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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쓰는 펜 모아 제3세계에 보내는 기부 프로젝트 팀 ‘Pen is your Fan’

평범한 사람들의 작은 노력이 모일 때 세상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보여주고 싶어요

기부가 남의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지금 당장 나눔을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몇 번 쓰다 팽개쳐둔 펜.
그 펜들을 모아 제3세계 어린이에게 보내는 곳이 있기 때문이다. 프로젝트 팀 ‘Pen is your Fan’이다.
내게는 소용없는 물건이 먼 나라 어린이들에게는 선물이 되고, 힘이 될 수 있다.
우규연·우치수·홍윤영·박춘화·이미애(왼쪽부터 시계방향).
“덜커덕 덜커덕”. 유학생이던 박춘화씨는 어느날 공부가 되지 않아 서랍을 뒤적였는데, 안 쓰는 펜이 무더기로 나왔다. 초등학교 시절 쓰다 만 것부터 부모님이 보내주신 것까지, 지금은 쓰지 않는 펜이 너무 많았다. 문득 이걸 모아 제3세계 어린이들에게 주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떠올랐다. 한국에 돌아와 새로운 형태의 ‘글로시 박스’를 창업하고 바쁘게 생활하던 그는 지난해 9월, 그때 그 아이디어를 실천에 옮기기 위해 본격적인 아이디어 기획에 들어갔다. 대학 후배인 우치수・홍윤영씨와 함께 프로젝트 초안을 잡았다. 우치수씨는 인턴사원으로, 홍윤영씨는 신입사원으로 역시 바쁘게 뛰고 있을 때였다. 여기에 장애아동을 가르치는 특수교사 우규연씨와 디자인을 전공한 이미애씨가 합류했다. 처음 기부 콘셉트를 잡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각자 직장생활을 하다 보니 주중에는 이메일 마라톤 토론을 벌이고, 주말에야 만나서 프로젝트를 논의했다.

갑론을박 끝에 보통사람들이 기부문화를 체험하게 한다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평범한 사람들의 네트워크로 유쾌한 기부문화를 만들자’는 것이었다. 이 프로젝트에 ‘Pen is your Fan’이란 이름을 붙인 것도 작은 사람들(Fan)이 네트워크를 만들 수 있다면 작은 것(Pen)으로도 세상을 바꿀 수 있겠다는 의미에서였다.

“제3세계 아이들에게 도움을 주겠다는 생각만큼 중요했던 게 ‘우리같이 평범한 사람이 힘을 합할 때 어디까지 할 수 있을까?’ 시험해보고 싶은 마음이었어요. 동기가 불순했죠.(웃음) 기부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을 재미라는 요소로 끌어들여 선한 결과를 만들어가는 게 어느 정도 파급력을 가질까 궁금했지요.”(우치수)

첫 번째 목표는 펜 1만 개를 모아 스리랑카와 에티오피아에 보내는 것이었다. 이들은 사람들이 즐겁게 참여할 수 있는 요소를 만드는 데 중점을 두었다. 이미애씨는 봉투에 넣을 수 있는 펜박스를 디자인했다.

“우체통에 들어갈 수 있는 크기의 박스를 만들었죠. 그게 더 반가운 기분이 들 것 같아서요.”


펜박스는 노란색 바탕에 귀여운 캐릭터를 그려 넣어 눈길을 끈다. SNS를 통해 기부신청을 하면 펜박스가 발송된다. 독특하게 접혀 있는 펜박스는 기부자가 직접 만들어야 한다. 직접 접어서 박스를 완성한 후 펜을 담아 ‘Pen is your Fan’ 팀에 보내면 된다.

“그냥 펜을 기부 받아도 되지만, 기부하는 과정을 일부러 독특하게 만들었어요. 기부신청을 하고, 펜을 담아 보내는 과정도 중요하다고 생각했거든요. 며칠씩 기다리고 수고하는 시간을 통해 기부에 대해, 그 펜을 받을 제3세계 어린이들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갖게 하고 싶었습니다.”(박춘화)

마케팅 담당 홍윤영씨는 여기에 ‘네트워크 체리티(network charity)’라는 이름을 부여했다.

