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크콘서트 기획 진행하는 오종철

남을 웃기는 개그맨에서 웃을 일 만들어주는 ‘소통테이너’로 변신했습니다

글 : 시정민 TOPCLASS 기자  / 사진 : 김선아 

1996년 SBS 공채 5기 개그맨 오종철. 그는 요즘 개그맨 오종철이 아니라 토크콘서트 기획자이자 진행자로, 자기계발 강사로 더욱 인기를 얻고 있다. 연 100회 이상 전국을 누비며 강연할 정도다. 총 9개의 토크콘서트 진행을 맡고 있는 그는 강연 및 공연 전문 기획 그룹인 에이트스프링스의 대표를 맡고 있는 한편, 최근에는 자기계발서적 《온리원》을 출간하기도 했다.

오랜 무명생활을 거치면서 그는 최고의 개그맨이 되는 것을 꿈꿨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를 ‘재미없고 인기 없는 개그맨’이라 불렀다.

꿈을 이루지 못한 좌절과 자책에 빠져 있던 어느 날, 3년간 진행해오던 라디오방송 프로그램에서 하차 통보를 받았다. 스스로에 대해, 개그맨이라는 직업에 대해 다시 생각해야 했다. 한 집안의 가장으로서 세 명의 자녀를 어떻게 키워야 하나, 앞으로 무엇을 해서 먹고 살 것인가, 고민하던 그는 방송을 진행하면서 유명 인사들을 많이 알게 되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세계 각 분야 사람들이 자신의 일과 삶에 대해 이야기하는 ‘테드(TED)’를 관심 있게 지켜봐오던 터였다. 그는 강연 프로그램의 기획과 진행에 도전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기회를 잡기 위해 여기저기 뛰어다녔다.

“절박할 때 광화문 드림스테이지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 무대에 서고 싶다고 4개월 동안 KT를 찾아갔어요. 결국 두 차례 공연을 기획하고 진행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그 후 현재까지 2년 반 동안 매달 마지막 주 목요일에 공연을 올리고 있습니다.”

강연과 공연이 함께 어우러진 오종철의 토크콘서트는 기대 이상의 반응을 얻었고, 입소문이 났다. 세상 사람들에게 웃을 일을 많이 만들어주는 것도 개그맨의 역할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그는 ‘소통테이너’라는 이름을 내걸고 인생 반전을 도모했다.


그는 현재 9개의 프로그램을 맡아서 이끌고 있다. KT <오종철의 드림 스테이지>뿐 아니라 4명의 연사를 초대해 자신이 걸어온 길과 꿈에 관해 이야기하는 토크쇼 <나꿈소(나의 꿈을 소리치다)>, ‘남들과는 다른 꼴통으로 살아봐’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청춘들을 위한 정신무장 버라이어티 토크쇼 <꼴통쇼(꼴찌들의 통쾌한 승리)> 등을 직접 기획 진행 중이며, CBS의 인기 강연 프로그램인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의 MC도 맡고 있다. 요즘에는 또 기업의 사원 연수 프로그램에서 초청하는 일이 많아 전국을 누비고 다닌다. 토크쇼의 기획, 섭외, 진행을 도맡아 하고 있는 만큼, 그는 콘텐츠의 깊이를 더하기 위해 다양한 장르의 책을 읽고, 이 사회를 움직이는, 영향력 있는 사람들의 삶을 연구한다.

‘세상 사람들에게 웃을 일을 만들어주는 것’을 모토로 살다보니 타인을 돕는 일에도 자연스레 참여하게 되었다. 그는 지난해 12월부터 매달 <모나콘(모발나눔콘서트)>을 진행하는데, 수익금으로 소아암 환자들에게 가발을 선물한다.

“처음부터 그런 생각을 하고 콘서트를 기획한 것은 아니에요. 인디밴드 요술당나귀의 라마라는 친구와 꿈 이야기를 했는데, 그 친구 꿈이 ‘가발 100개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거예요. 소아암 환자들이 쓸 가발이었죠. 소아암 환자 중에는 항암치료를 끝내고 일상생활로 돌아갔는데도 머리카락이 나지 않는 아이들이 있대요. 그 아이들에게 가발이 필요하겠다 싶어 라마와 함께 <모나콘>을 기획하게 됐습니다.”


오종철은 유명 강연자들을 섭외하고 라마는 실력 있는 뮤지션들을 섭외해 <모나콘> 나눔 콘서트를 진행했다.

“가발 하나를 사는데 200만원이 든다고 해요. <모나콘>은 1만원짜리 티켓을 사서 들어오는 유료 콘서트인데, 전석이 꽉 차면 가발 한 개를 살 수 있지요.”

그들은 콘서트 형식을 좀 더 새롭게 만들기 위해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했다. 강사, 작가, 인디 밴드, 마술사 등이 콘서트에 참여해 지금까지 50개의 가발을 지원할 수 있었다.

“동정심을 유발하면서 ‘기부해주세요’라고 말하고 싶지 않습니다. 무엇이든 재미있게 하고 싶어요. <모나콘>은 잘 알려지지 않은 인디밴드나 매력 있는 가수들을 발굴해 무대에 설 기회를 준다는 의미도 있습니다. 티켓을 사서 들어온 사람들은 한 시간 동안 재미있게 놀다 가고요. 기업과 연계해서 이런 활동을 벌이기도 하는데, 동참하는 기업이 늘고 있습니다.”

그는 재미있게 즐기는 기부문화가 확산되는 것 같아 보람을 느낀다고 말한다.


<꼴통쇼>도 회를 거듭할수록 예상치 못했던 파급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자살을 생각하고 있었던 관객이 쇼를 보고 새로운 삶을 살게 되었던 일이라고 말한다.

“우울증을 앓고 있던 43세 여성이었어요. <꼴통쇼> 중 ‘지금의 내가 50세의 나에게 보내는 편지쓰기’란 미션이 있었는데, 그분이 그 편지를 쓰면서 자신의 삶을 돌아볼 수 있었다고 합니다. 지금은 인터넷 쇼핑몰을 창업해 사업가가 됐죠.”

그 외에도 <꼴통쇼>에 출연했던 한 20대 젊은이가 방송 직후 1억원의 유학자금을 지원받아 영국왕립미술학교로 유학 가게 된 사례, 꼴통투어에 참가했다 한 회사의 대표에게 스카우트돼 취업한 방청객 등 화젯거리가 끊이지 않는다.

“자살하려던 사람에게, 등록금이 없어 고민하는 학생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게 기적 같아요.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많은 사람과 소통해가고 싶습니다. 그게 다른 이들의 꿈을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면 더 행복할 것 같고요.”

그는 앞으로 ‘꿈동산 중개업자’가 되고 싶다고 했다.

“꿈도 하나의 큰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토크콘서트를 통해 앞으로도 많은 이들에게 꿈의 가치를 전하고 싶어요. 한 사람, 한 사람의 꿈을 중개해주는 꿈동산 중개업자로 살아가고 싶습니다.”
  • 2013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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