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청년위원회 위원 된 ‘청년장사꾼’ 김윤규 대표

즐겁고 재미있게 장사하면서 미래를 만들어가는 모델 보여주고 싶었어요

글 : 시정민 TOPCLASS 기자  / 사진 : 김선아 

청년장사꾼의 2호점 ‘열정감자’, 3호점 ‘열정꼬치’의 멤버들과 함께.
서울 종로구 내자동 금천교시장 입구에 들어서자 “어서 오세요! 열정감자입니다”라고 우렁차게 외치는 소리가 들리며 시장 골목이 들썩였다. 가게 안에는 ‘크게 될 놈, 뭘 해도 될 놈’이라고 적힌 티셔츠를 입은 청년들이 이리저리 바쁘게 움직이며, 연신 감자를 튀겨낸다. 골목 안으로 더 들어가자 이번엔 ‘열정꼬치’란 가게 앞에서 청년들이 꼬치구이 준비로 한창이다. 이 두 곳 외에도 이태원의 카페, 마포에 감자튀김 가게를 연 청년장사꾼 대표 김윤규씨를 만났다.

“취업이 안 돼서 창업을 생각하는 20대가 많잖아요. 저는 장사가 좋아서, 장사로 성공하고 싶어서 창업을 결심했어요.”

김 대표는 홍익대 전기전자공학과 4학년을 휴학 중인 스물일곱 살 청년이다. 군복무 시절 전역을 앞두고 책 《총각네 야채가게》를 읽은 것이 계기였다.

“전역하자마자 총각네 야채가게에 입사해 장사의 기본을 배웠어요. 장사를 잘하는 사람은 많지만 ‘재미있고 특별하게’ 장사를 해보고 싶었습니다. 바나나 하나를 팔더라도 재미있게 팔고 싶었죠. 주부 고객이 오시면 몇 동 몇 호에 사는지 속속들이 파악해 ‘친정으로 보내드릴까요?’ ‘시댁으로 보내드릴까요?’ ‘향수 바꾸셨네요?’ 하며 친구처럼 대했지요.”


오전 6시에 하루 일과를 시작해 오후 6시가 되면 안 팔린 물건을 트럭에 싣고 나가 팔았다.

“다 팔아야 퇴근할 수 있었어요. 밤 10~11시에 끝나기도 했죠.”

1년 6개월을 이렇게 일하면서 그는 장사가 뭔지 조금씩 감을 잡아나갔다.

“소비자들이 내는 돈보다 더 많은 걸 주고 싶었어요. 물건의 이윤은 제가 조정할 수 없지만, 유머 섞인 말로 웃음을 주고 고객 한 명 한 명을 기억해 같은 값이라도 기분 좋게 사 갈 수 있도록 했지요. 매일매일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새로운 상황에 부딪치는 다이내믹함이 좋았습니다.”

‘총각네 야채가게’를 나온 그는 알음알음으로 뜻을 같이해 모인 5명의 청년들과 ‘장사에 놀이와 문화를 접목해보자’는 취지로 2012년 1월 ‘청년장사꾼’을 만들었다.

“멤버 중에 인도여행에서 만난, 문화기획 일을 하는 형이 있는데, 그 형이 장사를 베이스로 하되 문화를 접목해보자는 아이디어를 냈어요.”


이들은 청년들 특유의 에너지로 상인들과 함께 축제를 벌이거나 손님과 함께하는 이벤트를 마련하는 등 지역문화를 활성화해나가겠다는 각오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김 대표는 원룸 전세금 5000만원을 빼서 지난해 8월 이태원 이슬람사원 부근에 ‘사원앞카페벗’이라는 카페를 열었다. 이제 메뉴를 스스로 결정해야 했다.

“다들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처음에는 가장 쉽고 빠르게 배울 수 있는 커피를 선택했습니다. 멤버 중 바리스타 경험이 있는 친구가 있어 큰 힘이 됐죠.”

