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티(강래윤(한국기술교육대 기계공학부)),
멘토(김용화(영화감독, 덱스터디지털 대표))를 만나다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매 순간 최선을 다하면 꿈을 이룰 수 있을 것

정리 : 최선희 TOPCLASS 기자  / 사진 : 김선아 

강래윤_ 안녕하세요, 감독님. 이렇게 직접 만나게 되다니 꿈만 같아요. 저는 지금 휴학 중인 대학생이고요, 음악과 퍼포먼스, 패러디를 결합한 새로운 형태의 영상물을 제작하고 있습니다. 올 3·1절 때는 인사동에서 청년 문화단체들이 모여 진행한 〈This is Arirang〉이라는 플래시몹 영상을 만들어 유튜브에 올렸는데, 조회 수가 120만까지 올라갔습니다.

김용화_ 120만이면 적지 않은 숫자인데, 대단하네요.

강래윤_ 오늘 이 자리에 오기 전 감독님의 인터뷰 기사를 모두 읽었습니다. 부모님의 오랜 투병으로 일찍이 집안의 가장 노릇을 하시느라 안 해본 일이 없고, 대학도 10년 만에 졸업했다는 내용을 보고 가슴이 뭉클했어요. 그 치열했던 삶이 존경스러웠고, 한편 부러웠습니다. 그런 다양한 경험이 콘텐츠를 풍부하게 만드는 힘이라고 생각하는데, 저는 단조롭게 살고 있는 것 같아서요.

김용화_ 감정의 편차를 아주 크게, 바닥부터 다 경험해 봤다는 것은 창조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에게는 도움이 됩니다. 영화는 기술이 아니라 감정의 예술이니까요. 그러니 살면서 어떤 시련을 만나더라도 좌절할 필요 없어요. 세상에 쓸모없는 고통은 없거든요. 그런데 래윤씨는 기계공학과 학생인데, 어떻게 영상에 관심을 갖게 되었나요?

강래윤_ 어릴 때 스타크래프트에 빠진 적이 있었습니다. 게임채널에서 방송하는 것도 열심히 봤는데 그때 컴퓨터그래픽으로 만든 오프닝 영상이 인상적이었어요. 저런 걸 한번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대학에 와서 UCC 동호회 활동을 하면서 본격적으로 영상물을 만들었고, 컴퓨터그래픽도 독학으로 공부했어요. 전공인 기계공학보다 훨씬 재미있어서 이 분야로 창업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데, 부모님을 비롯해 주변에서 말리는 사람이 많아 고민입니다.

김용화_ 먹고 살기 힘든 분야이기는 해요. 기본적인 생활은 되어야 하니까 부모님이 걱정하는 건 당연하죠. 하지만 지금 스물다섯 살이니 30대 중반까지는 도전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아요. 우리 부모님 세대는 좋아하지 않는 일을 평생 하면서 살았지만 시대가 변했잖아요. 그리고 어떤 일이든 10년은 해봐야 그것이 어떻다고 말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갈고닦을 시간이 필요하니까. 나도 영화를 10년쯤 해보니 이제야 조금 알 것 같더라고요. 단, 스스로의 생계는 책임을 져야 합니다. 대학을 졸업하고도 부모님에게 손 벌리며 나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겠다는 건 말이 안 되잖아요.

강래윤_ 그걸 어떻게 양립시켜야 할지 가장 걱정입니다.

김용화_ 세상에 쉬운 일은 하나도 없어요. 사형수들이 죽을 때 후회하는 것이 뭔 줄 알아요? ‘돈 좀 더 많이 벌 걸’ ‘더 많이 모아둘 걸’ 그런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을 좀 더 사랑할 걸’ ‘좀 더 잘해줄 걸’ ‘그때 그 친구를 도와주었어야 했는데’ 같은 아쉬움이라고 해요. 돈은 벌려고 노력한다고 해서 벌리는 것이 아닙니다. 자신의 일을 즐기고, 거기서 성과가 나면 절로 따라오는 거예요. 아직은 돈보다 정말 좋아하는 분야에 매진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VFX란 영상물에서 보여지는 특수시각효과로, ‘visual effect’ 또는 ‘visual FX’의 발음에서 따온 말이다. 컴퓨터그래픽(CG)이 사용되기 전에는 촬영한 필름 위에 그림을 그려 넣고 그것을 다른 필름에 다시 투사하는 광학합성 방식을 썼다. 지금은 대부분의 VFX를 CG로 구현한다. <국가대표>에서 선수들이 멋지게 날아오르는 스키 점프 경기 장면은 배우들만 빼고 모두 VFX로 만든 것. 실제 선수들의 점프 장면을 찍고 배우들의 어깨에서부터 얼굴까지를 CG로 입힌 것이다.
강래윤_ 감독님이 설립하신 덱스터디지털은 국내 최고의 VFX(영상물에서의 시각특수효과) 회사로 알고 있습니다. 감독님에게는 또 다른 도전이었을 것 같은데요. 회사를 설립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김용화_ 영화감독으로서 대중의 사랑을 많이 받았어요. 그러다보니 다음 목표를 세우게 되었죠. 원래 VFX에 관심이 많아 〈미녀는 괴로워〉 〈국가대표〉 때도 VFX 기술을 많이 사용했어요. 〈국가대표〉는 1000신 가까운 분량이 VFX로 제작됐어요. 다들 놀라요. 실제 촬영과 구별이 안 된다고. 내가 꿈꾸는 게 ‘티 안 나는 VFX’거든요. 이런 작업들을 통해 ‘VFX가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을 잘 전달해주는 도구가 되겠구나’라는 생각을 했어요. <미스터 고>를 만들면서 회사를 차렸는데 사실 큰 모험이었어요. 주변에서는 감독만 하면서 편하게 먹고 살지, 왜 그런 무리수를 두느냐고 했죠. 사람들이 흔히 돈이 생기면 펀드에 투자하거나 집을 사는 것처럼, 나는 내 일을 도와주는 사람들이랑 다 같이 잘 먹고 잘 사는 쪽에 투자를 한 거예요. 아직은 불모지인 국내 영화계 VFX를 산업으로 키우고 싶은 생각이 있었어요. 그래서 내가 가진 걸 다 걸고 뛰어들었지요.