“기부라면 상당한 재산을 가지고 있거나 유명인이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거든요. SNS를 통한 네트워크 기반의 기부문화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는 가까운 지인들이 하나 둘 펜박스를 보냈는데, 1월부터는 모르는 사람들이 펜 기부를 신청하면서 서서히 확산되기 시작했다. 2월에는 펜박스 신청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이틀 만에 400여 건의 기부신청이 들어오기도 했다.

기부자들이 보낸 펜박스에는 펜만 들어 있지 않다. 편지와 기부금, 간식도 담겨 온다. 특별한 사연이 담긴 편지가 들어 있기도 한다.

전국 각지에서 기부를 해오는데, 초중고 선생님과 학생들의 참여가 유독 많다. 우규연씨는 “특히 학교에서 선생님들이 아이들과 함께 기부하고 싶다며 연락이 많이 와요. 요새 학생들은 문구류를 귀중하게 생각하지 않아 청소시간에 보면 버려진 필기구가 허다하다면서요. 펜 하나도 다른 아이들에게는 얼마나 소중하게 쓰일 수 있는지, 교육한다고 합니다”라며 뿌듯해한다.


더 이상 팀원들만으로는 감당할 수 없을 만큼 펜이 밀려들자 이들은 매주 일요일, 펜을 분류하고 펜박스를 포장할 자원봉사자를 페이스북으로 모집하기 시작했다. 펜을 기부하던 사람들이 이제는 펜박스를 포장하고 불량 펜을 분류하는 봉사를 하면서 이 프로젝트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이렇게 모인 봉사자들은 함께 일하며 대화도 나누고, 간식도 나눠 먹으며 즐겁고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낸다. 고등학생부터 애니메이션 감독까지 각계각층이 교제하는 시간이 되기도 한다.

기부와 봉사를 통해 모아진 펜은 2월 24일 기준 2만6000개로, 후원금 90만원에 펜박스 신청자는 1400명이 넘었다. 1차 목표인 1만 개를 훨씬 넘은 것이다.

“지난 2월 19일, 스리랑카 WDF(Women’s Development Federation)로 3500여 자루의 펜을 보냈습니다. 필통에 펜과 연필, 사인펜 일곱 자루씩을 담아 아이들 350명에게 주고, 선생님 30명에게는 수업에 쓸 사인펜과 형광펜, 색연필 30자루씩을 드렸지요. 에듀잼을 통해 교육봉사를 가는 분들에게 인편으로 3000자루를 보내고요. 3월 말에 전달될 예정입니다.”

이들은 펜을 보내면서 혹시 그 지역 경제에 방해가 되지 않을까 신중하게 검토했다.

“그 지역을 가장 잘 아는 단체를 택하는 게 중요해요. 펜 구성도 신경을 많이 씁니다. 에티오피아의 경우 볼펜을 주로 쓰는데, 선생님들이 아이들의 필체 교정을 위해 연필을 한 자루씩 넣어달라고 하셨습니다. 그 지역의 필요에 따라 전달해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우치수)

그동안 7000여 자루의 펜을 보냈는데, 남은 펜은 2차 기부계획을 세우고 있다.

“첫 목표는 ‘누구나 기부에 참여할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게 중요했어요. 2차는 이런 과정을 더 심화시키려고 합니다. 국제봉사를 하는 단체들을 통해 펜을 5만 자루 정도 보내려고 합니다. 또 펜 외에 다른 물건들로 확대하려 합니다. 그 지역에 필요한 물건이 무엇인지 파악해 네트워크 체리티를 통해 기부를 받는 식이지요.”

‘Pen is your Fan’을 만든 팀은 학업과 일에 치여 사는 평범한 학생과 직장인들이다. 주말이면 느긋하게 늦잠을 자고 싶지만, 이들은 세계의 어린이들을 생각하며 모인다. 이들의 꿈은 자신들처럼 평범한 사람들의 작은 노력이 하나 둘 모여 세상을 조금이라도 바꾸어나가는 것이다.

사진 : 김선아
사진제공 : Pen is your Fan


  • 2013년 0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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