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m당 1원씩 기부되는
애플리케이션 ‘빅워크’ 만든 한완희 대표

걷는 것만으로도 장애 어린이에게 희망을 줄 수 있습니다

지하철역을 향해 타박타박, 집을 향해 다시 터벅터벅. 우리는 아침에 눈을 떠서 저녁에 잠자리에 들 때까지 걷는다. 이렇게 걷는 것만으로도 기부가 되게 돕는 애플리케이션이 있다. ‘10m’ 걸으면 ‘1원씩’ 기부되는 ‘빅워크’다. ‘빅워크’를 실행시키고 걸으면 GPS로 거리를 측정한다. 걸은 시간과 거리, 소모 칼로리가 표시되고, 다시 기부금액으로 환산된다.
건강에 도움이 되고, 환경 보호에 도움을 주면서, 어려운 이웃에게 희망을 주는 일석삼조 방법이다. 기부를 위한 목표금액과 현재 축적된 금액, 참여자 수, 랭킹도 확인할 수 있다. 사용자가 걷는 거리만큼 쌓이는 돈은 절단장애 아동에게 의족이나 휠체어를 선물하는 데 쓰인다. 기부아동 선정과 기부금 전달은 초록우산 어린이재단과 함께한다. 2012년 4월 서비스를 시작해 현재 7만5000명이 사용하고 있으며, 이 애플리케이션 이용자들은 지금껏 약 10억m 이상을 걸어 2000만원 정도를 기부했다(처음에는 100m에 1원이었는데, 지난 3월 10m에 1원으로 바뀌었다).
4월까지 수만 명의 한 걸음 한 걸음이 9명 어린이에게 희망을 주었다.
‘빅워크’를 만든 한완희 대표를 만났다. 완희씨는 처음부터 창업을 계획한 게 아니었다. 그는 다큐멘터리를 무척 좋아하는 디자이너였다. SK텔레콤과 공기업에서 안정된 직장생활을 했는데, 보수적인 조직문화에 치여 자신의 원래 꿈이 희미해지는 것을 느꼈다. 이직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디자이너로서 재능기부를 할 수 없을까?’라는 꿈을 꾸기 시작했다. 하지만 마땅히 재능기부를 할 루트를 찾지 못했고, 2008년 아예 동료들과 함께 디자인 재능기부단체 ‘히읗’을 만들었다. 영세 비영리기업을 위한 홍보 디자인을 주로 맡았는데, 누군가를 돕기 위해 아이디어를 생각해낸다는 것이 전에 없이 즐거웠다.

“직장생활은 지루하고 재미없는데, 재능기부 활동은 돈이 안 되지만 재미있었어요.(웃음)”

그는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일을 하겠다’는 막연한 생각으로 소셜벤처 창업을 결심했다. “처음에는 어떤 아이디어를 가지고 사업을 할지가 고민이었어요. 한순간 히읗을 만들게 된 계기가 떠올랐습니다. 재능기부를 하고 싶었지만, 방법을 찾기 힘들었던 경험이요. 다시 ‘누구나 쉽게 기부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라는 생각을 했지요. 당시 절단 장애를 갖고 있던 친구를 알게 되었는데, 걷는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지 실감했죠. ‘걷기’와 ‘기부’를 연결시키는 아이디어가 생각났습니다.”

빅워크를 준비 중이던 2011년 3월, 스마트폰이 대중화됐고, GPS 기능이 상용화됐다. GPS로 거리를 측정해 기부하는 애플리케이션을 떠올렸다. 정부의 사회적 기업 공모에 참여해 지원금을 받고, 서울 양천구 소셜벤처 인큐베이팅센터에 입주했다. 아시아 소셜 벤처대회 SVCA에 참가하여 최종 결선에 진출하고, 소셜펀딩을 통해 부족한 자원을 충당했다. 그는 1년간의 준비 끝에 2012년 4월 빅워크 애플리케이션을 선보였다.


처음 몇 개월 동안은 두려웠다. 사용자들이 걸으면서 쌓아올린 기부액을 전달할 수익을 마련하지 못할까 봐서였다. 초기에는 태권도학원, 치과병원 등의 광고로 기부금을 충당했다. 손쉬운 기부 방법 덕분에 사용자가 증가하면서 점차 주목을 받기 시작했고, 존슨앤존슨, 홈플러스, 포스코 등 대기업과 후원협약을 맺을 수 있었다. 최근에는 한 방송 프로그램과 빅워크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한 기부가 진행 중에 있다.

