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블루밍팀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해 사업 벌인 대학생들

대학생들이 자신들의 아이디어와 재능을 활용해 3년째 위안부 할머니들을 돕고 있어 화제다. 주인공은 국제 비영리 학생단체 ‘인액터스(Enactus)’ 소속의 고려대 블루밍팀 회원들. 이들은 지난 2011년부터 위안부 할머니들을 돕기 위한 상품을 제작, 판매 수익금 전액을 NGO 단체인 ‘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에 기부해오고 있다.
왼쪽부터 고려대 블루밍팀 소속 윤지현·이현지·김지원·정예솔·김만희·여주영씨.
‘Blooming 프로젝트’는 위안부 할머니들을 돕고, 이 문제를 이슈화하기 위해 고려대 재학생들이 지난 2009년 9월 만든 모임이다. ‘블루밍’이라는 명칭은 고 김순덕 할머니의 그림 ‘못다 핀 꽃’에서 영감을 얻어 만든 가방 ‘Blooming Bag(블루밍 백)’에서 따왔다. 위안부 할머니들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던 이들은 2011년 ‘블루밍 백’이란 이름의 에코백(천 가방)을 제작해 판매했는데, 모두 1500장이 팔려나갔다. 2012년에는 ‘Blooming their hopes with you’라는 문구가 새겨진 ‘개념 팔찌’를 7만여 명에게 판매했다. 개념 팔찌는 미국의 사이클 선수 랜스 암스트롱이 전 세계 암 환자를 돕는 후원금을 모금하기 위해 처음 만든 것으로, 모금 활동에 널리 쓰이고 있다.

올해 3・1절을 맞아 블루밍팀은 기존 작품에서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된 상품을 제작했다. 고 심달연, 고 김순악 할머니가 미술 심리치료 중 만든 압화를 토대로 5가지 종류의 에코백을 제작한 것. ‘압화’란 꽃이나 잎을 종이에 대고 눌러서 말린 그림으로, 미술 심리치료의 한 방법으로 쓰이기도 한다. 그런데 압화 가방이 블루밍팀의 예상보다 더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처음 이들이 예상했던 판매량은 250장. 그런데 판매를 시작하니 주문량이 6000장을 가뿐히 넘어섰고, 배송지연으로 항의를 받기까지 했다.

블루밍팀을 대학생 동아리쯤으로 치부하면 오산이다. 이들의 프로젝트에는 사회적 기업, 착한 소비, 여성인권 등 최근 기업이나 시민사회에서 논의되는 다양한 이슈가 모두 녹아들어 있다. 블루밍팀의 팀원들 역시 일찍이 이런 이슈들을 가지고 고민하며 행동에 옮길 방법을 찾았다고 한다.

위안부 할머니가 만든 압화를 토대로 제작한 에코백.
“대학에 진학하기 전부터 사회적 기업에 관심이 많았는데, 우연히 발견한 인액터스의 리크루팅 홍보물을 보고 자연히 관심을 가지게 됐습니다. 특히 위안부 이슈라는 중요하지만 접근하기 어려운 주제를 착한 소비를 통해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풀어내는 것에 매료됐죠.” (국제학부 여주영)

“무엇보다 위안부 할머니들을 도와야 한다는 것에 공감했습니다. 여성인권에 관심이 많았고, 또 아이템을 직접 제작해서 판매할 수 있다는 것이 매력적이었어요.” (경제학과 윤지현)

회원들의 업무는 기업처럼 세분화되어 있다. 경영학과 정예솔씨는 온라인 결제와 관련된 제반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홍보를 담당하고 있는 경제학과 이윤지씨는 페이스북 광고를 준비하면서 노출 비용을 계산하느라 골머리를 앓았다. 이씨는 브랜드 이미지에 대한 고객의 호감도를 파악하기 위해 직접 설문조사를 설계・수행하고 분석하기까지 했다고 한다. 이쯤 되면 웬만한 대기업 마케팅팀의 업무와 다르지 않다.

욕심껏 일을 하다 보니 어려움도 적지 않다. 특히 기업에서는 돈을 주고 리서치 회사에 의뢰하는 시장조사를 이들은 직접 발로 뛰며 해야 한다. 그래서인지 그동안 어려움이 무엇이었는지 묻자 팀원들은 “추운 겨울날 설문조사를 하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지난 겨울 압화 가방 디자인 시안 9개를 들고 강남역 한복판에서 수요조사를 한 적이 있어요.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고 마음에 드는 디자인에 스티커를 붙여달라고 했죠. 서너 시간 서 있었는데, 굉장히 추웠어요. 낯선 사람한테 다가가서 말을 붙이는 것도 힘들었고요. 그래도 노력한 덕분에 많은 사람에게 스티커를 받았습니다.” (경제학과 윤지현)


학생 신분이다 보니 일과 학업을 병행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힘들 때가 많아요. 실제로 업무를 진행하다 보면 예상과 달라 시행착오를 겪는 경우도 많고요. 시간 여유 없이 바쁘게 살다 보니 팀원들이 감기에도 잘 걸려요.(웃음)” (경영학과 정예솔)

블루밍팀의 활동은 단순히 물건을 판매해 수익금을 기부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이들은 10대와 20대 청소년들 사이에서 위안부 관련 이슈가 확산되는 데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이 문제를 청소년들에게 더 널리 알리기 위해 ‘청소년 희움(희망을 꽃피움) 서포터즈’를 모집했으며, 현재 전국 각지에서 많은 서포터즈들이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오는 5월이면 4기가 출범한다. 블루밍팀에서는 희움 서포터즈의 미션을 기획하고 관련 행사를 주관한다. 제품제작이나 마케팅, 홈페이지 운영도 중요한 일이지만 블루밍팀에게 가장 중요한 일은 자신들이 돕고자 하는 위안부 할머니들과의 교감이다.

“압화가방 출시 이후 가방에 쓰인 원본 압화작품을 제작하셨던 두 분, 고 심달연 할머니와 고 김순악 할머니의 수목장에 다 함께 찾아뵈었습니다. 할머니들께서 생전에 즐기셨던 약주와 담배도 드리고, ‘할머니, 가방 대박 났어요’라고 자랑도 했죠.” (국어국문학과 김만희)

블루밍팀이 제작한 가방은 NGO단체 ‘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과 협력해 만든 윤리적 소비 브랜드 희움 홈페이지(http://www.joinheeum.com)에서 판매하고 있다. 압화가방의 가격은 1만원. 위안부 할머니들을 도울 수 있는 길은 먼 곳에 있지 않다.

사진 : 김선아
  • 2013년 0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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