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 사회적 기업 (주)바이맘

전기장판 하나로 겨울을 나야 하는 이웃들 생각해 ‘보온텐트’ 만들었어요

매서운 추위가 계속되면서 난방을 위한 에너지 사용량이 급증하고 있다. 그런데 난방비가 부담스러워 영하 10도를 밑도는 날씨에도 전기장판 하나에 의지해 겨울을 나는 사람들도 있다. 바이맘 김민욱 대표가 ‘룸인룸(room-in-room)’ 형태의 보온텐트를 구상한 것은 그 때문이다. “‘에너지 빈곤층’을 위해 외풍을 차단하는 텐트를 개발했다”는 그는 보다 많은 사람에게 제품을 공급하기 위해 사회적 기업 바이맘을 설립했다.
김민욱 대표(왼쪽)와 장진권 전략기획본부장.
바이맘에서 개발한 보온텐트는 가로 2m, 세로 1.5m 크기로 어른 한두 명이 누울 수 있다. 모기장처럼, 텐트에 연결된 네 귀퉁이의 줄을 벽에 고정하는 방식이라 누구나 쉽게 설치하고 철거할 수 있다. 김민욱 대표는 “실험 결과 텐트 안과 밖의 온도 차가 4도 정도인데 전기장판을 켜면 10도까지 차이가 난다”며, “보일러를 가동한 것과 유사한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보온텐트 아이디어의 원조는 저희 어머니입니다. 누나가 단독주택으로 이사한 후 겨울이면 추위 때문에 고생을 많이 했어요. 한겨울 난방비가 도시가스인데도 월 40만원 가까이 나왔고, 그러면서도 외풍 때문에 실내에서도 늘 두툼한 옷을 입고 있어야 했어요. 외손자들이 추위에 떠는 게 안타까웠던 어머니가 재작년 겨울, 시장에 나가 천을 끊어 왔어요. 그러더니 재봉틀로 드르륵 박아 모기장처럼 만들어 아이들 방에 쳐주시더라고요. 얼마 뒤 누나가 ‘그 안에 전기장판 하나만 켜면 밤에 이불을 안 덮어도 추운 줄 모르겠다’고 해서 깜짝 놀랐어요. 저는 사실 그게 무슨 효과가 있을까 싶었거든요.”

누나의 반응에 고무된 어머니는 몇 개를 더 만들어 주택에 살고 있는 친척, 친구들에게 선물했다. 받은 사람들이 한결같이 “따뜻하게 잘 쓰고 있다”며 어머니의 아이디어를 칭찬했다. 그 모습에 김 대표는 무릎을 쳤다. 천 대신 열효율이 높은 소재를 사용하고 디자인을 가미하면 충분히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 제품으로 출시하면 전기장판 하나에 의지해 매서운 겨울을 나야 하는 어려운 이웃들에게 큰 도움이 되겠다는 데까지 생각이 미쳤다. 평소 관심을 가졌던 사회적 기업 창업 아이템으로도 제격이었다.

직장에서 기업의 신용평가 컨설팅 업무를 맡고 있던 그는 회사를 나와 2012년 5월 창업했다. ‘어머니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어머니의 마음으로 만드는 회사’라는 뜻을 담아 사명(社名)을 ‘바이맘(by mom)’으로 지었다. 김 대표는, 직장은 달랐지만 업무상 교류가 많아 평소 친하게 지내던 ‘사회 친구’ 장진권씨에게 동참을 권했다. 장씨 역시 평소 사회적 기업에 대한 관심이 많았던 터라 선뜻 힘을 보탰다. 현재 바이맘의 전략기획본부장인 그는 기계공학과 출신답게 제품 개발을 진두지휘했다. 장 본부장은 “따뜻하면서도, 그 안에서 답답함을 느끼지 않도록 보온성과 통기성을 모두 갖춘 소재를 찾는 게 가장 힘들었다”고 한다.

“대구에 있는 한국섬유개발연구원에 도움을 요청했어요. 그곳에서 노스페이스 패딩 재킷에 사용되는 원단을 소개받았습니다. 텐트가 채광을 방해하지 않도록, 천장 부분은 빛이 투과될 수 있는 특수 천을 사용해 형광등 아래에서도 독서를 할 수 있는 정도의 조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했고요. 지금은 이 원단으로 제작하고 있는데 가격이 좀 비싼 게 흠이에요. 올해는 보다 합리적인 가격에 기능까지 갖춘 새로운 소재를 찾아보려고 합니다. 아무래도 원가를 절감해 가격을 낮추면 더 많은 분이 사용할 수 있을테니까요.”


