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kToMeInKorean’ 운영하는 선현우 ‘지나인’ 대표

8개 국어 하는 이 남자, 세계인의 한국어 선생님 되다

글 : 이선주 TOPCLASS 기자  / 사진 : 김선아 

외국에서 공부한 적이 없을 뿐 아니라 외국어학원에 다니지도 않고 영어를 원어민처럼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을까? 그 가능성을 증명한 사람이 있다. EBS 라디오에서 매일 아침 〈귀가 트이는 영어〉를 진행하고 있는 선현우씨. 온라인 영어학습 사이트인 ‘TalkToMeInEnglish’도 운영하고 있는 그가 본격적으로 영어공부를 시작한 것은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였다. 초등학교에 가기 전부터 영어공부를 시작하는 요즘의 조기영어 열풍과는 거리가 멀다. 그런데 그는 영어만 잘하는 게 아니다. 프랑스어・일본어도 편하게 구사하고, 스페인어・중국어도 그 나라에서 생활하는 데 불편함이 없을 정도다. 이탈리아어・인도네시아어도 읽고 쓰고 할 수 있는데, 계속 공부 중이다. 모국어인 한국어까지 도합 8개 국어를 하는 셈이다.

그런데 요즘 그는 외국어를 잘해서뿐 아니라 세계인의 한국어 선생님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TalkToMeInKorean’ 사이트를 통해 세계 190개국 사람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그는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에게 연예인만큼이나 유명 인사다. 홍대 앞, 이태원, 강남 등 외국인들이 자주 찾는 곳을 다니다 보면 그의 얼굴을 알아보고 인사를 건네는 외국인이 많다. ‘외국여행을 다녀오는 길에 마닐라공항에서 환승한다’고 페이스북에 올렸더니 필리핀인 50명이 그를 만나기 위해 공항에서 기다리고 있을 정도였다 한다. 2008년 개설한 ‘TalkToMeInKorean’을 찾은 방문자는 이제까지 170만 명. 매달 순방문자만 40만~50만 명에 이른다.

“매일 2시간씩 꼬박꼬박 우리 사이트를 통해 한국어 공부를 하는 분도 많아요. 한국어를 가르쳐주는 동영상을 통해 저나 저희 직원들을 자주 접하다 보니 친근감을 느끼게 되는 것 같아요.”

한국을 방문했을 때 서울 망원동에 있는 그의 사무실을 일부러 찾아오는 외국인도 많다. 그와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에도 한 미국인이 사무실을 방문했다. 온라인으로 보던 ‘선생님들’을 직접 만난 기쁨에 어쩔 줄 몰라 하던 그는 “감사합니다” “여러분 사랑해요”라고 한국어로 인사를 하고 떠났다. 사무실 벽 한켠에는 이렇게 찾아온 외국인들을 폴라로이드 카메라로 촬영한 사진들이 붙어 있는데, 미국・유럽・중국・일본・동남아 등 다국적이다. 그는 어떻게 전 세계 사람들과 친구가 되었을까? 이야기는 그의 고등학생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중3 때 과학 관련 책을 읽다 흥미를 느껴 과학고 입학시험을 쳤는데 떨어졌어요. 시험과목이 수학・과학・영어였는데, 제 생각에 영어 성적이 낮아 떨어진 것 같았어요. 영어공부를 해야겠다고 생각하던 차에 고등학교에 입학하니 원어민 선생님이 계신 거예요. 그 선생님에게 몇 마디라도 해보려고 영어공부를 정말 열심히 했죠.”

한국여행 중 ‘선생님’을 만나러 찾아온 미국인 학생과.
그 선생님과 1주일에 한 번 정도 마주칠 수 있었는데, ‘마주칠 때마다 한마디라도 하자’고 목표를 세웠다. 대신 ‘절대 똑같은 말은 하지 않는다’는 원칙이었다. 그 선생님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하루에 7시간씩 영어공부를 하면서 말을 만들어보았다. 마침 고등학교 1학년 때인 1996년은 우리나라에 PC통신이 처음 활성화되던 때라서 영어채팅방을 실습장으로 활용할 수 있었다. 국제펜팔사무소에서 얻은 주소로 미국의 고등학생과 편지를 주고받기도 했다. 고3이 되자 원어민 선생님이 편하게 말하고 싶을 때 찾는 친구 같은 존재가 되었고, 전국중고등학교 영어경시대회에서 대상을 받았다. 대학은 그러나 고려대 불문학과로 진학했다. 언어의 폭을 더 넓혀 보고 싶어서였다. 그는 외국어를 배울 때 “표현이 틀릴까 겁내지 말고 스스로 말을 만들어보라”고 권한다. 교재를 보고 외우는 식이 아닌, 이렇게 능동적으로 공부하는 게 훨씬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여러 나라 말을 배우는 과정에서 확인했기 때문이다. ‘TalkToMeInKorean’ ‘TalkToMeInEnglish’ 모두 이렇게 유도하면서, 첨삭서비스를 통해 교정을 받게 한다. ‘TalkToMeInKorean’은 외국인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시작됐다.

