 음악으로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만들 수 있다고 믿습니다. 누구나 쉽게 음악을 만들고, 누구나 DJ가 될 수 있도록.”
  • 2014년 0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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