대기업의 사회공헌활동, 지자체의 저소득층 지원사업 등과 연계

보온텐트의 가격은 개당 8만2000원. 2012년 11월에야 정식 판매를 시작해 아직 매출이 많지는 않다. 개별 판매보다는 대기업의 사회공헌활동, 지방자치단체의 저소득층 지원사업 등과 연계하는데 중점을 둘 계획이다.

김 대표는 “보온텐트가 앞으로 연탄 쿠폰 지급, 난방비 지원, 집수리 등 각 지자체가 저소득층 월동 대책으로 시행하고 있는 복지 프로그램의 한 축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기업들의 경우에는 텐트에 회사 로고를 넣을 수 있기 때문에 사회공헌과 마케팅 효과를 동시에 거둘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제품을 알리는 일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룸인룸(room-in-room)’ 형태의 보온텐트가 기존에 없던 것이다 보니 그걸 이해시키는 단계가 필요하더라고요. 전국 지자체를 다니며 사회복지 담당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샘플도 전달하고 있습니다. 저희 회사가 부산에 있는데 우선적으로 저소득층·홀몸 어르신들이 밀집한 지역의 한 마을을 선정해 500가구에 시범적으로 설치해드렸어요.”

인터뷰가 있던 날, 주민들의 반응을 살펴보기 위해 그 마을을 다녀왔다는 김 대표는 “‘어떻게 이런 기특한 생각을 했느냐’며 손을 잡아주는 어르신이 많아 기분이 좋았다”고 말했다. 그중에는 “기름보일러라 연탄 지원도 받지 못하고, 세입자라 보일러도 마음대로 바꿀 수 없어 올겨울을 또 어떻게 보내나 걱정했는데 정말 고맙다”며 오랫동안 등을 쓰다듬어주던 할머니도 있었다고 한다. 안정적인 직장을 버리고 이 길을 선택한 것이 얼마나 잘한 결정이었는지, 스스로 대견했던 순간이었다.

바이맘은 보온텐트로 2012년 8월 제1회 정주영창업대회에서 4위를 차지했다. 창조적 기업가 정신을 가진 제2의 청년 정주영을 찾는다는 취지로 아산나눔재단이 주최한 이 대회는 전국 912개 업체가 참가해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수상팀은 재단이 조성한 1000억원 규모의 ‘정주영 엔젤투자기금’ 우선투자 검토 대상이 된다. 이에 따라 바이맘도 최근 재단과 함께 투자유치와 관련한 구체적인 논의를 진행 중이다. 지난해 9월 예비 사회적 기업으로 인증받은 바이맘은 회사의 규모가 더 커지면 고용에 제한을 두지 않고 노인 계층이나 퇴직자, 탈북 청년 등을 채용할 방침이다.


재봉기술이 없다면 교육기관에서 실무를 익힐 수 있도록 지원한 뒤 고용할 생각이다. 현재 제품 생산은 부산광역시가 운영하는 저소득층 자활기관이 맡고 있다.

“저는 이 사업의 가능성을 확신합니다. 보온텐트는 국내외 에너지 빈곤층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매우 효과적인 대안이거든요. 선진국이라고 해서 누구나 다 잘사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어느 나라에서나 필요합니다. 국내에서 충분히 기반을 닦은 후 전 세계로 진출하는 게 꿈이에요. 그 나라 실정에 맞게 현지화하면서 고용을 창출하고,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지역사회를 발전시키는, 진정한 사회적 기업을 만들고 싶습니다.”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이라는 단서를 붙이기는 했지만, 사회적 기업가로서 그가 세운 비전은 매우 구체적이었다. 이 땅의 모든 어려운 이웃을 향한 따뜻한 마음, 보온텐트라는 새로운 개념의 난방 보조 기구가 그의 손에서 탄생한 이유를 알 것 같다. ‘우리는 마음을 유통하는 회사’라는 그의 말이 무슨 뜻인지도.

사진 : 김선아
  • 2013년 0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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