“대학 때부터는 교포나 외국인 친구가 늘었는데, 그들이 한국에 대해 궁금해하는 게 거의 비슷했어요. 왜 한국인은 ‘나이가 몇이냐?’ ‘결혼은 언제 할 거냐?’ 같은 개인적인 질문을 거침없이 하느냐 등이었죠. 같은 질문에 한 사람 한 사람 대답해주다 보니 지치기도 하고, 한꺼번에 대답해주기 위해 블로그를 만들어서 그들이 궁금해할 만한 것을 올렸습니다. 하숙집 구하기나 짜장면 주문법 같은 실용적인 정보도 같이 올렸죠. 그런데 글은 잘 읽으려 하지 않더라고요. 2008년부터 동영상으로 촬영해서 팟캐스트에 올렸습니다. 저 혼자 하긴 어렵겠다는 생각에 ‘지구’라는 의미의 ‘지나인(지9)’이란 회사까지 만들었지요. 동영상 파일을 마음대로 퍼갈 수 있도록 무료 배포했더니 개인 블로그 등을 통해 세계로 퍼져 나가더라고요. 유료 첨삭서비스도 하고 한국어 교재도 판매하는데, 저희 사이트를 찾는 사람 중 10%만 구매로 이어져도 회사 운영에 어려움이 없어요. 한국어를 배우는 사람들은 결국 한국에 오고 싶어 하기 때문에 여행 프로그램이나 온라인 쇼핑몰과 연계한 사업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싸이나 아이돌 스타, 한국 드라마의 인기 때문에 한국어 교육 사이트를 찾는 사람이 더 많아진 게 아닐까?

“저희 사이트 이용자는 큰 기복 없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요. K팝의 영향도 있지만, 외국에서 공부하는 한국학생들의 영향력도 큰 것 같아요. 중국학생들은 자기들끼리 몰려다니고, 일본학생들은 있는지 없는지 모르게 지내는데, 한국학생들은 외국친구들에게 소주나 라면을 먹이고 ‘오빠라고 부르라’고 하는 등 꼭 한국문화를 전파하고 옵니다. 한국인 친구 때문에 한국어나 한국문화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는 사람이 많아요.”

사무실을 찾는 외국인 학생들의 모습을 폴라로이드로 촬영해 벽에 붙여 놓았다.
그는 비보잉 동영상으로 유튜브 스타가 됐다. 오른쪽 끝은 함께 한복을 입은 채 걷는 ‘한복 마치’ 행사때 아내와 함께. 아내도 블로그를 통해 만났다.
‘TalkToMeInKorean’은 ‘귀요미송’ 등 그때그때의 화제나 외국인들의 관심사를 반영해 교육 동영상을 만든다. 하루에 수백 통씩 이메일이나 편지, 카드 등을 받는데, “한국어를 재미있게 배우고 있다”며 고마워하는 내용과 함께 “한국드라마에 대박이란 말이 나오던데, 무슨 뜻이냐?” 같은 질문도 많아 콘텐츠 구성에 이를 반영한다. 그는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다양한 언어로 대화하는 ‘랭귀지캐스트’를 만들었는데, 이 모임은 전국 각지뿐 아니라 세계 전역으로 퍼지고 있다. 2005년 처음 외국에 나간 그는 영어를 모르는 사람들과도 자유롭게 이야기하고 싶은 마음에 의사소통이 가능한 외국어를 계속 늘리고 있는데, 이 모임에서는 외국에 나가지 않아도 다양한 언어와 접촉할 수 있다. 그는 전 세계 네티즌들이 올리는 동영상을 공유하는 웹사이트인 유튜브에서도 스타다. 대학시절부터 익힌 비보잉 동영상을 올린 게 계기가 되었다.

“20대 중반이던 2007년, ‘30~40대가 되어도 내가 이런 동작들을 할 수 있을까?’라는 아쉬움에 제가 비보잉하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남겨놓고 싶었습니다. 나 혼자 볼 생각이었지만, 컴퓨터에 보관하다 지워질까 봐 유튜브에 올렸습니다. 그런데 뜻밖에도 ‘잘한다’는 댓글이 줄줄이 달리는 거예요. 내가 올리는 동영상을 앞으로도 보겠다며 ‘구독’ 버튼을 누른 사람도 많고요. 나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동영상을 계속 올렸죠.”

비보잉뿐 아니라 스카이다이빙 등 그의 ‘쿨한’ 도전과 일상들이 계속 올라갔고, 현재 전 세계에서 3만3000여 명이 구독하고 있다. 그의 유튜브를 본 사람은 50만 명에 이르는데, 이를 통해서도 한국의 일상적인 모습이 전파되고 있다. 그는 웹사이트, 블로그, 유튜브, 페이스북, 트위터에 사진공유 사이트인 플리커까지 갖가지 온라인, SNS 매체를 모두 활용하고 있다. 이를 통해 세계인과 소통하면서 세계인이 한국과 조금 더 가까워지도록 하고 있다.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아 아침마다 ‘조금 더 일찍 일어날걸’ 아쉬워한다”는 그. 온라인과 SNS를 통해 하나가 되는 세계의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그를 통해 볼 수 있었다.
  • 2013년 0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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