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버스, 비빔밥유랑단

글 : 시정민 TOPCLASS 기자  / 사진 : 김선아 

사진제공 : 김치버스, 비빔밥유랑단
청년들이 한식 세계화를 위해 소매를 걷어붙이고 나섰다. 한국 음식이 세계 각국으로 퍼져나가는 상상은 즐거운 일이다.

일본의 초밥이 세계무대를 누비듯 우리의 김치와 비빔밥도 세계음식이 될 수 있을까?

세계 일주를 하면서 김치와 비빔밥을 외국인들에게 선보이고 한식 세계화를 위해 힘찬 도전을 하고 있는 청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김치버스

세계 각국 돌며 현지 음식과 김치를 접목, 김치의 세계화를 실험합니다

왼쪽부터 조석범·김승민·류시형
경희대 조리학과 선후배 사이인 남자 요리사 3명은 캠핑카를 타고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를 시작으로 중동과 유럽을 거쳐 미국 로스앤젤레스까지 30여 개국을 돌며 김치를 홍보했다. 이들이 캠핑카에 붙인 이름은 ‘김치버스’. 이들은 2011년 10월부터 400일간 5만km 이상을 달렸다.

“김치가 한국을 대표하는 음식인데 김치를 아예 모르거나 ‘맵다’고만 아는 외국인이 많습니다. 김치 하나만으로도 훌륭한 요리지만, 김치타코, 김치케밥, 김치파에야(스페인식 볶음밥) 등 김치를 현지 음식에 넣어 얼마든지 맞춤형 메뉴를 개발할 수 있거든요. 세계 각국 사람들이 부담 없이 김치를 접하면서 김치 맛에 친숙해질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었습니다.”(류시형)

‘김치버스’가 탄생한 데에는 류씨의 여행체험이 밑거름이 됐다. 류씨는 2006년 7월부터 219일간, 편도 항공권과 26유로만 들고 26개국을 돌았다.

“무전여행을 하는 동안 길에서 많은 친구들을 만나고, 그 친구들 집에서 잠을 자기도 했습니다. 그때마다 외국 친구들에게 한국문화와 요리를 소개했지요. 그런데 대부분 한국 요리에 대해 잘 모르고 있어 아쉬웠습니다.”


그때 그는 ‘김치버스’ 투어를 생각하게 됐다 한다. 우리의 김치를 그들의 음식에 버무리면 좋겠다고 말이다.

“그들의 음식에 김치를 넣으면 어떨까? 그들의 반응이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김치가 들어가면 전혀 다른 풍미의 새로운 음식이 되는데, 이를 통해 자연스레 김치를 알릴 수 있겠다는 생각도 하게 됐지요.”

여행에서 돌아온 그는 ‘김치버스’ 제안서를 만들었다. 수없이 퇴짜를 맞았지만 그의 열정은 마침내 통했다. 현대자동차와 경희대, 세계김치문화축제위원회, 김치 브랜드 감칠배기 등으로부터 후원을 받은 것이다. 25인승 중형 캠핑카의 의자를 뜯어내고 주방시설을 설치해 즉석에서 김치 요리를 선보일 수 있도록 ‘김치버스’를 제작했다. 김치는 그때그때 ‘감칠배기’에서 공급받기로 했다.

“원래는 현지에서 배추를 구해 직접 김치를 담그려고 했지만, 잘 익은 김치 맛을 보여줄 수 없어 한 달에 한 번 30~40㎏ 분량의 김치를 국내에서 직접 공수받았습니다.”(조석범)


그들은 가는 곳마다 그 나라에서 가장 많이 먹는 음식에 김치를 접목시켰다. 이탈리아에서는 즉석에서 김치피자를 만들었고, 미국에선 김치핫도그와 김치햄버거를 만드는 식이었다.

