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를 말해주마, 순정마초》 펴낸 박영진씨

남자들의 연애 심리, 궁금하세요?

글 : 이선주 TOPCLASS 기자  / 사진 : 김선아 

‘저 남자는 나에게 어떤 마음일까?’
상대방의 마음을 알지 못해 안절부절못하는 여자들. 그들을 위해 남자들의 속마음을 아낌없이 까발리며 ‘남자들의 배신자’를 자처하는 남자들이 있다. 인기 팟캐스트 〈남자를 말해주마, 순정마초〉를 진행하는 MC아이돌, 핫식스, 엠똘이다. 목소리만으로 진행하는 프로그램이라 예명 뒤에 자신의 신분이나 얼굴을 감추고 있던 세 남자 중 MC아이돌이 얼굴을 드러냈다. 《남자를 말해주마, 순정마초》(부엉이책방刊)라는 동명의 책을 펴내면서다. 팟캐스트는 청취자들의 흥미를 끌기 위해 조금 가볍고 자극적인 내용이 많다면, 책에서는 ‘누이동생을 염려하는 오빠’ 같은 마음이 읽혔다.
책 출간을 앞두고 만난 MC아이돌 박영진씨에게 “실제로 누이동생이 있는지?” 물었다.

“맞아요. 실제로 다섯 살 아래 여동생이 있는데, 못된 남자를 만나 마음고생을 심하게 했습니다. 제가 알았을 때는 이미 상황이 많이 어그러져 있어서 ‘일찍 조언할 수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라는 아쉬움이 컸지요. 여자들이 자신이 원하는 것만 얻고 떠나버리는 ‘나쁜 남자’들로부터 자신을 지키고 진짜 좋은 남자와 행복한 연애를 할 수 있도록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조언을 하고 싶었습니다.”

그는 “여자들은 먼저 드라마에서 만들어내는 환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조언하다. 연애를 시작도 못하는 ‘모태솔로’도, 자꾸 나쁜 남자를 만나 고생하는 여자도 이런 ‘환상’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모태솔로는 ‘운명적인 남자’가 나타나길 기다리는 경우가 많은데, ①이상형과 꼭 같은 사람이 나타나고 ②게다가 그 사람이 나에게 반하는 것은 드라마에서나 있는 일이고 현실에서는 확률이 제로에 가깝다.

“남자들에게 계속 실연을 당한다면서 운이 없다고 호소하는 여성의 경우 자신이 ‘나쁜 남자를 부르는 패턴’을 갖고 있지 않은지 돌아봐야 합니다. 의존적인 연애만 하고 있을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지요. 남자를 사귀기 시작하면 무슨 옷을 입을지, 무슨 구두를 신을지까지 그 남자에게 맞추려 하고, 혼자서는 주문도 잘 못하는 여자들이 있습니다.

이런 모습이 드라마에서는 여성적이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비칠지 몰라도, 실제로는 남자를 지치고 싫증나게 합니다. 남자들은 헌신적이기만 한 여자에 대해 고마움을 모르게 되고, 관심도 줄어들지요. 반대로 남성이 모든 것을 해주기 바라는 여성도 결과는 마찬가지입니다. 연애는 주체적인 사고를 가진 독립된 인격체끼리의 전인격적인 만남이어야 합니다.”


그는 좋은 남자를 만나기 위해서는 남자에 대한 접근법부터 완전히 바꿔야 한다고 충고한다. 드라마 속의 남성상이 아니라 “연인이자 동시에 친구가 될 만한 사람”을 찾으라는 것이다. 그런 남자는 자신의 생활반경에서 나타날 가능성이 높은데, 그때를 위해 “먼저 자신이 좋은 여자가 되도록 노력하라”는 충고다. 남자는 정말 예쁜 여자만 좋아할까? 저자는 “예쁜 여자는 매력 없다”고 말하는 남자도 많다면서 인기 많은 여자들의 특징은 “잘 웃는 것”이라고 말한다.

남자는 자신을 보고 웃어주는 여자를 보고 따라 웃으면서 즐거운 기억이 뇌에 각인되는데, 이 기억이 자꾸 쌓이다보면 그 여자를 좋아하게 된다는 것이다. 남자는 자신을 지지해주는 사람을 위해 목숨까지 바칠 수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는 어떻게 ‘연애 전문가’가 된 것일까? 연애경험이 많았기 때문일까? 저자는 “대학 이후 진지한 만남은 세 번 정도”라고 말한다. 대학에서 신학과 신문방송학을 복수전공한 그는 방송국 아나운서를 꿈꿨다. 공중파방송 입사시험에서 최종면접까지 올라갔다 틀어지기를 몇 번, 30대가 되면서 아나운서의 꿈을 포기하고 다른 일을 찾았다.

