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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 시장 입구에 수임료 낮은 카페 겸 변호사 사무실 차린 변호사 이미연

사람들이 만만하게 찾아와 도움 청하는 ‘동네변호사’가 좋아요

경기도 의정부 제일시장 초입에 있는 변호사 사무실 ‘동네변호사’. 이름만 특이한 것이 아니다. 홈페이지에 소개된 사무실 찾는 법 역시 특이했다.

“의정부역 5번 출구로 나오셔서 지하상가로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를 타세요. 행복로 방면으로 나가는 출구가 있습니다. 그 출구로 나오신 후 말 동상과 분수가 설치되어 있는 곳으로 걸어 나오세요. 계속 걸으시면 햄버거 가게가 보이고 오른쪽으로는 저축은행이, 왼쪽으로는 떡볶이 파는 곳이 보일 거예요. 그러면 저희 간판을 찾으실 수 있습니다.”

둘째가라면 서러운 길치인 기자는 불안했다. 찾아가는 길을 그대로 인쇄한 후 의정부역을 나오자마자 종이와 간판을 번갈아보며 걸었다. 그런데 안내를 따라가니 의외로 어렵지 않게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동네변호사 사무실을 찾아가는 길에서부터 호기심이 잔뜩 생겼다.

이름만큼이나 특이한 간판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입간판은 70년대 다방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디자인으로 고풍스러웠다. 동네변호사 사무실을 개업한 이미연(32) 변호사에게 “직접 디자인한 거냐”고 물었더니 “동생이 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이미연 변호사의 동생 이세나씨는 변호사 사무실 아래층에서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변호사 사무실이라고 하면 딱딱하고 불편한 곳이라는 이미지가 강하잖아요. 변호사인 저도 그런 느낌을 받을 때가 있는데, 상담하러 오시는 분들이 불편해하시는 건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힘든 문제를 안고 오는 분들이 편하게 하소연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돼야 한다고 생각했죠. 아무나 쉽게 커피 한잔하러 들를 수 있는 만만한 분위기요.(웃음) 그래서 사무실 겸 카페를 차리게 됐어요. 카페 겸 병원으로 운영하는 홍대 앞 제너럴닥터 이야기도 결정에 한몫했고요.”

이미연 변호사는 사법연수원을 수료한 후 그가 나고 자란 경기도 의정부에 변호사 사무실을 개업했다. 시장 근처를 돌아다니다 비어 있던 공간을 발견하고 곧바로 이곳을 사무실로 쓰기로 결정했다. 그래서 이름도 ‘동네변호사 사무실’이다. 사무실의 문턱은 다른 변호사 사무실처럼 높지 않다. 상담료는 30분에 3만원. 일반 변호사 사무실의 3분의 1 수준이다. 수임료 역시 지역 평균보다 낮게 잡았다. 시장을 지나치는 사람들이 부담 없이 들러 상담을 받을 수 있게 하고 싶었다.

“첫 손님은 동네 할머니였어요.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집 보증금을 잃을 위기에 처해 있었죠. 집주인이 할머니께 엉터리 계약서를 들이밀면서 불상사가 생긴 거였어요. 제가 집주인에게 전화를 걸었고, 문제는 의외로 금방 해결됐어요. 1년이 넘도록 안 주던 돈을 바로 돌려주더라고요. 할머니께서 고맙다며 상담료 몇 만원과 화장품을 선물로 주셨는데, 코끝이 찡했어요.”


‘동네변호사’라는 사무실 이름이 참 적절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지난해 이맘때 개업했으니 벌써 1년이 됐다. 처음엔 말 그대로 동네 사람들만 드나드는 공간이 될 줄 알았는데, 놀랍게도 서울이나 안산・부천에서도 상담을 받기 위해 찾아오는 사람이 많다. 한 번에 처리해야 하는 사건만 20건 남짓이다. 야근은 기본, 끼니를 챙기기 힘들 때도 있다. 그럼에도 그는 사무장이나 비서를 따로 고용하지 않는다. 사무실 운영비용을 낮추는 만큼 의뢰인에게 돌려줄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공부하느라 들인 노력이 아깝지 않으냐”는 주변의 시선은 신경 쓰지 않는다.

“변호사라는 직업이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동네 분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서비스직 중 하나일 뿐이죠. 동네에 자연스레 물처럼 스며드는 변호사가 되고 싶어요.”