“브리토(토르티아에 콩과 고기 등을 넣은 멕시코 음식)도 자주 만들었어요. 고기와 김치를 함께 볶아 토핑으로 쓰거나 김치소스를 만들어 다양하게 활용했습니다.”(류시형)

“스페인 남부 쪽은 매운 걸 잘 못 먹더군요. 그래서 묵은지를 활용했습니다. 묵은지를 참기름, 설탕, 깨를 넣어 볶은 다음 국수에 올려주고, 묵은지전을 만들기도 했지요.”(김승민)

“매번 반응이 좋았습니다. 파리에서는 어떤 꼬마아이가 김치버스 앞을 떠나지 않고 김치 카나페를 10개나 먹어 아이 엄마가 미안해했어요. 결국 레시피를 알려달라고 해서 알려준 적도 있어요.”(조석범)


이들은 새로운 김치 요리를 선보이면서 발효음식인 김치의 효능에 대한 설명도 빼놓지 않았다.

“영어권 이외의 지역에서는 김치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기가 어려웠어요. 특히 러시아가 가장 힘들었지요. 그때는 김치 맛 자체를 보여줬어요. ‘이게 김치라는 거구나’ 하는 것만 알아도 좋다고 생각했거든요.”(김승민)

그는 직접 김치 담그는 과정을 보여주기도 했다.

“서구에선 김치찌개, 김치전, 김치볶음밥 등 우리나라에서 흔히 해먹는 김치 요리를 잘 알지 못해요. 김치를 재료로 다양한 요리를 만들어 먹을 수 있다는 것을 알리는 게 조리학과 학생으로서 미션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각 나라의 입맛에 맞게, 그들이 일상적으로 먹는 음식에 김치를 활용하면 새롭고 특별한 별미음식으로 태어난다는 것을 알려주는 겁니다. 이것이야말로 ‘한식 세계화’의 지름길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류시형)

이들은 기업체 구내식당, 유명 레스토랑을 방문해 김치 요리를 선보이는가 하면, 지역 음식축제에 참가하기도 하면서 적극적으로 김치를 알렸다. 김치버스가 알려지면서 SNS를 통해 초청을 받는 일도 많아졌다. 하지만 이들이 처음 ‘김치버스’ 프로젝트를 하겠다고 했을 때 그들을 믿어주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모두 안 될 거라고 했죠. 기획은 좋지만 선례가 없다고요. 저희가 유명한 것도 아니고, 영어를 유창하게 하는 것도 아니고, 운행할 차에 대한 지식도 별로 없었으니까요. 그러나 해보지 않고는 모르잖아요. 저는 제 선택이 틀렸다는 생각을 별로 안 합니다. 고집이 세죠. 선택이 맞았다는 것을 증명하려면 그만큼 노력하면 되는 것 아닙니까? 세계 무전여행도 그랬으니까요.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열정적으로 도전하다 보면 ‘희망’이 생긴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김치버스’를 통해 직접 세계인과 부딪쳐보니 한식 세계화라는 게 정해진 방법이 있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앞으로도 한식 세계화를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해보고 싶습니다.”(류시형)


그들은 ‘김치버스2기’ 프로젝트 준비로 한창이다. 8월부터 ‘우리 김치에 대한 이해와 세계화’라는 주제로 서울・대전・대구・부산・제주도 등 전국 50개 도시를 순회하며, 9월에는 광주세계김치문화축제에 참가할 예정이다. 국내 일정이 끝나면 오사카를 시작으로 일본 10대 도시를 순회할 계획이다.

“2014년 브라질에서 열리는 월드컵을 겨냥해 ‘김치버스 3기’는 남미로 떠날 계획입니다. 콘셉트는 ‘칠리로드’. 고추의 발자취입니다. 우리나라의 고춧가루, 그들은 고추를 이용해 어떤 요리를 만드는지를 다룬 칠리로드를 계획하고 있어요. 앞으로도 김치를 비롯해 한국의 음식문화로 세계인과 교감하며 김치와 한식의 현지화, 세계화에 보탬이 되고 싶습니다.”(류시형)



비빔밥유랑단

영양 균형이 잘 맞는 건강한 음식으로 비빔밥을 세계에 알립니다

‘비빔밥’을 알리기 위해 직장과 학업을 중단하고 세계로 떠난 청년들이 있다. ‘비빔밥유랑단’이라는 이름으로 뭉친 강상균· 이상미·김승민·김동휘·강민지·이수인씨가 바로 그 주인공들이다. 비빔밥유랑단은 2011년 만들어진 프로젝트 팀으로, 2011년부터 2013년까지 총 세 차례의 유랑을 통해 3만 명 이상의 외국인에게 비빔밥을 선보였다.

