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선영 ‘제이드(JADE)’ 대표

멸종위기 동물들에게 모델료 주면서 보존을 도우려 디자인회사 만들었어요

가창오리·뿔논병아리·댕기머리물떼새 등 멸종위기에 처한 동물들을 디자인 소재로 상품을 만들어 팔고, 그 수익으로 환경보호에 앞장서는 디자이너가 있다. ‘제이드(JADE)’ 홍선영(27) 대표. 서울 광진구 구의동에 위치한 그의 사무실 곳곳에는 동물과 식물을 모티프로 한 그림들이 가득하다. 이름도 생김새도 낯선, 멸종위기에 처한 생물들이다.
홍선영(27)씨는 디자인을 따로 배운 적이 없다. 국민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한 그가 디자인 수업을 받은 것이라고는 컴퓨터학원에서 포토샵 등 기본적인 스킬을 배운 게 전부다. 그런 그가 2008년 7월, 디자인회사 ‘제이드(JADE)’를 열었다. 계기는 사소한 데서 출발했다. 대학 1학년 때 북극곰 인형을 선물 받았는데, 그 인형을 워낙 좋아하다 보니 살아 있는 북극곰에도 관심을 가지게 됐다. 당시 컴퓨터학원을 다니던 그는 학원에서 내준 과제로 북극곰만 그려댔다. 그의 북극곰 디자인을 본 주변 사람들이 권유해서 이것을 스티커로 만들었는데, 우연찮게 부산국제어린이영화제에서 판매할 기회가 생겼다. 그런데 이 스티커를 본 사람 중 열에 여덟은 지갑을 열고 사갈 정도로 반응이 좋았다.

“그때 문득 ‘내가 멸종위기에 처한 북극곰을 이용해 돈을 벌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죄책감이 들었어요. 사람에게는 당연하게 초상권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면서 말할 줄 모르는 동물이라고 권리를 함부로 침해하는 것 같았죠. 그래서 모델료를 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이드’는 멸종위기의 동물들을 주인공으로 등장시킨 문구류를 비롯해 여러 제품을 만든다.

“지구에서 살아 숨 쉬는 모든 것이 우리의 모델, 즉 ‘제이델’이 됩니다. 동물, 식물 그리고 미생물까지도 제이델이 될 수 있어요.”

제이델은 ‘근무하는 곳’에 따라 5개의 팀으로 나뉜다. 극지에서 근무하는 북극곰・바다코끼리・아델리펭귄 등은 SAVE THE WHITE팀, 바다에서 근무하는 바다거북・파란발가마우지・더스키돌고래 등은 SAVE THE BLUE팀, 숲에서 근무하는 아마존뿔개구리・산림순록 등은 SAVE THE GREEN팀, 습지에서 근무하는 큰고니・댕기머리물떼새・농게 등은 SAVE THE BROWN팀, 가축은 SAVE THE RED팀이다. 각 팀에서 거둔 수익은 그 팀의 멸종위기 동물을 위한 일에 쓰인다고 한다.


그는 판매 수익금을 환경단체에 기부하고 지구환경을 살리기 위해 일상생활에서 실천하는 것만으로는 멸종위기 동물들을 보호하는 데 한계가 있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런 사업을 펼침으로써 환경문제에 관심이 없던 10대, 20대로 하여금 관심을 갖게 하고, 환경보호가 결코 전문가만 하는 게 아니라는 사회적 공감대를 얻을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겠다고 한다. 이런 신념에 따라 제품생산 과정도 친환경적이다. 재료는 재생지나 비목재지를 쓰고, 신문지를 재활용해 연필을 만들기도 한다.

“처음에는 폐신문지로 만든 연필, 재생지를 사용한 노트를 만드는 데 집중했어요. 그런데 점점 ‘친환경 제품’에 대한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노트 한 장이라도 제대로 쓰이지 않고 쉽게 버려진다면 친환경 제품이라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반대로 ‘100% 친환경 재질이 아니라도 사람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아껴서 쓰고, 다 쓴 뒤에도 쉽게 버리지 않고 간직한다면 그것이 진정 친환경 제품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지요. 그래서 요즘은 물건을 쉽게 만들지 못하겠어요.”