그는 대학시절 성 범죄자를 때려잡는 여검사를 꿈꿨다. 그러나 연수원 생활을 거치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위압적인 조직문화가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2년차에 실무 수습을 시작하는데 법원도, 검찰도 저와 맞지 않더라고요. 엄격한 위계질서가 싫었어요. 혼자 일해야겠다는 결심이 섰죠.”


성폭력 피해자의 법률조력인으로도 활동


현재 그는 ‘동네변호사’ 사무실 일뿐만 아니라 성폭력 피해자를 돕는 ‘법률조력인’ 활동도 하고 있다. 성폭력 피해자 법률조력인 제도는 수사・재판 과정에서 성폭력 피해자가 겪는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국가가 지정한 국선변호인 제도로, 지난해 3월 처음 시행됐다.

“형사소송에서는 피해자가 해야 할 일이 거의 없어요. 검찰과 경찰이 중심이 되어 수사를 진행하지요. 그런데 성폭력 범죄는 증거나 목격자가 있는 경우가 드물고 피해자의 진술이 거의 유일한 증거가 되기 때문에 피해자가 소송 과정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고 또 다른 상처를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변호사는 법률조력인으로서 좀 더 전문성을 갖추기 위해 NGO단체 장애여성공감에서 상담사들에게 교육도 받았다.

“제도가 처음 시행됐을 땐 의정부 관할지역에 법률조력인이 세 명밖에 없었어요. 제가 맡은 사건만 한 달에 10건이 넘었죠. 의정부 지역에 성범죄가 그렇게 많다는 것도 놀라웠지만 교육을 받은 변호사가 얼마 되지 않는다는 사실도 놀라웠어요. 저라도 열심히 뛰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법률조력인이 되려면 따로 교육을 받아야 하는데, 이 교육이 7시간짜리거든요? 7시간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죠. 지금도 스터디그룹을 만들어 공부하고 있어요.”

이 변호사는 대학 시절부터 다른 사법시험 준비생들과는 조금 달랐다. 사법시험을 준비하면서 1년 정도는 아르바이트로 돈을 벌었고, 그 돈으로 여기저기를 여행하며 견문을 넓혔다. 법조인이 되는 데 크고 작은 경험이 도움이 될 거란 판단에서였다. 무엇보다 책에서 배울 수 없는 것들이 많았다. 여성문제도 이 변호사의 관심 분야 중 하나였다. 대학 시절 여성학, 여성주의에 관한 책도 많이 찾아 읽었다.

“법대생들은 사회문제에 별로 관심이 없고 주로 학과 공부만 해요. 사법시험 준비에도 매진해야 하고. 반면 저는 문과대학 친구들과 많이 어울렸어요. 어찌 보면 이단아였죠. 세미나도 많이 참석하고, 여기저기 강의 들으러도 많이 다녔어요. 법대에 여성학 소모임까지 만들었고요.”

이 변호사는 앞으로 지역 여성단체들과 연계한 활동을 하고 싶다고 했다.

“시민단체가 굉장히 많고 그만큼 법률전문가를 필요로 하는 곳도 많아요. 그런데 정작 변호사들은 시간이 없거나 풀타임으로 NGO에서 일하기엔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죠. 뜻있는 변호사들이 지역단체를 위해 상담도 하고 고문으로도 활동한다면 법률전문가에 대한 NGO의 갈증이 풀릴 거라고 생각해요. NGO에 계신 분들은 해당 분야에 있어 법률 전문가보다 많은 지식을 갖고 있어요. 저 역시 배울 점이 많죠. 그래서 작년 초 사무실을 열고 경기 북부지역에 있는 여성단체에 일일이 전화를 돌렸어요. 필요하면 언제든 저를 불러달라고요.(웃음)”

이미연 변호사의 최종 꿈은 ‘마을 공동체 운동’을 하는 것이다. 그는 사회문제에 대한 궁극적 대안이 마을 공동체 운동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마을 공동체에 대한 관심은 예전부터 있었는데, 막연하게만 느껴졌어요. 그런데 동네변호사 사무실을 열고, 지역 분들과 작게나마 소통하고부터는 마을 공동체가 마냥 멀기만 한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사진 : 김선아
  • 2013년 0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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