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변호 돕는 새로운 모델 만든 법무법인 ‘예율’의 변호사들

“반값에 변호해드립니다”

로스쿨은 다양한 경력을 가진 법조인들을 배출해 법률시장의 다양화를 꾀하려는 목적으로 도입됐다. 지난 2009년 전국 25개 대학에서 개원한 로스쿨은 2012년 처음 1451명의 법조인을 배출했고, 이들이 다양한 형태의 법률 서비스를 국민에게 제공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 가운데 8명의 로스쿨 졸업생들이 의기투합, ‘서민 반값 변호’라는 특별한 타이틀을 내걸고 법무법인을 열어 주목받고 있다.
왼쪽부터 법무법인 예율의 김남국·허윤·허남욱·강석준·김상겸·김은산·김웅 변호사.
2012년 11월 16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문을 연 법무법인 예율은 여느 로펌과는 다른 성격을 띠고 있다. 소속 변호사 10명 중 8명이 로스쿨 1기 졸업생인 데다, ‘서민을 위한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이 이들이 내건 기치다.

“사람들은 로스쿨을 귀족학교라고 부르지만 예율에는 ‘귀족’이 없습니다. 국가와 사회로부터 받은 도움에 보답하고 싶은 사람들이 모인 곳이에요.”

예율을 설립한 것은 김웅 대표변호사. 처음 그가 로스쿨 재학생들이 모이는 인터넷 카페에 함께 일할 동료를 찾는다는 글을 올렸을 때 반응은 뜨거웠다. 무려 20명의 지원자가 모였다. 그러나 ‘서민을 위해 일하겠다’는 뜻을 밝히자 이 중 절반 이상이 떨어져 나갔다. 현재 예율에 소속된 10명의 변호사는 모두 김 대표의 뜻에 기꺼이 동참한 사람들이다.

“로스쿨은 서민과 중산층이 법률서비스를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변호사 사무실 문턱을 낮추기 위해 도입된 제도입니다. 저희 같은 곳이 자리를 잘 잡으면 전체적으로 수임료가 낮아지면서 그 혜택이 국민에게 돌아갈 거라고 생각해요.”

예율은 서민법률지원센터, 중소기업지원센터, 노동법률센터, 이렇게 세 전문센터를 축으로 운영된다. 서민법률지원센터는 서민중산층에 소송 대리 및 자문 서비스를, 중소기업지원센터는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 법률지원서비스를 제공한다. 노동법률센터는 법률서비스에 취약한 노동자를 지원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허윤 변호사는 예율에서 서민법률지원센터장을 맡고 있다. 그는 “대한법률구조공단 변호사 연수과정을 통해 취약계층에 법적 지원을 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달았다”고 했다. 현재 법률구조공단은 연간 300만 건 이상의 법률상담을 진행한다. 소송대리 서비스 횟수 역시 연간 10만 건이 넘는다. 월수입 기준 개인소득 260만원 이하인 취약계층의 경우 일정 수준의 법률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수입이 260만원을 간신히 넘는 대다수 서민들은 법률서비스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김웅 예율 대표변호사.
기자 출신인 허윤 변호사는 기자 시절 서울중앙지검과 중앙지법을 출입하면서 변호사를 선임하지 못해 안타깝게 패소하는 사람들을 많이 봤다고 한다. 변호사의 길을 걷겠다고 결심한 것도 그들 때문이었다.

“그분들은 ‘유전무죄 무전유죄’가 법조계의 현실이라고 자포자기하고 있었어요. 그 주장에 전적으로 공감하지는 않지만 일정 부분은 옳다고 생각해요. 경제력이 있으면 유능한 변호사 여러 명을 선임할 수 있고, 그만큼 소송에서 유리해지니까요. 서민들이 모두 법률구조공단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기에 법무법인이 사회적 책무를 위해 나서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서민법률지원센터는 예율 산하 전문센터로, 이름 그대로 서민을 위한 곳이다. 주로 소송 대리나 자문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수임료가 ‘반값’이다. 월소득 350만원 이하, 10만원 미만 재산세를 납부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단순 이혼소송의 경우 수임료가 300만원을 넘지만 예율의 수임료는 150만원 정도입니다. 형사소송 역시 마찬가지예요. 서초동 평균은 최저 700만원 선이지만, 저희는 반 정도만 받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수임료는 소송액에 따라 달라지는데, 소송액이 1억원을 넘으면 수임료는 500만원 선에서 책정되고, 경우에 따라 2000만원을 넘기도 한다. 의뢰인의 형편에 따라 수임료를 정하는 법무법인은 예율이 처음이다. 노동법률센터장을 맡고 있는 김은산 변호사는 자신을 “빈곤층 출신”이라고 표현했다.