북극곰 스티커 세트. JADE의 시작이 된 첫 제품.
연필 한 자루라도 꼭 필요한 사람에게 가치 있게 남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제이드의 모든 제품은 한정 생산한다. 제이드를 운영하면서 그는 사람과 자연의 관계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고 한다. 처음 북극곰 스티커를 만들 때만 해도 녹아가는 빙하 위에 북극곰이 구명조끼를 입고 있는, 조금은 자극적인 그림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제품에 담으려고 한다.

“블로그에도 ‘북극곰이 위험에 처해 있다’는 얘기를 주로 썼었는데, 북극곰이 어떤 동물인지 있는 그대로 알리고 싶어졌죠. 북극곰을, 참돌고래를, 그리고 자연 그 자체를 진심으로 아름답게 느끼고 사랑하게 됐습니다. 자연이 위험에 처해 있기 때문에 무언가를 해야 하는 게 아니라, 아름다운 것이기에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서요.”


제이드의 지향점도 ‘제이드 소사이어티(Jade Society)’로 바꿨다.

“사회적 기업이나 일반 기업이나 물건을 파는 건 똑같아요. 물건은 사람들에게 큰 영향을 미칩니다. 서비스도, 제품을 만드는 것도 신중해야 하죠. 광고를 보면 기업들이 대부분 더 빠르고 편리한 것만을 내세우는데 모든 사람이 1000만 화소 카메라로 사진을 찍을 필요는 없지 않나요? 어떻게 하면 사진을 찍는 사람과 찍히는 사람이 더 즐겁고 행복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기업은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기 위해 존재해야 합니다. 제이드를 그런 기업으로 만드는 게 꿈입니다.”

세계습지의날 기념 스티커와 동물 모델의 명함.
그는 2009년 ‘세계습지의 날’ 행사 때 환경부와 함께 스티커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세계습지의 날 기념행사에서 판매된 ‘SAVE THE BROWN’ 스티커 세트의 수익금 중 10%는 스위스 글랑에 있는 람사르 사무국에 습지보전사업 기금으로 기부했습니다.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못한 저개발국의 습지를 보전하는 데 사용되었다고 합니다. 저개발국에서는 우리가 예전에 그랬던 것처럼, 습지의 소중함보다는 개발에 따른 경제적 이익만을 고려해서 습지 보전에 소홀한 경우가 많습니다. 적은 금액이지만 습지를 살리는 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될 수 있어 기뻤죠. 앞으로도 ‘SAVE THE BROWN’ 스티커의 수익금이 늘면 기부금도 점점 늘겠죠?”

회사 이름 제이드는 ‘옥’이라는 뜻이다.

“꽃이 저마다 꽃말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석에도 각각 의미가 있어요. 그중 옥은 ‘소신, 용기, 바른 것’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어요. 멋지지 않나요? 제이드에도 같은 의미를 담고 싶었습니다. 소신과 용기를 가지고 바르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는 것. 그것이 바로 제가 추구하는 것입니다.”

그는 “소비자는 좋아하는 동물 또는 식물이 그려진 제품을 사용하면서 기쁨을 얻고, 구매금액의 일부가 그들을 위해 사용되는 것을 통해 더 큰 만족을 얻을 것”이라며 점점 사라져가는 지구의 아름다운 색을 지켜주고 싶다고 한다.

“작게는 연필, 카드, 노트와 같은 문구류부터 크게는 책상이나 자전거 그리고 변기도 좋아요.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을 디자인하고 싶습니다. 인간과 자연이 함께 행복한 세상을 살아갔으면 좋겠어요. 우리 지구가 더 아름답고 행복할 수 있도록요.”

사진 : 김선아
  • 2013년 0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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