강래윤_ 외국과 비교하면 우리나라의 VFX 기술은 어느 정도 수준인가요?

김용화_ 미국과는 시장 규모에서부터 엄청난 차이가 나기 때문에 비교할 수가 없어요. 그러나 우리 기술은 아시아에서는 독보적입니다. 그 기술력으로 지금은 중국시장에 집중하고 있어요. 외연을 넓히기 위해 미국에서 열리는 필름마켓에도 나가려고 합니다. 저비용, 고퀄리티가 우리의 경쟁력이라고 할 수 있지요.

강래윤_ 180여 명의 직원을 이끄는 리더로서 감독님은 어떤 모습인지 궁금합니다.

김용화_ 직관대로 합니다. 잘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솔직하게 말하고, 막내 스태프라고 해서 무시하지 않아요. 겸손과 배려는 리더에게 매우 중요한 자질입니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라 스스로 자주 돌아봅니다.
한 가지 더, 리더는 결정이 빨라야 해요. 설령 나쁜 결정이라 하더라도. 결정을 내리지 않는 게 최악이죠. 우물쭈물하다가 대의를 그르치는 경우가 많거든요.

강래윤_ 저는 지금 팀의 리더인데, 다른 팀원들에게 뭔가를 시키는 게 무척 어렵습니다. 그래서 그냥 제가 하는 경우가 많아요.

김용화_ 마음 가는 대로 하면 됩니다. 시키는 것이 불편하면 그냥 래윤씨가 하면 되고, 다른 팀원이 해야 하는데 내가 하고 있는 상황이 불편하다면 시켜야겠지요. ‘이렇게 하면 안 된다’는 주변 사람들의 말에 휘둘리지 말고 스스로를 믿고 마음 가는 대로 하는 게 가장 좋습니다. 그런데 휴학을 하고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면 생활비는 어떻게 해결하고 있나요?


강래윤_ 편의점 아르바이트도 하고, 간간이 촬영장에서 간단한 스케치 영상 같은 것도 찍습니다.

김용화_ 좋아요. 그렇게 책임감 있고 열정적인 모습을 보이면 부모님께서도 아마 래윤씨를 막지 못할 겁니다. 죽을 때까지 자신의 재능을 찾지 못하고 가는 사람이 더 많은데 그런 점에서 래윤씨는 좋아하는 것, 잘하는 것을 찾았으니 운이 좋은 거죠. 다만 명심할 것은 콘텐츠 제작자이기 이전에 한 인간이고, 누군가의 아들이고, 누군가의 남자친구로, 인생은 그렇게 여러 개의 저글링을 하며 산다는 사실이에요. 많은 역할을 동시에 해야 하는 만큼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사는 데 대한 책임감을 가져야 합니다. 고민도 많고 힘들겠지만 닥치지 않은 미래에 대해 고민하느라 현실을 제대로 살지 못하는 우를 범하지 말고, 오늘이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현실에 튼튼하게 발을 딛고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면 어느 순간 촬영 현장에 감독으로 앉아 있는 자신을 보게 될 겁니다.

강래윤_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감독님의 꿈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김용화_ 결혼하는 거(웃음). 그게 유명한 감독 되는 것보다 더 어렵더라고요. 여자 친구도 있으니 이제 할 겁니다. 연애도 가능한 한 많이 하는 게 좋아요. 나는 연애를 많이 한 편인데, 그 기억들이 영화를 만드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연애하면서 받는 상처를 두려워하지 말아요. 상처를 받은 만큼 성장하니까. 어쨌든 나는 래윤씨가 부럽습니다. 내가 가려고 하는 이 이 길이 맞는지 아닌지를 고민한다는 것은 젊다는 거잖아요. 무엇이든 도전해볼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고요. 영화감독은 참 매력적인 직업이에요. 나의 생각을 많은 사람과 공유하고, 위로하고, 그러면서 돈도 벌고, 사회적으로 인정도 받고. 단, 잘한다는 전제 하에. 나중에 좋은 작품으로 만나게 되기를 바랍니다.

강래윤_ 요즘 뭔가 꽉 막힌 도로 한가운데에 서 있는 것 같은 답답함에 시달렸는데 감독님의 조언 덕분에 용기를 얻었습니다.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김용화
<오! 브라더스>로 데뷔해 <미녀는 괴로워> <국가대표> 등을 연달아 히트시킨 스타 감독. 최근에는 최첨단 3D VFX 기술로 만든 <미스터 고>를 선보여 화제가 되었다. <미스터 고>를 만들기 위해 그가 설립한 덱스터디지털은 국내 최고 VFX 전문가들이 모인 곳으로, 3D VFX 분야에서는 불모지나 다름없는 우리 영화계에 새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강래윤
한국기술교육대 기계공학부 4학년에 재학 중이며, 현재 음악과 VFX가 결합된 뮤직 퍼포먼스 프로젝트 ‘매드지(Madgee)’의 창업을 준비 중이다. 만드는 사람도, 보는 사람도 재미있는 콘텐츠를 만드는 게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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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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