‘사원앞카페벗’은 점차 청년장사꾼 멤버를 포함해 지역 주민들이 모여 지역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네트워킹 공간으로 자리 잡아갔다. 가게 근처에 작업실을 가진 아티스트들과 접촉해 카페를 그들의 사랑방으로 만들어 단골을 확보했고, 그들과 마을 문화 프로젝트를 기획하면서 카페에서 매주 회의를 진행했다. 그 성과물로 지난 연말 마을신문을 내고, 한 달에 한 번 벼룩시장을 열게 되었다.

“처음에는 동네 사람들이 ‘신기하다’ 할 정도의 반응이었는데, 4회부턴 다문화가정 아이들까지 물건을 들고 나와 팔더라고요. 네잎클로버를 가지고 온 아이가 ‘1000원’이라며 파는데 살 수밖에 없었어요(웃음). 점점 마을주민들과 융화되어가는 것이 즐겁습니다.”

청년장사꾼 멤버들은 지난 3월, 50여 명의 대학생들과 함께 잡지 〈더 빅이슈〉의 판매와 홍보를 위한 봉사활동을 기획했다.
이들은 다시 새로운 장소와 아이템을 물색, 뉴욕의 감자튀김 맛집인 ‘폼프리츠’를 벤치마킹해 지난해 10월 금천교시장에 ‘열정감자’를 열었다. 평일엔 직장인과 인근 중고등학교 학생, 주말에는 등산객도 만만치 않게 들른다. 결과는? 예상대로 대박이었다.

“젊은 친구들이 모여서 열심히 한다는 것 자체를 좋게 봐주셨어요. 돈만 버는 게 아니라 고용도 창출하고, 지역사회 전체가 잘 먹고 잘 살자는 게 저희의 모토입니다. 겨울에 눈이 오면 새벽 4시에 일어나 눈을 치우고, 난로를 쓰는 가게의 연통을 갈아드리기도 합니다.”

지난 2월에는 ‘열정감자’ 바로 아래에 ‘열정꼬치’도 문을 열었다. 하루 100~200개씩 꼬치구이를 만들면서 개발한 메뉴다. 8월엔 마포역 주변에 열정감자 4호점을 열었고, 그동안 청년장사꾼은 9명으로 늘었다. 이들은 1호점 카페 오픈 이후 합숙생활을 해오고 있다. 팀워크를 위해서다.

“합숙을 하면 친해지는 것은 물론, 따로 교육할 필요가 없어요. 손님 대하는 방법 등을 배울 수 있고, 언제나 아이디어 회의를 할 수 있다는 점도 큰 장점입니다.”

청년장사꾼 김윤규 대표.
이들은 ‘청년창업의 다양한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평을 들으며 대통령 소속 청년위원회 위원이 됐다. 이들은 처음에 제안을 받고는 고사했다고 한다.

“남들보다 앞서 나가기 위해 열심히 스펙을 쌓은 적도 있어요. 그런데 그것이 내 삶에 아무 소용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그 후 ‘내가 지금 가진 게 하나도 없구나. 가진 게 없으면 잃을 것도 없는데, 그럼 한번 해보는 게 어떨까’ 해서 ‘청년장사꾼’을 시작했어요.”

장사가 궤도에 오른 지금, 김 대표는 20대를 대상으로 체계적인 창업 교육을 할 계획이다.

“기업에 인턴 과정이 있듯 창업 전에도 실습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젊은 사람들은 패기나 도전의식은 넘치지만 경험이 없잖아요. 이런 부분이 실습을 통해 보완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장사를 하면서 교육도 받을 수 있는 창업전문 매장을 만들어 창업에 관심 있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열혈 청년 장사꾼이지만 김 대표가 꿈꾸는 미래는 장사가 전부는 아니다.

“강연을 하는 것이 마지막 꿈입니다. 컨설팅, 마케팅도 좋고요. 단순히 돈만 버는 게 아니라 청년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진입장벽을 낮추는 역할을 하고 싶어요. 사람과 사람을 잇는 커넥터가 되고 싶습니다.”
  • 2013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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