광고와 후원금으로는 수익이 불안정해 다른 방법도 생각하고 있다. 도움을 주기로 약속한 아이들이 상처받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현재 자체적인 콘텐츠를 개발, 걷기를 바탕으로 기부플랫폼을 준비하고 있다.

“다이어트, 건강 콘텐츠와 걷기 여행 등 다양한 기부방안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사용자에게는 걸은 만큼 코인을 부여하는 혜택을 모색 중입니다.”

‘START’를 누르고 걸으면 캐릭터 빅풋도 함께 걷는다. 걷고 있는 경로를 지도로 볼 수 있고, 현재 기부 모금 중인 아동에 대한 설명과 함께 목표금액과 현재 금액, 참여 인원 등을 알수 있다.
빅워크 화면에는 캐릭터 빅풋이 웃고 있다. ‘start’를 누르고 걷기 시작하면 빅풋도 함께 걷는다. 빅풋이 기부를 위해 걷고 환경도 보호하는 설정이다.

“빅풋은 북쪽에 사는 신비의 설인이에요. 저희는 실제로 살고 있다고 믿죠.(웃음) 지구 온난화 때문에 만년설이 녹아서 빅풋이 눈을 뿌리며 걸어 다니는 거예요. 실제로 걷는 것이 환경에 도움이 되잖아요. 빅풋이 뿌린 눈은 차곡차곡 쌓여 눈사람이 돼요. 눈사람은 수혜자인 아이들이죠.”

한완희 대표는 첫 눈사람인 도영이에게 의족을 전달하던 순간을 잊을 수 없다. 도영이는 선천적으로 왼쪽 종아리 아래가 없다. 그런 도영이가 의족을 낄 때는 모두가 숨을 죽였다. 왼쪽 다리로 첫발을 내딛었다. 절뚝절뚝, 몇 걸음을 걷다 돌아본 도영이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다. 도영이 어머니는 말없이 눈물을 흘렸다. 도영이의 의족을 만드는 비용인 400만원이 걷히는 데 1년 이상을 예상했다. 앱을 내려받고도 이용하지 않을 수 있고, GPS를 사용하면 배터리가 빨리 닳기 때문이다. 그러나 빅워크 앱은 215일 동안 ‘국토대장정’을 했다. 1만3393명이 전국 각지에서 40만km를 걸었다. 지구 10바퀴를 돈 것이다. 호우주의보와 한파주의보가 있어도 평소 3분의 1 이상은 사용자가 유지된다. 누군가는 빅워크의 걸음에 꾸준히 동참하는 것이다. 눈사람들에게 필요한 눈이 달성될 때면 완희씨는 수혜자가 누구일까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빅워크의 첫 눈사람인 도영이의 의족 전달식. 빅워크의 직원들(왼쪽).
“박경철 선생님이 이런 말씀을 하신 적이 있어요. ‘한 명이 걷는 천 걸음보다 천 명이 다 같이 걷는 한 걸음이 좋다.’ 개인이 큰돈을 기부하기보다는 누구나 소액기부에 참여하는 것이 더 의미 있는 것 같아요. 빅워크를 통해 작은 기부에 참여함으로써 자존감이 생기죠. 나도 기부할 수 있다는 마음은 다른 좋은 일도 할 수 있다는 힘이 됩니다. 그런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점점 늘다 보면 도움을 받는 사람들도 결과적으로 늘어날 것이라 생각합니다. 빅워크는 그 디딤돌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빅워크를 만들어가며 가장 힘들었던 건 ‘왜 이 일을 하느냐’에 대한 물음이었다. ‘즐거워서 한다’는 답을 쉽게 할 수 없었다.

“처음 창업을 할 때는 사회적 기업을 일으키겠다는 마음이 컸습니다. 목표금액을 몇 % 성장시키겠다는 개념이죠. 그런데 어느 순간 왜 빅워크를 하는가에 대한 본질이 궁금했고, 수많은 물음 끝에 ‘사명’이라는 말이 떠올랐어요. 인류애를 실천하기 위한 사명, 사람을 살리는 사업을 계속 키워나가야겠다는 사명이요. 이제 확신이 드는 것 같아요.”

사람이 동물과 구별되는 특징 중 하나는 두 발로 걷는 것이다. 두 발로 걸음으로써 두 손이 자유로워졌고, 도구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자유로워진 두 손으로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 한 손으로 스마트폰을 잡고 다른 손으로 빅워크 애플리케이션을 누른 후 두 발로 걸으면 되기 때문이다.

사진 : 김선아
  • 2013년 0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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