“제가 중학생 때 부모님이 암으로 투병하셨어요. 자연히 가정경제는 어려워졌고, 기초생활수급자가 되었지요. 그래도 국가의 도움을 받아 중·고등학교와 대학, 로스쿨까지 무사히 마쳤어요. 장학금을 받지 않았다면 변호사가 될 수 없었을 거예요. 국가와 지역사회의 도움을 받아 공부를 계속할 수 있었던 만큼 저 역시 주변의 어려운 사람들을 돕고 싶었습니다.”

그는 다양한 곳에서 기간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비정규직과 그에 대한 지원방안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했다.

“예율 노동법률센터의 목표는 ‘서민 밀착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겁니다. 재산이 일정 규모 이하일 경우 소득 수준에 상관없이 소송비용의 50%를 지원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에요. 사무실을 찾아오기 힘든 분을 위해 출장 상담을 하기도 하죠. ‘변호사 수임료는 비싸다’는 인식 때문에 마지막에 가서야 변호사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분들을 보면 마음이 아파요. 서민이 저렴한 비용으로 최고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하는 것, 그것이 바로 저희가 지향하는 바입니다.”


예율의 중소기업지원센터는 비용부담으로 인해 법률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50인 미만 영세사업장을 주대상으로 하고 있다.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대부분은 50인 미만 사업장이다. 근무자가 5~10명에 불과한 사업장도 80%가 넘는다. 중소기업지원센터의 허남욱 변호사는 “기업의 경영상태를 고려해 자문료를 기존의 50% 수준으로 낮출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부분의 영세기업은 변호사 비용을 아끼기 위해 변호사 대신 법무사를 찾아가 자문을 구합니다. 저희는 수임료를 법무사 수준으로 낮추고 기업에 지속적인 관리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에요.”

이렇게 수임료를 낮추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먼저 초기 투자비용을 절감해야 했다. 이들은 사무실에 필요한 기기 구입비용은 물론, 인테리어 비용까지 최소화했다.

“전문 업체의 도움을 받지 않고 저희가 직접 발품을 팔았어요. 싸고 좋은 가구를 고르기 위해서 전국 가구 단지를 돌았고, 전 직장과 집에서 쓰던 집기들도 사무실로 가져왔죠. 비용을 아끼려고 인테리어 업체와 협상한 것만 수십 번이 넘을 거예요. 그 과정에서 ‘변호사들이 왜 이렇게까지 하느냐.’ ‘이 동네 다른 로펌은 이것보다 세 배는 더 쓴다’는 이야기도 들었죠. 그래도 멈출 수 없었어요. 투자금이 많이 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고객에게 돌아가니까요. 반대로 비용을 절감하면 수임료도 그만큼 낮출 수 있을 거란 판단을 했죠.”

예율에는 전체 수익의 5%를 서민·중산층 법률지원을 위한 재원으로 남겨두는 제도도 있다. 이 역시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예율만의 약속이다. 예율의 한상현 변호사는 “로스쿨 1기 졸업생으로서 어깨가 무겁다”고 했다. 1기 졸업생이 8명이나 모인 만큼, 이제 예율은 로스쿨 졸업생의 법조계 진출을 대변하는 단체가 됐다. “예율이 자리를 잡으면 저희 뜻에 동참하는 분이 더 많아질 거라고 생각해요. 그때까지는 이런 작은 희생을 계속해나갈 겁니다.”

사진 : 김선아
  • 2013년 02월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보내기
  • 목록
  • 프린트
나도 한마디
이름      비밀번호  
스팸방지 [필수입력] 그림의 영문, 숫자를 입력하세요.

더 볼만한 기사

10개더보기
상호 : ㈜조선뉴스프레스 / 등록번호 : 서울, 자00349 / 등록일자 : 2011년 7월 25일 / 제호 : 톱클래스 뉴스서비스 / 발행인 : ㈜조선뉴스프레스 이동한
편집인 : 이동한 / 발행소 : 서울시 마포구 상암산로 34, 13층(상암동, 디지털큐브빌딩) Tel : 02)724-6875(독자팀) / 발행일자 : 2017년 3월 29일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민희 / 통신판매신고번호 : 2015-서울마포-0073호 / 사업자등록번호 : 104-81-59006
Copyright ⓒ topclass.chosun.com All Rights Reserved.

조선뉴스프레스 | 광고안내 | 기사제보 | 독자센터 | 개인정보 취급방침 | 인터넷신문윤리강령 | 청소년보호정책 | 독자권익위원회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