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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준컴퍼니 이준서 대표

디자인과 실용성 강조한 친환경 컵으로 해외시장 진출한 사회적 기업

국내 신생 사회적 기업이 세계 3대 디자인 어워드 중 2개 대회에서 동시 수상하는 쾌거를 거두었다. 지난해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에서 입상한 데 이어 최근 막을 내린 ‘iF 디자인 어워드 2013’에서도 상을 받은 에코준컴퍼니가 그 주인공. 수상작이자 이 회사의 대표 상품인 ‘오리지널 그린컵’은 현재 뉴욕현대미술관(MoMA)과 프랑스 유명 편집매장인 메르시(merci)에서 판매 중이다. 이탈리아・오스트리아에도 진출했다. 우리나라에서는 텐바이텐, 상상마당, 1300K 같은 디자인 제품 전문매장과 인천공항, 국립중앙박물관, 남산에 자리 잡은 기념품 매장 등에서 만날 수 있다.

오리지널 그린컵은 테이크아웃 종이컵 모양으로, 윗부분에 V자 홈을 파 티백 손잡이가 컵 안으로 말려 들어가지 않도록 한 아이디어 상품. 플라스틱과 유사한 질감이지만 옥수수 전분을 사용한 것으로 뜨거운 음료를 넣어도 환경호르몬을 배출하지 않는다. 폐기 처분해도 흙 속에서 자연 분해된다. 컵을 포장하는 종이 박스는 재생용지를 사용했고, 컵받침은 컵홀더로 재활용할 수 있다. 컵에 끼우는 슬리브는 커피 포대를 잘라 만들었다. 포장 박스나 슬리브 제작 같은 단순 가공작업은 장애인 작업장에 맡긴다.

컵을 감싸는 슬리브는 커피 자루를 잘라 만든다.
이처럼 에코준컴퍼니는 친환경 소재를 사용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제작 과정 전체에 ‘친환경 기법’을 적용한다. 스스로를 “그린 디자이너”라고 소개한 이 대표는 “환경을 생각하는 그린 디자인은 이제 전 세계적인 추세”라며, “디자인 어워드 수상작 선정 때도 친환경성, 지속가능성을 중요하게 평가한다”고 말했다.

“제품을 통해 환경문제에 대한 메시지를 전함으로써 친환경적인 소비에 관심을 갖게 하는 것이 그린 디자이너의 역할입니다. 이것을 사업화하려면 단순히 친환경적인 것만으로는 부족해요. 오리지널 그린컵의 경우 플라스틱처럼 가벼우면서도 환경호르몬을 유발하지 않는 소재를 찾았고, 차를 마실 때 티백 손잡이가 컵 안으로 말려 들어가는 불편을 떠올리며 작은 홈을 만들었어요. 디자인 어워드의 중요한 평가 항목인 환경성, 디자인, 실용성을 동시에 갖춘 것이 이번에 두 대회에서 연속 수상하게 된 비결입니다.”

V자 홈을 파 티백 손잡이가 컵 안으로 말려 들어가는 불편을 해소했다.
최근에는 옥수수 전분과 커피 찌꺼기를 섞어 가공한 새로운 소재를 개발했다. 따로 색을 입히지 않아도 그 자체로 커피색이 나는 데다 컵 안에서는 은은하게 커피 향이 감돈다. 그가 커피 찌꺼기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국내 커피 수요가 급증하면서부터다. 원두가 나무열매이니 자연 분해될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커피 찌꺼기는 토양을 오염시킨다. 거름으로 쓸 경우 흙과 커피 찌꺼기의 비율을 9대 1로 희석해야 할 정도다. 그는 “가축 사료로도 쓰이는데, 그 안에 들어 있는 카페인 성분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 수 없다”며, “지난 한 해 동안 국내에 수입된 커피가 12만t이 넘는다고 하니, 찌꺼기의 양도 어마어마한 수준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환경 소재를 연구하는 곳에 옥수수 전분과 함께 섞어 가공하는 방법을 의뢰했어요. 연구원들이 신기해하더라고요. 완전히 새로운 공정이라 오래 걸렸지만 결국 제품으로 나오게 됐어요. 실패를 거듭하면서도 포기하지 않은 그분들 덕분입니다.”