왼쪽부터 김동휘·이상미·강상균·이수인·강민지
‘비빔밥유랑단 프로젝트’는 어떻게 시작된 것일까? 비빔밥유랑단의 팀장 강상균씨는 대기업에서 근무하던 3년차 직장인이었다.

“더 늦기 전에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일에 도전하고 싶었어요. 글로벌 시대에 맞춰 세상을 보는 관점을 키우고 싶었고, 더불어 우리나라를 세계에 알리고 싶었습니다.”

그가 우리나라를 어떻게 알릴 것인가, 고민하다 생각해낸 것은 ‘음식을 통한 소통’이었다. “식문화인 음식을 통해 우리나라의 다양한 문화를 함께 알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메뉴로 비빔밥을 선택한 데에도 이유가 있다. 웰빙 트렌드에 잘 맞을 뿐 아니라, 다양한 재료를 한 그릇에 담아낼 수 있어 어디서나 간편히 즐길 수 있다는 점이 큰 매력으로 다가왔다. 강상균씨는 직장동료와 친구들 5명과 함께 자비를 털어 2011년 4월부터 9개월간 중국을 시작으로 태국・인도・스페인・프랑스・독일・브라질・아르헨티나 등 15개국을 돌았다. 1회에 비빔밥을 100그릇씩, 100회를 진행해 총 1만 그릇의 비빔밥을 세계인들에게 맛보이는 ‘비빔밥 테이블’ 프로젝트였다.

“만리장성・에펠탑 등 주요 명소에서 관광객을 대상으로 비빔밥을 소개하고, 영화배우와 정치인 등을 방문해 프레젠테이션과 시식회를 열기도 했습니다. 비빔밥을 아는 사람은 드물었지만 나물과 채소가 알록달록한 비빔밥을 시식한 사람들은 맛도 좋고 건강한 음식이라고 칭찬했습니다.”


2012년 2기는 ‘비빔밥유랑단 세계 명문대를 가다’라는 테마로 진행했다. 5명의 청년을 모집해 6개월간 미국과 영국의 명문대인 하버드, 스탠퍼드, 버클리, UCLA, 옥스퍼드, 케임브리지대학을 방문해 비빔밥을 알렸다. 1기 때 1만 명의 외국인에게 비빔밥을 선보인 결과 20~30대가 선호했기 때문이다.

“새로운 문화의 수용력을 따져볼 때 이들에게 홍보하는 것이 효과적이겠다고 판단해 타깃층을 대학생으로 정했습니다. 미국 대학생들이 비빔밥을 먹고는 ‘맛도 좋고, 샐러드처럼 건강하면서 공복감도 해결해줘 매일 먹고 싶을 정도로 훌륭하다’고 평가했을 때는 감동이 밀려왔습니다.”

2기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자연스레 학생들과 네트워크가 생겼다. 3기는 ‘미래를 이끌어갈 오피니언 리더’로 목표를 세분화했다. 지인들의 추천으로 결성된 6명의 비빔밥유랑단 3기는 올해 4월부터 5개월간 미국의 10대 MBA경영대학원 학생들과 실리콘밸리의 기업, 파워 블로거 등에게 비빔밥을 알리고 돌아왔다.

주로 점심시간에 행사를 진행했는데, 6명의 멤버가 야채 데치기, 썰기, 지단 부치기 등 역할을 나눠 테이블 세팅부터 음식 마무리까지 비빔밥 100인분을 2시간 이내에 해냈다. 맛도 점점 진화했다. 처음엔 나물 위주였던 게 불고기, 갈비, 치킨, 두부 등 다양한 토핑을 얹고, 양상추를 생채로 샐러드처럼 넣는가 하면, 밥의 종류도 현미, 잡곡으로 다양화했다. 시식의 개념에서 한 끼 식사로 바꿔 파전과 만두, 잡채를 애피타이저로, 호떡을 후식으로 함께 선보이기도 했다.


