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최초 ‘GE 에디슨 파이오니어 어워드’ 수상한 김호승

UI를 통한 인간과 기계의 소통을 연구합니다

글 : 최선희 TOPCLASS 기자  / 사진 : 김선아 

발명왕 에디슨이 설립한 기업 GE(General Electronics)에는 ‘GE 에디슨 파이오니어 어워드(GE Edison Pioneer Award)’라는 특별한 상이 있다. 혁신적인 제품 개발에 기여한 중간 경력(기술경력 10년 이상)의 엔지니어에게 수여하는 상으로 전 세계 GE 사업부를 대상으로 한다. 올해 3년째를 맞는 이 상의 수상자가 GE코리아에서 탄생했다. 가전사업부 김호승 부장이 그 주인공으로, 한국인 최초의 수상자라는 기록을 세웠다. 그는 또 올해 초 GE 가전사업부에서 비미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수석 엔지니어(Principal Engineer)’라는 타이틀도 얻었다. 수석 엔지니어란 GE 내 특정 분야에서 전문성을 인정받은 엔지니어에게 주어지는 영예로운 칭호다.

그동안 GE는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의 강점 중 하나로 ‘우수한 기술력과 인재’를 꼽았다. 김 부장의 수상은 한국 엔지니어의 기술과 역량을 입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가 맡은 업무는 UI(User Interface, 사용자 인터페이스) 소프트웨어 개발. UI란 사용자와 시스템 사이에서 상호 작용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도록 돕는 장치나 소프트웨어를 뜻한다. 휴대전화의 액정 화면이나 단추, 소프트웨어의 사용자가 조작하는 메뉴 등이 모두 UI에 속한다.

그는 자신의 업무를 “가전제품과 사람 사이의 의사소통을 연구하는 일”이라고 소개했다. 지난해 개발한 ‘양문형 냉장고 LCD 화면의 그래픽 UI’가 대표적인 사례다.


그는 냉장고 표면에 장착된 액정 화면에 애니메이션, 소리 등을 삽입했다. 가령 얼음 버튼을 작동시키면 얼음이 떨어지는 모습을 소리와 함께 애니메이션으로 보여주는 식이다. 냉장고 UI에 동영상이 삽입된 것은 세계 최초로 현재 미국시장에서 판매 중이다.

“기술도 새로웠지만 개발 과정도 기존과는 달랐어요. 보통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라면 그것을 구현하는 것은 디자이너의 몫이에요. 양쪽의 업무가 철저히 분리되어 있지요. 그런데 기술이 제대로 이해되지 않을 경우 개발자의 의도와 다르게 만들어질 수 있어요. 그래서 이번에는 제가 직접 디자인에 참여하고 싶다고 본사에 건의했어요. 포토샵이나 3D 맥스 같은 그래픽 프로그램 제작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디자인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알고 있었으니까요. 디자이너로서는 썩 유쾌한 일이 아니었겠지만 생소한 기술이다보니 그쪽에서도 전 과정을 맡아 진행할 사람이 없었어요. 결국 제가 미국으로 날아가 임원진을 설득했지요.”

본사에 도착한 그는 장시간의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신기술과 협업의 필요성에 대해 설명했다. 한국으로 돌아온 뒤에도 인터페이스 개발 과정을 매일매일 영상으로 촬영해 보냈다. 마침내 ‘한번 해보라’는 허락이 떨어졌다. 직원의 창의성을 존중하는 기업 문화 덕분에 개발을 시작한 후에는 전폭적인 지원을 받았다. 지난해 개발이 막바지에 이르렀을 때는 수시로 미국을 드나들며 6개월 이상을 미국에서 보냈다. 출장 당일부터 돌아오는 날까지, 퇴근시간도 주말도 없이 일했지만 기존에 없던 새로운 것을 만들어낸다는 즐거움에 힘든 시간을 이겨냈다고 한다.


UI는 젊은이들이 도전해볼 만한 유망한 분야

김호승 부장이 개발한 세계 최초의 동영상이 삽입된 냉장고 UI
홍익대 기계공학과 출신인 그는 어려서부터 무엇이든 만들기를 좋아했다. 기계공학과를 선택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그러나 전공 공부를 하던 중 소프트웨어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무엇보다 기계의 복잡한 요소들을 자동으로 분석해주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면 사람들이 그것을 이용해 편리하고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다는 데 끌렸다. 그는 그때부터 기계와 인간의 소통에 관심을 가졌다.

졸업 후에는 한창 성장가도를 달리던 게임회사에 입사해 그래픽 엔진과 효과음을 담당했다. 이후 대기업으로 자리를 옮겨 교육과 엔터테인먼트를 결합한 에듀테인먼트 소프트웨어를 만들었다. 자신이 일하던 팀이 독립함으로써 한때 벤처기업 CEO가 되기도 했다. 그는 ‘나이가 들수록 한국 사회에서 엔지니어로 성장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생각에 30대 후반에 ‘글로벌 기업 입사’라는 새로운 목표를 세웠다. 그리고는 다시 영어 공부를 시작했다. 틈날 때마다 영어책을 펴고, 온라인 강의를 듣고, 미국 드라마를 시청하며 실력을 쌓았다. 열심히 노력한 끝에 외국계 모바일 UI 전문업체로 자리를 옮겼다. UI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된 계기다. 2011년에 그는 GE코리아에 입사했다.

게임 소프트웨어에서 시작해 에듀테인먼트 소프트웨어, 최근 각광받고 있는 UI에 이르기까지 그는 창의성이 필요한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그 시대의 가장 앞선 자리에 있었다. 비결을 묻자 그는 “사람에 대한 관심”이라고 답했다.


“저는 개발을 할 때 ‘이걸 어떻게 하면 잘 만들까’가 아니라 사용할 사람을 먼저 생각해요. 쓰임새에 맞추어 가장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는 거죠. 그러다보면 새로운 기술에 대한 아이디어가 떠올라요. 자신의 업무와 전혀 다른 분야를 자주 접하는 것도 창의성을 계발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제 경우는 음악과 미술이 그런 역할을 해요. 중학교 때부터 밴드 활동을 했고, 지금도 직장인 밴드를 하고 있어요. 그림을 보러 전시회도 자주 갑니다. 혁신적인 UI 기술은 단순히 개발자의 머리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세상에 대한 다양한 관심과 소통에서 탄생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는 “UI는 매우 유망한 분야”라며 “많은 젊은이들이 도전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UI 산업의 발전 가능성을 낙관하는 그는 “IT 강국인 한국의 인프라를 충분히 활용하면 세계적인 기술력이 탄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예전에는 사람이 일방적으로 기계를 조종해야 했지만 미래에는 기계가 스스로 움직이고 사람에게 조언을 하는 시대가 올 겁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그날의 날씨를 미리 확인해서 ‘오늘은 비가 올 것 같으니 우산을 챙기라’고 알려주는 식으로요. 가전이나 의료 등 응용할 수 있는 분야도 넓어요. 우리나라 엔지니어들은 외국 사람보다 꼼꼼하고 세밀해 UI 개발에 잘 맞아요. 아직은 미개척 분야이기 때문에 도전할 가치가 충분히 있습니다.”
  • 2013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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