옥수수 전분과 커피가루를 섞어 만든 화분(왼쪽), 재생용지로 만든 패키지는 화분 받침으로 쓸 수 있다.

수익금 일부는 아프리카 우물 건립을 위해 적립

친환경 소재에 디자인 감각을 입힌 커피스틱.
대학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이준서 대표의 원래 꿈은 광고 디자이너였다. 재학 시절 국내 유수의 광고 공모전에서 20여 차례나 수상하며 두각을 나타냈다. 그러던 중 공익광고 공모전을 준비하면서 환경문제를 탐구하게 된 것이 진로를 바꾼 계기였다. 당시 그는 이면지 활용을 권장하는 ‘한 장이 아닙니다. 두 장입니다’라는 작품으로 공익광고 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국민대 윤호섭 교수와의 만남도 큰 자극이 되었다. 자신의 시간을 기꺼이 쪼개 티셔츠에 환경의 중요성을 알리는 그림을 그려주는 윤 교수를 보며 어떤 디자이너가 될 것인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했다. 이후 그의 관심사는 ‘다음 세대를 생각하는 디자인’이 되었다. 결국 그는 광고대행사 입사 대신 국민대 대학원(그린 디자인 전공)을 선택했다. 디자인 실무보다 그린 디자이너로서의 역할과 사명, 윤리 의식에 대한 공부를 더 많이 한 시간이었다. 그 정신적 토양에서 그는 첫 작품으로 야구장에서 쓰는 ‘응원막대’를 만들었다.

튜브처럼 바람을 넣어 부풀려 사용하는 응원막대는 가소제가 첨가된 PVC 소재. 이는 EU 및 선진국에서는 인체뿐 아니라 지구환경에도 유해하다고 판정한 환경규제대상 물질이다. 특히 어린이 제품에는 엄격히 사용을 금하고 있다. 매립 시에는 자연 분해되지 않으며 소각할 때 다량의 다이옥신과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 그는 옥수수 전분을 주원료로 한 생분해 수지로 응원막대를 만들었다. 처음 선보인 친환경 응원막대는 현재 ‘그린 스포츠’를 구단의 슬로건으로 내건 SK와이번스의 홈구장인 인천 문학야구장 매점에서 판매하고 있다.

이것이 계기가 되어 대학원을 졸업한 직후인 2010년 그는 ‘에코준컴퍼니’를 설립했다. 후속작으로 오리지널 그린컵을 출시했고, 2011년에 사회적 기업으로 인증받았다. 세계적인 디자인 어워드에서 잇달아 수상하고, 자력으로 해외시장에 진출한 사회적 기업은 에코준컴퍼니가 처음. 유통 채널, 자본, 마케팅 등 여러 가지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지원에만 의존하다 끝내 독립하지 못하는 사회적 기업이 많은 현실을 감안하면, 에코준컴퍼니의 약진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 대표는 “사회적 기업의 롤모델이 되었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회사가 좀 더 성장하면 사회적 기업 중 디자인 전문인력이 없어 어려움을 겪는 곳에 디자인 솔루션을 제공하는 일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린 디자이너로서 그가 품은 또 하나의 꿈은 아프리카 우물 건립이다. 이를 위해 수익금의 일부를 적립하고 있다. 우물 한 기를 세우는 데 필요한 비용은 1200만원 선. 그는 목표액에 도달하면 NGO에 기부하는 방식이 아니라 5명의 직원들과 함께 직접 아프리카로 날아가 우물을 만들 계획이다.

“정작 생태 윤리적인 삶을 살아온 아프리카 사람들은 우리나라를 비롯해 잘사는 나라들이 벌인 무분별한 개발과 소비의 피해자가 되어 고통 속에 살고 있어요. 그 현장을 직접 보면서 그린 디자이너인 우리는 이들을 위해, 환경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깨닫는 시간으로 삼으려고요. 친환경은 한때의 유행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삶을 위해 반드시 지켜야 하는 가치임을 모두가 인식했으면 좋겠습니다.”

사진 : 김선아
  • 2013년 0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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