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티(엄준태·이상억(Mazi 대표, 청년창업가)),
멘토(최진교(줌치핸드백제작연구소 대표))를 만나다

소재나 디자인 콘셉트 등 뚜렷한 차별화 전략 필요

정리 : 최선희 TOPCLASS 기자  / 사진 : 김선아 

엄·이_ 안녕하세요. 저희는 미대생들이 그림을 그리고 버린 캔버스로 가방 만드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마지(Mazi)라는 브랜드인데, 그동안 가방에 대해 아는 게 없어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고, 지금도 겪는 중입니다.

최진교_ 아이디어는 아주 신선합니다. 어떤 계기로 이런 가방을 만들게 됐나요?

엄준태_ 저희 멤버가 세 명인데, 오늘 수업이 있어 같이 오지 못한 한 명(유인태)이 서양화를 전공하고 있습니다. 그 친구를 통해 미대생들이 다른 학과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싼 등록금과 재료비 부담 등 재정적인 어려움을 안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과제와 기타 작업을 위해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고난 뒤에는 마땅히 보관할 공간이 없거나 작품이 불만족스러워 대부분 버린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오랜 시간과 정성을 들인 귀한 그림이 그냥 버려지고, 미대생들은 그림을 그리기 위한 재료비를 걱정하는 현실을 보면서 뭔가 도움을 주고 싶었어요. 버려진 캔버스를 소재로 ‘세상에서 하나뿐인’ 가방을 만들고 거기서 발생한 수익의 일부를 미대생들에게 돌려주는 구조로 사업 아이템을 잡았습니다. 돈으로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적립금처럼 쌓아두었다가 화방에서 쓸 수 있는 상품권 등으로 주려고 합니다.

최진교_ 가방을 대량생산하려면 소재가 충분히 확보되어야 하는데 캔버스는 어떻게 구하고 있나요?

이상억_ 저희 학교(인천대) 미대와 협약을 맺어 거기서 나오는 캔버스를 저희가 모두 수거하고 있습니다. 다른 대학에도 저희의 취지를 알리고 캔버스를 모으려고 합니다.

최진교_ 이 가방이 샘플인가요? 캔버스에 코팅 처리를 했네요.


엄준태_ 미대생들이 사용하는 캔버스는 200년 동안 썩지 않을 정도로 내구성이 강하다고 합니다. 그림을 그릴 때 쓰는 유화 물감은 물이 닿아도 번지지 않아 가방으로 제작해도 될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가방의 품질이 썩 만족스럽지 않아서 미대생들의 그림을 가죽에 프린트하는 방법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최진교_ 가죽에 프린트하는 것은 어려워요. 시중에서 프린트한 가죽 가방을 흔히 볼 수 없는 이유는 작업 공정상 대량생산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천연 가죽은 겉보기엔 같아 보여도 저마다 생김새가 달라 기계에 일괄적으로 넣을 수 없거든요. 일일이 손으로 재단해서 만들면 비용이 엄청나게 비싸지지요. 손으로 직접 그린 것과 프린트한 것은 그 가치가 다르니 그것도 한번 생각해볼 일입니다. (샘플 가방을 살펴보며) 모양을 살리려고 가방 안에다 뭘 넣은 모양인데, 이렇게 하면 형태는 살지만 소재가 가진 고유의 질감을 잃습니다. 제품 콘셉트를 정한 뒤 소재의 질감을 살릴 것인지, 형태를 살릴 것인지를 잘 판단해 결정해야 해요.

이상억_ 가방을 만든 뒤에는 팔아야 하는데, 가방의 유통 경로를 전혀 몰라 답답합니다.

최진교_ 일반적으로 국내에서 가방 공장을 가진 사람들은 도매상과 거래해요. 의류처럼, 소매상이 도매시장에 와서 물건을 구입해 가는 형태이지요. 요즘은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면서 도매상을 거치지 않고 판매하는 경우도 있고, 백화점과 직거래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런 가방은 일반적인 유통 구조와 다르게 가야 할 것 같아요. 젊은 층이 밀집한 지역을 중심으로 판매망을 만들어 입소문이 나도록 하는 게 가장 빠른 방법이 아닐까 싶습니다. 직접 도매상을 찾아가 ‘내가 이런 가방을 만들고 있는데 팔아줄 수 있겠느냐’고 타진하는 것도 방법이에요. 도매상으로서는 가방의 콘셉트를 소매상에게 일일이 설명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취지에 공감하고 디자인 콘셉트를 이해해주는 사람을 만날 수 있을 겁니다.

이상억_ 도매상이 모여 있는 곳이 따로 있나요?

최진교_ 남대문 자유상가와 동대문 남평화시장에 밀집해 있어요. 가보면 알겠지만 수백 개의 매장이 있어 전국 각지에서 온 소매상들로 항상 북적입니다. 예전에는 고급 제품은 자유상가로, 중저가 제품은 남평화시장으로 구분됐었는데, 지금은 남평화시장에서도 고급 제품을 취급해 시장의 주도권이 이쪽으로 넘어갔어요.


엄준태_ 저희 같은 초보자가 무작정 찾아가도 될까요?

최진교_ 물론이지요. 하지만 가방시장은 경쟁이 치열한 곳이라 시장에 진입하려면 소재든, 가격이든, 디자인 콘셉트든 뚜렷한 차별화 요소가 있어야 합니다. 지금 학생들이 만들고 있는 이 가방의 경우 ‘세상에서 하나 뿐’이라는 점과 자원 재활용이라는 측면에서 강점이 있어요.