세계 각국을 다니다 보니 재미난 에피소드도 넘쳐났다.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와 프랑스 파리에서는 비빔밥을 맛보려는 사람들로 장사진을 이뤘는데, 비빔밥 재료가 동나는 바람에 멤버들이 끼니를 거르기도 했다. 반면 인도에서는 종교적인 이유로 비빔밥에 들어가는 달걀과 고기를 거부하는 사람도 있어 진행에 애를 먹었다.

“올여름 샌프란시스코에 있을 때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LA 다저스의 경기가 있던 날이었어요. 류현진 선수의 지인으로부터 류현진 선수가 경기 전에 한식을 먹고 싶어 한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숙소까지 찾아가 류현진 선수와 함께 비빔밥을 먹었죠. 류현진 선수가 그날 7승을 달성했는데 왠지 비빔밥이 힘이 된 것 같아 기뻤습니다.”(강민지)

“뉴욕 공립학교인 퀸즈 자메이카의 MS8중학교에서는 학생들이 비빔밥을 남기지 않고 맛있게 먹는 모습이 보기 좋았어요. 나중에 알고 보니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채소를 먹이기 위해 많은 시도를 했더군요. 학교에서는 급식 메뉴로 채택하는 걸 고려해보겠다고 해서 뿌듯했습니다.”(김동휘)

이들은 비빔밥 행사를 진행할 때마다 비빔밥에 대한 소개와 함께 영양이 골고루 든 균형 잡힌 식사라는 점을 강조했다. 발표를 담당했던 이수인씨는 “처음엔 MBA스쿨 학생들 앞에서 발표하려니까 떨리고 힘들었어요. 잘 안 듣는 학생들도 있었고요. 제 발표를 열심히 들은 학생은 비빔밥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와 뿌듯했지요. 마지막 발표 땐 박수갈채를 받았는데 정말 기뻤습니다”라고 말했다.

이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가장 큰 문제는 비용이었다.

“필요한 비용을 다 후원받으려고 했다면 출발도 못했을 거예요. 꼭 하고 싶은 일이었기에 아끼고 아껴가며 진행했죠.”


이런 열정이 통했던 걸까. 들르는 곳마다 도와주는 분들을 만날 수 있었고, 2기부터는 CJ제일제당의 후원으로 경비와 식재료 등을 지원받을 수 있었다. 전 세계를 돌며 한국음식을 알린 이들이 현장에서 느낀 것은 무엇일까.

“많은 사람이 건강을 위해 샐러드 같은 음식을 찾지만, 채식 위주의 식단은 먹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배고프잖아요. 그러나 비빔밥은 샐러드 같으면서도 포만감도 느낄 수 있어 많은 사람이 좋아했습니다.”(이상미)

“음식 자체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지만, 이것을 실현하기 위한 인프라는 구축돼 있지 않다는 게 문제예요. 행사를 진행하면서 제일 많이 받은 질문이 ‘어디 가야 이 음식을 다시 먹을 수 있느냐?’였어요. 한식을 즐길 수 있는 곳이 많지 않다는 사실이 안타까웠어요.”(강민지)

강상균 팀장은 “세 차례의 유랑을 통해 모두 3만 명 이상의 외국인이 비빔밥을 맛보았습니다. 비빔밥도 제대로 못 만들면서 겁 없이 시작했는데, 3기까지 이어올 수 있어 기쁩니다. 좋은 음식은 함께 나누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한식세계화 전략화 보고서’를 만들고 있는데, 이 보고서를 바탕으로 미국에 코리안 다이닝 그룹이라는 레스토랑을 만들 계획입니다. 한식이 세계인에게 잘 전달될 수 있도록 알려나가고 싶습니다”라고 말했다.
  • 2013년 0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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