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버킷리스트 릴레이]
이혜성 한국상담대학원대학교 총장

‘어디에나 있으나 아무 데에도 없는 그’를 위해서

글 : 이혜성 한국상담대학원대학교 총장  / 그림 : 배진성 

남편이 세상을 떠난 지 1년이 넘었다. 그는 지금 내 마음이 가는 곳 어디에나 존재하면서도 아무 데에도 실존하지 않는다. ‘죽음’이라는 완벽한 결별이 만들어내고 있는 그의 現存과 不在를 아프게 느끼면서 나는 그가 몹시 그립다. 그는 3년 전에 한국상담대학원 대학교를 설립하고, 나에게 학교를 잘 운영하라는 큰 과업을 남겨주고 떠났다.

어떤 경우에서나 상황판단이 정확하고 추진력이 남달랐던 그는 자신이 하는 일의 효율적인 발전을 위해 노력했고, 자기 자신이 튼튼한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믿었다. 준비 안 된 자식에게 돈을 물려주는 것은 마약을 주는 것과 같다면서 기업의 이익은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는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을 가지고 있었다. 평소에 그는 우리나라 학교 교육에서 인성교육이 부족하다는 것과 가정에서 자녀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안타까워했고, 인간의 잠재능력을 개발하고 독립심과 도전정신을 키워주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면서, 아내인 내가 전공하고 있는 상담학이 이런 점을 보완할 수 있는 학문이라고 인정하고 있었다.

공대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주택사업을 해오던 그가 우리나라 교육의 현실을 예리하게 통찰하고, 상담학의 진수를 이해하고 있는 것이 나는 늘 감사했다.

2005년 정년퇴임한 나에게 어느 날 그는 “일생 상담학을 가르치는 교수였던 당신이, 이제부터는 우리나라에 정말 필요한 상담자를 교육하는 총장으로 일하도록 상담전문대학원대학교를 설립해주려고 한다”는 약속을 했다. 그 후 그는 2008년에 학교법인 우천학원을 설립하고(宇川은 그의 아호), 2010년 3월 상담전문대학원인 한국상담대학원대학교를 개교했다. 정확한 상황판단과 빠른 추진력으로 학교설립 절차를 무난히 거쳐서 개교하게 된 것을 무척 기뻐하면서 “당신만큼 이 학교를 잘 운영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나를 격려해주었다. 그는 자신이 설립한 이 학교의 첫 졸업생에게 직접 학위증을 수여하고 싶어 했으나 졸업식을 며칠 앞두고 세상을 떠났다.

상담학의 근본 목표가 ‘참된 자기’를 발견하고, ‘참된 자기의 능력’을 키우면서 ‘참된 자기 삶’을 의미 있게 살아가는 튼튼한 개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데 있다고 믿는 나는 인문학에 기초한 상담학의 구축과 그 실천방법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그리하여 상담 과정이 인간 존재의 의미와 가치를 깊이 탐색하는 보람 있는 여정으로 변화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

지금은 내 마음 가는 곳 어디에나 있으나 아무 데에도 없는 남편이 설립한 이 학교는 우리 부부가 쌓아놓은 우리 인생의 금자탑이다. 나는 이 학교를 잘 운영하다가 그가 나를 기다리고 있는 우리의 幽宅으로 그를 찾아가서 영원히 그와 함께 쉬고 싶다. 이것을 나의 버킷리스트의 핵심으로 삼고, 나의 생명이 끝나는 날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다.
다음 버킷리스트는 이광자 전 서울여자대학교 총장이 이어갑니다.
  • 2013년 0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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