엄준태_ 대표님께서 운영하시는 줌치핸드백제작기술연구소는 어떤 곳인가요?

최진교_ 내가 처음 가방 제작 기술을 배운 게 1970년이에요. 작년에 은퇴할 때까지 꼬박 44년을 가방만 만들었어요. 명품 가방의 OEM 생산도 해봤고, 직접 공장을 운영하기도 했고, 기술관리 전문경영인으로도 일했습니다. 현장을 떠나면서 내가 가진 기술을 사회에 유용하게 쓸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이걸 만들었어요. 국내에는 공장에 들어가서 일하기 전에는 가방 만드는 걸 제대로 배울 수 있는 곳이 없거든요. 막상 문을 열고보니 배우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더군요.

이상억_ 저희도 내년쯤 이곳에 등록하려고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가방 관련 사업을 하려면 제작 공정을 알아야 할 것 같아서요.

최진교_ 디자이너나 경영자는 굳이 기술을 배울 필요가 없어요. 상품을 개발해 공장에 의뢰하면 되니까요. 하지만 공정을 잘 알면 관리하기가 한결 수월하지요. 기술을 배운다는 것은 그런 의미에서 필요합니다. 지금 수강생들도 취미로 배우는 사람도 있지만 자신의 브랜드를 론칭하고 싶은 사람, 개인 매장을 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엄준태_ 공장도 직접 운영하셨으니 위기도 있었을 것 같은데요. 어떻게 극복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최진교_ 위기는 수없이 많았어요. 그중에서도 처음 수출하게 돼 밤낮없이 일했는데 대금을 못 받았을 때가 가장 힘들었지요. 나는 현실순응형이라 그때마다 현실을 담담하게 받아들였어요. 그런데 사업가 체질은 아닌 것 같아요. 사업을 하다보면 품질과 가격을 타협해야 할 때가 있는데 그게 잘 안 되더라고. 가령 3만5000원짜리 제품을 도매상에서 3만원에 달라고 하면 거기에 맞게 만들면 되는데 그걸 못 했어요. 차라리 안 만들고 말지. 돈을 벌려면 내가 가진 고집과 습성을 버려야 해요(웃음). 그래서 교육을 하고 있는 지금이 훨씬 좋아요.

이상억_ 저희가 취업 대신 가방사업에 뛰어든 것에 대해 주변에서는 걱정을 많이 합니다.

최진교_ 나는 지금 둘째 아들과 같이 일하고 있어요.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하려고 하는 걸 함께하자고 설득했지요. 앞길이 뻔한 직장 생활보다는 기술 관련 전문 직업을 갖는 것이 미래를 위해 훨씬 나은 선택입니다. 스스로의 길을 개척해나가다보면 직장인보다는 더 많은 기회를 잡을 수 있어요. 나는 적극 찬성입니다.

엄준태_ 용기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최진교 대표가 쓴 《핸드백 제작 기술의 이론과 실제》를 내밀며) 사인을 부탁드려도 될까요? 이 일을 시작하면서 참고가 될 만한 자료를 찾다가 이 책을 발견하고 열심히 읽었습니다. 가방 제작에 관해 자세히 설명한 유일한 책이라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최진교_ 이렇게 겉장이 너덜너덜해질 정도로 읽었다니, 참 뿌듯하네요. 창업 멤버가 모두 세 명이라고 했지요? 각자 한 권씩 볼 수 있게 두 권을 선물로 드릴게요. 이렇게 멘토링을 하게 된 것도 인연인데, 가방과 관련해 궁금한 게 있으면 언제든 연락하세요.
최진교 (61) 대표
44년간 가방 제작이라는 외길을 걸어온 장인으로, 직접 가방공장을 운영하기도 했다. 코치, 버버리, 토리버치 등 명품 브랜드의 OEM 생산을 비롯해 작년까지 해외 수출기업에서 품질관리 전문경영인으로 일했다. 은퇴 후인 지난해 6월에는 생산현장에서 섭렵한 가방 제작에 관한 모든 기술을 담은 《핸드백 제작 기술의 이론과 실제》라는 책을 펴냈고, 줌치핸드백제작기술연구소를 설립해 후학 양성에 매진하고 있다.

엄준태(인천대 경영학과 4)·이상억(국문학과 4)
서양화과에 다니는 유인태(서양화과 4)씨와 함께 미대생들이 그림을 그리고 버린 캔버스를 가방으로 변신시키는 ‘희망을 담는 가방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회사 이름인 마지(Mazi)란 그리스어로 ‘함께’라는 뜻. 함께 사회의 한구석을 밝히는 사업을 해보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저 그런 가방이 아닌, 정말 멋있고 품질 좋은 가방’을 만드는 게 꿈이다.
  • 2013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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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건의 글이 있습니다. 작성일순 | 찬성순 | 반대순
  김세진   ( 2015-04-08 ) 찬성 : 33 반대 : 37
핸드백 샘플을 전문으로 제작하는 김 세진 입니다.
 줌치 최 사장님과도 중국에서 업무로 자주 만났었지요.
 혹시 캐바스 원단을 몇장 구할수 있을까요???
 가능하다면 연락 바랍니다.
 김 세진 010-3821-7036
 상호는 JHT 이며 사무실은 부천 원종동에 있습니다.
 수고 하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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