“그래도 방송에 대한 꿈을 포기할 수 없었나봐요. 2011년부터 팟캐스트가 인기를 끄는 것을 보면서 ‘누구든 방송을 만들 수 있는 시대가 열렸구나’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작년 이맘때 즉흥적으로 팟캐스트를 시작했습니다. 생각하는 방향이 비슷해 호흡이 잘 맞던 친구인 핫식스, 엠똘과 ‘우리도 한번 해볼까?’ 하며 의기투합해 반장난식으로 시작한 거죠. 이야기가 나온 바로 다음 주에 엠똘 집에서 녹음을 했으니까요. 1~2회 차 방송에서는 ‘인기가 없으면 그만두겠다’고 엄포를 놓았습니다. ‘연애’는 사람들이 가장 관심을 갖는 주제인데, ‘할 말 안 할 말 가리지 말고, 남자의 진짜 마음을 시원하게 까발려보자’고 했지요.”

그는 ‘MC아이돌’이란 예명으로 전체적인 진행을 맡고, 엠똘은 여자들이 꿈꾸는 완벽한 남성상인 순정마초, 핫식스는 야한 캐릭터를 자처했다. 야한 이야기도 서슴없이 하되, 절대 저급해선 안 된다는 게 이들의 철칙이었다. 반향은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했다.

1주일에 한 번, 30분에서 1시간 30분짜리 녹음을 업로드시켰는데, 그동안 다운로드는 4만여 회, 1500통에 달하는 연애상담 메일이 쏟아져 들어왔다. 팟캐스트로는 드물게 광고도 유치해 수익을 내고 있다.

“메일에 일일이 답변을 하고, 그중 몇몇 사연을 뽑아 방송에서 소개했습니다. 여성 청취자들이 보내오는 고민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게 ‘이 남자, 나를 정말 좋아하는 걸까요? 만나도 될까요?’라는 거예요. 메일을 보낼 때 상황을 최대한 자세하게 설명해달라 합니다. 그래야 남자 마음이 보이니까요. 그런데 남자가 별로 진지한 마음 없이 그저 일시적인 만족을 위해 접근하는 데도 자신을 좋아해서 그러는 걸로 합리화하려는 분이 많아요. 바람둥이가 분명한 데도 ‘내가 고쳐줄 수 있다’는 환상을 갖기도 하고요. 그건 드라마에서나 가능한 일이고. 저희는 ‘헤어지라’고 분명히 말하죠. 무작정 청취자의 편을 들어주거나 위로하기보다 ‘정신 똑바로 차리라’고 따끔하게 충고하는데, 이 때문에 더욱 인기를 얻는 것 같습니다. 어떤 남자를 피해야 하는지는 책에 자세히 설명해놓았습니다. ‘좋은 남자’를 어떻게 찾아내고, 어떻게 그의 마음을 얻어 고백을 받을지 구체적인 요령도 책에 써놓았습니다.”

그들에게 선물을 보내고 싶다는 청취자가 많아지면서 사서함을 만들었는데, 직접 만든 쿠키와 홍삼세트, 속옷까지 선물이 쏟아진다고 한다.


이 방송을 듣던 여성 청취자 중 세 명은 〈순정마초〉에 대한 여성 입장의 댓글만 모아서 방송하는 이른바 ‘오마주 방송’으로 팟캐스트 〈순정마녀〉를 만들기도 했다.

팟캐스트는 세 사람이 진행하는데, 책은 혼자 쓴 것에 대해 “다른 두 사람은 평범한 회사원이라 자신들이 드러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설명한다. 박영진씨는 자신에 대해 “어려서부터 여성성이 강했다”고 말했다.

“악수보다 포옹을 좋아하고, 감성도 여성적인 편입니다. 공감능력도 많다고 생각하고요. 그런데도 혈기가 뻗칠 때는 제 만족을 위해 여자들을 가볍게 만난 적도 있습니다. 세상에 대해 안하무인이던 시절도 있었는데, 어떤 사건을 계기로 제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스스로의 문제를 보게 되었고, 다른 사람들에 대해서도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깊이 이해할 수 있는 눈이 생긴 것 같습니다.”

이제는 자기만족을 위한 연애가 아니라 진정한 인간관계를 원한다는 그는 “어떤 여성의 경우 잘못된 연애가 일생의 상처가 되기도 하는데, 그런 위험을 피하면서 진정한 연애를 할 수 있게 도움을 주고 싶다”고 말한다. 너무 조심스러워 연애를 시작하지 못하는 여성에게 상담해줬는데, “잘 만나고 있다. 고맙다”는 메일을 받을 때 보람을 느낀다는 그. 그는 앞으로도 “공중파에서는 다루기 어렵지만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내용으로 팟캐스트를 만들고, 책도 쓰고 싶다”고 말한다.
  • 2013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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